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현대 선교의 여건이 날로 새로워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선교 전략과 방법론을 개발해 가야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 이런 다변하는 선교 여건과 관련하여 지난 반세기 이상 꾸준히 그 필요성과 효율성을 증거하며 자리를 잡아온 개발 사역은 현대 선교 전략/방법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 효과는 현장을 통해서 증명되어오고 있다. 본인은 이 소고를 통하여 서구를 중심으로 일어난 구호/개발 사역의 시작 배경과 발전 과정을 살펴보므로, 서구 개발 사역으로부터 우리가 본받아야 할 유산을 찾기 원하며 더 나아가 효과적인 한국적 적용을 생각해 보고자한다.

2. 기원

서구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개발 사역을 토론하려면 우선 서구 전체에서 시작된 구호/개발 사역의 기원과 발전을 이해하여야한다. 왜냐하면 서구 주도의 체계적인 구호/개발 사업의 기원은 민간(Non-governmental), 국가(Governmental) 및 초국가 (Inter- governmental)단체에서 오히려 먼저 시작되었고,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구호/개발 사역은 이런 민간, 국가 및 범국가적 운동과 병행하여 또는 뒤따라 일어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견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구호/개발이라는 관점에서 세계의 필요를 바라보게 된 것은 세계이차대전 이후의 움직임이다. 이차대전 후 전쟁으로 황폐한 유럽 재건의 절실한 필요에서 “대대적인” 구호/개발 사업이 처음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니다. 예로 현재 세계적으로 대표가 되는 구호/개발 단체들인 UN의 다양한 프로그램들(UNICEF (1946), WHO (1948), UNICEF (1950), World Bank (1947))이나, 영국의 Oxfam (1942), 미국의 USAID (1940), CARE (1945)등을 통한 민간, 국가 또는 범국가적 차원의 구호/개발 사업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주도로 이차대전 후 유럽 복구를 위해 시작되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IRC (1918), MCC (1920), DID (1927), Save the Children (1932) 등은 이차대전 이전에 시작한 구호/개발 단체로서 각자 독특한 여건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어 현재 국제적 구호/개발 단체로 발전한 단체들이다.)

큰 수혜자 중에는 전범 독일이 있으며, 폐망 후 복구를 위한 대대적 경제, 기술 지원을 미국으로부터 받게 되고 성공적으로 전후 복구를 하게 된다. 더나가 유럽 전역의 복구 사업 역시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며, 이 전후 복구 사업의 성공 사례는 고전 경제개발 이론 중 하나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축의 역할을 하였다. (이 경제개발 이론을 “Linear-Stages Theories"라 하며, 대량의 자본과 기술 유입에 의한 단계적 사회 발전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참고: M. Todaro & S. Smith, Economic Development, Addison-Wesley, 2003, pp. 112-116.) 

이 전후 복구 노력에 민간, 국가 및 범국가적 참여를 넘어서서 기독교 단체에서도 전후 복구 사업에 구호 사업이라는 의도로 참여하게 되었다. 예로 National Evangelical Commission (NAE)이 1944년에 설립한 War Relief Commission, Christian Aid (1945), Lutheran World Relief (LWR: 1945) 등을 들 수 있다. 이후에 이 War Relief Commission은 World Relief 라는 구호/개발 선교 단체로 발전한다.

대한민국도 한국전 발발과 함께 구호/개발 사역의 수혜자가 되었으며, 위에서 언급한 World Relief나 LWR도 한국에서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전에 참여 하였던 그리스도인 전쟁 종사자들을 통하여 한국 안에서도 기독교 구호/개발 사역이 시작되며, World Vision(선명회), Compassion International 이나 Holt 아동복지회 등이 한국전쟁 당시에 한국에서 시작되어 국제적 기구로 발전된 구호/개발 사역 단체들임을 알 수 있다.

