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의 국제 지도력 개발

정제순, GBT/ARILAC

들어가는 말

선교는 불변의 진리인 텍스트를 가변의 상황인 세상 속에 심어 하나님 나라로 바꾸는 과정처럼 보인다.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 한치 앞을 못 보는 예측불가, 엄청나게 누적되는 지식정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지구촌화, 종교 다원화와 사유화 등 하도 복잡하고 다양하여 따라 잡기도 버겁다. 그런데 그런 세상을 관찰, 대응, 해석, 적용해야 하는 기독인들의 삶은 거의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인다. 2년 전 바로 이 설악포럼에서 “아프카니스탄은 선교를 위하여서는 좋은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보아야 하겠다” 고 했지만 지금은 그 말에 아무도 자신 못한다. 아프칸 인질사건은 예기치 않았던 결과로 논쟁의 여지와 함께 한국과 세계 선교에 적지 않은 짐 또한 안겨주었다. “뱀 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마10:16)”는 말씀의 의미를 항상 되새기게 하는 현 상황들이다. 

설악포럼을 위해 글을 쓰라는 말을 구두로 들었지만, 막상 제목을 받고 보니 제목 속에 담긴 내용이 실로 방대하게 보였다. 제목대로 쓰려면 “한국 선교의 현황과 문제들”, “국제 리더십의 상황과 전략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것들”로 대별 될 수 있겠다. 또 내용에 따라 양이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기에 제한된 지면에 쉽고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선교와 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네 가지 요소를 설정하였다. 즉 리더/선교사, 세상(콘텍스트), 관계, 그리고 전략이다.  

선교는 이 네 요소들을 다루는 종합예술로, 리더십은 이 종합예술을 창조하는 것으로 봐도 큰 무리는 아니다. 네 가지 요소들은 알기 쉽게 파악하기 위해 독립적인 요소로 다루었으나 기능적으론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상호성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이 네가지 요소의 리더십에서 리더는 소명의식을 갖고 세상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마치 활 시위를 당기는 것과 흡사하다. 리더가 세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길 때 관계와 전략이 양쪽에서 팽팽하게 지탱해 주면 줄수록 힘차게 세상을 향해 간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살표가 쌍방향인 것은 나아가면서 끊임없이 피드백을 통해 성찰하고 새로운 각성을 하면서 나아간다는 것이다. 나머지 요소들도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전진한다.

아래 내용은 위의 네 요소를 기반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부분은 이 네 요소의 중요한 내용을 진술하고, 둘째 부분은 한국 선교에서 이 네 요소들과 관련된 중요한 것을 제안하며, 셋째 부분은 실천의 장으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실례를 다룬다. 내용 전개는 설악포럼의 취지를 살려 2년전과 될 수 있는대로 연속성을 유지하려고 하였고, 포럼 취지대로 사역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용 중심으로 엮었다.  

제 1 부 선교 리더십의 핵심인 요소들

위에서 말한 네 가지 요소를 이 부분에서 다룬다. 첫째, 리더/선교사: 21세기 요구되는 리더십과 리더상. 둘째, 상황(context): 세계. 여기에선 주로 “세계화” “글로벌” 혹은 “국제화”의 의미, 셋째, 전략: 사역과 관련된 내용. 마지막으로 관계: 국내외적인 관계적 요소들. 

1. 리더/선교사: 21세기에 요구되는 리더십과 리더상 

리더십은 “지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면서도 가장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그 다양성도 단연 챔피언 감이라, 최근 자료에서는 “리더십 정의가 무려 85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도 리더십에서 빈번히 대두되는 중요한 단어가 영향력이다. 느헤미야 책을 리더십으로 해석한 오스왈드 샌더스가 상당히 오래 전에 이미 이 점을 강조하였다.  로버트 클린톤도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리더십을 정의했다. 죤 맥스웰은 아예 “지도자가 지도를 할 때 …전적으로 영향력에서 나온다”고 힘주었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영향력은 긍정 부정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음을 우린 알아야 한다. 더구나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정의한 로버트 클린톤의 말은 너무 협소하여 차라리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하였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영향력 중심의 리더십에서 조지 바나는 리더십에 “하나님의 소명, 그리스도의 성품, 기능적 능력”의 세 가지를 언급하였다.  한층 세련되어 보이지만, 기독인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리차드 세솜은 여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현대 고통과 고난을 받고 있는 교회를 위한 리더십을 예수 그리스도의 모델에서 찾아 다음과 같은 요소를 제시하였다.  첫째, 초월적 목적. 둘째, 십자가의 목표. 셋째, 성취보단 정체성 인식. 넷째, 섬김. 조지 바나와 리차드 세솜의 정의는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즉 “하나님의 소명”과 “초월적 목적”은 매일의 삶이 하나님 아버지의 뜻과 목적을 성취시키는 존재로 사는 신적 부르심과 흡사하다. “그리스도의 성품”과 “십자가의 목표”도 또한 부와 명예와 권력 보단 기꺼이 십자가를 지는 낮아짐과 겸손과 성육신적인 모습을 연상시킨다. 마지막으로 “기능적 능력”은 단순히 일의 성취가 아니라,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기뻐하며 만족하며 사는 진정한 섬기는 종의 신분을 의미할 수 있겠다. 이에 하나님 앞에서의 부르심에 충실한 정체성 인식과 섬김은 능력과 기능을 강조한 현대적 리더십의 정의를 휠씬 발전시켰다. 

리더십이 이렇게 다양해 질 수 있는 주된 원인은 리더십이 행사할 세상이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삶의 한 부분이라, 사람들은 그 변화에 끌려가든지 그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변화를 주도하는 행동하는 리더를 강조하여 “리더십을 공연예술 (비전가, 경영가)이 아니라, 참여예술 (지휘자, 안무가, 감독)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왜냐하면 변화에 대한 비전과 좌표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그 비전을 들고 실천하는 자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린 이런 변화하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진정한 현대 리더상은 어떤 것일까? 앞서 말한 대로 우린 성육신적 높은 도덕적 가치를 견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높은 도덕적 가치는 세상에 대한 소명의식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확신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이 임기응변에 능하고 현장적 통찰과 감(感)이 발달했어도 리더는 조직이나 시스템의 중요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 또 리더는 그 조직이나 시스템에서 군림자가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진정으로 섬기는 종의 모습을 요구 받는다. 섬기는 종의 모습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선 앞서 언급한 기능적인 능력이 겸비되어야 한다. 기능적 능력은 추상적인 개념이나 이론이 아니라, 현장에서의 누적된 전문 지식, 기술, 가르치는 능력, 신실성으로 무장된 능력이다. 현대 상황은 또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워 리더 자신만이 돌파할 수 있는 예측성과 용기와 창의성도 요구 받고 있다. 게다가 갈수록 21세기는 국제화 시대로 인하여 미래의 리더가 속한 시스템은 다양한 문화와 민족들로 구성된다. 이런 다민족 다국적 상황을 유효적절하게 다루기를 항상 요구 받는다. 물론 이런 모든 조건을 구비한 사람을 찾기는 사실 거의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리더는 이런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나아가는 자이다. 

