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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포럼 2015-3: 한국선교 및 선교사 평가 (정민영, 위클리프국제연대) 프린트   
류재중  Email [2016-12-09 09:21:05]  HIT : 151  

한국선교 및 선교사 평가

정민영, 위클리프국제연대

 

들어가며: 한국 선교운동의 중대 전환기

 

근대 한국선교운동의 출발을 1961년 당시 이화여자대학교 김활란 총장의 채플설교에 도전받은 전재옥, 조성자, 김은자의 파키스탄 파송으로 본다면, 그때부터 1970년대까지 이어진 캠퍼스 사역단체들과 교단들의 간헐적 선교사 파송이 한국선교운동의 태동기를 이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선교연구원(www.krim.org)의 통계에 의하면 한국교회가 파송한 타문화권 선교사의 수가 백 명을 넘긴 해가 1980년이었다. 따라서 그 이전에 일어난 선교적 전초작업의 공헌을 인정하더라도, 한국교회가 피선교지 이미지를 벗고 타문화권 선교를 본격적으로 감당하기 시작한 기점을 1980년대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 시점으로부터 4반세기가 지난 2005년까지를 근대 한국선교운동 제1기라 친다면, 2006년 이후 한국선교는 바야흐로 제2기에 접어든 셈이라 하겠다.

제1기는 우리네 특유의 양적 팽창기였다. 무슨 운동이든 제대로 힘을 받으려면 최소한의 질량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선교운동 초기에 양적 팽창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제1기의 양적 팽창은 실로 괄목할만하다. 1979년 93명이던 한국선교사가 1992년에 2,576명으로 늘어났고, 2003년에 11,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어 제1기에 이미 100배 이상의 폭발적 성장을 기록한 셈이다. 제2기 들어 성장속도가 다소 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선교사의 수는 현재 2만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79년 21개이던 선교단체도 1992년에 90개, 2003년에 164개로 늘어났고, 현재 170개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사역국가의 수도 1979년 당시 26개국에서 1992년 105개국, 2003년 164개국으로 늘어났고, 현재는 170여 나라에서 한국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제1기는 실로 홍수에 견줄만큼 엄청난 속도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1990년대말 IMF 구제금융의 시련을 겪으면서 외형성장이 반드시 축복은 아니라는 것, 양적 성장에 부응하는 질적 성숙이 없다면 오히려 성장이 화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이 없는 법인데, 30여 년만에 외형이 200배나 팽창한 우리네 선교가 수많은 문제들을 노출하고 있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선교운동 제2기에 들어선 한국교회가 더 많은 선교사, 더 큰 선교외형이 아니라 규모에 걸맞은 건강한 선교운동, 곧 질적 성숙의 과제에 직면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제1기가 청소년기였다면 제2기는 청장년의 원숙한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 아무나 무엇이든 아무렇게나 저지르는 선교적 사사시대를 반드시 뛰어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짧은 선교역사와 일천한 경험을 핑계 삼아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제2기 즈음하여 하나님께서는 한국선교운동의 질적 성숙 및 바람직한 변혁을 겨냥한 몇몇 자발운동을 일으키셨다. 제1기에서 제2기로 넘어서는 시점(2004-2005년)에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방콕포럼, 설악포럼, 한인디아스포라포럼, 코딤넷(KODIMNET) 등이 바로 그것이다. 설악포럼은 한국선교운동의 바람직한 미래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한국선교에 대한 객관적 외부자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믿을만한 세계 선교계의 지도자들을 선정해서 평가를 의뢰하게 되었다. 본고는 당시 세계선교계 지도자 두 사람이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한국선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미래방향을 제안해보려는 의도로 작성되었다.

   

세계선교 지도자들의 평가

 

먼저 회신을 보내온 지도자는 2004년 당시 세계복음주의연맹 선교분과(WEA Mission Commission) 의장이던 빌 테일러(William Taylor)였는데, 그는 세계선교계의 다양한 지도자들에게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강점과 약점을 묻는 간단한 설문을 보내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서 보내왔다.

