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초기 역사와 성경 번역

-앤드류 월스의 강의를 중심으로-

권성찬, GBT

1. 기독교와 번역

기독교에 있어 번역의 중요성은 이슬람과 비교할 때 분명히 드러난다. 이슬람에 있어서는 계시 (revelation)가 특정한 언어 (아랍어)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사실 예수님의 가르침조차 그가 사용한 특정한 언어 (아람어)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번역된 언어 (코이네 헬라어)로 나타났다. 이는 기독교가 그 계시의 전달에 있어 번역에 기반을 둔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계시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언어를 통해 전해진 것이다. 바울이 이야기한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기까지’ (갈 4:19)는 다른 말로 ‘예수 그리스도가 갈라디아 성도들에게 번역되어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복음이 전해지기 시작하는 사도행전의 첫 10장까지 예수님은 메시아로 소개된다.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구원자라는 것이 유대인들에게는 좋은 말이지만 이방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메시아의 헬라어 번역인 그리스도, 즉 “기름부음을 받은 자”가 이방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들은 단순한 말의 번역이 아니라 개념의 번역을 하게 된다. 이제 예수님은 주 예수 (kurios iesous)로 소개된다. 안디옥의 사람들이  ‘주’(kurios)라는 말을 들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이방신들 중 하나인 ‘주 누구누구’를 연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이 이제 어떤 神 중의 한 분이라고 인식했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방인이 믿음을 갖게 된다고 할지라도 유대인처럼 되는 ‘개종’의 방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방인이 믿음을 갖는다고 유대인이 되거나 유대 문화를 받아들여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식이 소개된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이제 믿음을 가진 자들에게 새로운 양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회심’한 자들이지 유대인으로 ‘개종’한 자들이 아니었다. 기독교가 유대라는 하나의 문화로부터 다중문화로 발걸음을 옮겨 놓게 되었다. 기독교는 유대라는 기둥과 회심한 자들의 문화라는 새로운 기둥으로 받쳐진 새로운 건물이 되었다. 서로 다른 기둥, 즉 공동체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한 공동체가 기독교 전체를 대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용어가 만들어 졌고 이 이중문화(Bicultural)를 가진 교회가 선교적 교회가 되었다. 예수님은 각 문화로 임해야 하며 어느 것도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태로 두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그 모든 것이 그가 인도하시려는 방향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방향이 모두 필요하다. 

두 가지 방향이란 토착화 (Indigenizing)의 방향과 보편화 (Universalizing)의 방향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셨을 때 그 육신은 유대 문화를 자신의 고향으로 삼으신 것처럼 동일하게 헬라 문화도 그 육신이 되어 오신 말씀이 고향으로 삼으시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공동체,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도 주님은 그곳을 자신의 고향으로 삼으실 수 있다. 주님과 관련 없이 남겨질 수 있는 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토착화의 원리이다. 동시에 보편화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주님이 자신의 고향처럼 삼으신 새로운 문화는 이제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소개되어짐으로 인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좀 더 완전한 모습을 가져다준다. 한 문화로 대변할 수 없었던 것들이 여러 문화가 주님이 존재하시는 문화로 바뀌면서 전체 공동체에 포함되어 질 때 우리는 주님이 만드신 세상과 주님에 대한 더 확장된 이해를 가지게 된다. 

2. 헬라어 성경 번역 - 70인역

신약 성경은 이슬람의 코란처럼 한 선택된 선지자에게 계시되고 계속해서 본래의 형태를 유지하며 암송해야하는 그런 모습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신약 성경 자체가 일종의 번역물이다. 주님이 말씀하신 ‘영’, ‘생명’ 등의 단어들은 우리에게 헬라어 번역으로 주어졌다. 이것을 계시로서 받아들인다면 곧 하나님께서 자신의 메시지를 교회에게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번역을 택하셨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구원의 사역은 주님의 성육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시작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한 가족을 택하셔서 마침내 출애굽 때에 한 민족으로 만드시고 그들을 이 구원 사역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사용하셨다. 그래서 구원은 유대인에게서 나온다고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신 것이다. 마침내 여러 민족에게 주님을 따르게 된 사람들은 말하자면 입양된 이스라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교회 역사의 일부가 된다. 신약 성경은 이스라엘을 확장하여 여러 민족을 포함하는 번역의 기록이다. 처음에 육신이 되신 말씀은 유대적인 용어와 문화와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았지만 점차적으로 이방의 용어들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고넬료에게,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방인들에게, 사마리아인들에게, 에티오피아인에게 그리고 안디옥에게 이르기까지.. 고린도전서의 상황은 이러한 면을 반영하고 있다. 이방인 친구가 저녁에 초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이 대접하는 고기라 이방 신전에서 제사를 드리고 시장으로 나온 고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는가? 이것을 물어야 하는가 아니면 너무 실례인가? 예루살렘의 신자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 그들은 이전에 이방인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을 리 없고 갔을 리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이방인 기독교인들에게 이것은 일상의 문제가 되었다. 새로운 형식의 기독교인이 나타난 것이다. 신약 성경은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헬라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신약이 기록되기 훨씬 이전에 시작되었다. 