2. 상황(context): 세계

내가 선교사로 한국을 떠나기 전인 1986년 말 경에는 “세계화” 혹은 “글로벌”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우리 일상 생활을 점거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독교 국가 (Christendom)”라는 개념이 약해지면서 “세계적 기독교(world Christianity)” 혹은 “글로벌 기독교 (global Christianity)”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세계적 기독교”를 서구 식민지 시대의 연장선 상에서, “글로벌 기독교”를 20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교류된 문화적 다양성의 의미로 사용되길 바라는 사람도 있다.  사실 “국제(international)” 라는 말의 국어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나라 사이”라는 관계적인 용어이다. 일반인에게 타국과의 상호 관계에서 “국제적” “세계적” “글로벌” 중 어떤 말을 써도 의미상의 큰 차이가 없다. “글로벌” “세계화” “국제”라는 말들이 우리 한국에서 일상 생활 가운데 폭발적으로 사용하게 된 계기는 국제적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는88올림픽 전후라고 보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지나간 200년 가까이 이 “국제”에서 일어난 선교 행위 (doing mission)는 선교 제공국 (mission provider)과 선교 수혜국(mission recipients)으로 구분되었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태평양 등 개발이 덜 된 나라를 향해 서구는 힘의 논리 위에서 조금 더 발달된 문명의 성공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나 서구 기독교의 쇠퇴와 함께 기독교의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 영향력도 함께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기독교 전유물처럼 보였던 문명과 성공의 상징의 거대 담론 이야기는 이제 적어도 유럽에서는 변방의 소수 종교로 생존 경쟁도 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유약한 종교로 전락했다.  외적으론 현재 세계 인구64억 중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33.1%인 21.35억으로 나와 있지만, 선교를 하는 기독교인은 6.88억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약간 웃돌게 나와고 유럽에선 그 보단 훨씬 아래로 점점 추락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세대 동안 개발도상국에서의 기독교의 힘찬 약진은 우리의 꿈과 소망을 다른 시각으로 갖게 한다. 비록 열악한 경제적 여력, 교육 수준, 지역 교회의 약함 때문에 원하는 대로 지리적 환경을 뛰어넘진 못해도 자신들의 영역에서 열심히 선교하고 부흥시켰다.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태평양에 있는 수많은 민족들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자부하면서 사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러한 세계적 기독교가 된 것에는 서구 선교사들이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꾸준히 애를 쓰며 뿌린 씨의 결과이기도 하다.  비서구 국가에서의 이러한 양적인 성장과 발전에는 인구 증가와 정규 교육 과정의 확산과 발전의 영향이 큰 몫을 했다.  

이런 비 서구에서의 기독교의 발전과 약진으로 기독교는 점점 세계화의 현장 속에 들어가고 있기에 종전의 선교 제공국(provider)과 수혜국(receiver)이라는 도식이 “모든 지역에서 모든 지역”(from everywhere to everywhere)으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즉 전 방위적 선교가 부각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기에 선교에서 “글로벌” 혹은 “국제화”라는 말은 우선적으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 되야 한다. 그 위에 기술 문명의 발달과, 도시화의 확산, 자연재해, 정치 경제 사회적 이유로 야기된 이주와 변화, 거미줄처럼 엉켜 사는 네트워크로 복잡성과 다양성이 특성을 이룬다. 그래서 “세계화된 기독교”는 “모든 족속과 언어와 문화 속에서 (용해된) 모든 종류의 기독교”이고,  서로 간에 개방적이고, 융통적이며, 유동적이며, 능동적이고, 기능적이며, 통합적인 특성을 견지한다. 한 지역에서의 기독교의 형태가 어느 순간 그 지역을 뛰어넘어 서로 간에 영향을 주고는 또 다시 돌아와 역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글로벌” 혹은 “국제화”는 “세계성”과 “지역성”의 긴밀한 상호 교호 작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론 대립과 긴장은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대립이니 공존이니 하는 말도 강자와 약자, 다수와 소수, 힘있는 자와 없는 자, 개발국과 개발도상국, 서구와 비서구 라는 이분법적인 전제를 설정하고 논의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정한 “글로벌”이라는 말은 “세계화의 기준이 누구인가?”라는 질문 보단,  어떻게 서로 상호성의 네트워크 속에서 움직이냐에 더 강조를 둔다. 

또 “세계화” 혹은 “글로벌화”이라는 말은 현상학적인 설명을 하기 위해 추상적이고 개념적으로 정의한 용어라서 “지역성”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란 미국화라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하고, 미국화가 마음에 안 들면 프랑스화라든지 일본화라든지 아니면 중국화라고 말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세계화” 라고 생각되는 것들의 “보편적 특성을 알아내어 역으로 그것을 한국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 세계화라고 역설했다.  그렇지만 그 “보편적 특성”이 쉽게 발견되거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구를 포함한 다양한 국가와 인종과 족속의 문화 인류학적인 성찰 과정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3. 전략: 사역/전문화 

전략적 요소는 사역(현장)과 관련된 제반 목표, 정책, 방향, 관리 등 주로 전문적 기술과 방법들이다. 그래서 사역의 전략을 짤 때 우린 이와 같은 질문을 한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어디로 갈 것인가?’ ‘왜 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현재 가능성과 역량은 어떤 것인가?’ 이것을 하기 위해선 리더 자신의 개인적 성숙과 전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일의 수행 능력, 그리고 예측 불허의 변모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적응성, 융통성, 창의성도 함께 연관되어 있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다양한 전략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내가 속한 국제 위클리프 성경 번역 선교회가 비전 2025를 내세워 성경 번역과 사용에 타 선교단체, 교회, 지역민 할 것 없이 총 연합과 개방과 공동 전략을 모색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사역 현장에선 이러한 선한 의도와 공동의 전략이 보안이나 방향성으로 인해 제약을 받아 왔다. 더구나 국제적인 일관성이라는 문제에 걸려 NGO 성격의 언어학과 선교적 비전인 성경 번역과 사용은 종종 갈등과 어려움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B 지역에서 각 지역이 바라는 영향력에 따라 NGO 성격의 SIL과 선교 성격의 위클리프 일을 재구성하는 전략을 내 놓았다. 세가지 영역의 접근방법으로 “언어 개발 운동, 선교 파트너십 운동, 선교 동력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언어학적인 영역, 다중언어교육, 언어 자료화, 언어 사용 격려 영역 속에서 SIL의 진정한 역할은 상황에 따라 훈련, 자료제공, 지역 사회 조직들에 도움을 주는 멘토와 촉매자의 기능들이 제시될 것이다. 또 다양한 전략으로 성경번역, 연대기적 성경 이야기, 활자와 비활자 미디어를 통한 성경 사용 및 확산, 경배 음악, 심지어 수화번역에 이르기 까지 전략적인 방향은 실로 엄청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 위에 지역교회와의 연합으로 선교각성 훈련, 정보제공, 선교단체, 신자, 신학교, 교단, 평신도 조직 등 거의 모든 단체와의 협력 등이 일종의 전략적 사고들이다. 리더십에서 전략은 리더들의 은사와 역할과 기능 따라 선택되고, 개발되고, 확장되고, 포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더 21세기의 전략들은 무척이나 개방적이고 거시적이고 창의적이며 종종 우리가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에 리더들이 충분히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4. 관계: 대내외적인 네트워크 

앞서 제시한 도표에서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상호성의 네트워크이다. 이 관계적 요소는 결국 상황, 사역, 리더 모두와도 관련된 요소들이다. 국제 정세 파악을 위한 상황에 대한 바른 이해, 특히 상호 의존 양상 파악과 진행 방향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 시간과 의지가 필요한 광범위한 파트너십 구축도 여기에 해당된다. 국제적 파트너십은 항상 이질적인 사람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갈수록 국제적 협력과 파트너십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각 단체들이 가지고 있는 선교적 목적과 기술과 능력만 가지곤 복잡하고 다양한 현 상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단체들은 전체적 관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과감하게 협력하는 노력과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다양한 협력에는 의사소통적 갈등과 아픔도 수반하지만, 이것은 공동의 목표가 뚜렷하고 분명한 협력관계의 선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하면 해소할 수 있다. 