 

• 강점

 파송교회 및 후원교회가 헌신적이다.

 강력한 기도와 재정적 지원이 있다.

 헌신적이고 현명한 사역자들이 많다.

 젊은 사역자들이 많아 장기사역 가능성이 높다.

 전도에 대한 열정이 높다. 평신도 사업가도 전도에 열심이다.

 중국 등 사역지에 근접한 이점이 있다.

 비서구(아시아) 특유의 통찰력을 가졌다.

 전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편이다.

 신학교육을 받은 남자 선교사 비율이 높다.

 신학적 확신과 성경지식이 높은 편이다.

 영적전쟁을 잘 이해한다.

 교회성장을 경험한 사역자들이다.

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편이다.

 

• 약점

 전략 없는 행동주의와 열매에 대한 조급성을 보인다.

 깊이 없는 공격적 사역을 지향한다.

 일중독 성향이 높다.

 파송전(Pre-field) 훈련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한 듯하다.

 의외로 '고비용 저효율' 형태의 선교를 유지한다.

 파송교회 및 후원교회가 사역에 대한 부적절한 기대와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 최근 한국교회의 성장 정체로 장차 어려움이 예상된다.

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차세대 지도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 소명이나 다양한 직업(은사)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부족하다. 

 단일 언어 및 문화적 배경으로 인해 상황화 이해가 부족하다.

 협력이나 동역이 부재하고,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사역을 진행한다.

 소속교단 및 지역교회 중심적 사고와 행동이 협력과 동역을 해친다.

 국내(한국) 사역의 어려움이나 구직란의 탈출구로 선교가 오용되지 않나 염려되는 면이 있는데, 만일 그렇다면 선교에 바이러스를 심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자료가 이미 십년 남짓 시간이 흘렀다는 점에서 현상황을 파악하기에 어느 정도 오차와 한계가 있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선교운동이 30년 이상 진행되는 모습을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겪어본 세계선교의 지도자들이 장단점을 진솔하게 나눠준 이 간략한 평가를 우리 입장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평가 결과는 필자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세계선교의 지도자들이 인정한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강점(S)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S1) 복음과 사역에 대한 열정적 헌신이 돋보이고, (S2) 사역자들이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을 지녔으며, (S3) 선교현장과 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장점을 가졌다는 것이다. 충분히 공감되는 평가다.

   

한편, 단기간 급성장한 한국교회의 경험을 강점으로 거론한 지도자도 있었는데, 이는 상황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선교지 교회도 한국교회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긍정적 기대감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특정 교회의 양적 성장이 다양한 선교현장에서 기계적으로 적용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빗나간 기대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역자들이 많다는 긍정적 평가가 전반적으로 맞는지, 그때 맞았더라도 지금도 유효한지는 정확한 조사를 통한 통계자료가 필요한 듯싶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대학 졸업 직후 20대 초반부터 선교현장으로 나갈 수 있는 서양인들에 비해 한국 남성의 경우 군복무와 외국어 준비 등 파송 전에 선결해야 할 부가적 요건 때문에 서양 선교사들보다 대체로 연령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젊은이들이 현저히 믿음을 떠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이 10년 전보다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선교사들이 영적 전쟁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하다. 액면 그대로, 한국선교사들이 외국 선교사들에 비해 영적 전쟁의 개념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한다는 의미라면 감사한 일이지만, 혹 우리네 전통문화 속에 깊이 배어있는 무속적 패러다임이 외국인의 눈에 긍정적 차별화로 비친 거라면 접어 들어야 할 평가인 셈이다.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는 편이라는 평가 역시 지금도 유효한지 재평가가 필요한 사안이다. 짧은 기간 엄청난 속도의 고속성장을 경험한 한국교회가 그에 버금가는 초고속 경제성장과 맞물리면서, 과거 우리네 강점으로 인식되던 야성을 많이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교회뿐 아니라 일반사회에서도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제는 소위 '3D 업종'이라 불리는 힘들고 때묻고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한국선교사들이 여전히 외국 선교사들에 비해 고난을 더 잘 감당하는 편인지 검증이 필요하다.

