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적 대화의 선교 (응답)

제1부 : 성서적, 신학적 기초

이현모, 침례신학대학교 선교학

들어가는 말

본서의 원 제목 Constants in Context 는 하비 콘의 1984년도 저술인 Eternal Word and Changing Worlds 에서 유래되었다.(35) 어떤 면에서는 스티브 베반스와 로저 슈레더는 하비 콘의 저술에서 기본 틀을 차용했지만 이 구조 안에 내용은 데이빗 보쉬의 Transforming Mission 의 신학과 자신들의 배경인 로마 카톨릭의 바티칸 II를 중심으로 제시된 교회론과 선교신학 사상으로 대체하여 제시한 작품이라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스티브 베반스는 우리의 신학적 식탁 위에 커다란 샐러드 보울(bowl)을 올려놓았다고 말하고 싶다. 샐러드 보울은 각 재료들을 다 녹여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찌개(melting pot을 한국어로 찌개라고 표현해 보았다.)가 아니라 각 재료가 그대로 남아있으면서 섞으려고 노력한 흔적만 있는 요리이다. 이 샐러드에 스티브 베반스는 새로운 드레싱 소스로 후토스 곤잘레스의 유형론을 사용해서 맛을 내려고 시도했다. 필자는 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항상 조금 불평이 있다. 그것은 내가 안 좋아하는 재료가 늘 일부 섞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샐러드에서 내가 싫어하는 재료를 골라내고 먹는 것은 편식이고 나쁜 습관이라는 전통에 눌리게 된다. 덕분에 평상시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야채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점이 있기는 하다. 어느 정도 섭식과 건강에 필요한 균형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편식하는 아이들에게는 샐러드가 최상의 대안인 것 같다. 실제 베반스는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주방에 들여놓은 모든 재료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샐러드 보울에 집어넣은 듯하다. 그리고 편식은 나쁜 버릇임을 점잖게 충고해 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실제로 모든 사람은 다 편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편식의 정의와 범위에 따라서 판단의 기준이 달라질 뿐이라는 사실이다.

한 끼의 식사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신학적 식탁은 한 끼의 먹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심한 비평과 평가가 필요한 작업의 장(場)이다. 이제 1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비평과 평가의 작업을 시작해 보자. 

1장 : “본질상 선교적” - 상황과 교회의 선교

베반스는 1부를 첫 문장에서 “교회는 궁극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라고 지적함으로 시작하고 있다. “교회의 중심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과 “죄악된 세상에서 피난처를 예비하는 것도 아니라고” 언급한다. 교회는 “결코 죽음의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구원의 작은 널빤지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45) 이러한 표현들을 그는 좀 더 다듬어서 “순례하는 교회,” 혹은 “본질상 선교적”이라고 AG에서 묘사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오토 세멜로스는 LG을 해석하는 책에서 “교회는 일시적이고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46, 각주 3) 이는 상당히 낮은(低) 교회관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전통적 보수적 신학의 틀에서 이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표현일 수 있다. 특별히 고(高) 교회관을 생명같이 여기는 카톨릭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다는 사실과 바티칸 II의 문서들이 이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베반스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1장에서 사도행전을 살펴보면서 “선교 중에 나타나는 교회”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도행전 연구에서 베반스가 보여주려는 논지는 “교회가 세상 어디에나 모든 곳에서 선교를 이해하고 수용할 때 교회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증”하는 것이다.(53) 이 글에서 저자는 초기 제자들은 유대교와 분리된 별개의 실체로서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점차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서고 이방인의 세계로 침투해 가면서 유대교의 한 부분이 아닌 새로운 존재로서 스스로를 교회로 발견하고 형성해 가게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서 교회는 선교를 행하면서 탄생하였고 스스로를 형성해 간 선교적 존재임을 증명하려고 하였다. 저자의 이런 시도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적절하게 제시되었고 사도행전의 말씀으로 증거 되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선교의 7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1단계인 오순절 이전의 시기에 제자들은 스스로를 유대교인이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다만 하나님의 나라가 갑자기 도래할 것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신봉하는 분파내지는 새로운 종교 운동을 유대교 내에서 행하고 있는 그룹으로 보여 지고 있다. 이들에게는 아직 이방인 선교 개념은 없었고 그저 임박한 종말론적 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2단계인 오순절사건의 성령 강림을 통해서 이들은 기대와는 모양이 달라졌지만 종말론적 완성을 경험했다. 즉 그들은 예수의 재림을 고대했지만 성령이 강림한 것이다. 또한 이제 유대교 내부일지라도 각처에서 온 사람들에게 회개가 임하므로 국제화의 초석이 놓이게 되고 교회 개념이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여전히 유대교 전통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진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여전히 제자들이 생각한 것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말씀을 전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성전에서 기도하고 성전 희생제사에 참여하고 이방인과 예루살렘 바깥에 대한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71) 3단계를 거치면서 헬라파 유대인들이 부상하게 되고 유대교와의 결별이 시작되었다. 선출된 7집사의 이름이 모두 헬라파 유대인으로 보이며 이들은 모세와 출애굽 사건보다 예수 사건을 더 중시하게 된다. 스테반의 긴 설교에서 이것을 보여주며 유대교와의 결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4단계에서 사마리아와 에티오피아 내시의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유대주의의 경계선을 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침내 5단계의 고넬료 사건은 이방인에게 복음이 전파되며 유대교와 결별된 교회 개념이 시작된다. 6단계 안디옥 사건은 마침내 유대교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고 유대인이 아닌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이 생기게 된다. 7단계는 사도행전의 나머지 부분을 보여준다. 베드로의 기적적 탈출과 헤롯의 죽음으로 예루살렘 공동체는 사도행전의 이야기에서 물러나게 된다. 예루살렘 공의회를 거치면서 기독교는 유대교와 완전히 결별한 독립된 존재로 탄생하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 교회는 태생적으로 선교적 존재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상세히 비평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회가 선교적 사역을 감당하면서 비로소 탄생했다는 베반스의 논증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베반스를 읽어 갈 때 아주 조심해야 할 것은 용어의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과 베반스는 필요시 차이가 있음을 인지하면서 표면적으로 일치하는 용어들을 모아서 자신의 샐러드 보울의 보편적 유용성을 주장한다는 사실이다. 핵심적인 예를 들면 “본질상 선교적”이라는 의미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복음주의 선교사역자들은 이런 표현에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복음주의자들이 의미하는 “선교적”이라는 말은 교회의 궁극적 사명과 목적이 복음전파를 중심으로 한 선교사명이라는 뜻이다. 특별히 이것은 교회에 위임된 사명(mission)이다. 교회는 복음전파를 중심으로 한 이 사명을 성취해 가는 주체이다. 