한국 선교사들, 특히 국제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선교사들 대부분이 동양과 서양의 사고 구조의 차이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세계관의 차이는 영원히 극복될 수 없는 요소이다. 그래서 이러한 세계관적 차이로 인한 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마도 “자기 절제 (self-restraints)”와 “섬김(servanthood)” 일 것이다.  각 단체들간의 양보와 절제, 그리고 섬김의 정신이 없으면 우린 끊임없이 내가 좋은 파이를 더 차지하려는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우린 다음과 같은 질문에 신실하게 답하면서 하나씩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 ‘다국적 문화 환경 속에서 어떤 영적인 생동감을 유지할 수 있는가?’ ‘리더의 선택, 수용, 훈련에 다국적 환경에서 온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을 갖고 있는가?’ ‘선교단체장들의 행동과 결정들이 사역 현장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가?’  ‘조직 운영과 관계에서 초월적 신앙으로 세속적 시스템의 부작용을 인내하며 수정할 섬기는 정신이 있는가?’ ‘언어 문화적 차이로 인한 취약점을 가진 아시아 인들이 어떻게 균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선교와 리더십과 관련된 네 가지 요소들을 개략적으로 정리하여 보았다. 그러면 이 네 가지 요소들과 관련 한국선교에서 어떤 점들을 더욱 살려야 국제 지도력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래에 그 점을 다루기로 한다. 

제 2 부 한국 선교의 지도력 개발을 위한 제안들

한국에는 NATO(No Action Talk Only)가 무성하다고 꼬집는다.  회의는 좋아하고 행동은 적으며, 말에 대한 책임을 질줄 모른다는 뼈있는 말이다. 리더십 개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과 경험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서 리더십 개발에 “인지적 유입(cognitive input), 영적 성찰(spiritual reflection), 실제 경험(practical experience)”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겸손히 배우고 성찰하는 영적인 실천가가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이 개발인 것이다. 이런 성찰하는 영적인 실천가를 위해 다음과 같이 한국 선교에 더욱 개발되어야 할 점들을 일곱 가지로 열거해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제안에는 다음과 같은 제약을 가지고 있음을 밝혀둔다. 첫째, 지난 21년 동안 GBT, 국제SIL/WBT에서 번역 선교사와 성경번역 자문위원, 그리고 행정 책임자로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둘째, 실제 경험 속에서 나온 것이라 주관적 성격을 피할 수 없다. 셋째, 내용이 한국 선교사로서 한국적 배경을 전제로 하고 있다.    

리더 발굴에서 개발 수렴까지의 적극적인 지원 행정 체계 구축: 이것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한국 선교사들의 개인이 성품과 사역과 삶과 은사에 관한 구체적인 인적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 사실 선교 단체장들이 우선적으로 할 일은 현장에서 일어난 능력, 자질, 경험, 전문화, 상황 모든 것들을 될 수 있는 대로 정확하게 알아 이것을 데이터로 구축해야 한다. 물론 잘못되고 오도된 정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가면 다 드러나게 마련이다. 특히 8년 이상 된 사역자 45.8%인 현 상황에서 선교 현장에서 모범이 될 만한 선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서 키우도록 관계적이고 제도적인 격려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현장 선교사가 한국에 들어와도 그들을 잘 이끌어 주는 인적 인프라와 장치들이 별로 없다. 단체장들은 현장에서 돌아 온 선교사들에게서 선교 보고를 듣는데 왜 듣는지 잘 모르겠다. 선교편지와 기타 오고 가는 소식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들어야 할 것은 그 선교사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보내야 할지를 인도해야 하는데 이것을 할 역량이 있는지 종종 의문이 든다. 세계 흐름에 대한 정보 제공과, 훈련과 도전, 다원화된 사회와 복잡성에 대해 특히 향후 성장과 성숙을 위해 재교육을 시킬 수 있는 곳은 한국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시킬 자도 많지 않다. 필드 사역자들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향후 발전과 계획을 서로 진지하게 짜는 그런 풍토부터 만들도록 단체장들은 공부하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   

최근 통계에 선교 단체장들이 대답한 한국 선교의 강점은 “풍부한 선교 인력 75%”인데 가장 두드러진 약점 또한 “전문 선교 인력 24.3% 선교 노하우 부족 25.2%”라고 대답했다.  한국 선교사들은 대졸이 65.7%이나 되고, 석 박사 소지자는 무려 30.1%나 되어, 사실상 95.8%가 전문 인력(?)이다. 게다가 8년 이상 사역 경험이 있는 선교사는 45.8%가 되고 4년 이상 8년 미만의 선교사도 25.2%를 차지한다. 선교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한국 선교는 항상 전문인력과 전문성에 관해 논의 안된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전문 인력을 위해 우린 우리가 얼마나 행동했는지에 대한 자료도 없고 케이스 스터디를 잘 들어보지 못했다. 

조직의 시스템과 역학관계를 이해하고 다양하게 실습할 수 있는 장(場) 마련: 내가 속한 국제 위클리프와 SIL은 조직의 특성이 매우 다르다. 국제 위클리프는 파송 단체인 만큼 사람 중심의 관계적인 사역을 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있고, 할 수만 있으면 전 세계의 지도자들을 끌어 안으려고 노력한다. 그 결과 언제든지 협력하고 국제적 리더십에 유입되는 가능성은 더 많이 더 포괄적으로 열려있다. 그러나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국제 SIL은 문제가 다르다. 국제 SIL은 사역 현장의 사회 정치적인 다양한 이유와 학술 관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실력과 실적과 성과가 앞선다. 그러기에 복잡한 국제 정세 때문에 한국인들이 그들의 리더십에 들어가 활동하기엔 축적된 힘과 역량과 사회 정치적 내공이 부족하다. 9.11 사태 이후로 아시아 사역 현장을 부득불 떠난 서구 선교사들이 자국에서 머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캐나다 SIL, 미국 SIL등에 가보면 가용할 인적 자원이 이외로 많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들은 전략적이고 가르치고 계획을 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활용할 장도 매우 많다. 더구나 영어를 국제어로 사용하는 학문 세계에서 국제 SIL이 꼭 필요하지 않는다면 한국인을 교수나 리더로 훈련시킬 상황적 이유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간혹 필드에서 인정받고, 상황적 필요에 잘 맞아 떨어지면 국제적 리더십 반열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키워주진 않는다. 물론 바쁜 조직에서 누가 키워주겠는가 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지만 키워줄 제도적 장치가 있어도 절박성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훌륭한 리더들은 반드시 시간과 훈련과 실습할 장(場)이 필요하고, 그곳에서 연습하며 갈고 닦아야 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이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 장(場)은 또한 선교 동원 현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선교를 한지 한 세대가 흘러가고 있다. ‘선교한국’과 같은 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동원과 홍보에 급진적 발전을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제는 ‘너도 나도 동원가 (mobilizer)’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져 그 효율성과 질의 문제를 걱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동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정말 모자란다. 문제는 ‘누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동원해야 사역자 자신도 살고 현장의 영성을 한국 교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동원에는 일반 대중을 홍보하고 동원하는 횡적인 다양성도 있지만, 철저히 전문성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 하는 종적인 다양성도 있다.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과 헌신과 열정이 부족한 사람이 동원을 하면 동원의 천박성과 빈약성이 금방 노출되어 쉽게 아마추어리즘에 빠지고 그 여파는 금방 드러난다.  국제화된 상황은 정보 홍수 속에 사는 곳이다. 어지간한 정보는 인터넷 뒤지면 거의 다 나온다. 또 일반적 지식은 쉽게 전달되고 쉽게 식는다. 그런데 풍부 속에 빈곤처럼 정말 필요한 정보는 항상 부족하다. 교회는 예나 지금이나 선교사들이 가진 전문성과 현장에서 체질화된 삶의 이야기가 있을 때 그만큼 영향력도 커진다.  

