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선교기초와 글로벌 선교의 리더십 조정자(Julie Ma) 1. 시작하면서 그동안 짧은 한국선교의 역사를 돌아보며 공헌과 문제점을 짚어 보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비록 한국 교회의 선교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한국교회의 선교의 미래는 매우 밝다. 그 몇 가지 원인을 들자면 한국 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의 열정과 헌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훈련 받은 사역자들, 새롭게 선교에 헌신하는 인원들, 늘어나는 선교하는 교회와 선교단체들, 그리고 개인에 이르기까지 선교를 위해 투자되는 재원 등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선교는 지속적인 선교 투자와 함께 글러벌 선교의 전략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를 세계교회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선교를 움직이는 큰 손이 한국 교회에서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때 가장 중요하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 근히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그러므로 이 짧은 연구에서는 한국교회가 선교의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자원을 키워내는데 어떤 기본적인 요소들을 재검토하고 어떻게 이런 인재가 나오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2. 선교의 기본들 목회자는 누구나 자기 교회가 성공적인 선교사역을 감당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지역 교회가 가장 크게 봉착하는 문제는 선교의 방법론이다. 목회자들의 마음 속을 감도는 의문은 아마 이런 것들이다. “우리는 어떻게 효과적이고도 보람있는 선교를 할 수 있을까?” “지역교회의 선교는 현장에 있는 선교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게 어떻게 이상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우리 자체 선교사를 보낼 때까지는 그냥 기다려 봐?” “그래도 선교는 해야 할거라면 만 사천명이나 된다는 선교사 중에서 누구를 우리 파트너로 삼아야 하는가?” 다른 방법이 없지는 않겠지만, 선교는 대부분 현지에 있는 선교사와 협력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통례이다. 이는 자체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 교회의 선교영역이 자체 선교사가 파송되어 있는 지역이나 사역으로 제한된다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 사천명의 선교사가 모두 우리 선교의 잠정적 파트너 선교사 후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선교사와 파트너쉽을 이루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도 효과적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렇게 잘 된 선교사의 기준을 세움으로 말미암아 선교사들의 자질이 향상되고, 분명한 선교의 소명이 없는 선교사들이 자연히 도태될 수 있도록 교회가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올 스타 선교사를 논하게 되는 것이다. 2.1 하나님의 중심의 선교 옳은 선교를 이야기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몇가지가 있다. 첫째로,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교역자라는 큰 우물에서 퍼 온 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본국의 목회사역에서 쓰여지는 기준이 대부분 선교사의 평가 기준에 적용된다는 말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선교사들이 더러 안고 있는 문제점이 한국 교회 전반에 편만해 있는 것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두번째로, 목회자와는 다르게, 선교사 중에는 영웅을 찾아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목회의 현장에서는 몇 만명의 성도를 담임하는 “성공한 목회자”들이 많고 가시적인 평가가 우선 가능하지만, 선교사의 평가는 이와는 크게 다르다. 무슨 큰 프로젝트를 했다고 해서 “큰” 선교사요, 자기 교회 하나 없이 켐퍼스에서 매일 복음을 전한다고 해서 “덜 성공스런” 선교사라고 생각해서는 잘못이다. 우리가 가까이 지내는 친구 선교사는 방글라데시에서 10여 년을 빈민들과 살며 전도를 했지만, 단 한 명의 구도자도 얻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물론 얼마후 그는 이슬람 전도에 획기적인 접근을 시도하여 나머지 6년동안 수 백명의 개종자들이 나타났고, 그에게서 훈련받은 선교사와 현지 목회자를 통해 수 백개의 교회가 생겨났다. 그는 지금도 마닐라 시내 카톨릭과 모슬렘이 섞여서 사는 뀌아포 지역에서 작은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다. 