그러나 베반스에게 있어서, 사도행전 논증에서 시작해서 이 책 전체를 끌고 가는 개념으로서 “본질상 선교적”이라는 말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과도히 단순화해서 말한다면 이는 영혼을 구원시켜서 교회로 데려오는 활동이 교회론의 중심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교회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교회는 단지 세상에 하나님의 일을 이루는 도구로 보냄을 받은 존재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일이란 많은 경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일에 보냄을 받은 자로서 참여할 뿐이지 사람들을 교회로 이끌어 들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강조하는 표현들이 “교회는 궁극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라든지 “교회의 중심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 “구원의 작은 널빤지 역할이 아니다”라는 등의 표현이다. 웁살라 보고서에서는 이것이 “타자를 위한 교회,” “세계를 위한 교회”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하였다.

“순례하는 교회”라는 의미는 교회는 최종 도착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 과정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 이상 순례자는 없어지는 것과 같이 교회는 사라질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일시적인 운명이라고 말하는 것이다.(보쉬 554-5) 사람들을 구원시켜서 교회 안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은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와 동일시하는 것인데 교회는 결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보쉬 560) 보쉬는 이것을 “신자들은 ‘우리에게로 오라!’고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를 따릅시다’라고 선포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보쉬 558) 이런 교회관은 사실 삼위일체적 선교로서의 Missio Dei의 근거를 마련해 주면 동시에 C형의 신학(해방운동으로서의 신학)을 수행하는 해방 기초 공동체로서의 교회관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베반스는 복음주의 학자들을 동원해서 이들도 교회가 선교적 존재임을 인정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물론 동일한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 내부적 의미는 다름을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물론 야채들을 모두 적당히 섞어놓는 샐러드 보울에서 그는 이런 차이를 포괄하는 것이 요리의 비법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복음주의에서의 교회관은 무엇일까? 어떤 차이를 가질까? 우선 개신교회는 제도로서의 교회를 부인하지만 교단이라는 개념이 강한 곳에서는 어느 정도 제도로서의 교회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개신교에서 교회는 구원받은 자들의 자발적인 예배 공동체라고 정의하겠다. 이것이 정체성이며 동시에 선교는 본질적 사명이라고 정의하겠다. 회개와 구원을 강조하지만 그 결과가 반드시 교회에의 참여로 연결되어야만 신학적 정당성을 얻지는 않고 대신 예배 공동체로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하게 권하고 있다. 자발적인 예배 공동체로의 참여는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절대적인 영적 요소로 간주된다. 제도로서의 교회가 아니라 자발적인 예배 공동체에 구원받은 자들을 참여시키고 이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예배 공동체가 성장 확장되는 것이 선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결코 부인하거나 소극적 위치에 놓지 않는다. 교회의 성장이 하나님 나라 성장은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 성장의 중요한 요인임을 긍정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성장은 선교의 재생산을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예배 공동체로서의 교회는 임시적이거나 단순히 순례적 존재라고 볼 수는 없다. 계시록의 보좌 앞에 모인 허다한 증인들의 무리를 복음주의에서는 여전히 교회라고 본다. 교회는 사라지는 존재가 아니라 완성되어지는 교회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구원의 역사에서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특별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즉 교회는 단순한 하나님의 도구 이상의 신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회를 구약의 성전과 같은 개념으로 보지는 않는다. 구약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를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며 죄가 없는 하나님 나라의 경험을 맛보는 곳이다. 