위의 언급한 단체들이 설립된 주된 동기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현실의 고통 속에 있는 대상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관심과 서구인들이 가진 실용주의적 태도가 인간의 실재적 필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서 기독교인들에게는 위의 동기와 함께 이웃 사랑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에 대한 신앙의 현실적 표현이 추가적 또는 오히려 주된 동기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3. 발전

이차대전 후 주로 유럽 복구를 위해 시작된 구호/개발 사업의 경험은 다른 대륙으로 확장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호/개발 사업은 전쟁이나 분쟁 지역을 넘어서서 자연재해나 지속적 기근으로 인해 헐벗은 지역의 다양한 필요에 대한 인도적 반응으로 확산되며 체계화되어 갔다. 이 자연적 확산처럼 보이는 현상 이면에 이 확산 현상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이차대전 이후 급격히 변하하는 “새로운” 국제관계와 함께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차대전 전까지 국제관계의 구도를 북반구/남반구로 분리된 식민주의에 근거한 국제관계가 지배적인 “관계역학”이라고 한다면, 이차대전 이후 국제관계는 공산주의 이념의 등장과 함께 동서 대치의 관계로 급격히 변화하며 냉전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이와 맞물려 70년대 까지 기존 피식민지 국가들은 북반구 식민 종주국으로부터 대부분 외형적 독립을 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동서 대치 관계에 들어가지 않은 기존의 식민지/피식민지의 관계로 형성되었던 “북남관계”는 새로운 실재적 관계역학으로 정리되어야 할 필요를 구호/개발이라는 개념과 활동으로 대체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특히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북유럽 국가들과 남미, 아프리카 간에는 이 “전이”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피식민지의 경우 식민 지배 기간 동안 오히려 최소한의 생계보장과 식민통치 아래 제한적인 “정치적 안정”을 보장 받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은 독립과 함께 주권을 갖는 대가를 혹독하게 지불하게 된다.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나 중남미의 경우를 보면, 독립 이후 국가 경영 능력 부족, 부패, 기근, 내란, 종족 분쟁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불안정과 생산력의 마비 등 심한 “독립 후유증”을 겪게 된다. 이런 국내의 어려움은 60-70년대의 식민지 독립이 활발했던 시기에 외부적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되고, 이 필요는 꾸준히 유럽과 미국의 많은 구호/개발 단체들을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5년 현재 영국 Oxfam Directory에 “등제”(list)된 단체만도 500개가 넘는다. (Oxfam, The Oxfam Handbook of Development and Relief, Vol 3, Oxfam Publishing, 1995)

극단적인 경우에는 기존 피식민지 국가들이 외형적 법적 주권은 보장 받았다 하더라도, 실재적 내적 관계에서는 구호/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이전 식민지 종주국과 종속관계를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으며 부작용과 피해가 누적되었다. 이로 인해 의식 있는 이전 피식민지 지도자들에 의해 종속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실재적 독립운동”이 여러 형태로 추진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자국인 기독교 지도자들의 반응 중 1970년대에 있었던 중남미의 해방신학 운동의 발단이나 아프리카에 있었던 선교 모라토리움 등을 간과할 수 없으며, 비판 이전에 이해해야 할 “여백”이 있다. 

기독교 구호/개발 사역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이전 피식민지들의 독립과 함께 발생하는 “새로운” 다양한 필요에 대한 신앙적 반응으로 비기독교 구호/개발 사업과 함께 확산되게 되며, 70년대까지 상당히 많은 기독교 구호/개발 사역 단체들이 서구와 미주에서 시작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필요는 아직도 충족되지 않았으며 사역 단체들은 그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하게 된다. 

예로 미국에서 시작된 단체들을 보면: Church World Service (1946), World Vision (1950년대 초반), World Neighbors (1951), Compassion International (1952), MAP International (1954), Holt 아동복지회 (1950년대 중반), World Concern (1955), Samaritan's Pulse (1970), Food For the Hungry (1971), Medical Ambassador International(MAI) (1973), Mission Moving Mountain (1979), International Aid (1980) 등을 우선 손꼽을 수 있다.

