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손 장로와의 대화(제1차 방콕 포럼에서)

통역: 강대흥 - 태국기독교회(CCT) 제6노회(방콕)의 아누손 장로님을 소개합니다. 오래전 태국에서 사역하던 사양선교사들이 아누선 장로님의 4대조를 미국 유학을 보내 신학수업을 받게 했습니다. 그분은 유학 후 장로교 목사가 되었고, 미국 시민권 자격을 얻은 뒤 태국 선교사로 파송되었습니다. 증조부 역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의학을 공부한 뒤 의사자격을 취득했으며, 형제 중에는 태국의 기독교병원 원장으로 재직한 이도 있습니다. 저는 태국에서 선교사역을 하면서 아누손 장로님과 개인적인 교제를 통해 사역뿐 아니라 현지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으며 행복한 선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선교사로 파송된 직후부터 장로님과 함께 사역을 해왔는데, 저에게 단 한번의 실망이 나 어려움을 주신 적이 없다는 사실은 선교현지의 현실을 감안할 때 매우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포럼에 대한 소식을 들으시고 기쁜 마음으로 참가자 전원을 식사에 초대해주신 것도 평소에 보여준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현지교회의 지도자로서 태국선교의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 좋은 말씀을 들려주시리라 기대합니다. 

아누손 장로의 강의

안녕하십니까? 여러 나라에서 사역하시던 선교사님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바울 선생은 사랑으로 진실을 말하라고 말씀했는데, 사랑 없이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한국교회의 선교 지도자들이시고, 여러 나라에서 사역하시는 분들로서 성숙한 분들이라 생각해 감히 몇 가지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일에 동역함으로써 함께 선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 가서 헌신과 희생으로 복음을 전하시는 선교사님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선교사들의 역할이 나라에 따라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캄보디아에서 사역하는 분과 태국에서 사역하는 분의 역할이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사역도 변하고, 선교사님들의 역할도 계속해서 변해야 할 줄로 생각합니다. 또한 전략도 바뀌어야 할 줄로 압니다. 오늘날의 사회는 오래 간직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책보다 텔레비전을 좋아하고 급변하는 사회에 대응하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을 전도하려면 그들에게 맞는 방법을 채택해야 합니다. 

실례로, 과거에는 선교사들이 와서 교회를 개척했는데, 그때는 그것이 적합한 방법이었으나 지금은 변했습니다. 태국에서도 현지인들이 교회를 개척하는 것이 선교사들이 개척하는 경우를 앞지르고 있습니다. 선교사가 태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운다 할지라도 태국사람만큼 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과거에 선교사들이 현장에서 교회를 개척했던 역할도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선교사가 직접 사역하는 것보다 조언자요 협력자로서 사역하는 것을 더욱 필요로 합니다. 코치의 역할과 비교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선교사가 직접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보다 현지인을 도와 교회를 개척하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선교사님들이 직접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조직과 단체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선교사들이 개척하는 교회에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 냉정히 살펴볼 때 그 역할의 한계를 분명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교사가 코치 역할을 감당할 때, 당장에는 어떤 결과가 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더 효과적이었음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변화무쌍한 오늘날의 선교 환경에서 '코치로서의 선교사'의 역할이 점차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한 예로, 3천여 교회와 1500 목회자가 있는 태국교회는 향후 2010년까지 태국에 700개의 교회를 더 개척하려 계획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교단체들과 교단들이 힘을 합쳐서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만,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 결과 이 목표에 도달하기는 어렵우리라 보입니다. 영국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때 영국의 모든 마을에 교회를 세우자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각 마을마다 교회를 세우는 일에 성공했으나, 목회자를 길러내지 못해서 교회는 하나 둘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태국교회도 마을마다 교회는 세울 수 있을지 몰라도 지도자가 없으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염려가 있습니다. 태국 목회자의 수는 교회 수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신학교를 세워도 어떻게 학생들을 모을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그러므로 선교사들이 와서 현지인 사역자를 세우고 코치로서 사역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관심을 끌고 있는 셀 교회(cell church)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노력한다 할지라도 목표도달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전문적인 사역을 통해 선교 열매를 거두는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국사람이 하기 힘든 축구코치나 음악교사로 와서 클리닉을 열고 클럽을 통해 활동하면서 좋은 열매를 맺는 경우들입니다. 도시를 떠나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사역도 매우 다양합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결국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더 좋은 열매 맺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잠시 한국선교사들에 대해서 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한국선교사들의 열심과 능력에 먼저 감사를 표합니다. 그런데 태국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모습이 한국교회의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데서 오는 문제점이 있다고 봅니다. 문화와 전통이 엄연히 다른 태국에 한국교회를 세워서 태국사람들을 한국 기독교인으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됩니다. 한국선교사들께서 관여하시는 교회의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한국교회에서 시행하는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태국 성도들이 그러한 프로그램을 잘 따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그 프로그램을 잘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조사해서 열매 맺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둘째, 한국선교사와 태국인 동역자 간의 문제입니다. 한국과 태국은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독선적 형태의 사역을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교사는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현지인의 입장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어렵다고 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한 번 지시하였으니 무조건 따라야 된다는 밀어붙이기식 주장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런 일이 거듭되면 한국과 태국 사역자 사이가 멀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원치 않는 분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태국인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하고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도 한국선교사들은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습니다. 태국인의 심성이 한국인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국선교사들은 태국 사람들의 심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태국 사람들은 손해는 용납할지언정 체면의 손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시당하고, 체면이 손상되고, 창피를 당하는 일은 큰 일로 간주합니다. 만약 자동차 두 대가 운행 중 부딪치려고 했다면 사과하면 해결되는데 상대방의 자존심이 상하게 하면 총을 쏘는 것도 불사하게 됩니다. 태국 사람들은 말을 점잖게 하는 편인데, 권위적으로 이들을 누르려 하면 반감을 사게 됩니다. 무시를 당하면 사소한 일이라도 큰 일로 생각하는 것이 태국인의 문화적 심성입니다. 