신약의 교회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공동체적 경험을 나누는 예배의 신비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이 부분에서 에버리 둘레스 추기경의 교회 모델을 삽입하여 다시 모형론을 따르고 싶은 유혹을 필자도 느꼈다. 둘레스는 독특하게 장로교 배경을 가지고 있다가 카톨릭으로 개종하여 추기경이 된 사람이다. 둘레스의 모델 중 두 번째 신비한 친교(신비적인 몸)로서의 교회라는 개념이 복음주의 개신교가 선호할 모델이라고 평가하지만 이  모형에 집어넣는 것을 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비한 친교라는 개념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카톨릭, 특히 정교회가 이해하는 것이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복음주의 개신교가 두 번째 모델에 속한다고 단정하면 잘못 일부 카톨릭이나 정교회의 개념에 동조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복음주의 개신교적 교회관을 가진다면 베반스의 3부 9장을 어떻게 평가할지 흥미로와 지니는데 이를 토론의 제목으로 제시한다. 이는 Missio Dei에 대한 복음주의적 입장을 표명하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보인다. 

물론 베반스의 샐러드 보울에는 항상 복음, 증거, 선포, 구원자라는 용어들이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문제는 이들 용어도 어떤 내부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2장을 논한 후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1장에서 지적하고 싶은 다른 한 부분은 “예수 자신이 유대교를 뛰어넘는 선교를 명백하게 생각한 흔적은 없는 것 같다. 또한 그의 제자가 이방인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리라고 분명하게 내다보지는 않은 것 같다”라는 언급이다.(63) 물론 예수가 자신의 사역을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에게 집중하였지만 이는 전략적인 차원으로 보인다. 예수가 제자들에게 주신 지상위임명령에는 분명하게 유대교를 뛰어넘는 선교 사명이 주어져있다. 또한 구약에서부터 명백하게 내려온 열방을 향한 이스라엘의 선교적 사명의 계승을 너무 베반스가 간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제자들이 초기에 선교적 교회로서의 그림을 가지지 못했던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예수조차도 이런 계획의 그림을 가지지 못했다고 보는 것은 예수를 긴박한 종말론에 사로잡혀 있던 인간으로 보는 좁은 역사적 예수 개념의 표명인 것처럼 보인다. 또한 스티브 윌슨을 인용하면서 베반스는 조심스럽게 지상위임명령(특히 행 1:8)은 역사적 증언이 아니라 누가가 초기 공동체의 믿음을 반영하여 삽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성경 자체가 역사성을 잃었다고 인정하게 되면 기본적인 게임의 룰이 깨지는 것으로 상호간에 더 이상의 발전적 대화의 틀이 없어지는 위험을 가지게 됨을 지적해야 한다.

2장 : “너희는 이 모든 일의 증인이다” 교회 선교의 불변수

베반스는 2장을 앤드류 월스의 이야기를 통해서 기독교는 시대마다 다른 모습으로 보여 졌고 다른 내용으로 이해되어졌음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이런 다양한 기독교가 동일한 하나의 기독교로 인정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월스는 두 가지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첫 단계는 역사적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역사적 연관성은 기독교 선교 비전의 계속성에 의해서 지속되어지는데 이는 교회 자체가 본질상 선교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하나님 나라의 완성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성을 가지고, 흐름에 따라서 성장, 변화, 변형되는 선교활동을 가지고 있으면 결과적으로 모양이 달라져도 역사적 연관성을 인정해 주게 된다는 것이다. 월스는 역사적 연관성을 하나님 나라의 완성에 이바지하면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월스의 두 번째 단계는 기독교 안에 “본질적인 연속성”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연속성이 존재하면 서로 형태가 달라도 기독교라고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속성에 대해서 월스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기독론과 교회론이다.(103) 그리고 베반스는 네 개를 더 추가했는데 종말론, 구원론, 인간론, 그리고 인간의 문화이다.(104-5) 이 6개를 베반스는 불변수(constants)라고 이름 지었다. 이 6가지 불변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변하지만 반드시 불변수에 대한 질문은 항상 있어왔고,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불변수가 변한다는 개념이 썩 마음에 편하게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이해하고자 한다.