 

세계선교의 지도자들이 지적한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약점(W)은 묘하게도 그들이 칭찬한 강점을 뒤짚거나 장점으로 여겨지는 특성 이면에 공존하는 그림자 형태로 나타난다. 동일인물이 상반된 의견을 동시에 개진한 경우도 있겠지만, 아마도 여러 지도자들이 다양한 상황과 관점으로 평가한 장점 및 단점이 그런 결과로 드러났으리라 짐작된다. 

첫번째 강점(S1)으로 거론된 한국선교사와 교회의 열정적 헌신이 부정적으로는 전략 없는 행동주의, 깊이 없는 공격적 사역, 열매에 대한 조급성(W1) 등으로 드러난 듯한데, 하나님께 열심이 있었지만 올바른 지식을 따르지 않았던 이스라엘의 오류(롬 10:2)와 유사하다. 파송전 훈련이 부족하거나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이와 맥을 같이 하는데,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건강한 이해 없는 과업지향적 열심이 일중독 성향과 더불어 '고비용 저효율' 선교의 현실로 이어진 셈이다. 

선교현장 및 사역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부당한 기대와 요구를 하는 교회가 많다는 지적은 이것이 비단 선교사뿐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이 부정적 평가에 대한 바람직한 반응은 무엇일까? 선교의 명분으로 무슨 일이든 더 많이 더 열심히 밀어부치는 과열현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선교를 깊이 성찰하고 학습하며, 준비되지 않은 많은 일꾼을 보내기보다 준비된 소수를 파송하는 선교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히 요청된다. 설문에 응한 한 지도자가 지적했듯, 성장정체를 겪고 있는 한국교회 입장에서 어차피 다다익선 식 선교를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또 그렇게 되는 게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소명 및 다양한 직업(은사)에 대한 신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차세대 지도력의 필요가 절실하다는 견해(W2)는 한국선교사의 교육수준이 높다는 두번째 강점(S2)과 엇갈리는 평가인데, 우리네 신학교육 및 선교훈련이 건강한 선교적 안목과 전략적 실천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여겨져 마음이 불편하다. 신학교를 포함한 정규교육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건강한 복음 사역자를 양성할 수 없기에 (이 평가도 그 사실을 입증하므로), 총체적 교육과 훈련을 겨냥한 범교계적 논의와 공조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일언어 및 단일문화의 배경 탓에 한국선교사의 상황화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W3)은 선교현장과 문화적 거리가 가깝다는 우리네 강점(S3)을 약화시키는 측면이다. 장기간 서구교회 중심으로 진행된 세계선교가 서구문화의 힘과 우월성에 기반한 제국주의적 흐름으로 치닫는 경향이 높았음을 반성하고 뒤늦게 상황화 및 토착화를 내세우는 시점에, 세계선교의 후발주자로 등단한 한국선교가 서구선교의 오류를 반복하고 답습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시행착오가 아닐 수 없다. 

협력이나 동역이 부재하고 지나치게 독립적으로 사역을 진행한다는 평가는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일종의 자문화중심주의를 드러내는 모습이 아닐까 여겨진다. 선교란 자기중심성이나 집단이기주의를 벗어나 타자를 배려하고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인데, 세계선교계나 현지교회와 협력 및 동역을 배제한 채 소속교단 및 지역교회의 독단으로 진행하는 일을 과연 선교로 정의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

한국교회가 선교에 열심을 내는 내적 동인을 점검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국내사역의 어려움이나 구직란의 탈출구로 선교가 오용되지 않나 염려되는 면이 있는데, 만일 그렇다면 선교에 바이러스를 심는 일이라는 한 지도자의 극단적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선교현장 사역자들의 평가

 

2005년에 다시 열린 설악포럼에서는 국제 OM의 지도자 하워드 노리쉬(Howard Norrish)가 이슬람권에서 일하는 OM 및 타단체 사역자들 중 한국선교사들과 동역한 경험이 있는 일꾼들을 대상으로 폭넓은 설문조사를 거쳐 얻은 결과를 다음과 같이 분류해서 내놓았다.