모슬렘들에게 접근하는 복음서들이 가득하고, 한쪽에서는 그리스도의 생애를 소개하는 영화가 계속 상영된다. 이제 36년의 선교사 생활을 거두려고 하지만, 그는 나의 눈에는 “올스타 선교사”의 중요한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반대로 거대한 프로젝트를 완성하여 잘 운용하고, 또 그 지역의 시장은 물론이요 정부의 실력자와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그런 선교사의 실력과 영향력, 또 인간관계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있다. 그래서 본국에서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교역자와 비교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선교사의 경우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국교회에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큰 수단이다. 말하자면 사역을 중개한 셈이다. 세번째로, 제대로 된 선교사의 기준이 본국 교회에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현지 사역의 효율성에 모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쉬운 말로 선교사는 손님 노릇을 똑바로 해 그 곳 사람들을 주께로 인도하라는 절대명령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지역교회와 동역할 선교사는 어떤 기준에서 기도하며 찾아야 할가? 2.2 선교사의 기준 개교회와 함께 세계 선교를 꾸려 갈 “제대로 된 선교사 (qualified missionary)”의 기준은 어느 나라에서 사역하고 있느냐에 있지 않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어디에 두고 또 그곳에서 무슨 일을 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월리암 케리나 헛슨 테일러는 하나님이 보내는 곳에 가서 헌신하며 죽음을 맞을 각오를 했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그를 부른 하나님의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를 큰 문제로 여기지 않고 묵묵히 밀고 나간 그들의 모습이 모든 선교사들에게 본이 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보내는 곳에 가서 사역한다는 소명의 기본은 마치 목회자가 목회하는 지역에 따라 일등 목사, 이등, 또는 삼등 목사로 분류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느 선교지에서 일하느냐 하는 것은 철저히 소명과 지역의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선교 후보생이 선교지를 정하기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우연히 만나게 된 그에게 나는 피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남태평안의 여러 섬나라 중에서 가장 중심지인 이 곳을 다녀온 길이었다. 5주 동안 그곳 신학교에서 가르치면서 그 곳 교회 지도자들과 교제를 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지 사역자를 훈련할 선교사를 보내 달라고 입을 모았고, 또 몇 되지 않는 한인 크리스천들을 모아 수도 수바의 가장 큰 교회에서 첫 한인예배를 드리고 돌아온 터라 자연스럽게 이곳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단숨에 전체 인구 70여만의 그런 작은 지역은 자기가 가진 선교의 큰 꿈과는 맞지 않다고 일소에 부쳤다. 물론 그 사람이 지금 어느 큰 곳에서 사역을 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한 선교사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역이 그리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지난 30여년 동안 일해 온 필리핀을 생각해 보자. 첫째로, 유인도만 3,500여 개가 있다. 한 섬을 한 가정이 맡아 일생을 바쳐 복음을 전해도 3,500 선교사 단위 (unit, 말하자면 한 가정이나 독신인 경우 한 개인)이 필요하다. 필리핀이 한국 선교사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나라 중의 하나라 하지만, 학생 등 실제로 활용 불가능한 자원을 빼고 나면 선교사 자원은 천 단위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2,500 한국 선교사 단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남쪽 민다나오는 남한 보다 약간 크다. 또 우리가 지난 20여 년 동안 전도, 개척, 그리고 양육을 해 온 지역만 해도 그렇다. 꼬딜레라 (Cordillera) 지역은 루존 섬의 북부, 지역으로 치면 전체 섬의 ¼ 정도 되는 면적이다. 모두 6개 지방 (province)에 16개 대 언어-부족 군(群)으로 이루어진 이 산악지역은 350년의 스페인 식민통치 기간에도 점령에 실패한 지역이다. 거친 산악지형 때문에 이차대전 중에는 일본군의 본거지로 이름난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역을 해 온 지방은 여섯 중 단지 셋에 불과하다. 그 중 하나인 벵겟 지방은 꽤 여러 곳에 사역의 손길이 미쳤지만, 나머지 두 지방 (본똑과 이푸가오)은 아주 미미한 일부분만 손을 댄 실정이다. 