이어서 베반스는 이 6가지 불변수에 대한 질문의 다양한 대답들을 3가지 유형으로 구별하였다. 이 유형론은 후스토 곤잘레스와 도로테 죌레로 부터 차용한 것이다. 베반스 자신이 「상황화 신학」이라는 저술을 할 때부터 그는 유형론이나 모델로 신학을 제시하는 것을 즐겨하는데 이번에도 그는 유형론을 이 저술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형론 자체는 조직적 사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론이라고 긍정한다.

3가지 신학 유형에 대해서는 이미 제시되어있기 때문에 다시 요약 설명하지 않겠다. 2장에서는 각 유형의 역사와 구조, 불변수에 대한 의견들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있다. 2장은 사실 앞으로 진행될 2부와 3부를 위한 용어 정의 정도의 부분이다. 그래서 1부에서 결정적인 비평을 하기는 이른 감이 없지 않고 3부에 도달해서 각 유형의 실제적 적용에 비평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용어의 문제를 먼저 지적하고, 앞으로의 토의를 위한 질문 제시와 각 유형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비평해 보는 정도까지를 한계로 삼아 보겠다. 

A형 신학 - 영혼, 구원과 교회 확장으로서의 선교 (정통과 보수적인 신학)

B형 신학 - 진리의 발견으로서의 선교 (자유적인 신학)

C형 신학 - 해방과 변혁에 대한 헌신으로서의 선교 (진보, 해방신학)

베반스는 이 신학 유형들을 3부에서 오늘날 상황에 적용시킨다. A형은 “예수 그리스도를 보편적 구원자로 선포하는 선교”라는 제목으로 11장에서 다루면서 요한 바울2세의 Redemptoris Missio와 복음주의 진영의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B형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로서의 선교(Missio Dei)”라는 제목으로 9장에서 다루면서 바티칸 II 문서인 Ad Gentes와 정교회의 문서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조심할 것은 Ad Gentes와 정교회 문서가 주장하는 삼위일체적 선교는 C 유형 신학의 기초도 만드는 것으로 B와 C형 모두의 근거가 되고 있다. C형은 “하나님 나라의 해방하는 활동으로서의 선교”라는 제목으로 10장에서 다루면서 1975년 바울 6세의 사도적 권고인 Evangelii Nuntiandi와 WCC 문서들을 근거로 제시한다. 

결론에서 베반스는 이 세 가지 유형의 신학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모두 선교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필자가 베반스의 작품을 샐러드 보울이라고 비유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베반스 개인의 선호도를 제시하면서 자신은 B유형과 C유형이 오늘날 선교의 주제가 됨을 지지한다고 표현한다. “예언자적 대화”라는 제목은 이 두 유형의 특징을 묶은 것이다. B형 신학이 주장하는 삼위일체적 선교 개념과 인간 경험 및 인간의 이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대화라는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예언자적이라는 표현은 시대 변혁적인 사고를 담아야 한다는 표현으로서 교회적, 정치적, 교황권의 인간 구조에 대한 의심과 해방하는 프락시스에 대한 헌신을 의미하는 것이다.(694-5)  B형과 C형 신학이 예언자적 성향을 포함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언자적 대화는 가난한 사람들, 문화, 타종교의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를 제시한다.(690) 