 

• 강점

 헌신적 기도

 강력한 비전

 역동적 영성

 용기 – 두려움을 모름

 선교사 수의 증가

 든든한 교회 지원

 선교지 언어와 문화 습득 유리

 문화적 겸양지도 (겸손 강조 문화)

 높은 지적, 교육적 수준

 

• 약점

 편협한 비전과 열정

 조급한 결과주의 (파송교회의 압력?)

 선교현장의 삶과 장기적 열매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 (파송교회의 압력?) 

 성직자-평신도 이원론

 다문화 및 다인종 협력의 어려움

 자문화 중심성의 정도가 높은 편

 한인끼리만 뭉치는 성향 (한인 게토) 

 한국식 교회 고집 및 교단주의

 타문화 (서구) 리더십 적응 어려움 

 젊은 지도자 수용 및 인정의 어려움

 아랍어 습득과 아랍문화 적응 미숙

 영어 문제로 국제적 동역 장해

 조직과 단체생활 미숙, 규정 무시

 약점 부인 및 숨기기

 

한국선교사들과 동역한 경험이 있는 선교현장 사역자들의 평가 중 강점은 세계선교 지도자들의 평가와 유사했다. 즉, 한국선교사들과 그들을 파송하고 지원하는 교회들은 (S1) 복음과 사역에 대한 열정적 헌신이 돋보이고 (헌신적 기도, 강력한 비전, 역동적 영성, 두려움 모르는 용기, 선교사 수의 증가, 든든한 교회 지원), (S2) 사역자들이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을 지녔으며 (높은 지적, 교육적 수준), (S3) 선교현장과 문화적 거리가 가까운 장점(선교지 언어와 문화 습득 유리)을 가졌다는 것이다. 덧붙여, 겸손을 강조하는 한국문화의 겸양지도를 추가적 강점으로 평가했다.

 

현장 사역자들이 거론한 한국선교사들의 약점은 선교계 지도자들이 거론한 내용을 전반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몇몇 구체적 단점들이 추가되는데, 아마도 직접 어깨를 맞대며 동역한 입장에서 지도자들이 보지 못하는 상세한 면모를 드러낸 게 아닐까 생각된다.

선교계 지도자들이 지적한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첫번째 약점(W1), 즉 의욕과 열정은 높지만 선교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관점과 맥을 같이하는 외국 선교사들의 평가로 편협한 비전과 열정, 조급한 결과주의, 선교현장의 삶과 장기적 열매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들 수 있는데, 괄호 속에 '파송교회의 압력?'이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한국선교사뿐 아니라 파송하고 지원하는 교회의 문제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국선교공동체 전반적 차원에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선교적 안목과 효과적 선교전략으로 통합되지 못하는 성향(W2)은 성직자-평신도 이원론을 극복하지 못한 한국선교사들의 문제를 지적한 외국 사역자들의 평가에도 일관되게 드러난다. 복음과 사역이 종교엘리트집단에 의해 전횡적으로 독점되고 오용되던 중세암흑기를 깨고 만인제사장직을 회복한 개혁운동이 어언 500주년을 맞는 시점에 여전히 성속이원론에 근거한 성직자-평신도 차별주의에 빠져있는 우리네 교계와 선교계의 현실이 안타깝다. 이 치명적 약점의 극복 및 해결 없이 선교현장에 건강한 토착교회를 세우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계 지도자들이 올바른 지식 및 이해가 결여된 열정(W1)을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두드러진 약점으로 관찰한 반면, 한국선교사들과 동역하는 현장 사역자들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 및 배려가 부족한 자문화중심주의(W3)를 주된 약점으로 지적했다. 외국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한국선교사들의 약점(W3)은 다문화 및 다인종 협력의 어려움, 자문화 중심성의 정도가 높은 편, 한인끼리만 뭉치는 성향 (한인 게토), 한국식 교회의 고집 및 교단주의 등으로 표현되었는데, 이어지는 네 가지 문제(타문화/서구 리더십 적응의 어려움, 젊은 지도자 수용 및 인정의 어려움, 아랍어 습득과 아랍문화 적응 미숙, 영어 문제로 국제적 동역 장해)도 이 약점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외국 선교사들은 한국선교사들이 조직 및 단체생활에 미숙하고, 규정을 무시하며, 자신의 약점을 부인하거나 숨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려는 성향은 한국의 수치문화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세계선교라는 지구촌 동역의 장에서는 심각한 약점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개인차원의 투명성 부재는 조직과 집단차원의 부적응, 규정 무시, 자기 합리화 등 건강하지 않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의 종교적 열정만 강조하는 틀을 벗어나 신앙인격의 성숙과 공동체적 영성을 지향하는 신앙교육 및 선교훈련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풀어내기 어려운 숙제라 여겨진다.