금년 2월에 성서 공회가 초청하여2년 마다 열리는 번역자 양성 워크숍에서 논문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성서학자들과 국제 성서 공회의 번역 자문위원과 함께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세미나에 참석한 자들의 번역과 성경 원어에 대한 지식은 상당히 수준급이라 이들을 유사한 전문성을 갖지 못하면 이들과의 깊은 교류는 하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는 성경 번역 사역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 선교도 갈수록 전문성을 요구한다. 하나님께서 전문 선교단체를 허용하신 것은 아무래도 교회에 그 만큼 기여할 일이 있어서겠다. 교회의 수준이 선교단체의 전문성을 따라오기 벅차다고 포기하고 계속 대중성을 지향해서는 안될 일이다. 선교사들과 선교단체들이 어떻게 이끄냐에 따라 교회의 수준과 동역도 늘어갈 것이다. 

“국제”라는 말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기여할 부분을 구체화시킴: 선교 운동을 지배하고 있는 로잔이나, 세계 복음주의 연맹, WCC, 혹은 국제적 선교 단체나 기관의 리더십에 들어가 영향력을 끼치고, 정책과 방향이 우리가 원하는 가는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구나, 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남미 등 개발 도상국이나 현지인 모두가 국제적인 관계인데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어떤 영역에서, 어디까지, 언제, 누구와, 어떻게 하는 전략적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런 것들을 구체화 시키는 과정 속에서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더욱 분명해지고, 중복투자 같은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한 상태에서 매진할 수 있다. “국제 기관들의 성경 포럼” (Forum of Bible Agencies International)이 관계 이해에 좋은 예 중의 하나이다. 이 포럼은 성경 말씀 사용과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국제 단체들 간의 전략적 협의체이다.  이러한 전략적 협력은 재미있게도 자칫 경쟁하기 쉬운 비슷한 사역들을 전문으로 하는 단체들이다. 모이는 이유는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와 경쟁을 피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전방위 선교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조금 더 지역성이 가미된 협력으론, SIL (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과 국제 성서 공회 (United Bible Society)의 협력도 있다. 2005년부터 외몽고 성경번역 개정 워크숍을 위해 UBS에서 세 사람의 번역 자문위원들과 SIL에서 파견된 나는 동 프로젝트를 위해 모두들 시간에 쫓겨 가면서도 봉사한다. 보다 더 효율적인 사역을 위해서이다. 물론 이러한 협력 관계는 위험 부담을 가지고 있다. 예기치 않는 복잡한 상황과 조직적인 문제도 돌출한다. 심지어 이권과 명예와 관련되어 원래의 협력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세와 각오와 결의와 헌신이야 말로 21세기에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 높은 가치관의 실천이 아니겠는가? 국제적인 것이 무슨 큰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한국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협력하고 기여하는 효율성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선교 현장(지역성)에 있는 좋은 모델들의 사역과 전략과 방법에 대한 정리, 분석 및 교류: 한국 선교는 과반수 정도인 47.3%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거대한 아시아가 한국과 지정학적인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그리 놀라운 것은 못 된다. 그런데 사역의 종류와 특성을 보면 대부분 교회 개척39.1%, 제자훈련 21.5%에 집중하고, 심지어 72.9% 정도가 직접적인 복음 전도 사역에 관련 짓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많은 선교사들이 현지인 대상으로 하는 제자훈련에 많은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한국 선교의 전문화 영역은 대부분 ‘교회 개척, 전도, 제자화 훈련’ 처럼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사역에 정말 선교의 본이 되는 ‘교회개척, 전도, 제자화’에 집중 투자하고, 연구하고, 전략을 국제적으로 소개해야겠다. 

이것을 위해 선교단체에서 집중적으로 현장 조사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정리하여 현지 교회 지도자들과 협력하도록 하고, 이것을 국제화(?)시켜야 국제화된다. 더구나 한국 선교사들은 용기와 열정, 모험과 도전, 헌신과 고난을 감수하는 개척 선교도 29.6%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문상철 원장은 “교회 개척과 현지인 중심의 선교에 집중하여…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자생적인 교회를 염두에 둘 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선교사와 현지지도자와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제자훈련 시키고, 지역 교회를 어떤 식으로 개척하고 발전시키고, 이양시키는 것에 관한 전략은 사실상 잘 안 알려져 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각 단체장들은 이들의 사역을 더욱 알리고 하나님이 사용하신 것을 많은 민족과 족속과 방언들과 공유하여 주를 찬송케 해야 한다.  

다국적 환경에서의 건강하고 효율적인 리더십에 관한 내용 훈련: 국제 SIL과 국제 WBT는 2004년 국제 총제인 죤워터스의 제안으로 “건강하고 효율적인 다국적 팀 구성”을 위한 전략적 특별 팀을 구성하여 연구 보고하도록 하였다. 미국, 중국,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2년 6개월 동안 일년에 두 차례 만나 회의를 한 결과를 국제 리더십 팀에 백서로 제출하였다. 최종적인 보고서 작성에는 주류를 이룬 미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예민함, 그리고 다양성 때문에 아시아인들의 목소리가 많이 순화된(?) 내용들로 수정되었다. 회의 자체는 서구인 성토대회에서 아시아인 자성까지 다국적 상황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이루 셀 수 없는 내용들이 오고 갔다. 그 중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대두된 것이 바로 고질적인 리더십 문제, 조직상(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영성의 문제였다. 리더십과 조직상의 문제는 지극히 서구식 분석적 사고와 관련되어 있는데 영성과 섬김은 아무래도 동양식 총체적 접근이 요구된 이상한(?) 결론처럼 되었어도 결국 사람(리더)의 심성에 좌우되는 것을 재확인하였다. 어떻게 이 둘의 협력과 조화가 이루어질지도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린 다국적 상황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 서구와 한국이라는 등식이 아니라, 다양화 다국적화 다원화 다민족 사회에서의 한국이다. 이들의 상관 관계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그들에게 진정 한국인이 누구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리더십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리더십은 세미나나 훈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다민족으로 구성된 사역 현장 아픔을 겪으면서 발전된다.   

서구에서 제시하는 훈련의 획일적 답습보단 우리 체질에 맞는 창의적 훈련 개발: 각각의 선교 훈련 단체들은 자신들 만이 갖는 목적과 의도가 분명할 것이다. 훈련에 관한 한 역사가 짧은 우리들은 우리가 처한 다양한 환경과 배경을 감안하여 더 많은 융통성과 더 많은 창의성과 양보와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GBT 선교사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GMTC 훈련을 받고 나가도록 권장한다. 현재까지 GMTC만큼 공동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영성과 유익을 다른 데서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훈련을 마치고 아릴락과 같은 SIL수준의 단체에서 훈련을 받을 때의 부득불 생기는 중복이다. 국제SIL은 전문성 때문에 과목당 이수할 시간과 목표들이 분명하다. 그래서 GMTC가 다른 여러 선교사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좋은 교과과목, 예를 들면 “문화인류학” “언어 문화 습득론” “사역 계획과 기획” 등은 불행하게도 GBT 멤버들은 SIL관련 훈련 기관에서 다시 이수해야 한다. 물론 반복학습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필드로 나가기 전에 받는 연이은 반복 학습보단 사역 현장에서 돌아와 반복 교육을 받는 것이 사실상 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문제는 두 단체의 목적과 추구하려는 방향이 달라서 생긴 자연스런 문제들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린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통합적이고, 연속적이며, 효율적인 커리큘럼을 만들어 서로 유익하게 해야 한다. 서구 선교단체에서 요구하는 많은 훈련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서구인들의 필요성을 우선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물론 현지인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훈련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을 우리 한국인에게 접목시킨다는 것은 모든 정황을 미루어보아서 잘 맞지 않는다. 