A, B, C형 신학은 실제 6가지 불변수라는 핵심 요소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서로 전혀 다르다. 신학의 내용이 다르다는 것은 이 신학에 따라서 표출되어지는 신앙과 교회의 선교에 대한 이해 역시 서로 전혀 다름을 의미한다. 실제로 6개의 불변수라는 내용을 살펴보면 서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의 질문은 서로 다른 내용의 신학임에도 불구하고 6가지 불변수라는 요소만 가지고 있으면 동등한 유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해 주어야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A형 신학은 인간론에 부정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인간의 전적 타락을 주장하는 어거스틴의 신학이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다. 죄에 빠진 무능력한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를 필요로 하고 언젠가는 하나님의 특별한 신적 간섭으로서 종말에 심판이 임해야만 한다. 종말은 미래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론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이생에서의 큰 변혁을 기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시지는 필연적으로 초자연적 개입을 통한 변화를 강조할 수밖에 없고 십자가와 구세주 개념이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B와 C형처럼 인간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은 전혀 다른 구조를 생산해 낼 수밖에 없다. 인간이 전적으로 무능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변혁과 개혁을 기대하게 되고 하나님의 나라의 현세적 도래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유토피아론이 종말론의 심판을 대체하게 된다. 구원의 개념도 철저히 하나님의 나라 형성에 맞추어서 정의된다. 유토피아를 가로막고 있는 세상의 구조적 죄가 문제의 핵심이다. 무력한 인간들(가난한 자)은 죄인이라고 보다는 죄를 당한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론에서 시작하지 않고 기독론이나 교회론에서 시작해도 마찬가지 패턴을 따라서 전혀 다른 신학을 결과물로 제시하게 된다. 

이런 차이점을 관대히 보면서 모두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신학적 입장일까? 이런 문제를 이 부분에서 하나씩 다루어 보아야 할 것이다. 2부, 특히 3부와 내용이 겹치는 문제를 고려해서 어떤 부분은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용어의 정의부터 시작하자.

B형의 신학에서 핵심은 “삼위일체적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이다. 여기에서 다시 조심할 것은 “삼위일체적”이라는 의미이다. 베반스는 주로 해방신학자들이 언급하는 삼위일체 개념을 9장에서 많이 인용하고 있다. 필자가 해방신학 책들을 볼 때마다 어려워했던 부분이 삼위일체적 이라는 개념의 바닥에 깔린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오늘날 복음주의 개신교와 로마 카톨릭, 에큐메니칼 개신교 간의 긴장에는 항상 이 “삼위일체적”이라는 개념의 이해차이가 있다. 긴 개념 설명은 오히려 우리의 초점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필자는 과도히 단순화시킨 이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베반스나 로마 카톨릭, 에큐메니칼 개신교의 일부에서 주장하는 “삼위일체적”이라는 의미는 “그리스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라는 요구이다.(참고 589) 즉 구세주로서 십자가에서 죄 용서와 회개를 요구하는 복음주의의 “그리스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서 “보냄을 받은 자”로서 세상에서의 섬김과 관계를 더 중시하는 방향을 표현한 것이 “삼위일체적”이라는 개념의 바탕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삼위일체적” 개념의 이해는 초기 사용자인 칼 바르트나 복음주의적 개신교의 이해와 거리가 있다.(보쉬 580) 심지어 호켄다이크는 삼위일체적이고 본질상 선교적인 교회 개념은 “교회 안에는 구원이 없다”(보쉬 569)나 혹은 “교회의 관여를 배제하는 Missio Dei”로 까지 발전하게 된다.(577) 이런 세속화한 Missio Dei 개념은 오늘날 폭넓게 수용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베반스는 곳곳에서 복음, 증거, 선포, 구원자 등의 복음주의 개신교 용어를 사용한다. 문제는 이 용어들이 조금씩 다른 강조점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정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코 베반스는 매번 요소 중의 하나로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만 절대적 비중을 복음화, 죄의 용서, 구원자 부분에 주지 않는다. 부차적, 개인적 차원의 개념으로 다루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로마 카톨릭 안에서도 상호 갈등의 부분이 있는 듯하다. 교황은 여러 칙령에서 영혼 구원을 의도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베반스가 소속된 학문적 단체인 SVD(거룩한 말씀회)는 교황과는 다른 강조점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은 데이빗 보쉬도 마찬가지 이다. 그는 자신을 복음주의자라고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복음주의 개념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복음주의 개신교에서 생각하는 “삼위일체적” 선교의 개념은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십자가 중심적인 영혼 구원 사역에 삼위가 모두 참여하고 관여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로잔 선언문이 선교를 복음전파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라는 것을 포함시켰고 이것이 오늘날 폭넓게 수용되고 있지만 이것이 그리스도 중심적 선교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1999년의 이과수 선언문은 삼위일체 강조가 예수 그리스도의 중심과 독특성 안에 깊이 뿌리 박혀질 필요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647) 비록 해방신학자이긴 하지만 호세 미구에즈 보니노가 사용한 용어가 복음주의적 개신교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고 보인다. 그는 “삼위일체 중심 안에서 기독론적 중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669)

