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에 대한 한 지역교회 목회자의 한가지 제안

이순근, 벧엘교회 

이 글은 자료조사에 의해 쓰여진 글도 아니고, 현장조사를 통해 쓰여진 글도 아니다. 현장 목회에 바쁜 한 지역교회 목회자가 그 동안 지역교회 목사로서 선교에 참여하면서 한국선교사님들이 선교에 헌신하시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정리한 글이다. 따라서 일견할 정도의 가치만 있는 글임을 서두에서 밝힌다. 참고를 위해 간략히 필자를 소개한다면, 92년도에 도미하여 지금까지 미국에서 한인교회를 13년째 목회하고 있으며 현재는 미국 메릴랜드 소재 벧엘교회를 6년째 담임하고 있다. 

I. 들어가는 말

선교는 본질적으로 개인사역이 아니라 공동사역이다. 그 점은 우리 주님의 지상명령 속에 명백히 나타난다. "너희는 가서.." 라고 하실 때 이것은 공동체를 향해 주신 명령이다. 따라서 선교는 선교사들만 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또 교회 단독으로 해야 하는 일도 아니다. 선교는 지역교회와 선교사간의 동역이다. 그런데 현실을 볼 때 한국교회안에서 지역교회와 선교사간의 동역의 모습이 건강하지 못한 것을 본다. 이 글에서 건강한 관계선교가 이루어 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며 몇가지를 제안해 보려고 한다.

II. 지역교회와 선교사간의 동역의 현실

한 사람의 리더십을 논할 때 일중심(task oriented)의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중심(people oriented)의 사람인가를 이야기 할 때가 있다. 오늘 우리 한국선교의 스타일을 말하라면 대체적으로 일중심이 아닌가 싶다. 지역교회의 성도들은 자기 교회에서 후원하는 선교사님들을 거의 모르는 형편인 듯 하다. 현재 우리 교회에서는 41명의 선교사님을 후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교인들에게 종이를 나누어 주면서 우리가 후원하고 있는 선교사님들의 이름을 아는대로 적어보라고 한다면 아마 10명 이상을 적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 이라고 본다. 이런 형편에서 선교를 위한 건강한 동역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이 문제는 지역교회의 후원 선교사 선발과정에서도 기인한다. 일반적으로 후원선교사의 결정여부는 지역교회의 담임목사의 의지에 달려있다. 현실을 보면 대체적으로 선교사와 담임목사와의 개인적인 관계가 후원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후원의 시작부터 선교사와 후원교회와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와 후원교회의 담임목사와의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선교사역의 체계가 잡힌 교회는 다소 다를 것이다. 

설사 출발은 그러했다 해도 후속조치를 잘 하면 극복할 수 있지만, 현실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지역교회의 선교는 교인전체가 참여하는 사역이 아니라 선교부나 혹은 선교위원회에서 다루는 지엽적인 성격의 사역이다. 따라서 후원선교사를 돕고 지원하는 일은 교인전체가 참여하는 사역이 아니라 몇 몇의 선교관계 사람들만 관계하는 사역이다. 결국, 선교사는 기껏해야 선교위원회 위원들과 관계를 맺고 사역을 하게 된다. 

이것과 관련하여 선교사 쪽의 문제도 있다고 본다. 선교사 한 사람이 후원받는 교회의 숫자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사역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추측컨대, 아마도 선교사 한사람, 혹은 한 가정이 후원받는 교회의 평균숫자는 보통 10개 교회는 넘지 않을까 싶다. 많은 경우는 몇 십개 교회도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동반자로서 사역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선교사와 교회와의 관계를 양적관계라고 본다면 앞으로 한국교회와 선교사와의 관계가 동반자적 협력관계로 가기 위해서는 질적관계로 옮겨가야 한다. 선교사와 교회 간에 깊은 인격적 관계를 맺고, 비즈니스의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벗어나 참다운 동반자로 나아갈 때 지역교회의 선교에의 참여가 보다 연장될 것이다. 지역교회 현장에서 느끼는 감은 이런 양적관계가 지속되는 한 지역교회와 선교사 양자 모두에게 선교는 한낱 무감동한 행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III. 성경적 모델- 안디옥 교회와 선교사 바울