1) 배경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에 의해 중동, 동아프리카 그리고 이란과 인도를 포함하는 광활한 지역이 정복되었다. 알렉산더 제국의 중심부는 소아시아, 시리아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집트에 놓이게 되었다. 이제 이 지역은 헬라어와 헬라 문화에 젖어 들었다. 언어는 물론 삶의 방식, 스포츠, 사회 관습, 문학, 건물 등 모든 면에서 헬라 양식으로 바뀌어 갔다. 오늘날 이슬람 지역에서 쉽게 이슬람 양식을 관찰할 수 있듯이 당시 이 지역은 이제 헬라 양식으로 변해가기 시작하였고 이것은 곧 문명화 (civilization)를 의미하였다. 제국이 분열되고 후에 로마 제국이 들어서게 되지만 로마는 헬라어와 헬라 문화를 승계하게 된다. 로마의 언어인 라틴어가 제국의 서쪽에서는 사용되기 시작하지만 제국의 동쪽에서는 여전히 헬라어가 지배적인 언어로 남게 된다. 이렇게 ‘헬라와 야만’이라는 이분법의 구도 속에 유대인의 위치는 독특했다. 기원전 2세기에 유대인들을 헬라의 주요 흐름으로 끌어들이고자하는 시도가 있었고 동의하는 유대인들도 꽤 생겨났지만 할례의 금지나 성전을 더럽히는 사건을 통해 오히려 독립항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대인들은 헬라 문화가 지배하는 환경에서 살고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의 토착어 (vernacular)가 여전히 사용되었는데 이는 히브리어가 아니라 아람어였다. 수 세기를 걸쳐 수백만의 유대인들은 로마 제국 전역으로 이주해 갔다. 그들은 헬라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제 그들의 후손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집에서도 헬라어를 사용하는 헬라어의 모국어 사용자가 되었다. 특히 이집트에는 가장 오래되고 큰 유대인 공동체가 존재하였다. 알렉산드리아를 구성하는 주요 민족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유대적 유산에 자부심을 가지며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들은 헬라어를 사용하였고 이스라엘의 유산에 대해 헬라어를 말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2) 헬라어 성경의 번역

헬라어 성경 번역에 대한 유대적 자료는 기원전 2세기에 있었던 이야기로 ‘아리스테아스의 편지’에 기록되어있다. 이는 역사라기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헬라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도서관이다. 특히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도서관은 그 규모에 있어 아주 특별했다. 기원전 285년부터 247년까지 통치한 프톨레미 2세 필라델푸스 왕이 도서관에 50만권의 서적을 확보하라고 명했고 도서관에 유대 도서가 한권도 없었기에 왕은 아리스테아스를 예루살렘의 대제사장에게 보냈다. 예루살렘에서 금 글씨로 적혀 있는 히브리 토라 사본을 본 아리스테아스와 그 일행은 큰 감명을 받게 되고 대제사장은 각 지파에서 6명씩 총 72명을 알렉산드리아로 보내게 된다. 왕은 그 72명의 학자들을 섬으로 보내 토라를 번역하도록 하였고 72일만에 헬라어로 토라가 번역되기에 이른다. 유대 공동체가 이 번역을 검토하도록 요청받았고 그들은 그것이 손 댈 곳이 없도록 완전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일로 왕은 유대인들이 믿는 여호와 하나님과 토라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커지고 확대되어 예수님 당시 알렉산드리아에 살았던 역사가 필로는 이 이야기를 계속 반복한다. 72명 대신 70인이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이 번역본의 이름이 일반적으로 70인역으로 알려지게 된다. 필로는 이 학자들이 섬의 각 다른 방에 들어가 번역을 하였는데 나중에 비교해 보니 정확히 일치했다고 강조한다. 이것은 유대인들의 이야기였지만 기독교인들도 이것을 좋아하고 계속 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이에 덧붙여 그 학자들이 토라만이 아니라 구약 전체를 번역했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3) 왜 기독교인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했는가?