 

이어서 하워드 노리쉬는 한국선교사들이 전문상담을 요청한 분야들을 아래와 같이 나열했다. 

 심한 향수병 

 독신 또는 결혼, 국제결혼

 연로한 부모 부양문제 

 출산 및 자녀양육 문제

 성적 유혹 및 타락

 파송교회의 높은 기대

 교단 및 교회의 요구와 소속 선교단체 규정 사이의 갈등

 신학교 진학 압력

 타국인과의 (타국인에 대한) 오해 및 갈등

 대체의학 문제

 체면문화

 

처음 다섯 조항(향수병, 독신/결혼/국제결혼, 부모 부양, 출산 및 자녀양육, 성적 유혹 및 타락)은 한국인뿐 아니라 모든 문화권 사역자들이 공유하는 일반적 문제인 듯하고, 나머지 여섯 조항(파송교회의 높은 기대, 교단 및 교회의 요구와 소속 선교단체 규정 사이의 갈등, 신학교 진학 압력, 타국인과 갈등, 대체의학 문제, 체면문화)은 한국선교의 독특한 이슈들과 연관된 문제들로 보인다. 

파송교회의 높은 기대, 그리고 교단 및 교회의 요구와 소속 선교단체 규정 사이의 갈등은 앞에서 거론한 첫번째 약점(W1)과 연관된 문제고, 신학교 진학 압력은 두번째 약점(W2)과 연관된 문제며, 타국인과 오해 및 갈등은 모든 문화권 사역자들이 공유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단일문화권 배경의 한국선교사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세번째 약점(W3)과 연관된 문제로 여겨진다.

한편, 대체의학의 문제는 한동안 한방과 침술 등 동양의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던 시절에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이 가졌던 편견 및 오해로 인한 문제인 듯한데, 대체의학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된 현상황에서는 더 이상 중대이슈가 되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체면문화 (또는 수치문화) 문제는 그게 우리문화라는 핑계로 계속 도피할 게 아니라, 앞에서 다룬대로 지구촌 선교공동체의 건강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극복하고 투명성을 회복해야 할 과제라 생각된다.

 

하워드 노리쉬는 한국선교의 발전적 변화와 미래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으로 보고서를 마친다:

1. ‘첨단’(한국선교가 독특하게 기여할 수 있는) 선교학 및 전략을 도입하라.

2. 선교와 문화인류학을 더 연구하라.

3. 영어에 좀 더 투자하여 국제선교계에 참여하고 기여하라.

4. 미전도종족에 초점을 맞추라.

5. 창의적 개발사역에 투자하라.


한국선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향하여

 

다양한 세계선교의 지도자들, 그리고 지구춘 곳곳에서 한국선교사들과 동역하는 외국 선교사들이 용기있게 내놓은 한국선교 및 선교사 평가는 우리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의 약점을 고치거나 버려야 할 숙제를 던진다. 향후 바람직한 한국선교의 미래 방향은 무엇일까?