사도행전 13장에 나오는 안디옥 교회와 사도바울의 관계를 보면 안디옥 교회는 파송교회이고, 사도바울은 파송된 선교사이다. 이 양자사이의 관계는 일찍이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말씀을 배우는 자의 관계였다. 선교사역에 동역하기에 앞서 이 둘 사이는 이미 말씀을 매개로 한 목자와 양의 끈끈한관계였다. 이 친밀한 관계는 선교사역에서도 이어져 안디옥 교회와 사도바울은 자연스럽게 선교사역에서 동반자 관계로 동역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디옥 교회와 사도바울의 동역의 모습이 오늘 지역교회 선교에 적용되어야 할 일종의 모델내지는 원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교회의 현실은 이 모델과 거리가 멀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벧엘교회의 경우도 2005년 현재 41의 선교지를 돕고 있다. 그 중 ?개를 제외하고는 ?개는 단 한명의 교인도 선교지를 방문하지 않은 곳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 교회와 후원을 받는 선교사님과의 인격적인 교제를 통한 관계형성이 이루어 지지 않는 상태에서 선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매달 선교후원금은 선교센타를 통해서 송금되고 있는데 이는 단지 금전적인 관계일 뿐 동역자의 관계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런 관계가 지속될 때 선교는 양자 모두에게 하나의 형식적 행정으로 전락한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자 간의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선교사들은 지역교회를 customers 로 보지 말고, partners로 보아야 한다. 즉, 물질을 후원해 주는 소위 물주가 아니라 복음을 함께 전하는 동역자로 보아야 한다. 지역교회 목회자로서 선교에 참여하면서 오래동안 느끼는 마음이 있다. 그것은 선교사님들은 지역교회 목회자인 나에게, 그리고 교회에게 끊임없이 요구만 한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선교사님들의 전화 받기가 주저될 때가 있다. 반가워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화내용을 듣기도 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주저할 때가 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지역교회의 담임목사에게 교회 재정 출납권리가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IV. 교회는 파트너인가, 아니면 '키다리 아저씨'인가?

얼마 전에 키다리 아저씨라는 영화가 나왔었다. 영화 속의 키다리 아저씨는 필요한 것을 때를 맞춰서 보내주는 자상한 사람에 대한 상징이다. 지역교회가 선교사님들에게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실상은 영화 속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어쩌면 오늘 지역교회는 선교에 있어서 병을 앓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하는것은 선교사님들이 아니라 지역교회일 수도 있다. 

지역교회와 선교사와의 관계는 성경적으로볼 때 동반자/동역자 관계여야 한다. 그와 같은 이상적이고 성숙한 모습에는못 미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최소한도 상호이익의 관계(Give & Take)는 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너의 등을 긁어주면, 너도 나의 등을 긁어 주어라'는 것은 도덕발달입장에서 볼 때 청소년의 수준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같은 상호이익의 관계도 되지 않음을 지역교회의 목회자로서 느낀다. 이런 관계가 지속될 때 지역교회의 목회자들은 선교사역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그리고 지역교회 독자적인 선교사역의 길을 걸어가는 우려할 만한 경향이 발생하는데 그것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듯 싶다. 

V.그러면, 실제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첫째로, 선교사님들의 신실한 사역보고(report)라고 본다. 사도바울은 1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파송교회인 안디옥교회에 "하나님이 함께 행하신 모든 일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을 여신 것"을 고했다고 한다(행14:27절).

안디옥 교회는 바울사도의 선교보고를 듣고 아마도 큰 힘을 얻었을 것이다. 교회가 선교사인 바울을 파송 후원한 그 열매를 받은 셈이다. 그래서 선교사님들이 지역교회에 줄 수 있는 첫번째 도움은 선교지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신실하게 보고 함으로써 지역교회가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새롭게 은혜 받고 감동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선교편지는 보고 방법 면에서 볼 때 비효과적으로  느낀다. 선교지의 사역과 근황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역교회에 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물론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 방문을 하여 전하는 것이지만,

재정 및 시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볼 때 쉽지 않은 방법이다. 동영상과 같은 시청각자료를 만들어서 보고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고서나 보고하는 방법보다도 그 내용의 신실성이라고 본다. 중요한 것은 그 선교지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과 이방인들에게 믿음의 문 여신 것'을 진실되게 전해 줄 때 교회는 선교사와 함께 동역한 열매를 보면서 함께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또 그 은혜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지역교회의 목회적 방문이다. 흔히 선교사님들이 지역교회를 방문하는 것은 선교지의 현황을 알리고, 기도를 부탁하고, 당면한 프로젝트의 후원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것은 적당한 표현일지 몰라도 선교적 방문이다. 각도를 달리하여 선교지를 알리기 위해서 보다는 선교후원지인 교회를 알기 위해서 교회를 방문하여, 교회의 일상과 목회전반을 관찰하며, 후원교회를 더 깊이 알기 위한 방문을 목회적 방문이라고 부르고 싶다. 일정도 가능하면 최소 1주일 정도를 잡아서 여유있는 방문이 되어야 하며, 후원교회 목사님과 함께 성도들의 가정도 심방하며, 성도들의 사업장도 함께 방문하여 후원교회 성도들의 일상의 삶도 들여다  봄으로써 후원교회를 보다 깊이 이해하여 상호의존적이며, 상호협조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한다. 