이것은 사실 이방인들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 율법을 귀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된 선교적인 이야기 (missionary story)이다. 이방의 왕인 프톨레미에 의해 주도되고 이방인 공직자의 관점에서 기록된 것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이방인들은 토라의 우수함에 놀라고 유대인들은 그것에 진심으로 반응하는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이것은 이 번역이 하나님의 축복 속에 이루어진 것이고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서 그 하나님의 율법을 이방인들이 알기 원하신다는 것이다. 이방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알아 하나님을 경외하기 바라고 있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고 그래서 이 편지는 선교적인 이야기가 되며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이 이야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새로운 세대에게 이 율법의 의미를 깨닫게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도 확인된다. 따라서 이 번역은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유대인들의 선교적인 비전과 자신들에게 새로운 모어가 된 언어로 성경이 필요하게 된 두 가지의 동기가 다 작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역사는 그 이상으로 진행된다.

3. 로고스의 역할

성경이 헬라어로 번역되었고 신약이 헬라어로 기록되지만 그 성경의 내용, 특별히 인간 예수의 관한 이야기가 헬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었다. 헬라인에게 있어 유대인의 이야기는 한낱 야만인 (Barbarian)의 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헬라의 주류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성경은 인간 예수의 이야기 이상이 필요했다. 헬라 철학에 몰두 했던 저스틴 (Justin)은 선지자들의 방식에 놀라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수세기 후에 나타날 역사적 예수에 대해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는 사실이 예수의 우주적인 독특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저스틴은 성경을 읽었고 그 독특성을 발견하였다. 기독교인들은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에 대해서 유대적인 틀을 다르고 있었다. 하지만 헬라인들은 그들의 방식이 있었다. 헬라인들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나온 그 근본에는 단 하나의 생성원리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것은 일종의 우주적인 씨앗으로 그 씨앗에서 모든 것이 만들어지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logos spermatikos’ 즉 ‘씨를 품고 있는 말씀 혹은 이성’이라고 불렀다. 저스틴은 70인역과 신약에서 사용된 ‘logos’라는 단어에서 도움을 얻었다. 번역에 있어 한 단어에 있는 의미를 다른 문화에서 사용되는 어떤 단어로 정확히 옮겨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번역에 사용되는 단어에 이미 그 문화에서 사용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logos’라는 단어는 이미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먼저 ‘단어’ ‘의사소통’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히브리어의 ‘davar’가 ‘말씀’ 혹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사용될 때 같은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로고스는 또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는 데 그것은 ‘이성(reason)’이라는 의미였다. 즉 철학자들이 사고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적 능력에 대한 부분이었다. 70인역에서 하나님의 로고스, 즉 말씀은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요한복음에서 그 로고스는 예수 그리스도를 말한다. 성육신 이전의 로고스는 태초에 하나님의 함께 계셨고 창조의 도구였으며 성육신하신 로고스는 이제 복음서의 예수 그리스도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분이었다. 유대인에게 있어서 로고스는 하나님의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이고 동시에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는 예언적 말씀이며 곧 창조의 말씀과 연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헬라인에게 있어 로고스는 ‘이성’이라는 의미가 연상된다. 저스틴은 이미 헬라 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로고스의 개념 즉, 모든 우주의 창조를 가능케하는 어떤 근본적인 ‘이성의 씨앗’에 이 로고스를 연결하였다. 성육신 이전의 예수 그리스도인 로고스가 바로 모든 세상을 가능케 한 그 ‘로고스’ 였다. 이렇게 하여 성경의 ‘로고스’라 헬라의 로고스와 만나는 일이 가능하여지고 따라서 성경이 헬라인들에게 그리고 헬라인들이 성경으로 들어오는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확장된 로고스의 개념이 오히려 기독교의 진리를 확장시키고 그 번역된 문화가 하나님을 향하게 되면서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더 확장되었다.  