즉 구호/개발 사역이 선교 사역의 한 영역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이론적으로 체계화 되는 과정에는 이차대전 이후 새로 형성되는 국제관계와 독립을 맞는 많은 기존 피식민지 국가들의 현실적 필요가 그 동인이 되었으며, 민간, 국가 및 범국가적 개발/구호 단체의 역할이 사역의 당위성을 제공하고 문호를 열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독교 및 비기독교 단체를 통틀어 구호/개발 사역 영역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처음에는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때 상황에 가장 위급한 필요 한 두 가지(식량, 의료, 농업, 식수, 난민보호 등)를 중점적으로 충족하는 사역으로 시작하여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는 양상을 띤다. 또한 사역지에 발생하는 현실적으로 가장 위급한 문제를 풀기위한 실재적 사역들을 개발해 가는 형태로 사역의 내용과 범주는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한 예로 아프리카의 경우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는 AIDS 문제를 대처하기위해 다양한 모양의 새로운 전략과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현장에 적용되며, 현지의 실질적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해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사역의 내용과 더불어 사역의 원칙이나 전략 등도 그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꾸준히 변화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70년대 후반까지 치료 의술이나 농업 중심의 사역과 함께 외부 주도의 상명하복식의 사역의 특징은 많은 부작용과 비효율성을 경험하였다. 근래에는 현지인 주도, 자력갱생(Sustainability)의 기회를 강화/확대할 수 있는 길을 추구하기위해 좀 더 내부 주도적이고 자율적 개발 사역의 전략을 찾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역의 내용도 더 다양해지고 특히 자력갱생의 사역 원칙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사역 전략을 개발하고 사역에 적용하는데 중점을 두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한 예로 치료 중심의 의술은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로 전환하며, 무조건 외부로부터 제공하던 기금(Grant) 위주의 자본투자를 융자(Loan) 형태로 바꾸어 개발 과정 자체의 책임과 소유권(Ownership)을 실재로 자국인에게 의도적으로 이전하는 전략적 변화가 두드러지게 일어나고 있다.        

사역 초점의 변화를 관찰해 보면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한 상황에 “응급처치”를 위해 구호를 목적으로 처음에 사역을 시작했던 단체들도 특별한 몇 단체를 제외하고는 (예: 국제 적십자사(IRC)는 일차대전 때 전쟁 중의 부상자를 돌보는 일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전쟁이나 재해 지역에 구호 사역에만 초점을 두고 사역해오고 있다.) 처음에는 구호로 시작하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고 수혜자의 자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점차 개발 사역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한 기독교, 비기독교 구호/개발 사역 단체들도 처음에 구호를 목적으로 사역을 시작하였다지만 상황의 회복에 따라 서서히 그  사역의 “무게중심”을 개발 쪽으로 옮겨간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상식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수혜자가 무기한적으로 외부의 도움만 받고 의존적이고 무기력한 상태에 놓이지 않고 자발적으로 자기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Capacity Building)하기 위한 전략적 동기에서 나온 것 이다.

위에 설명한 대로 기독교나 비기독교 단체에 상관없이 생존과 기본 복지의 필요들을 사역의 내용으로 하는 것이나 자력갱생을 구호/개발 사역의 목표로 설정하려는 노력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기독교 선교 사역일 경우 이런 구호/개발 사역을 “빵”이라 정의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 하나님의 구원의 복음을 동시에 또는 기회 나는 대로 전하므로, “빵과 복음”의 균형을 맞춘 “공급”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비기독교 단체의 구호/개발 사업과 두드러진 차이라 할 수 있다. 즉 인간의 필요를 생리/물리적 필요 충족에 국한하지 않고 초월자와의 관계에서만 가능한 신앙적 필요를 인식하고 양면적 필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역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은 이것을 총체적(Holistic 또는 Wholistic) 사역 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참고로 말하고 싶은 것은 비기독교 구호/개발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도 그들의 사업을 총체적(Holistic)이라고 정의한다는 것이다. 즉 이 용어(Holistic)는 사용자에 따라서 매우 다른 내용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이 총체성에 대한 논의는 뒤에서 좀더 다루도록 하겠다.)