그런데도 우리 교회들이 있는 남쪽에서 북쪽까지 가는데는 최소한 자동차로 14시간이 걸린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횡단을 한다면 최소한 24시간은 족히 걸린다. 걷는 시간이 줄잡아 16시간에 운전하는 시간이 나머지이다. 한 부족을 한 선교사 단위가 맡아도 어림없는 일이다. 이 산골에만 통 털어 30여 가정이 필요하다. 물론 교회가 선교사역을 위해 어떤 나라를 마음에 두고 계획하며 기도 중에 선교사 동역자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선교사의 “성적표”가 선교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2.3 선교사의 성적표 전통적으로 선교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었다. 우리가 주위에서 가끔 봐 왔던 키크고 얼굴 허연 사람들 말고는 주로 “험한 곳”에서 “험하게 살아가는” 것이 선교사의 정의로 은연중에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래서 선교여행하면 의례 깊은 산을 몇 시간씩 걷고, 흙탕물이 범람한 강을 며칠을 저어 올라가는 이야기가 이상적인 선교의 발자취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기나라 사람들도 배척하다시피 한 잊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살며, 친구가 되어 주고, 그들의 말로 성서를 번역하고, 그리고 영혼을 구원하며 결국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야말로 꼭 이루어져야 할 선교의 길이다. 최근에 활발한 논의가 진행된 미전도종족 운동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선교는 “사람 모이는 데로 따라가야 한다.” 사람들은 산골과 섬에서 떠나고 있는데, 선교사는 이런 도시화의 물결을 거슬러 자꾸만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데는 문제가 있다. 분명한 소명과 목표에 따라서 이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의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이런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전도종족 선교도 많은 경우에는 이러한 그룹이 도회지에 더 몰려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역자들은 이러한 종족들이 농사를 짓기 위한 비료나 농약을 사기 위해, 아니면 건축자재 구입이나,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모여드는 “전략적인 도회지”를 근거지로 삼아 종족사역을 한다. 특히 젊은이들이 교육을 받는 동안 이들을 전도, 양육시켜 산골이나 시골에 전도와 교회설립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바울의 선교전략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러므로 한 선교사가 왜 외딴 곳에서 선교하는가를 반드시 묻고 이를 평가해야 한다. 2.4 선교지는 어딜까? 이때 반드시 체크해야 하는 점이 우리에게 흔히 있는 “감정의 약점”이다. 우리의 마음이 의외로 “느낌”에 약한 여린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가끔 판단에 혼동이 일어난다. 위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선교”와 같은 맥락에서이겠지만, 찾아온 선교사가 교회 앞에 선교보고하는 것을 담임 목회자는 매우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특히 고생스러운 이야기가 선교보고의 중심일 때는 무척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고생하는 선교사”는 “훌륭하고 소명의식이 깊은 선교사”로 인식을 하여, 결과적으로 “고생”과 “선교” 사이에 전혀 달갑지 않은 등식이 생겨난다. 자연히 커다란 도회지의 캠퍼스에서 내일의 사회 지도자들을 주께로 인도하는 선교사와 험한 정글에서 거머리와 전갈을 벗삼아 생활하는 선교사 사이에 근본적인 혼동이 생겨난다. 자연히 전기불도 있고 에어콘이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캠퍼스 선교사는 “편안하게 살아가는,” 그래서 잘못된 선교사로 평가되고, 산골의 선교사는 “고생하는 생활” 그 자체로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래서 담임 목회자는 감정의 안개에 판단이 흐려진 교인들을 잘 이끌어 옳은 선교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 특별한 이해와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고생이 사역의 어떠한 목표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특히 이렇게 전기도 없고 길도 없는 곳에서 실제로 선교사가 살고 있는지, 아니면 전자의 선교사와 다름없이 도회지에서 살면서 이런 곳을 한번씩 다녀 가는지를 자세히 살펴야 한다. 2.5 다양한 선교사역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점이 파트너쉽을 고려하고 있는 선교사의 사역 종류이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선교의 유아기적인 단순한 생각이 아직도 편만해 있다. 