4. 기독교의 확장과 유럽 기독교

예루살렘의 멸망 (AD 70) 이후 기독교 운동의 중심축은 이방 세계로 옮겨 가게 되었다. 하지만 유대공동체가 사라진 것은 교회로서 대단히 큰 손실이었다. 이방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수세기 동안 이루어 오신 큰 나무의 한 가지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되고 이방 기독교가 기독교의 원본인것 같이 되었다. 그래서 수세기 동안 심지어 유대인조차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방 기독교인이 되어야만 했다. 그것은 본래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 

안디옥에서 이라크와 이란과 중앙아시아 그리고 중국을 둘러싼 모든 투르크 민족들 가운데 기독교인이 존재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에 까지 전파되었다. 중국의 기독교 전래는 3단계로 볼 수 있는데 먼저 시리아 단계 그리고 이어서 라틴과 이탈리아 단계 마지막으로 영어 사용자들의 단계로 나누어진다. 바다를 통해 또 다른 선교 운동이 진행되어 인도에 복음이 전해졌다. 630년 복음이 중국 황제에게 소개되고 노섬브리아(Northumbria)의 왕에게 소개됨으로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복음이 전파되기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는 4세기에 나일 유역에서 기독교가 왕성하게 되고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서 공식적인 종교가 되었다. 5세기에 이르러는 수단에 있던 누비아(Nubia) 주에 기독교인이 있었으며 이 교회는 1000년간 지속되었다. 

유럽의 기독교는 혼란의 시기에 야만인들 (barbarians) 사이에서 태동하게 된다. 로마 제국이 갈라지고 무너지면서 서로마 지역에서는 야만인들 가운데 힘이 있는 세력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구조가 세워지게 되는데 이 새로운 구조는 기독교를 수용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문자를 가지고 있지 않던 이 야만인들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문자와 로마 제국이 여러 요소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서구 기독교는 설교를 제외하고 성경 읽기, 예전, 신학적인 글쓰기 등에 있어 라틴어를 기독교 세계의 공용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라틴어가 누구의 모국어가 아닌 상태가 되었을 때 교회는 라틴어 학습을 위한 문해 교육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동방 기독교가 안디옥, 예루살렘, 알렉산드리아 등 여러 지역을 사도적 교구로 본 반면 서구 기독교는 오직 로마만을 그렇게 보았다. 기독교는 공동체적으로 받아들여졌고 그것은 더 나은 제도와 힘을 상징했다. 따라서 종교적 다양성은 용납되지 않았고 곧 기독교 지역이라는 개념이 발전되어 오늘날 기독교국 (Christendom)이라는 용어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 또한 처음 소개된 문학은 법전이었고 결국 신학도 법전처럼 만들어지면서 조직 신학이 탄생되고 그리스도는 구원자에서 심판자로 바뀌게 되었다. 수도원이 생겨나고 심지어 수도원에 들어가는 것이 구원의 수단처럼 여겨졌다. 결국 구원의 지름길은 16세기 종교 개혁을 낳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대부분의 교회는 자신들의 모국어를 사용하면서도 하나의 교회 (Universal Church)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로마 제국의 종교가 되면서 로마인들이 표준이 되기에 이르렀다. 6세가에 다문화 교회 공동체가 분리되기 시작했을 때 신학적인 차이라기보다는 문화와 언어적인 선을 따라 분리되기 시작했다. 콥티 교회와 시리아 교회들이 무슬림이 들어 올 때 자신들을 서구 교회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해방자로 받아들인 것은 그런 문제의 반영이었다. 서구를 중심으로 한 라틴 교회는 자신의 벽을 쌓았다. 