두 번째는 복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베반스는 복음을 “하나님의 나라” 혹은 “하나님의 통치”의 선포와 실현이라고 강조한다. 베반스와 또한 유사한 강조점을 가진 그룹들은 예수의 핵심 메시지가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였을 강하게 지적한다. 예수가 의미한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정의할 수없다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지만 이후에 그가 의도적으로 인용하는 내용들을 보면 베반스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새로운 기회, 새로운 사회적 관계 형성, 근본적인 평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62) 즉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뜻이 완전하게 선포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모든 억압과 구조적 악이 해방된 상태를 의미한다.(605-6, 608-12) 복음 자체를 하나님의 나라의 선포와 실현이라고 정의할 때 성경, 특히 복음서를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진다. 복음화란 완전히 해방된 상태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될 뿐이다. 베반스는 이런 관점을 RM을 제외한 바티칸 II 문서와 그 이후의 문서들에서 얻어낼 뿐 아니라 데이빗 보쉬가 그렇게 정의한 것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오히려 그는 RM에서의 강조점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복음 정의에 따라서 재해석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인다.(682-6) 

사회적 개념으로서 복음을 보는 문제에 대한 비판은 WCC가 초기에 주장했던 샬롬의 정의에서 지적할 수 있다. 이들은 샬롬을 다양한 개념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즉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영적 차원의 개념으로 보았다. 아니 오히려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차원을 더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성경을 다시 보면 샬롬이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로 사용된 부분이 일부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샬롬의 핵심 개념은 아니라는 것이다. 구약의 공동체적 개념에서 사용된 경우에도 많은 부분의 샬롬은 하나님과의 화목이라는 개념이었다. 신약에서는 절대적으로 하나님과의 화목을 샬롬의 의미로 사용했다. WCC는 의도적으로 이 용어를 성경에서 eisegesis 했다고 보인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성경을 exegesis했을 때 샬롬은 주로 하나님과의 화목으로 죄의 용서와 회개가 핵심이고 나머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샬롬은 무시되어서는 안 되지만 결코 영적 샬롬을 압도할 만큼의 비중을 가지지는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로잔의 정의처럼 선교에 두 요소를 모두 포함하지만 복음전파의 우선순위를 양보할 수 없음을 지지하는 것이다. 존 스토트의 주장을 다시 따르고자 한다. “구원과 육체적, 정신적인 건강과 정치적, 사회적 해방은 분명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건강과 해방은 하나님이 현재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인간에게 주는 구원은 아니다. 전도와 사회 정치적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이지만, 사람과 화해한다고 해서 하나님과 화해한 것이 아니며, 사회적 행위가 전도가 아니고, 정치적 해방도 구원은 아니다.”(126. John Stott, Christian Mission in the Modern World, 100. 필자가 베반스의 용어와 스토트의 용어를 섞어서 인용했음.)

세 번째는 타종교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다. 베반스는 분명하게 성령이 타종교에도 역사함을 주장한다.(710) 그는 선교 사역에 백지 상태의 접근은 없다고 선언한다. 즉 타종교를 믿는 신실한 사람들은 이미 성령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절 비밀”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복음을 처음 듣는 사람들조차 이미 암묵적으로 하나님께 반응을 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전형적인 로마 카톨릭 교회의 포괄주의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런 주장 때문에 바티칸 II가 종료된 이후로 로마 카톨릭은 한동안 선교의 침체를 겪게 되었다. 수천의 사제들과 수녀들이 교회와 종교 공동체를 떠나기도 하였고 선교사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504) 이후 로마 카톨릭은 EM을 통해서 선교의 정의 자체를 수정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나라 개념을 선교신학의 핵심으로 집중시켰고 명백한 선포와 삶의 증언, 교회 공동체와의 협력, 새로운 전도자를 파송하는 것과 해방신학에 대한 관심, 문화화, 지역교회에 의한 자치 의식의 등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곳에서 명백한 선포와 삶의 증언은 복음주의 개신교가 생각하는 전도나 복음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오히려 개종을 압력적인 방법이라고 보며 지양(止揚)하고 있다.(713) 이는 단지 로마 카톨릭이 구원에 대해서 좀 더 명백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므로 암시적 그리스도인들에게 명백한 이해를 돕는 것뿐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복음주의 개신교는 종교신학이 취약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 복음주의 진영에서 종교신학이 개진되면서 하나님의 섭리적 역사가 이스라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님을 조심스럽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타종교에 구원의 진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복음주의 개신교와 베반스 신학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아마도 이 부분에서 유래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로서는 복음주의 개신교가 양보해 줄 수 없는 선을 베반스는 넘어서 신학을 전개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세 유형의 장단점 분석