국제적 단체들의 리더십 행위를 본받기 보단 우리 실정에 맞게 과감하게 수정하고 재 조정할 수 있는 창의성과 용기가 필요: 내가 속한 국제 단체에 갖는 불만 중의 하나는 모임이 너무 잦다. 새로운 리더가 바뀌면 당연히 더 많아진다. 내가 사역한 파푸아뉴기니에서 3년마다 새로운 디렉터가 뽑히게 되면 그 디렉터는 모임 쫓아다니느라 1년 중 상당한 기간 (심한 경우는 40% 이상)을 다른 사람이 대행한 기억이 생생하다. 금년 9월에 온 동료 선교사에게도 다시 알아보니 역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하라고 뽑아줬는데 훈련과 정보 교환, 그리고 전략회의라는 미명 하에 전세계(?)를 누비고 다닌다. 이들의 여행 경비는 일종의 세금으로 동료 선교사들의 헌금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국제 컨퍼런스를 할 때는 ‘누가 가야 하는지’ 에 상당히 민감하다. 꼭 필요한 사람이 가야 하겠기에 민감도 하겠지만, 가는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우스개 소리도 있다. ‘국제 리더가 되고 싶은가?’ ‘리더로 뽑혀라!’ 그리고 ‘전 세계를 다녀라.’ 현재의 젊은이들이 이것이 마치 좋은 모범인양 본받으려고 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하다. 한술 더 뜨는 것은 바로 그 “국제화” 미명 하에, 현장 경험도 부족하고 사역에 좋은 열매를 맺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리더십 반열에 들어서게 한다. 정보적 흐름과 동향 파악은 모이지 않아도 정보 공유를 통해 스스로 준비하면 된다. 좋은 책과 논문, 발달된 이메일과 인터넷 전화로 얼마든지 교신하면서 교육시킬 수도 있다. 세상은 더욱 조직화되고,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할 수 만 있다면 경비도 줄이고, 구조도 조정한다. 그런데 국제 선교단체들의 스타일은 아무래도 군살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우린 우리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 서구 단체들이 하는 만큼 우린 재정도 넉넉치 못하고 그런 스타일을 본 받을 필요는 없다. 우린 현장에서 잔뼈가 굵도록 회의를 될 수 있는 대로 줄여야 한다.

제 3 부 국제 리더십을 위한 시도: 아릴락의 예

내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2005년 7월부터 포항 한동대에서 사역하고 있다. 첫째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들 형편에 맞는 언어 관련 사역자들을 훈련시키기 위함이고, 둘째는 한국의 GBT 선임 선교사와 개발 도상국에 있는 언어 관련 사역자들을 국제 수준의 교수로 양성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후자인 지도자 양성은 2003-2005년 동안 마닐라에서 SIL 교수로 있을 때 그 중요성을 절감한 내용이다. 바로 그 중요성 때문에 초등과 중등, 고등을 막 졸업한 자녀들의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생을 사서(?)하는 한국 행을 결정하였다. 이것을 위해 “(사)아시아 언어 문화 연구소(ARILAC: Asia Research Institute of Language and Culture, 이하 아릴락)”를 2005년 12월에 세웠고, 학술 협력 기관으론 국제 SIL과 협력하여 한동대의 통역 번역 대학원에 “응용언어 번역학과”를 신설하고 정착시키면서 일을 해오고 있다. 

으레 그렇듯이 새로운 일은 만든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다. 국제 기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국형 커리큘럼 개발을 위해 지역교회-한동대-국제SIL-GBT 협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갈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아릴락은 잘 성장하고 있다. 지금도 모든 면에서 부족한 면이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2년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SIL과 아시아 지역 언어관련 훈련 프로그램 책임자들 사이에 (미국, 인도, 태국, 필리핀) 서서히 각인시키고 매우 큰 격려를 받고 있는 것 자체는 큰 도약이요 은혜이기도 하다.  아래 내용은 앞서 열거한 내용이 어떻게 현장에서 실현되고 있는가를 공유하기 위해 적어 본 것이다. 

1. 상황: 아릴락 태동에 기인한 상황적 요인과 동인들  

선교지 상황 및 전략 변화: 아릴락을 제안했을 당시 국제 SIL에서 아시아 지역을 제외하곤, 아프리카와 남태평양 모두에서 사역자가 9.11 사태 이후로 급격히 감소하는 현상이 가속화 되었다. 게다가 선교지는 과거에 만들었던 NGO 중심의 언어학 과정에서 선교의 활성화로 바뀐 지역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있는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에 있는 기존의SIL 훈련 프로그램이 철저히 NGO 철학을 바탕으로 한 언어학 중심은 선교 정신으로 들어오는 아시아인들과의 긴밀한 협력에 갈등과 한계들을 야기시켜 왔다. 게다가 영어의 벽에 늘 주눅 들어 왔던 한국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필요성과 한국 번역 선교사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여러 지역에서 제기 되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이러한 생각들은 번역 현장에서 오랫동안 종사해 온 선임 선교사들이 각각 다른 상황 속에서 겪었던 것들을 나누면서 천편일률적으로 요구해온 국제 SIL의 언어학 중심의 훈련에 대한 재고 때문이었다.

비전 2025를 통해 보다 다양한 선교 단체와의 협력 모색으로 서양 선교 단체들과 기관들은 적극적인 협력과 추진들을 해오고 있었다. 각 선교 단체들이 독자적으로 성경 번역, 문맹퇴치, 기타 언어 관련 사역을 추진하고 있었고, CCC, 국제 OM, 남침례 교회, 루터 선교회 등 할 수만 있다면 국제 SIL과 WBT가 손을 잡고 협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정말 GBT는 이러한 전략적인 방향에 수동적으로 이끌려 가도 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은 계속 이어졌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훈련 프로그램들: 국제 SIL도 현지 상황에 따라 그 동안 많이 변해 왔다. GBT는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국제 SIL 훈련 받고 후에 자국에서 사역하지 못하고 선교지로 나가야 한다. 이것은 미국이나 기타 서양 나라의 상황과 비슷하다. GBT가 지난 20년 동안 이런 과정을 겪고 있을 때, 태국에선 Payap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이 비자 때문에 생성되었고, 인도에선 IICCC (현재는 Word for all) 기관이 현지인 사역자 훈련으로 더욱 발전하였고, 필리핀에선 현지 번역자 양성을 위해TAP (Translation Association in Philippines) 멤버들을 위해 석사과정의ALP (Applied Linguistic Program)로 만들고, 인도네시아에선 자국민 대상으로 역시 Katidaya 등등 나날이 새로운 전략으로 대처해 오고 있었다. 아릴락 준비 당시 갈 곳이 제약된 GBT 한국 선교사들은 필리핀 ALP에 가서 언어학 훈련을 받아 왔다. 자연히 한국 선교사들은 영어가 미숙하다는 미명하에 한국인의 정서와 교육 여건이 무시된 채 필리핀 현지인 번역자들과 같은 동일 선상에서 모든 행정과 관리가 이루어졌다. 자연히 이런 교육 환경과 여건에 한국 선교사들의 불만과 불평과 논쟁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게다가 GBT 선교사들이 공부 하고 받는 학위가 신학대학원의 학위로 인해 창의적 접근 지역에서의 유용성 문제도 거론되었다.  