셋째, 한국선교사들이 서로 반목하고 다투는 문제입니다. 물론 태국 사람들도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왜 사랑을 말하면서 서로 싸우는지 의아하게 여기곤 합니다. 또한 많은 한국선교사들의 사역 방향이나 내용이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장에 있는 선교사들을 제대로 지도하고 관리해주지 못하는 듯합니다. 만약 선교사가 잘못하는 경우, 서양의 선교단체는 그 선교사를 현장에서 철수하게 합니다. 서양 선교단체들에게는 현장 선교사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행정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한국선교사들은 책무(accountability)를 담보할 체제나 단체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가 있는 한국선교사를 어떻게 본국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한국교회의 선교사 훈련과정에서 현지의 문화와 심성을 이해하는 일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겠지만, 선교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습을 한국선교사들에게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서구 선교단체와 비교해 봤을 때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선교사들이 태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선교사역에 훨씬 많은 열매를 맺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정도 말씀드리고, 혹 질문이 있으면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질의응답 및 토론

안은숙 - 한국선교사들을 지도할 수 있는 선교단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는데, 한국에도 큰 선교단체가 많습니다. 국제 선교단체는 현장체제와 리더십이 세워져있지만, 한국선교단체에는 아직 그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큰 선교단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누손 - 물론 한국에 큰 선교단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교단체 안에 잘 조직되어 기능하는 선교지 행정체제나 현장 위원회가 없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아 염려스럽습니다. 

정민영 - 입에 발린 칭찬을 자제하고 현지교회 지도자로서 한국선교와 한국선교사에 대해 솔직하게 비평해주심으로써 이 모임이 한국선교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하는데 도움을 주신 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선교지 교회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평가라는 점에서 대단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조경호 - 태국교회가 매년 평균 100 교회를 개척한다는 목표를 말씀했는데, 지도자 부재의 측면에서 목회자가 부족한 것이 문제인지, 신학생 부족의 문제인지, 아니면 평신도 지도자 부족이 문제인지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아누손 - 복합적인 문제라 생각합니다. 신학교의 커리큘럼이 오래된 것이어서 현대의 태국 상황에서 적용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신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목회자를 양성하지만, 문제는 신학교육의 기본방향이 세상과 분리된 이분법적 커리큘럼이라는 데 있습니다. 교회는 사회는 한 부분이고 사회를 선도해야 하는데, 목회자는 성경만 조금 알 뿐 사회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경제문제나 제반 사안을 복음적인 각도에서 다룰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세상에서도 존경받아야 효과적인 복음증거가 가능하다고 보는데, 신학교의 현실은 오늘날의 필요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교단총무와 이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그분 역시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태국의 사찰(절)은 사회의 중심에 있어서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곳에 가서 의논도 하고 상담도 하는데, 교회의 목회자와는 그런 문제를 의논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태국에서 전도가 어려운 것입니다. 교회가 사회의 한 부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사회의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황태연 - 한국교회의 모델을 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한국선교사의 문제라고 지적해주셨고, 동시에 한국선교사들이 코치로서 역할해달라고 주문하셨습니다. 그러면 한국교회의 프로그램이나 모델을 적용하지 않는 대안적 방법을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한 태국교회에서 한국선교사들을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실 의향은 없으신지 말씀해주십시오.