선교란 사람을 마구 잡아먹는 야만인들, 우상을 섬기며 무척 “미개한” 생활을 살아가는 집단을 찾아가 목숨을 걸고 복음 전하고 예수 믿게 하면서 이들을 “사람 만드는 과정”이 선교라는 단순한 정의를 말한다. 바로 우리가 겪어온 선교가 이런 것이기에 이런 단순한 선교의 틀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전도의 단순한 정의인 것처럼, 선교란 문화의 벽을 넘어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구세주 예수를 전하는 모든 활동—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소요된는 모든 활동을 포함하여—을 말한다. 여기에서 우리 이야기를 잠간 하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북부 필리핀은 자녀 교육을 위한 마땅한 학교가 몇 있다. 하나는 우리 동료가 자기 자식과 우리 신학대학원에 수학하는 학생들의 자녀를 위해 시작한 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있다. 9학년 (중 3) 정도 되면 8 학년 학생과 함께 10여명이 교실에 앉아 수업을 하는 정도여서 다른 학교를 찾아야 한다. 결국은 마닐라에 있는 선교사 자녀 학교에 보내게 되었다. 물론 기숙사에서 다른 선교사 자녀들과 먹고 자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큰 아이의 기숙사를 처음 찾아보고 무척 놀랬다. 우리는 마치 큰 군대 건물 같은 데 침대가 양쪽에 죽 늘어져 있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여나무 명의 아이들은 아담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빨래 해주고, 청소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주말이면 이들을 데리고 쇼핑센터, 치과, 교회를 데리고 다니는 차도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집마다 아이들을 돌보고 이들의 보모가 되어 줄 “기숙사 부모” (dorm parents)가 자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쪽에 살고 있었다. 어느 고마운 선교단체인지 모르지만 선교사들이 자녀 걱정을 놓고 마음껏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 알아주지 않는 사역에 선교의 부름을 쏟고 있는 것이다. 비록 땀내나는 청소년들과 씨름하면서 매일을 살아가지만 매우 중요한 선교사역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큰 아이가 일 년 단기 선교사역을 위해 필리핀으로 돌아 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그들 사역의 중요한 열매가 아니겠는가. 선교사 성적 채점의 첫번째 기준은 그가 선교의 소명이 분명한가, 그리고 이를 따라 살고 일하는가 하는 극히 기본적인 질문이다. 물론 “누가 그걸 모른데요? 도대체 알아낼 수 없는게 문제지요” 하는 것이 모두의 반응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개인과 해결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첫번째 단추가 제대로 끼워지지 않으면 그 다음은 틀어지게 마련이다. 한번 만난 선교사의 영성을 판단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오랜 동안 관찰하는 눈에는 이런 저런 작은 표시들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특히 선교의 동기와 목표는 관심있게 바라보는 눈에 반드시 드러난다. 두번째 기준은 이들의 선교가 누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손님되기 위한 생활을 철저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는 알아보기가 좀 쉽다. 예를 들어, 선교사가 모아 놓은 책을 보라. 그가 이곳 문화와 역사, 그리고 종교를 알아보기 위해 이곳 사람들이 쓴 책을 몇 권이나 샀는가? 그가 읽고 있는 신문은 이 나라 것인가 아니면 한국 것인가? 걸려오는 전화는 대부분 한국 사람들에게서인가 아니면 이곳 현지인들에게서인가? 자신이 사역하는 지역의 역사, 문화권 전반에 대한 어떤 이해가 있는가? 이곳 기독교 지도자들과 어떤 교류를 갖고 있는가? 그래서 이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주선을 하는가? 이런 지도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주저하지 않고 하는가? 이를 알아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이 둘 중 어느 것에서라도 분명하지 않는 점이 있으면 확 터놓고 이야기 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교회가 이런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을 선교사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교사 업그레이드의 열쇄를 목회자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강조하고 싶다. 이 모든 이야기가 참으로 옳고도 지당한데도 이런 질문이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교인들의 선교 눈높이가 아직도 그렇고 그런데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로는 통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옳은 선교를 해 보려 했지만 번번히 벽이 부칟혔지요. 