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교에 대한 소고(小考)

장영일, 대구 범어교회

6.25 한국 전쟁을 거처 보릿고개를 지나던 시절의 한국 교회당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졌던 찬송은 “고요한 바다로”(503장)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절의 '이 세상 고락간 주 뜻을 본받고 내 몸이 의지 없을 때 큰 믿음 줍소서'하며 애절하게 흐느끼며 부르던 그 찬송 소리가 어릴 적 필자의 귓전엔 살아 있었다. 지난 한 세기의 우리 국민들은 저마다 다 슬픈 사연들을 지니고 있었고, 찬송과 기도를 드리는 중에 그 고통의 자리로 내려오셔서 그 아픈 마음들을 만져주시는 주님을 만나는 신비를 경험하면서 한국교회는 성장해 왔다. 

한국교회가 미국 선교사들에 의하여 시작되었고 큰 도움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선교사들이 알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하는 한국인들의 한(恨)스러운 삶을 복음 안에서 스스로 극복해가고자 한 한국교회 전도자들의 특유한 돌봄의 목회가 오늘의 한국 교회를 있게 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한국교회의 역사를 경험하면서 선교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늘 새롭게 생각해보아야 한다. 선교는 서구형의 교회당 건축이나 교리의 전수나 발달된 서구 신학의 소개가 아니다. 선교는 고통가운데 있는 하나님의 백성들을 찾아 위로하며 하나님의 은총을 입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그들 귀로 스스로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아시아는 제 3세계에 속한다. 즉 미개발 지역이며 비 서구화되고 미 문명화 된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아시안인들의 진리 인식 방법은 논리와 합리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여전히 직감에 의한 것이며 그들 삶의 고통을 보다듬어주는 따뜻한 감성을 선호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하여 대만계 미국인 신학자 송천성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복음은 그 백성이 본래 간직하고 있는 영성으로부터 메아리와 응답이 나오게 해야 할 것이다”(아시아인의 심성과 신학, 1982, p.24)

사실 그동안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지역에서 서구인들의 선교 사역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표적인 몇몇 나라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중국을 복음화 하기 위하여 서구 최고 엘리트 선교사들이 5백년 가까이 대거 투입된 결과는 1948년 중국 본토에서 마오쩌둥에 의하여 서구 선교사들이 축출될 때까지 당시 중국 인구의 0.1%도 안 되는 50만 명에 불과했다.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후 지난 50년 동안 패전국의 위치에서 받아들인 서구 선교사들이 약 2만 명이나 되는데, 지금껏 복음화율이 여전히 0.1%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인도가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지나오면서도 힌두교의 영성을 벗어 던지지 못하고 그 늪에서 아직도 살고 있다. 그 까닭이 바로 송천성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선교 전략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 아시아 선교는 거대한 아시아인의 영성을 그대로 둔 체 주변에서 소수 가난한 자들에게 구호하는 정도의 ‘관계 선교’(fellowship ministry)에 머물렀지 않았을까? 아니면 대학 캠퍼스에서 청년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전 매체로 머물렀지 않았을까? 그래서 결국 기독교의 복음이 온 인류를 위한 복음이라기 보다는 서구 문명의 한 종교양식으로만 이해되어져버리고 만 것은 아닐까?

태국 북부에서 신학교 교수 사역을 하던 일본인 선교사 고야마(Koyama)의 선교 간증에 보면 암으로 병들어 죽어가던 어느 태국 여성에게 전도를 했는데, 그 때 그녀로부터 들은 말이 그의 선교신학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준 대화록이 나온다.

“당신네 선교사님들은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 못하면서 늘 사람들을 가르치려고만 하세요. 스님들은 선교사님들보다 나아요. 전 바로 스님을 모셔 오겠어요. 스님 말씀을 듣겠어요. 절 이해해 주실 거예요. . . . 그분은 내가 알아듣는 말씀을 해 주시지요.”(Kosuke Koyama, Waterbuffalo Theology, p.85)

우리는 이 대화록에서 “내가 알아듣는 말씀을 해주세요”라고 한 태국 여성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무식하여 못 알아듣는 여인은 아니었다. 이 문제는 곧 그들의 영성을 건드려주는 복음이 없다는 것이다. 항상 건너편에서 양식을 대주는 구호 단체처럼 행동하며 그들을 위한 수고는 하지만 그들 영혼을 사지는 못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무조건 아시아의 영성과 그 종교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복음 선교는 체휼적 행동(sympathetic doing, 히 4:15)에서 가능하다. 복음의 핵심은 곧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유대인으로 오셔서 유대인의 관습과 전통 속에서 함께 사셨다. 그들의 언어로 말씀하셨고 그들의 영성을 갖고 성전에 올라가셨다. 그들 중에 내려오던 민화(民話)들을 설교의 도구로 사용하시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삶의 정황에 함께 하시며 배고픔도 피곤함도 같이 체휼하셨다.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행적을 통하여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이나 무리들과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교통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물론 전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것은 영성의 이질성의 문제가 아니라 깨달음의 부족 때문이다.      

짧은 글로 너무 큰 주제에 손을 댄 느낌이다. 그냥 아시아 선교를 위하여 수고하시는 분들에게 ‘그 수고의 떡을 제대로 드셔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서 시작해본 글이다. 막말로 조언하면 ‘아시아 밖에서 수고하지 고 아시아 안에 들어가서 수고하셔야 한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