셋째로, 지역교회 성도들을 선교지의 사역현장에 초청하여 직접 현장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보게 하는 것이다. 흔히 단기선교라고 하는 것과 일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약간 차이가 있다. 단기선교는 사역이지만, 단순한 현장 방문은 사역이 아니다. 지역교회의 목회현장에서 느끼는 것 하나는 성도들이 느끼는 단기선교에 대한 부담감이다. 단기선교는 특별한 사람들과 그리고 '사역'을 할 수 있는 능력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가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고연령층의 성도들은 단기선교를 시도하는 것 조차 꺼린다. 그리고 단기선교의 전 단계인 비젼트립도 부담을 느끼는 것을 많이 본다. 따라서 단순한 선교지여행식의 방문을 적극 유치함으로써 선교사와 지역교회 성도들간의 긴밀한 관계가 이루어 질 수 있으며 향후 열매맺는 선교사역의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직접 현장 방문이 주는 유익점은 굳이 일일히 열거할 필요가 없을 줄 안다. '경험학습'은 최대한의 효과를 주는 학습방법임을 우리 모두는 잘 안다. 현장에 대한 깊은 이해는 선교사님의 선교사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뜻하며 후에 공감대가 이루어진 깊은 후원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현장방문이 주는 또 한가지 유익은 선교지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교정해 주는 것이다. 흔히 선교지는, 일반 성도들에게는, 고생하는 곳으로 인지되어있다. 이것은 다음세대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지역교회의 성도들 입장에서 볼 때 선교사=고생 이라는 등식을 고정화하여 자녀들이 선교사로 헌신할 때 갈등의 유발하는 요인중의 하나이다. 

사실, 선교지는 지역에 따라서 어떤 점에서는 복잡하고 분주한 한국사회 보다는 환경적으로 더 안정적이고, 삶의 질이 높은 곳도 있다. 그러나 선교사님들의 보고서의 내용은 선교지에 대한 부정적이고, 고통스럽고, 낮은 삶의 질을 담고 있으므로 일반성도들은 선교지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록 그런 면이 있다하더라도 아름답고, 행복한 면도 부각시키으로서 선교지와 선교사의 삶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바로 잡아야 할 필요를 절감하고 있다. 

넷째로, 선교단체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

현재 선교사역의 구조를 보면 선교사를 파송한 곳은 지역교회이지만, 선교사를 관리하는 곳은 선교단체이다. 이 구조의 건강성 문제는 선교의 문외한인 필자가 논할 것이 아니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선교사와 지역교회와의 건강한 관계선교가 이루어지도록 선교단체의 역할이 요청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개교회의 현실은 그 교회가 후원하는 선교사가 어느 선교단체에 소속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형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건강하지 못한 현실이며, 관계선교를 위해서는 선교사, 선교단체, 그리고 지역교회 삼자가 인격적인 관계를 맺어야 할 것이다. 쉬운 예로, 지난 13년동안 지역교회 목사로서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지만, 선교사들의 소속 선교단체장으로 부터 헌금영수증 외에  선교사들을 돕는 점에 대해 고마움을 전달하는 전화나 카드등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선교단체들도 이제 적극적으로 지역교회로 접근하면서 지역교회를 진정한 선교동반자로 받아주는 열린 마음이 요구된다고 본다. 

VI. 결어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작은 나라이지만, 영적으로는 세계선교의 사명을 받은 나라임을 확신한다. 현재 선교사 파송 수에 있어서 세계 제2위의 국가로서 선교의 선두주자 그룹에 속해 있음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한국선교가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되며 주님이 오시는 그 날까지 세계선교의 선두주자계열에 들어있기 위해서는 지역교회가 선교에 총동원되어야 한다. 특히 당면과제인 한인 선교사 자녀교육문제는 지역교회의 적극적인 이해와 동참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이다. 그 밖에 2세 선교사 후원등의 문제 또한 향후 주력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우리 한국교회와 한인교회가 세계선교에 계속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교사와 교회 그리고 선교단체 간에 서로를 세워주는 아름다운 동역자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