그렇다고 그들의 선교 눈높이가 올라갈 때까지 선교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게 아닙니까?” 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세계 선교의 무대에 우뚝 선 가장 큰 이유는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는 정도가 아니라 다른 교회들로 하여금 선교하는 대열에 들어서도록 돕고, 키우고 밀어주는 데 (empowering) 있다. 비록 “한국”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교회가 기꺼이 선교의 선두에 서도록 밀어주는 것이 극히 기독교적인 마음의 선교이다. 한국 선교가 세계라는 테두리, 더 크게 하나님의 나라라는 틀 속에서 감당해야 할 궁극적 선교 사명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세계 속의 한국 선교”의 한 예를 들어보자. 3. 글러벌 선교 리더십의 가능성 3.1 중국 선교의 리더십 요즈음 우리 사이에서 선교를 얘기할 때 먼저 떠오르는 화두가 보통 중국이다. 13억 인구의 이 거대한 나라가 기독교를 접한 우여곡절만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받은 박해와 그 속에서 폭발적으로 팽창한 모습 등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한다. 거의 전체 인구의 10 퍼센트를 육박하는 중국의 기독교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이다. 1 억 기독교인은 우리 나라 남, 북한을 다 합한 인구를 훌쩍 넘어서는 거대한 숫자이다. 그런데 중국 교회, 특히 지하교회가 “다시 예루살렘으로 (Back to Jerusalem)” 캠패인을 통해 급속히 선교적으로 변환하고 있는 것 또한 획기적인 신학의 변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 교회 대부분이 이 선교의 비전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큰 의미가 있다. 역시 각기 다른 신학과 교회 전통을 하나로 묶는 끈은 “선교”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본다. 이런 때에 우리의 선교와 어떤 연계가 있는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주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우리와는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결국은 함께 돌아가는 굴레 속에 들어있음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한국 선교가 중국 교회, 특히 지하 교회들과 이런 저런 관계로 협력하고 있는 사실도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한국 선교 (2005년 봄호)에 “백 투 예루살렘”을 자세히 소개한 한 철 선교사의 글이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기여임을 잘 알 수 있다. 3.2 Back to Jerusalem과 한국 선교 리더십 그럼 당장 20만명의 선교사를 양성하여 반은 중국의 변방에, 그리고 다른 10만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 근동을 거쳐 예루살렘까지 복음을 들고 가겠다는 이들의 발걸음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지난 몇 해 동안, 이 거대한 선교의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 지하교회의 축을 이루는 몇 네트웤의 대표들이 2004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마닐라에 회동했다. 한 교회 네트웤이 최소한 3-4백만, 많게는 천 만 가까운 성도들을 자랑하는 초거대 그룹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회동은 가히 역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타문화권을 겨냥한 중국 선교사의 양성은 중국 밖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지도자들이 합의한 것이다. 그 중에는 최근 “하늘의 사람” (Heavenly Man)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리우전잉 (또는 윈) 형제, 그의 멘토가 되는 수 융쩌 (Peter Xu) 형제 등이 들어 있었다. 필리핀 금융의 중심지인 마카티에 있는 한 중국인 교회에서 교회의 부속건물을 선뜻 내어 놓았다. 5-6층이 되는 이 건물에는 각종 예배실, 강의실, 도서실, 기숙사, 식당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300여의 훈련생을 수용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시설이다. 이 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면 엄청난 가격이겠지만, 매년 20원 정도에 10년을 양도하는 터무니 없는 계약서에 서로가 사인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참으로 놀라왔다. 이 선교사 훈련학교의 이름은 백 투 예루살렘 운동의 시행기관으로 설립된 “시님” 협의회를 따라서 시님 훈련원 (Sinim Institute)이라고 지었다. 