5. 시리아 교회

1) 시리아 역본의 탄생

헬라 기독교가 로마 제국과 관계된다면 시리아어는 당시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지역에 널리 사용되었다. 이 지역은 여러 인종이 섞여 있던 곳이다. 시리아어는 근본적으로 아람어와 같은 언어이지만 히브리 글자가 아닌 자신의 글자를 별도로 가지고 있었다. 이사야 36장에서 랍사게가 유다 방언(Hebrew)으로 말을 하자 예루살렘의 관리들이 랍사게에게 요청하면서 자신들이 아람어를 알아들으니 백성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유다 방언이 아니라 아람 방언으로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기원전 8세기에 이미 시리아어는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에 널리 사용되는 언어였다. 또한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제국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던 여러 아랍 공국들에서도 사용되었다. 당시 페르시아는 강력한 제국이었는데 오늘날 이라크라 불리는 지역을 관할하고 있었고 비이란 (non-Iran) 이라는 뜻으로 언이란(An-iran)이라 불렀다. 이 언이란 지역에는 커다란 유대 공동체가 있었다. 바벨론 포로의 귀환 때 모두가 돌아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한 공국이었던 아디아베네 (Adiabene)에서는 왕이 유대교로 개종하여 많은 비유대인들이 유대교를 따르게 되었고 유대교 경건도 이 지역에서 잘 알려지게 되었다. 이 유대 공동체도 이집트의 유대공동체와 비슷한 단계를 거치면서 시리아 역본이 필요하게 되었다. 70인역 보다는 늦은 AD 150년에서 200년 사이에 페쉬타라 불리는 시리아 역본이 생겨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기독교가 이 지역에 소개되는데 아마도 유대 기독교인들에 의해 유대 공동체에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2) 페쉬타와 디아테사론

유대 공동체가 그 지역의 토착어로 말씀을 대하기 시작할 때 기독교가 그 지역으로 들어오면서 기독교는 그 페쉬타 성경을 자신들의 경전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헬라 세계에서 70인 역이 기독교인들에게 수용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페쉬타가 완전히 기독교의 경건이 되면서 70인역이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유대인들은 그것을 포기하기에 이르고 별도로 새로운 번역을 하게 된다.

한편 이 유대 경전 외에도 헬라어로 부터의 번역도 일어났다. 그 중하나가 저스틴의 학생이었던 타티안(Tatian)의 번역이다. 타티안은 헬라어를 사용하는 아랍인으로 이중언어 사용자였다. 헬라어 성경을 통해 회심을 경험한 그는 복음서를 시리아어로 번역하게 된다. 4복음서를 묶어 하나의 조화된 복음서로 만들었는데 이를 디아테사론(Diatessaron)이라 부른다. 이 복음서는 매우 오랫동안 명맥이 유지되었는데 심지어 13세기 종교개혁 직전에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타티안이 이렇게 복음서를 하나로 묶은 이유는 아마도 당시 시리아 지역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던 마르시온주의에 대항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마르시온은 당시 급진주의 세력으로서 구약을 제거하고 복음서도 누가복음만 인정하며 바울 사도만을 인정하는 세력이었다. 이에 타티안은 (아마도 스승 저스틴의 영향과 더불어) 복음서를 하나로 만들어 냄으로써 복음서를 분리하지 못하도록하고 마태복음 등에 있는 구약의 영향을 제거하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간 이 디아테사론은 시리아 교회에 첫 복음서였고 후에 4복음서로 대체되었다. 이렇게 대체된 이유는 디아테사론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 타티안의 명성이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나치게 금욕적인 주장을 하고 결혼을 금지하는 주장을 하게 되어 결국 디아테사론을 사용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계속 친숙한 디아테사론을 자신들의 글쓰기에 인용하곤 했다. 이 시리아 역본은 셈어의 인종적, 언어적 관련성 때문에 많은 연관을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Masech라 표시하는데 이는 Messiah를 나타낸다. 

3) 시리아 역본 특징과 사용

시리아어는 매우 시적이어서 시리아 신학도 매우 시적이다. 시리아 역본에서 성령을 루흐(rukh)라고 하는데 이는 여성 명사이다. 그들의 찬송가운데 “한 잔의 우유를 주시니 주님의 달콤한 친절속에 내가 그것을 마시나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잔은 성자 예수를 나타내며 성부는 우유가 나온 근본이시며 그 우유를 짠 분이 성령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성령은 여성으로 우유를 짜는 역할로 설정된다. 잔이 있어야 우유를 마실 수 있으며 그 우유는 성부에게서 난 것이고 그 우유를 짜서 잔에 담는 역할은 성령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시리아어는 이러한 시적 언어들을 통해 삼위일체를 이미지로 그리고 있고 성령이 창세기 1장에서 처럼 늘 운행하시는 분으로 묘사된다. 헬라적 신학과 설교가 논증적인 명제와 관련이 되어 있다면 시리아 신학과 설교는 이렇게 시와 은유적인 것이었고 이러한 시와 은유속에 신학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후에 헬라어 역본들의 영향으로 성령은 남성으로 (헬라어는 중성인데 반하여) 변하게 되었다.