전문성의 변화와 부족한 훈련자들: 급변하는 상황 변화와 개도국에서의 선교 확대와 발전으로 사역에 점점 더 전문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지역에선 전통적인 번역자 (Translators)들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갈수록 단순한 번역자가 아니라 전문적으로 훈련시킬 학식과 능력을 겸비한 훈련자 (Trainers)들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어 가고 있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선교 단체, 현장 지역교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의 교류와 협력에서 소극적인 자세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전략과 방법에 대해 연구 필요하게 되었다. 선교단체 중심의 국제 위클리프에선 이러한 리더십과 전문성에 관해 오래 전부터 비 서구 사역 지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일하길 요청해 왔었다. 국제 SIL에선 항상 가르칠 교수 요원의 부족으로 매 전략회의 때마다 의제로 나왔다. 그러나 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면서도 잠재력있고 능력있는 GBT 선교사들을 학적으로 훈련시킬 계획을 고려하고 있지 않거나 인적 사항조차 아시아 SIL 지도자들은 몰랐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전략과 대책이 필요했다. 

2. 리더 발굴: 교수 요원 상황 파악과 훈련 계획

위에서 열거한 상황적 요소들에 부합되는 것 중에서 한국인에 맞는 국제 수준의 SIL 훈련과 우수한 한국 GBT 선교사들을 국제 수준의 인재로 키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래서 모든 전략을 이 둘에 초점을 맞추고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겼다.   

잠재력 있는 자원 평가: 아릴락과 같은 훈련 프로그램 운영에 가장 우선 순위는 무엇보다 더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느냐에 대한 평가였다. 우선 GBT 멤버 캐어 책임자의 협력으로 리더 훈련 가능자에 대한 정보 파일을 분석하였다.  활용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고, 미흡하였다. 2004년 현장 조사 때 GBT 멤버들 중에 박사학위 소지자가 9명이 되었고, 석사 학위 소지자 (주로 언어학과 선교학)는 약 25명 이상이 되어 그 당시 전체 멤버의 거의 25%를 차지하고 있었다. 외향적 기준 (학적)으로 보면 추진 할 수 있는 합격점은 된 것이다. 

은사 구분과 훈련 계획: 부족한 인재 육성을 위해 우선 2004년 12월에 있었던 GBT 총회 때 자신의 은사를 적어 낸 용지를 바탕으로(전체 GBT 선교사의 50%가 반응하였다) 각 영역 별로 구별하였다. 첫째, 아릴락이 학술 훈련임을 감안 우선 훈련 대상자를 박사학위 소지자를 우선 훈련시킨다. 둘째, MA 소지자로서 현장에서 두 텀 이상을 성실하게 사역한 사람으로 SIL과정 때나 현장에서 학적으로 어느 정도 인정받은 자를 선정한다. 셋째, 동료들에 의해 학적으로 자질이 있다고 보여지는 석사학위 소지자가 추천되면 일단 훈련 대상에 넣었다. 넷째, 그 외 안식년을 통해 가급적 한 달 정도 조교로 도우면서 잠재력을 파악하도록 했다. 다섯째, 타 선교단체 소속이라 할지라도 언어 관련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선교사에게 이러한 기회와 문호를 적극적으로 개방하여 훈련시키거나 협력한다. 

국제 수준의 탁월한 교수 초빙: 처음 시작하는 아릴락과 같은 훈련 기관에 사활이 걸린 것은 탁월한 국제 수준의 교수들이 와서 강의하는 것이었다. 이것을 위해 SIL에서 가장 권위가 있고,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교수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여 일일이 이 메일, 전화, 아니면 사람을 보내어 아릴락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시키기로 하였다. 이것을 위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세계 곳곳에서 누가 탁월한 교수들인지 찾기 시작했고, 누구를 통해 초대하는 것이 최적인지 모색하였다. 

3. 관계

GBT와의 관계: 아릴락 추진을 위해 준비한 것을 2004년 12월 GBT 총회 때 상정하였다. 그 당시 GBT 멤버가 수적으로 130명을 상회했어도 상당 수가 신임 선교사들이었다. 위에 열거한 상황적 인식과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현장 경험이 짧은지라 아릴락 비전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인지, 아니면 추구하는 목표와 모습이 자신들이 그리고 있는 것과 달라서인지는, 충분한 의사소통이 부족해서였는지는 몰라도, 아이러니칼하게도 GBT자체가 아릴락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었다. 더구나 조직상의 문제까지 들고 나와 상당히 피곤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들을 일일이 설득시키는 것이 오히려 일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여 GBT 총회에서 결정 난 이상 일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거두절미하고 지금은 이러한 문제들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다. 게다가 금년 국제 SIL 아시아 책임자가 아릴락 이사로 영입되어, SIL, GBT, 한동대, 지역교회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의 훈련기관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특히 아릴락 회원으로 자원한 GBT 선교자의 반 정도인 75명이 매월 오 천원씩 헌금하여 아릴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액 장학금으로 사용하게 하였다. 

국제 SIL 과의 관계: 아릴락 훈련기관 가능성에 관해 2003년 12월 아시아 훈련 책임자 전략회의 때 제안하였을 때 관계자 모두가 다 놀랐고 내 기억으론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갑자기 제안했다고 표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필자의 경험으론 “너희가 이것을 운영할 수 있느냐?” 라는 학문적 문화적 자부심에서 나온 것이 더 크다. 더구나 그 당시 아릴락 준비위원장이었던 나를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쳐다 보는 모습은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굽히지 않았고 계속 설명하였고, 국제 아시아 디렉터를 한동대로 세 번 초대하여 현장을 보여주며 설명하였다. 심지어 국제 SIL 학술 코디는 SIL 형태의 훈련기관 설립에 필요한 한 묶음의 준비 서류를 보내왔는데 요구 조건을 다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보였다. 그 서류를 준비하다가 너무 지쳐 이런 항의 메일도 보냈다. “너희들도 처음 시작했을 때 이런 것 다 준비 해놓고 시작했느냐?” “삼성도 처음 시작할 때 구멍가게였다”고 응수했고, 결국 그 많은 서류 미완성인체 보냈다. 대신 시작 단계서 하나님의 인도에 예민함을 역설하였고, 신뢰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인재 양성에 필요한 가장 현실적인 데이터를 보여 주며 설득했다. “GBT 멤버들이 박사학위 소지자가 9명이고, MA 소지자가 25명이 넘는다. 그리고 미국 국적의 한국인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이들이 어느 정도 자랄지 훈련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아느냐?” 또 “내가 필리핀 와서 봉사한 2년 동안 해마다 교수 요원 부족하다고 의제로 나오는데 내가 너 같으면 지난 2년 동안 아시아인 몇 명은 더 훈련시켰을 것이다”라는 말로 설득하였다. 

국제 SIL에선 박사학위를 따면 인적 자원으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건 만 어찌하여 한국인 박사가 9명이나 되는데도 제대로 활용할 생각을 안 했을까? 아무리 선교기관이라지만 어떤 부분에선 분명 “코리아 디스카운트” 가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나 또한 학적인 면에서의 한국인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상황을 부인하지 않는다. 영어가 기본인 국제적 학술 기관에서 한국인에게 영어는 결코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저들이 갖고 있는 축적된 지적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실제이며, 저들도 사람인 이상 저들의 자만심 또한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NGO 세계에서 정치 경제 등의 힘의 논리를 요구하는 세속 상황 때문에, 한국인 디스카운트를 해도 사실상 할 말은 없다. 그래도 실제적 정보를 보여주며 설득을 하였고, 국제 아시아 SIL 펀드에서 인재 훈련에 향후 3년간 매년 $12-50,000 을 GBT 선교사들의 교수 요원 훈련 경비로 쓸 수 있는 특권을 받아냈다. 게다가 이들이 훈련 받을 동안 책임감 있게 사역지에서 나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도록 국제 아시아 책임자를 통해 의사소통 했다. 사역 현장에서 일년에 1달 (혹은 그 이상) 정도를 나와서 아릴락에서 훈련 받아야 하는 것을 사역 책임자가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러나 굽히지 않고 계속 최고 책임자를 통해 이러한 훈련의 중요성을 이메일 혹은 기타 다른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강조할 것을 요청하였다. 지금은 모두가 알고 아주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한동대와의 관계: 한동대와의 협력 문제에서도 엄청나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을 겪지 않으면 안되었다. 학사 규정부터 시작하여, 시설 확충 및 준비, 부족한 기숙사 건축, 교수에게 홍보, 아릴락 내규, 도서 구비, 교수 비자와 초빙, 포항이라는 입지 조건의 불리함…. 그 동안 겪은 산더미 같은 일들과 자료들은 리더십을 키우는데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하는지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모든 아릴락 석사과정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25-45%의 장학금 설득도 만만치가 않았지만 선교사 훈련의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지금은 허락되었다. 금년부터 오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원도 여러 번의 회를 거쳐 받아내었다.  