4. 물려받아야 할 유산

이제 물려받아야 할 유산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간략하게 살펴본 서구를 중심으로 시작된 구호/개발 사역의 “출현” 동기와 그 발전 과정에서 본받을 것들을 찾으려고 한다. 우선 시작의 동기를 살펴보면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현실적 어려움과 고통을 방관하지 않은 인도주의적 반응을 기독교 및 비기독교 구호/개발 사역 단체로부터 공통적으로 배울 수 있다. 즉 인간은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필요만 가지고 있지 않으며 생리적이고 심리적인 필요를 함께 가지고 있는 총체적 존재라는 인간에 대한 실용주의적 인간 이해가 “뒷받침”하는 것을 보게 된다. 혹자는 이 인도주의적 반응 자체가 서구문화에 깊숙이 배어있는 기독교적 가치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나가 기독교 구호/개발 단체들이 시작된 동기 가운데서는 신앙적 가치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를 발견하게 된다. 즉 변화된 인간으로서 하나님의 성품을 닮고자 하는 신앙적 노력이 추가되거나 주 동기로 작용하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선교적 관점에서 보면, 구호/개발 사역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들의 상당수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으로 부터도 차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아직 최 빈민지역의 80% 정도는 미전도지이며 그 인구는 10억 이상이 된다.) 구호/개발 사역 자체가 전도 대상자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효율적인 “도구”로 사용되는 많은 사례들을 보게 된다. 또 선교 전략적 측면에서도 현실적 고통 가운데 있는 인간을 사랑하려는 의도에서 표현된 구호/개발 사역은 “선교적 접촉점”을 형성하는 유리한 기회를 제공하므로 적절한 적용 방법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역 내용과 태도를 살펴볼 때 많은 구호/개발 선교 단체들의 관심은 현장의 필요에 맞추어져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고통에 대해 민감하게 되어 현장의 필요에 따라 사역의 내용을 조절/확장해가는 유연성과 기술적 숙달을 함께 키워왔다. 지난 60년간 시행착오와 함께 이들이 축적해온 다양한 사역 방법론과 사역 기술(Know-how)에는 배울 가치가 있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요약하여 서구 구호/개발 사역의 시작 동기와 발전 과정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고통에 민감하게 대처한 인도주의적 자세와 지난 60년 현장에서 씨름하며 만들어낸 많은 기술적 Know-how가 우리가 배워야할 중요한 유산(Legacy)라고 생각한다. 더나가 서구 기독교 구호/개발 단체들이 보여준 현실적 필요에 대한 신앙의 구체적 표현의 예들은 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충분한 유산을 남겼다고 믿는다. 무엇보다도 서구 기독교 구호/개발 사역은 선교의 지평을 전통적 교회개척에서 포괄적 사역으로 확대 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즉 선교 및 복음의 영역을 포괄적으로 보도록 한 단계 “upgrade"해 주었다.