처음에 나는 무슨 중국 말인줄 알았는데 이 말은 의외에도 히브리에서 왔다. 이사야서 49장을 보면 하나님의 종이 온 나라와 백성들을 불러 모으는 예언이 나온다. 12절은 북쪽, 서쪽, 심지어는 “신님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하나님 앞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New International Version은 시님을 이집트의 아스완을 가리킨다고 번역했다. 이에 반해 다른 여러 번역들은 단순히 “시님의 땅”에서 온다고 기술하고 있다. 아마도 정확하게 오늘날 어느 지역을 지칭하는지 분명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백 투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은 시님이 바로 중국을 가르친다고 이해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중국을 마지막 때에 불렀다고 믿는 것이다. 물론 이 해석이 옳고 그르고는 접고라도 중국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에 대한 분명한 소명을 이 해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05년 8월, 겨우 제 1기가 11달 동안의 훈련을 마쳤다. 그런데 의외에도 모두가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처음 중국 전역의 여러 지하교회 네트웤에서 60여명이 훈련을 시작했지만 전반부가 끝나자 반은 돌아가 버렸다. 모진 핍박 속에서 신앙을 지켜온 이들의 투사다운 믿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다른 교회 네트웤에서 온 훈련생들과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도 안타까운 문제점으로 부상했다. 더구나 타문화권 사역의 경험이 거의 전무 (全無)한 이들의 생각에서 나온 훈련 프로그램은 주소지만 바뀐 자문화권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중국에서 온 요리사가 하루 세끼씩 입에 딱딱 들어맞는 음식을 준비했고, 강의는 물론 모두 만다린이거나 아니면 만다린 통역이었다. 물론 하루 종일 만다린만 하면서 11달을 보냈다. 기껏 문화를 넘어가는 경험이라고는 훈련원 스탶으로 봉사하는 필리핀 사람들과 한두마디 하는 것, 그리고 영어 시간에 딴 나라 말을 하는 게 전무였다. 잠깐 나가보는 필리핀의 거리와 쇼핑몰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광경이었지 타문화의 환경 속에 흥덩히 잠겨 경험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런 훈련이 얼마나 황당한 것인가를 쉽게 안다. 그러면서도 순 한국말로, 세끼 한국 음식으로, 그리고 한국 문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선교사 훈련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참 이상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11달을 훈련받았지만 대부분은 다른 언어와 문화권으로 진입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대부분 중국선교의 길을 선택하고 돌아갔다. 씁씁할 일이다. 우리 내외가 수 형제와 스탶을 만난 것이 바로 이런 어수선할 때였다. 수료식에, 그동안의 경험을 점검할 겸, 백 투 예루살렘의 불씨를 더욱 일으키기 위한 발검음인 것 같았다. 11명의 졸업생을 이끌고 태평양 신학대학원을 찾아 온 그의 모습은 무척 선량한 아저씨 같았지만 부드러운 눈길 깊이에는 사자 같은 표호함이 있었다. 그의 영적 리더십 아래서 선교를 준비하는 젊은이들의 눈길도 초롱초롱 했다. “내 속에 울리는 소리, 또 한발짝 담대히 앞으로 나아가네. 성령께서 우리를 인도하시네. 예루살렘으로 행진해 나가세…” 실제로 히말라야를 넘어 모슬렘 지역을 헤치며 선교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결심이 스며 나왔다. “이 부르심 가슴에 안고, 온 중국을 깨워나가세. 피흘림도 두려워하지 않고…” 한국 교회의 선교의 몫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케 했다. 수 형제는 두 번이나 다음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한국 교회만 눈에 보이면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다. 당 나라 때였는지 퉁그스탄이라는 외적의 침입을 입었단다. 그 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어쩌면 삼국시대 때?)에서 장수를 보내 달라고 청을 했다. 그래서 중국 군대는 한국에서 온 장수의 휘하에서 적군을 맞아 싸웠다. 그에 의하면 싸움은 패배로 끝이 났다. 그에 의하면 이제는 한국교회가 선교의 형님 노릇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장수들을 보내 주어서 자기들 십 여만을 이끌고 예루살렘까지 데리고 가 달란다. 이 시대에 몇 되지 않는 영적인 거인이 두 손을 읍소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그의 눈동자에는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모습이 역역했다. 순간 나는, 아니면 한국 교회가 이런 청을 들을 만한 자격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물어 보았다. 