국제 SIL, 국제 성서 공회, 대학원, 연구소와 다양한 학문적 교류: 아릴락의 장점은 탁월한 국제 수준의 교수를 SIL과 기타 연구소들을 기반으로 언제든지 모셔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여행 경비와 시간 강사료 일체를 한동대에서(이것도 학생들 등록금에서 나오지만) 지급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 국제 수준의 교수를 모셔 오려고 사방팔방으로 다녔던 생각이 난다. 홍보를 해도 처음 생긴 아릴락이라 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태동한지 2년도 안 된 지금, 한 번 왔다 간 외국 교수들 사이에는 아주 좋은 소문이 나 있다. 그래서 국제 관계에서 일하기 매우 수월해 졌다. 인력이 부족한 국제 SIL 훈련 기관들 사이에 좋은 교수 모셔가기는 경쟁이지만, 최고 수준의 교수가 아릴락에 계속 오겠다고 자청을 하는 것을 보면 큰 격려가 된다.   

지역교회와 선교회: 아릴락 태동부터 지금까지 한국에 있는 교회와 미국, 캐나다, 호주에 있는 교회들의 적극적인 협력은 참 고무적이다. 이 분들은 GBT 하면 그냥 성경 번역하는 좋은(?) 단체로만 알고 있지 사실 별 관심 없다. 이런 상황에 ‘아릴락’ 을 아무리 잘 설명해도 이해할 리 만무하다. 어느 정도 규모의 지역 교회 목사님들에겐 선교단체의 매우 중요한 일들도 그저 많은 목회 일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아릴락, GBT, 잘 모르지만, 정선교사가 하니 열심히 도와야겠지요” 라고 응수하는 것이 고작이다. 지극히 한국적(?)이고 매우 문화적이고 관계적인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인재 키우는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4. 전략: 

교수 요원 훈련 실천: 앞서 잠간 언급했지만 교수 요원을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사역 경험이 풍부하고 대체적으로 학적으로 증명된 “훈련중인 강사 (IIT, instructors in training)”, 잠재적인 IIT, 그리고 일반 조교(TA)이다. 일단 훈련중인 강사로 분류된 사람들은 국제 SIL 교수들이 아릴락에 와서 강의를 할 때 도우면서 전공분야 훈련을 받도록 했다. 과목 선택은 우선적으로 자신의 사역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흥미가 많은 과목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집중 개발하고, 그 교수보다 능가(?)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물론 IIT의 학적인 자질과 섬기는 태도와 저들의 헌신의 정도는 교수와 학생 모두가 평가한다. 학적으로 구비되어도 학생들 평가 (특히 섬기는 태도)가 좋지 않으면 지원 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들의 의무는 매년 10페이지 논문을 쓰도록 했고, 논문이 안되면 다른 번역이나 연구물로 대체하도록 했다. 물론 순종하지 않은 멤버도 있지만, 잘하는 사람은 성실히 하고 있고 연구 자료도 보내온다. 이들 IIT들은 학적인 역량과 경험에서 개인 차가 현저히 났지만 장기 계획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일단 IIT로 분류되면 이들이 필요한 여행경비, 훈련 받을 때 드는 교재비, 생활 보조비까지 지원했다. 이런 파격적(?)인 우대에 부작용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선교사는 이런 지원 없으면 여행 경비가 없어 오지 못한다. ‘잠재적 리더에 대한 예우’는 받은 만큼 섬기라는 일종의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의무를 심어주는 셈이다. 현재 어느 정도 준비된 GBT 선교사 8명이 영국, 호주, 미국, 태국, 한국 등지로 보내거나 오게 하여 이런 훈련을 다 끝내고 국제 SIL에서 인정을 받아, 아릴락에서 영어로 독자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더 숙련이 되면 자신의 사역의 여유와 역량에 따라 아시아 타 지역에 국제 수준에 걸 맞는 교수 요원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이들의 영어는 영어 원어민과 비교하면 모두들 김치 냄새 나는 영어이고 서툴다. 그러나 우린 철저히 가르치는 내용(contents)에 승부를 걸기로 했고, 더 격려하고 있다. 

우리 상황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 개발. 국제 SIL 언어학 중심의 훈련이 우리에게 사실 잘 맞지 않는다. 우선 한국 헌신자들 스스로 NGO 중심의 언어학 사역 보단, 선교에 더 강한 애착을 가진다. 한국에서 자란 대부분의 GBT 선교사들은 신대원을 졸업하는 경우가 많고, 체질적으로 어려워하는 언어학 보다 성경 원어와 번역, 성경을 가르치는 것에 보다 더 중점을 둔다. 그래서 응용언어학 번역학 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러한 집중이 얼마나 타당한지 영국, 독일, 미국 SIL 학자들과 한국인 교수들과의 토의와 경험을 통해 점검했다. 물론 창의적 접근 지역에 다중언어 교육과의 관계, 그리고 NGO로서의 언어학 모두 함께 가야 하는 문제는 항상 내재되어 있다. 우린 이것을 풀기 위해 또 노력할 것이다. 커리큘럼도 완전한 모델이 나올 때까지 계속 조금씩 실전을 바탕으로 조정되고 수정되고 있다. 아릴락 학생들은 종종 “우린 마루타” 라고 우스개 소리도 한다. 정말이지 이들은 ‘헌신된 마루타’ 들이고, 아직 완전히 세업이 되지 않아 이러한 것들을 피해(?) 외국으로 간 GBT 선교 후보생도 있다. 특히 영어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무슨 핑계 대면서 외국 SIL로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린 철저히 학문의 질과 초빙되는 교수, 또 한국에서 교육 받는 장점에 강조를 두기로 했다. 특히 문화인류학, 언어 문화 습득론, 언어계획과 기획 (Language Program and Planning) 부분은 과감하게 한국 상황으로 바꾸어 가고 있고, 이것을 국제 SIL 학술 코디와 교수, 그리고 다양한 전문가와 의사소통을 계속하고 있다. 더구나 이런 한국적 상황과 방법에 해마다 열리는 아시아 훈련 책임자 회의를 바탕으로 알리고 조율하면서 정착해 나가고 있다.  

강의 내용 소화: GBT 선교사들은 힘든 언어학 과목을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하는 어려움 때문에 SIL에서 막상 공부를 해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다. 번역 선교사의 공부는 책과의 씨름이 주를 이루어, 사실 외국에서 공부한다고 영어 실력이 뛰어나게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영어와 강의 내용을 될 수 있는 대로 소화시키기 위해 아릴락에서만 있는 개인교수시간(tutorial)을 만들어 주었다. 오전에만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한국인 조교들이 철저히 이해시키도록 했다. 물론 이해된 학생들은 남을 필요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한국인 조교들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소양과 인격과 학적인 자질을 기르도록 유도했다. 