성경의 사용과 관련하여 시리아 교회는 유대적 기관인 학교를 세우고 그곳에서 성경을 가르쳤다. 그 학생들을 “언약의 자녀들”이라고 불렀는데 그 학교에서 학자, 교사, 시인, 선교사 등이 양성되었다. 첫 번째 학교는 현재 이라크에 있는 니시비스(Nisibis)에 있었고 에뎃사(Edessa)에도 중요한 학교가 있었다. 학교장은 랍반(Rabban)이라 불렸는데 이는 유대적인 명칭으로 ‘우리의 스승’이라는 뜻이다. 그의 역할은 “해석의 자리”였는데 이는 그가 주석을 하는 자리에 있음을 말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는 학생의 훈육을 담당하며 도서관을 관장하는 위치였는데 그를 랍바이타 (Rabbayta) 즉, 청지기라고 부른다. 학교 운영의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도서관이다. 시리아 교회는 많은 책들을 모아 놓고 있었다. 마기야나(Mhaggyana)라 불리는 “글쓰기 선생”이 있었고 학교는 자체적으로 집필 공동체를 운영하였다. 바도카 (Badoqa)는 “연구자”였는데 이들은 주로 세속적인 학문을 가르쳤다. 

4) 시리아 교회의 선교 

시리아 교회가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선교적인 요소이다. 역사에 있어 가장 특별한 선교 운동은 아마도 이 시리아 교회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동방에서는 대주교를 Catholicos라 불렀다. AD 780-823년 동안 대주교를 맡고 있던 디모데 1세 때가 시리아 교회 선교의 절정이었다. 동방교회는 서방교회처럼 지역을 중심으로 주교를 세워 관리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유목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적절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지역 교구 대신 주교가 사람들과 함께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그래서 교구 이름을 지역대신 민족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9세기초에 티벳 지역에 조직된 교회가 존재하였으며 북쪽 시베리아 민족에서 조직이 덜 되기는 했지만 교회가 존재하고 있었다.  인도와 스리랑카에도 복음이 전해졌다. 중국은 물론이고 어디까지 복음이 전해졌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어쩌면 말레이시아까지도 왔을지 모른다. 시리아 교회의 선교는 광범위하게 진행되었다.

6 정리를 마치면서..

앤드류 월스 교수의 강의는 사실 요약이 어렵다. 그의 강의는 문장 하나 하나가 마치 시처럼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여러 생각을 이끌어 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방대한 양의 강의를 이렇게 요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강의 요약이라고 하지 않고 들은 강의를 중심으로 간략한 발제를 한 것이다. 오늘날 비서구 선교는 초기 기독교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해 보면

1. 초기 기독교 선교가 역사를 통해 왜곡된 선교의 모습을 바르게 잡아 줄 원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서구 선교와 맥을 같이하는 한국 선교 내지 비서구 선교는 선교의 원형을 서구 선교에서 찾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 기독교 선교, 특히 번역의 역사는 성육신적 선교의 중요한 원형을 제공해 주고 있다.

2. 남은 과업과 관련하여 동방 교회적 신학 전통이나 선교 전통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논제 중심의 서구 신학은 남은 과업 특히 무슬림 선교에 있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초기 기독교 역사, 특히 시리아 교회를 중심으로 동방의 사고는 시적이며 은유적이며 오늘날로 말하면 이야기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동방의 전통들이 회복되어 선교 전략에 있어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챨스 웨슬리의 찬송시를 가장 즐겨 암송하는 앤드류 월스 교수는 역사학자로서 우리가 우리의 시대를 너무 단정하기보다 우리에게 주어진 한 페이지를 성실히 써나가는 자세로 삶을 임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성령이 우리의 삶 가운데 운행하시고 그리하여 복음을 모든 자리에서 구현하는 온전한 믿음을 회복하고 그 믿음이 온 열방 가운데로 전파되는 선교의 깊이와 넓이를 기대하며 요약 발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