우리 학교에는 수 형제의 교회에서 보낸 미래의 지도자 셋을 받아 훈련을 시켜왔다. 그 중 한 학생의 간증은 우리 모두를 매우 참담하게 했다. 15살의 나이에 설교하다 붙잡혀 갔다. 간수들이 강간하는 예가 다반사인 감옥에서 이 처녀는 온 몸이 벗긴 채로 고문을 받았다. 그때 그의 기도는 형언할 수 없는 감사였단다. 자기 같이 미천한 사람이 주님의 이름으로 고난 받는 영광에 들어가는 이런 특권이 어디 있겠느냐고 울었단다. 우리에게 이런 영성이 있는가?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이끌고 세계 선교를 수행할 자격들이 갖추어 졌는가? 황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척 암담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이러한 얘기는 The Heavenly Man에서도 읽을수 있다.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그를 부인하지 않은 댓가로 받은 치욕은 말할 수 없다. 그 일부분에 대한 얘기가 아래에 소개된다. 난양 (Nanyang) 교도소에 감금되어 있는 아홉명의 남녀 죄수들은 상상할 수 없는 심한 치욕과 굴욕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이다. 우리의 죄명들을 소리치며 교도관은 우리를 동네에 끌고 다녔다. 나는 그 가운데서도 예수님을 위해 조금이라도 고난 당한다는 생각을 할 때 기쁨이 마음에 넘쳤다. 나는 하나님께 큰소리로 찬양했다. 교도관은 와서 나를 전기 방망이로 위협했다. “닥쳐! 어떻게 감히 노래를 불러! 만일 계속 노래부르면 몸 겁질을 벗겨버릴거야!" 이런 이야기들은 안일한 선교사들의 삶과 그리고 사역들에게 큰 도전과 깨우침을 준다. 선교는 죽음까지 요구하는 헌신의 사역이다. 우리 주님도 그랬으니까…. 3.3 “장수를 보내 주시오” 근대 선교 30여년에 선교사 숫자 세계 2위의 업적이면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선교는 여러 곳에서 그 지역의 복음화, 교회설립, 지역사회봉사, 지도자 개발 등에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말하자면 우리가 수행한 지금까지의 선교는 어느 한 지역을 어떻게 복음화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물론 이런 작은 지역이 다 모여서 합치면 한 나라 선교가 되고, 대륙 선교가 되고, 그러다 보면 온 세계 선교가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온 세계가 한국 교회를 향해 바라는 세계 선교는 꼭 이런 것만은 아니다. 위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를 도와 선교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대단하다. 그러니까 보병(步兵)만 잔뜩 모아 만 몇 천 명 하지 말고 그 숫자에 걸맞는 “장수”를 보내 온 세계가 나가는 선교의 대열에 지도력을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전에 생각지 못했던 요구요 기대임이 분명하다. 동시에 우리 선교자원의 모습이 건강한 피라미드 형이라야 한다는데 모두가 동의한다. 대다수의 일선 사역 선교사가 바탕을 이루고, 이어 주재한 나라의 일꾼과 미래의 지도자를 키워내는 중간 지도자 자원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피라미드를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숫자는 적어지지만 영향력의 범위가 점차 넓어져 마침내는 온 세계를 영향권에 두는 선교의 전략가까지 키워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교회의 세계선교를 향한 참여과 건강한 기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 선교사의 사역, 자격 분포를 보면 일선사역 선교에 대부분의 선교사가 투입되어 있어 한정된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세계교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주재해 있는 나라의 교회 전반에 걸쳐 건강한 지도력을 발휘할뿐만 아니라, 한 지역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아니면 국제적인 레벨에서 기독교 선교의 방향을 제시하고 선교의 신학적 근간을 개척하여 결과적으로 세계선교에 전략적 영향을 끼치는 “선교의 장수”들인 것이다. 한국 선교사 100명 중 한 명, 그러니까 백일조 정도는 바로 이런 선교지도자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 도대체 대만 교회의 선교사가 몇명이나 되길래 토마스 왕 같은 국제적인 선교의 지도자가 나왔을까? 우리는 선교사 숫자는 물론이고 선교학자, 신학자의 비율이 유달리 높은데도 세계선교의 전략적 기여도는 극히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일까? 다음 세대 선교사 중에서 이런 장수는 어떤 모습으로 커 나갈까? 자성의 기도와 함께 “선교의 장수”에 어울리는 프로파일을 나름대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3.4 “선교 장수”의 프로파일 첫째는, 기본적인 선교의 경험과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학교라는 온실에서 자란 선교학자가 아니라, 선교지라는 숲에서 자란 선교 실천가라야 선교의 장수가 될 수 있다. 