인재 육성에 필요한 훈련 현장 제공: 내가 2003년에 마닐라에 있는 대학원에 SIL 교수로 갔을 때 서구인 보다 능력이 탁월해서 간 것이 아니다. 언어와 문화가 전혀 달라 계속되는 어려움을 겪는 바로 한국 학생들 때문에 국제 SIL이 할 수 없이(?) 찾은 대안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국제 SIL에서 한국인들을 교수로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우리들 스스로 준비해야 하고, 그런 인재들이 있다고 내어 놓아야 한다. 자세히 보면 GBT 선교사와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탁월한 숨은 인재들이 많다. 문제는 이들이 헌신하고, 성장하도록 이끌 장(場)을 잘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앞서 말했다. 아릴락을 하면서 그 장을 마음껏 만들기로 하였다. 물론 이들이 국제적인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선 국제 교수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절대적이다. 이에 대해 아릴락도 적극적으로 준비하기로 하였다. 물론 훈련 받고 있는 자 중에 머지않은 장래에 국제 수준에 못 미쳐 계속 훈련생으로 남기도 할 것이다. 혹은 탈락하거나, 타고난 죄성(?)에 이끌려 아릴락 혹은 GBT를 자신이 성장 발전하는데 이용하려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사람 나온다고 우려하는 소리도 가끔 들린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사람도 크게 만들지 못한다. 나는 사람의 동기는 어떤 제도와 법이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도와 법은 항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일단 철저히 신뢰하고 기회를 주기로 하였다. 심지어 본인과 어려움을 겪은 사람까지도 자질이 있다 싶으면 과감하게 기회를 주어 마음껏 성장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10명 훈련시켜 최악의 경우 2-3명 정도만 훌륭한 국제적 교수요원으로 성장해도 나는 그 만큼 투자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된 강사들의 활용을 위한 전략적 협력 체제: 이들 훈련된 강사들은 아시아 전 지역에서 마음껏 사역해야 국제적 리더로 클 수 있다. 이것을 위해 아시아지역 응용언어학 훈련 책임자 전략회의 때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의사소통하며 홍보하고 있다. 나는 그 동안 GBT 멤버로 21년 째 봉사하면서 GBT 의 전문성은 향후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또 그 전문성에 대한 정체성도 불확실했다. ‘성경번역?’ 이것은 우리만 하는 것 아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하고, 어느 단체든지 필요하면 할 수 있고, 또 하고 있으며, 더 많이 할 것이다. 현재도 OM, YWAM, WEC, UBF,..심지어 독자적으로 선교 사역해도 필요하면 다 한다. 더구나 성경을 번역할 언어가 계속 남아 있는다는 보장은 없다. 갈수록 도시화되어 가고, 다중언어 체계 속에서 사역의 방향도 엄청 바뀔 것이다. 이러한 변천 과정에서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문성’이라는 단어는 누가 어떻게 보고 어떤 내용이냐에 따라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한국에선 전문성을 강조한 GBT이지만 막상 국제 무대에 내놓을 그 전문적인 강사 찾기도 GBT내에서 만만치 않다. 자질이 있다 싶으면 헌신이 부족하고, 헌신이 있다 싶으면 훈련이 덜 되어 있었다. 한국의 아릴락이 지도자 전진기지로 활용하려면 한국에 스탭진들이 들어와야 하는데 거의 모든 선교사들은 자녀교육 혹은 선교비 걱정으로 한국에 와서 사역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리더십은 미래에 있을 것을 바라보고 현재 준비하는 섬김이지 않는가? 

한국적인 것을 진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가? 성경 번역 상에서 SOV (주어-목적어-동사 등의 어순) 구조를 가진 언어는 한국인이 인도 유럽 언어를 구사하는 서구인 보다 훨씬 빨리 배우고 정통하다. 현재 남아있는 사역 현장과 번역 논리, 그리고 학적인 기여 부분도 인도유럽 언어의 SVO보단 SOV가 더 많다. 감사하게도 한국인은 이러한 구조에 매우 익숙하고 이것을 감각적으로 파악도 잘 한다. 한국어와 계통이 같은 우랄알타이 언어에 집중하자는 말은 벌써 오랜 전부터 나온 이야기들이다. 이것을 어떻게 도와 우리가 서구인들과의 학적인 차별성을 더 유지할까 논의하면서 최근에 아릴락 번역 팀들을 구성하고 처음 회동을 가졌다. 연구 분야는 방대하지만 차근차근 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아시아에서 아시아인들이 방향을 이끌고 유도하는 리더십은 바로 이런 특화된 작업을 우리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해야 한다.

훈련 과정에서 뒤바뀐 입장은 한국인의 장점이 더 노출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인이 외국에 있는 국제 SIL에 가면 교수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수인 영어 원어민(?)에게 소수인 한국인들은 적응하기 바쁘고, 사실 몇몇 뛰어난 사람들을 제외하곤 다들 생존하기에도 버겁다. 이런 과정에선 자연히 서구인들에게 한국인들의 장점 보단 단점이 눈에 더 빨리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이 역으로 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외국 교수들은 한국적 상황에 우선 적응해야 하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많은 집중을 요하는 콩글리쉬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들 스스로 좀 더 성육신(?)이 되어가고 한국인들의 자질과 성품을 좀 더 자세하게 관찰한다. 그 결과 한국인들의 장점들이 더 쉽게, 더 많이, 더 빨리 관찰된다. 첫 졸업한 학생들 몇몇에게 벌써부터 탁월한 훈련을 시키라는 외국인 교수들의 반응을 보고, 이들이 아릴락에서 훈련을 받지 않고 해외에 갔더라면 그 가치는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가는 말

“선교와 국제 리더십 개발”이라는 제목으로 말이 조금 길어진 것 같다. 리더, 관계, 전략, 상황 요소들은 미래의 리더십 내용과 개발에 중요한 핵심 요소임에 틀림없다. 리더는 세상을 향해 화살을 쏘는 사람이다. 힘껏 잡아 당기도록 관계와 전략이 힘있게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관계와 전략은 그냥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 자신이 성장하면서 학문과 사역을 통해 누적시켜 놓지 않으면 결코 팽팽하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 그래서 리더십의 핵심에는 상호성의 네트워크가 자리잡고 결국 이런 네트워크를 유지시키는 것은 리더의 정체성과 또한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리더 자신이 섬기는 신실한 영적인 종으로 거듭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관계와 전략으로 세상을 향해 시위를 당기면 그 열매는 육체의 열매를 맺기도 하고, 그 영향력은 부정적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토대로 제안한 것과 아릴락의 예를 위에 적고 보니 급히 적은 흔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엄청난 시간에 쫓겨 쓴 글이기도 하다). 상호성에 관한 내용을 더 많이 넣고 싶었지만 지면관계 상 술렁술렁 건너 뛰었다. 특히 일 곱개로 축약한 제안들과 아릴락의 예는 한국인으로서 국제 상황 속에서 실천하려고 생각하고 애쓴 걸음마에 불과하다. 이런 걸음마를 하는데에도 이해 부족으로 아픔도 많았고, ‘고생을 사서 하나’라는 회의도 수없이 들어 훈련된 사람이 있는 선교지에서 왕(?)노릇하면서 편히 살려는 유혹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키워야 된다’는 명제 앞에 조그만 헌신과 순종을 했을 뿐이다. 나는 더 많은 한국 선교단체들이 더 많은 훌륭한 리더들을 더 다양한 곳에서 배출하길 간절히 바란다. 한국인들의 자질과 역량을 정말 신뢰하는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