아누손 - 태국교회가 부흥하지 않는 이유는 사람을 키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국교회 목회자 혼자서 교회 일을 도맡아 하고 성도들은 교회 일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훈련을 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코치로서 교인을 훈련시키고 팀 사역자나 보조사역자로 훈련시켜 교회 일에 참여시키면 교회가 부흥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선교사들은 태국 교역자들이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리더십의 훈련과 양성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을 다 지도자로 양성하는 것은 아니고, 할만한 사람들을 선별해서 훈련시키는 일이 필요합니다. 시골의 교회를 보면 직업이 있는 평신도를 훈련시켜 책임을 맡기면 사례 없이도 교회 일을 감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선교사와 태국교회와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태국교회 목회자의 사례는 매우 적은 편으로 농어촌 목회자의 월 사례는 약 100불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교회 스스로 그 사례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이 있는 평신도들을 훈련시켜 교회 일을 맡기면 가능할 것입니다. 

조경호 - 훈련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교역자들의 우월의식 때문인지요?

아누손 - 태국교회 목회자들은 사역기간이 4년 임기로 정해져있습니다. 도시의 목회자는 오랜 기간 목회할 수 있지만 시골의 경우는 기간이 정해져있습니다. 시골에서 담임으로 사역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있다 보니 지속적으로 훈련시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신학교를 막 졸업한 이들이 목회를 시작할 때 당회를 배우는데 그 기간이 사용되기 때문에 태국교회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신학교의 커리큘럼에 사람을 훈련시켜 지도자로 세우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또한 성경을 가르치거나 훈련시킬 때 말씀이 적용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데 그런 일을 못하고 있습니다. 

안은숙 - 목회자 자신이 훈련받은 경험이 없어서 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지요?

아누손 - 그럴 수 있습니다. 결국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주입식, 암기식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최재영 - 구스케 고야마에 대해서 아시는지요? 그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그리고 앞서 언급하신 '셀 교회'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아누손 - 개인적으로 그를 알고 있지만 서로 연결되는 일이 없어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셀 교회에 관해 인도네시아 교회에 가서 배운 것은, 비록 그곳의 교인들이 지적으로는 높은 수준이 아니어도 셀 교회 방식을 도입했을 때 교인들이 계속해서 번식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비록 태국교인들의 지식수준이 높지 않아도 셀 교회 방식으로 훈련하면 여기서도 통하리라 생각합니다. 

강대흥 - 태국 문화체험 프로그램에 관련하여, 태국 사역자 가운데 에즈베리 신학교에서 선교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태국 사람의 심성과 관련해 “선교하기 전에 태국문화를 배우라”고 주장한 분이 있었습니다. 서구인은 일하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정해 놓고 생활하는데 반해 태국사람은 기본적으로 식사하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식사한다는 주장으로 선풍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태국문화 이해 프로그램에 참석토록 선교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지만 불행히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공부하지 않는 자세로는 제대로 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버마 복음주의협의회 총무는 한국선교사들에게 “언어 못하는 것은 괜찮지만 문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김종국 - 장로님 말씀을 들으면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읽었습니다. 선교 리더십이 가야 할 방향입니다. 아직도 한국적 선교방법을 기대하고 주장하는 현주소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991년에 저는 인도네시아 선교사회의에 참석했는데, 현지 지도자들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멍에를 함께 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당황스러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선교사들의 사역이 지극히 한국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돈만 보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도네시아를 사랑한다면 언어와 문화부터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말입니다. 

한도수 - 필리핀에는 복음주의협회가 있습니다. PCC 총회를 하는데 의제가 한국선교사 추방 건이었습니다. 미국 풀러신학교에 계신 분이 제게 전화를 걸어 총회에서 그 안건을 빼도록 요청했습니다. 준 벤서가 회장이던 때인데, PCC 사무실을 찾아가니 그가 자료를 보여주는데 필리핀 목회자들이 한국선교사에 대해 불평불만을 올린 것이 엄청났습니다. 그들이 겉으로는 우리를 좋게 말하지만, 한국선교사들이 그들에게 고함치고 무례하게 행한 것들에 대한 보고가 그대로 올라와있었던 것입니다. 한국적 경험을 여과 없이 선교지에 적용하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필리핀 주재 한국선교사들에 대한 재교육 과정을 지역별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손창남 - 아누손 장로님이 “한국선교사에게 문제가 있을 때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외국 선교단체의 경우에는 필드에서 환영하지 않으면 사역할 수 없는데, 한국선교사의 경우는 단체를 사임하고 관계를 끊고서라도 그곳에 가서 똑같은 사역을 합니다. 현지교회가 환영하지 않는데도 가는 사람은 현지의 필요를 채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강대흥 - 선교사로 가는데 누구의 필요 때문에 가느냐 하는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스스로 기도하고 감동 받으면 가고, 직접 계시를 받아 하나님이 불러서 간다고 하고, 후원교회 목회자들은 선교사가 죽으러 간다는데 왜 말리느냐 한다면, 한국선교는 지금의 원시성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황태연 - 선교사는 현지교회에 대해서도 책무(accountability)를 감당해야 합니다. 

김종국 - 한국교회의 선교사역이 현지교회와의 주류적 관계 속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면 이런 문제가 많이 극복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