먼저 우리가 그간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관행적으로 시행해온 '선교'를 성경적 원리와 임상적 시행착오에 비춰 바로잡고 그에 상응하는 선교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설악포럼은 그간 중요한 주제를 놓고 여러 선교사들과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수고를 감당해왔다. 본고에서 그 방대한 내용을 자세히 논할 수는 없지만, 이 책자에 실린 다른 글들이 그 핵심방향에 대한 지침을 줄 것이라 믿는다. 한국선교의 바람직한 미래방향 추구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 세계선교의 지도자들과 외국 선교사들이 지적한 한국선교의 문제를 보완하고 그간 설악포럼이 고민하며 추구해온 새로운 (또는 변화된) 패러다임의 선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 우리네 선교의 강점과 약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어떤 선교사를 보내는게 옳을까? 현 상황에서 단순히 더 많은 선교사를 보내는 게 옳은 일일까? 양적인 초점에서 질적 초점으로 이동해야 하지 않을까?

• 한국선교사에 대한 솔직한 평가에 비춰볼 때, 그간 우리네 선교훈련 및 걸러내기(screening)는 적절했다고 자평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한국선교 및 선교사 평가를 위한 준거틀로 하워드 노리쉬가 제기한 다섯 질문을 본고의 결론삼아 소개한다:

1. 성육신적 선교를 했는가?

2. 총체적 삶의 모델이 되었는가?

3. 현지 재생산이 가능한 교회개척인가?

4. 하나님보다 한국선교사에게 의존하게 만들지 않았는가?

5. 다중문화적, 국제적 동역과 협력은?

 

다섯 질문은 선교를 정량적(양적)이 아닌 정성적(질적)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복음사역에 대한 정량적 평가의 여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단순히 얼마나 많은 선교사를 보냈고, 몇 나라에서 사역하고 있으며, 토착교회 몇 개가 개척되었고, 얼마나 큰 선교재정이 투자되었는지 헤아리는 것만으로는 이 다섯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불가능하다. 본고의 서론에서 적시한대로, 그간 양적 팽창 일변도로 치달아온 우리네 관성을 내려놓고 질적 성숙을 향한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첫 질문(성육신적 선교를 했는가?)은 선교의 모델이 그리스도 자신이심을 전제하고 있다.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하나님을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교회를 세상에 보내신다는 요한복음의 지상명령(요 20:21)은 우리의 열심이나 성취보다 우리가 얼마나 그리스도의 모범을 닮아내는지가 참된 평가기준임을 가르친다. 세계선교 지도자들이나 외국 선교사들의 눈에 비친 한국선교 및 선교사의 모습은 이 기준을 크게 밑도는 함량부족을 드러내면서 향후 한국선교운동의 초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 시사한다.

두번째 질문(총체적 삶의 모델이 되었는가?)은 첫 질문과 직결된 것으로, 복음사역이 단순히 종교활동이나 교리의 전수가 아닌 통전적 증거임을 가리킨다. 선교지에 몰려가 땅을 밟거나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일방적으로 외치면 세상이 변하는 게 아니라, 성경 전체가 가르치는 복음의 가치가 증인(존재)의 인격과 삶에 녹아들고 구현되어야 신빙성 있는 증거(실천)가 가능해진다. 메시지(증거)의 신뢰도는 메신저(증인)의 신뢰도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진리인 로고스(말씀)가 음성으로 세상에 외쳐진 게 아니라, 육신을 입은 그리스도로 성육하신 이유다. 입을 열어 복음을 전해야 하지만, 복음을 담아내는 총체적 증인의 치열한 삶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질문(현지 재생산이 가능한 교회개척인가?)은 전략적 질문이면서도 여전히 그리스도의 모델에 근거한 평가기준이다. 외부자인 선교사의 관점과 방법으로 큰 결과를 내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내부자(토착공동체)를 배려하고 그들 스스로 증가할 수 있는 방식의 사역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님은 힘과 권력을 이용해 크고 많은 일을 행하신 게 아니라, 가난한 자로 오셔서 평범한 사람들과 동고동락하시면서 '제자삼는 제자'를 양성하신 후 동일한 원리, 즉 재생산이 가능한 방식으로 세계를 복음화하라고 명하셨다. 과거 정치군사적 힘과 결탁된 일부 식민주의적 서구선교의 누룩이 해묵은 갈등요인으로 선교운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인데, 후발주자로 합류한 한국선교가 경제문화적 신식민주의 선교의 과오를 답습해서는 안될 것이다.