A형 신학은 터툴리안에 의해서 시작된 법 개념 중심의 신학이다. 오늘날 대부분 복음주의 개신교가 추종하고 있는 신학의 형태이다. 역사적으로 어거스틴이 이 신학 유형의 중요한 터를 제공했고 안셀름이 이를 더 확고하게 만들었으며 근본주의, 복음주의가 이에 근거하고 있다. 신학의 유형을 구분하는 출발점은 하나님의 말씀, 즉 계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문제이다. 계시를 전승(傳承)으로 보고 각 시대마다 적합한 의미를 찾는 것이라면 A형  신학은 고루하고 경직된 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계시 자체가 초문화적, 초역사적으로 의도하는 바가 있다고 인정한다면 계시는 필연적으로 법이 될 수밖에 없고 A형 신학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경직되게 보일 수밖에 없고 배타적 성향을 보일 수밖에 없다. 

A형 신학은 주로 “위로부터의 접근법”(from above)을 사용하게 되면서 안정적인 기초를 제공해 주지만 지나치게 관념론 중심이고 이론 중심으로서 쉽게 현실과 유리되기 쉬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복음주의 개신교가 말과 실천 사이에 근본적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 그 실례(實例)이다. 이론과 실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 복음주의 개념의 프락시스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아래로 부터의 접근법”을 복음주의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문화에 대해서 부정적 개념을 베반스는 표현하고 있는데 (132) 이는 지나치게 전통적 서구교회, 혹은 카톨릭적 관점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제3세계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경험주의적 개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로잔 선언문이 이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적을 하고 새로운 선교의 정의를 내렸다. 그러나 아직 목회 일선에서는 이런 영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로잔이 주장한 복음전파와 사회적 책임 양자 수용과 동시에 복음전파의 강력한 우선순위는 고수되어야 한다. 복음전파의 우선순위는 지상위임명령들이 주로 회개와 죄 용서의 내용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다.

B형 신학은 인간의 이성을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인간 이해에 있어서 낙관적인 것이 출발점이다. 인간은 처음 완전한 영적 존재로 창조되었지만 죄에 빠졌다. 그러나 신은 자비로워서 타락한 피조물에게 물질세계에 살면서 온전함을 회복하도록 하였다. 이성과 계시는 완전히 공존한다. 철학과 신앙도 모순되지 않고 공존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대속이라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우리를 완전하게 지도하고 가르치는 것으로 본다. 선교는 필연적으로 교육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문화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장이다. 그러므로 문화 속에 현존하고 계시는 하나님을 찾아야 한다. 정교회의 신학에서 B형 신학의 모습을 잘 발견할 수 있다. 구원은 데오시스(神化)가 된다. 

B형 신학의 약점은 철학이나 문화가 계시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상대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가장 입맛에 맞는 신학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 진리 체계라는 것은 존재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혼합주의를 신학 작업의 필연적인 과정으로 수용하게 된다. 진리는 인간 경험과 이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타종교의 구원 가능성을 인정하므로 선교의 개념도 단지 섬기고 돕는 도구적 위치로 변하게 된다.

C형 신학을 베반스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학 유형으로 소개한다. 그 근원을 이레니우스로 보기 때문이다. C형은 역사를 강조한다. 인간은 불완전하게 창조되었지만 완전을 향해서 나아가는 존재이다. 원죄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어차피 불완전한 인간이 출발점에서 조금 더 낮은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 뿐이지 큰 구조적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수를 보내셔서 모두가 회복되기 까지 계속 성장하도록 돕는다. 사람은 죄인일지라도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이며 항상 사람의 중요성과 존엄성을 인정한다. 예수와 성령은 하나님의 두 손으로 실재 이 세상에서 사역하는 존재라고 비유된다. 즉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섬기는 도구와 같다. 예수의 구속 사역은 사람들을 완성된 모습으로 해방시키는 일이다. C형의 해방신학은 온건한 다원주의 입장을 띤다. 구원의 대상은 인간만이 아니라 온 우주 전체이다. 해방을 위한 프락시스를 강조한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오늘날 해방신학은 과거 정치 중심적 해방의 개념으로 부터는 많이 변화되었다. 다원주의, 여성문제, 환경문제, 문화화 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방법론에 큰 변화는 없이 C형의 틀을 따라가고 있다.