각 선교단체와 교단 선교부는 지금 선교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커리어 선교사 중에서 사역이 검증되고 특히 선교지의 호스트 교회의 깊은 존경과 인정을 받고 있는 선교사들을 주목해야 한다. 현지교회 지도자는 물론이고 동료 선교사 (한국 및 타국)에게서 인정을 두루 받는 사람을 말한다. 둘째는, 선교 지도력에 부응하는 학문적인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이는 단순히 어떤 학위를 취득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이는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적인 헛점이다. 또 전반적으로 한국 선교사의 학력이 여러 선교사 그룹 중 상위에 해당한다고 보아도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하는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데에서 학문적인 레벨이 단순히 학위를 따지는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진짜로 “쓸모있는” 학문적 실력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을 말한다. 필리핀의 한 지역에서 사역하는 선교사에게 “쓸모있는” 학력이란 미국의 유수한 대학교의 Ph.D.일 수도 있고, 현재 사역하고 있는 지역의 주립대학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학력이 사역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특별히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어떤 영향을 끼치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실력을 갖춘 선교사를 말한다. 셋째로, 여러 분야에 걸친 “관계성”의 능력 (relationship capability) 을 들고 싶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동료 한국 선교사들 중에 다국적 환경에서 사역하는 인원이 극히 제한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은 선교사 아래 몇 명의 현지 사역자가 동역하는 이원 관계 (bilateral)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현지 언어는 물론이고 영어를 주축으로 한 “통상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여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언어능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신 있는 자세로 다국적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교사를 키워내야 한다. 이런 역량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일부러 다국적 선교단체에서 사역하며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매우 적절한 방법일 수도 있다. 네번째로, 조금은 막연한 이야기이지만,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는 자잘한 일에 많은 신경을 쓰는 마이크로 메니저 보다는 전체가 흘러가는 그림을 보고 이에 따라 세부적인 요소의 의미를 이해하고, 우선 순위를 세울 줄 아는 사람이라야 한다. 이런 능력은 타고나기도 하지만 적절한 경험에 의해 크게 향상되기도 한다. 3.5 지금 이런 사람들은… 그렇다면 이렇게 선교의 “장수”의 재목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커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의 눈에 띄이기 시작하는 이런 사람들은 보통 다음과 같은 곳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은 국제적인 성격을 띈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미래의 지도자를 키우고 있다.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은 물론 동료들도 다국적이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다국적 선교단체에서 상위 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는 선교사들이다. 이미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인정을 받아 그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자기 아래 여러 나라에서 모여 온 선교사나 스탶들을 지휘하고 있다. 국제적인 선교전략, 또는 학회의 모임에서 눈에 띄는 연구를 계속 발표하고, 국제적인 학술지에도 연구논문이 출판된다. 이미 어느 분야에 전문성을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모습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게다. 모두가 장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모두가 장수를 키울 수는 있다. 이는 한국의 선교사일 수도 있고, 지금 일하고 있는 나라의 미래 지도자일 수도 있다. 내일 세계 교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가 한국 선교사의 날개 아래서 커 간다면 더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