네번째 질문(하나님보다 한국선교사에게 의존하게 만들지 않았는가?)은 선교의 주체가 교회나 선교단체가 아닌 하나님 자신이심을 인식하고, 목회나 선교가 목회자나 선교사의 제자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제자를 삼는 일이라는 사실을 전제하는 평가기준이다. 1890년 언더우드 선교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당시 한반도에서 사역하던 서양 선교사들에게 한국 성도와 교회가 선교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하나님과 그 말씀에 기대게 하라고 권했던 존 네비우스(John Nevius)의 주옥같은 조언을 떠올리는 질문이다. 이른 바 삼자(三自)원리로 알려진 이 가르침은 시대를 초월해서 붙잡아야 할 건강한 선교원리다.

마지막 질문(다중문화적, 국제적 동역과 협력은?)은 한국선교운동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이슈다. 선교란 자문화중심주의 및 동질집단중심성을 벗어나야 비로소 가능한 일인데, 이상하게도 우리네 선교운동은 세계교회와 호흡을 맞추기보다 우리끼리 골방에서 진행되는 기현상을 유지해왔다. 하워드 노리쉬는 2005년 설악포럼에서 이 문제를 마지막으로 지적하면서 한국교회와 선교운동이 자신만의 우물을 벗어나 세계교회와 손잡고 시너지를 창출하는 건강한 동역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나가며

 

본고를 정리하면서 문득 2004년 방콕포럼에 초청된 태국교회의 지도자 아누선 분닛 장로가 한국선교와 선교사를 향해 던진 애정어린 쓴소리가 생각났다. 온유하고 겸손한 성품을 지닌 그는 우리네 선교운동을 비평해달라는 요청을 처음에는 강력히 고사했지만, 우리의 반성과 개선을 위한 사랑의 조언을 거듭 요청하자 주저하는 마음으로 응해주었다. 그는 먼저 한국선교의 강점을 나눴는데, 본고에서 거론한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이어서 그는 한국선교의 아쉬운 점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 열심과 능력이 있으나 태국상황과 무관하게 한국교회를 이식하려 한다.

• 태국인을 동역자로 인정하지 않고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한다.

•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위주고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태국에 여러 교회당을 지어줬지만, 일꾼을 양성하지 않아 빈 건물이 많다. 돈은 우리도 있으니 일꾼을 키워달라.

• 한국선교사끼리 반목하고 다툰다. 

• 선교현장의 행정체제가 없어서 책무(accountability)도 부재하다. 

 

특히 마지막 문제(책무 부재)를 거론하면서 그는 "한국이 태국에 수출한 자동차에 하자가 있으면 리콜하게 되는데, 한국교회가 태국에 보낸 선교사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리콜하나?"라는 통렬한 질문을 던졌다. 방콕포럼은 이 도전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한국선교와 책무'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고 관련책자를 출판했다. 

세계선교의 지도자들과 외국 선교사들이 한국선교를 향해 던진 애정어린 쓴소리도 귓등으로 흘려버리지 말고, 한국교계와 선교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실한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선교운동 제2기를 맞은 우리의 '질적 성숙' 과제를 감당하는 길이다.

     102. 설악포럼 2015-4: 선교적 교회의 이해와 실천 (한철호, 미션파트너스)
     100. 설악포럼 2015-2: 서구 선교로부터 계승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김동화, GBT/G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