C형 신학의 약점은 개인적 죄의 문제를 간과하고 구조적 죄만을 언급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견해가 이 신학의 약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역사를 통해 인간의 죄성이 심각하게 드러나지만 이를 단지 구조적 죄의 문제로 보는 것은 너무 단순한 환원주의적 견해라고 보인다. 물론 베반스는 곳곳에 양념처럼 죄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결코 중심의 위치에 두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완전을 향해 진화하고 있는 선한 존재로 인정된다. 물론 종말론도 결코 심판이 아니라 희망으로 대체되어진다. 해방이 어느 정도까지 필요하다는 것과 프락시스가 복음주의 개신교에도 절실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절대의 개념을 놓치고 있다. 이들은 text와 context 양자를 모두 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진리 탐구의 과정을 항상 변증법적 발전에 두고 있다. 이는 결국 불변의 진리는 없다고 보고 그저 상황에 따른 실천적 대응만이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점차 전통적 신앙의 개념보다는 이데올로기나 윤리적 측면이 과도히 커지고 있는 약점이 있다. 하나님 자체도 범재신론과 같이 되며 인격적 하나님의 측면을 놓치고 있다고 보인다.

맺는 말

복음주의 개신교가 가지고 있는 선교이해는 여전히 그리스도 중심적이다. 삼위일체 선교의 개념을 그리스도 중심적 선교 개념 안에서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에큐메니칼 개신교나 로마 카톨릭이 주장하는 삼위일체적 선교의 개념과는 다르다. 즉 Missio Dei의 개념 중 일부분을 수용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Missio Dei를 선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나 참여가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물론 복음전파의 우선순위를 양보하지 않는 전제를 고수하는 범위 내에서이다. 이런 측면에서 베반스가 제안한 6가지 본질들, 1) 증거와 선포, 2) 예전, 기도, 묵상, 3) 정의, 평화, 창조의 보존에 대한 임무, 4) 종교간 대화의 시행, 5) 문화화의 노력, 6) 화해의 사역 등을 위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각 본질의 내용은 복음주의적 개념에서 재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Missio Dei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교회가 하는 모든 일이 선교라는 개념이다. 이런 정의를 수용하게 되면 앞으로 무한한 새로운 개념이 선교의 정의에 포함되어질 수 있고 결국 선교는 모든 일이면서 동시에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보쉬 752) 특히 타종교에 대한 포괄적 이해는 복음주의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본다. 베반스의 결론은 오늘날 모든 진영에서 제시된 선교 개념을 종합하여서 백화점 형태로 그대로 제시하는 형태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상대주의에는 적절한 모습이지만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신앙의 자세로서는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복음주의 개신교는 A형을 중심으로 하되 B형과 C형에서 일부분 우리의 모자란 면을 수용하여 폭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아래로 부터의 관점”을 수용하고 프락시스에 대한 복음주의적 수용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생태계 문제나 세계화 등의 현실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 결코 관심을 닫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목회 일선에서 실천이 되도록 신학적 후원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지나치게 칭의론에 집중된 구원론에서 성화와 영화의 개념이 균형을 잡도록 도와주어야 하면 신앙의 “현재, 이곳”(here and now) 측면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복음의 가시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존 스토트의 지적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데이빗 보쉬의 책과 베반스의 책을 비교해 볼 때 거의 유사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베반스가 좀 더 영혼 구원의 문제의 비중을 낮추고 Missio Dei적 관점과 해방신학 관점, 로마 카톨릭의 관점을 더 강조했다고 보인다. 그동안 데이빗 보쉬의 「변화하는 선교」가 신학교에서 선교학 교과서처럼 사용되었는데 대작(大作)임을 인정하지만 해방의 개념과 Missio Dei 관점을 강조하는 면에 대해 너무 비판이 없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다시 베반스의 「예언자적 대화」가 선교계에서 「변화하는 선교」의 뒤를 잇는 주목받는 저서로 등장하고 있고 신학교에서 읽혀지고 있는데 이제는 신중한 복음주의 관점에서의 비평이 동반되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종합 질문

1. 하나님의 계시가 A형, B형, C형의 전혀 다른 신학이 틀로 해석되어지는데 그럼 하나님의 계시가 처음부터 그런 다원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2. 베반스가 언급하는 선교는 넓은 의미의 “교회의 사명으로서의 선교”(mission)라는 뜻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선교사들이 감당하고 있는 소위 “타문화권 선교”(missions)의 측면에서 볼 때 이 두 선교 개념은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것으로 정의해야 하는가? 선교사들이 행하는 선교의 범위는 어디까지 여야 하는가? 

3. 오늘날 선교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점차 계시가 아니라 세상, 상황, 혹은 그 상황을 읽는 학자들이 되어가고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