5. 한국적 적용 및 장래 발전을 위한 제언

필자는 이 구호/개발의 선교적 통합을 위한 연구와 현장 사역에 그동안 참여하면서 서구 구호/개발 사역이 가진 많은 배울 점들을 발견하는 동시에 몇 가지 한계적 요소들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의 구호/개발 사역이 이런 한계점들을 보완하여 더 효과적 구호/개발 사역으로 준비되고 발전되기를 바람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 세 가지만 이 자리에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구호/개발 상황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어느 누구에게도 주의하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다. 즉 구호/개발 상황은 내부의 절박한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적 개입(Intervention)이 일어나는 상황이다. 즉 물질적/기술적으로 윤택한자가 도움이 절박한 상황에 있는 자에게 물질적 도움을 직접주거나 자력으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게 기술적으로 돕는 것이다. 이때에 거의 대부분 비판되거나 “여과”되지 않은 인간 고유 가치에 대한 치명적 오해가 이 구호/개발 상황에 내재하는 전제로 양쪽에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잠간 언급한 것처럼, 독립국가 안에서 구호/개발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개발 주체와 수혜자 간에는 “역할적” 종속관계가 형성되는 현상을 쉽게 관찰하게 된다. 이렇게 성립된 실질적 종속현상은 인간 고유 가치에 대한 근본적 이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표면적으로는 쉽게 인간 평등과 동일한 인간 고유 가치를 표방하나, 이것은 종종 명목뿐이고 내면적, 실재적으로는 인간 고유 가치에 대한 차이 즉 인간 가치의 불평등을 의심 없이 전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저들”(외부인)은 우등하고 “우리”(내국인)는 열등하다는 “믿음”이 “id” 차원에 자리 잡고 있고, “열악 = 열등” 이라는 등식을 암암리에 쌍방이 인정하므로 참 성경적 인간관 회복에 구호/개발 사역이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자학적 인간관” - 내부 수혜자 자신이 외부 공급자 보다 열등하다는 자기 이해 (필자 주) - 을 강화하는 경우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인도주의적 자세로 고통 받는 자를 도울 때 상대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 가운데는 자칫하면 상대가 열등하다는 전제를 깔고 접근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현상은 구호/개발 상황뿐 아니라, 열악한 지역에서 진행되는 전통적 교회개척 선교 상황에서도 예외 없이 사역자가 조심하지 않으면 같은 우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런 상황을 드물지 않게 목격하였다.

개인적으로 한 인간이 긍휼한 마음으로 다른 인간에게 접근하는 태도가 성경적으로 그리 정당화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아무리 의로워도 용서받은 죄인인대 어떻게 남을 불쌍히 여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긍휼한 마음과 태도에는 상대를 불쌍히 여기는 자세가 전재되며, 상대에 대한 자신의 어떤 형태의 우월을 암암리에 내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히려 열악한 상태에 있는 상대에게 접근할 때 공의 실천에 갈급한 자세로 반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즉 상대의 열악한 상황을 보며 저들도 우리와 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졌으므로 우리와 같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야 할 자격과 필요가 있다고 믿으므로, 이 불평등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자세로 접근할 때 위에서 언급한 “내려다보는” 실수를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본인의 경험을 통해 확인해오고 있다. 그러므로 구호/개발의 동기가 애처로운 상황에 자비(Mercy)를 베풀기 위해 시작하기보다, 공의의 관점에서 보고 불공평한 상황에 성경적 공평을 실현하려는 애씀이 더 “안전한” 자세라고 생각 한다. 즉 그 상황을 보며 “It is a pity!” 라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기보다, “It is not fair!"라는 공의에 대한 본성적 반응으로 ”내가 더 가진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다가가게 될 때“ 더 건강한 구호/개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비판되거나 여과되지 않은 전제는 복음의 관점에서 볼 때 실제적으로 매우 무서운 결과 즉 인간성 파괴를 초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주 구호/개발 현장에서 간과되고 있는 것을 목격하므로 이 자리를 빌어서 한번 상기하고자 하며, 성경적 인간관을 고무(Promote)할 수 있는 구호/개발 철학과 전략 및 전술 개발에 더 힘써야 할 여지가 있음을 이 자리를 빌어서 증언하고 싶다. 

다른 한 가지는 대부분의 경우 구호/개발의 환경이 실재적으로 구호/개발을 주도 하는 서구 사역자들에게는 자라는 과정에서 경험하지 않은 생소한 환경이므로 특히 개발 사역을 하는 경우 내부자(Insider)의 안목으로 상황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여러 번 발견하였다. 특히 기술적 답을 찾아야할 경우 본인의 성장과정에 익숙한 기술적 답을 찾는데, 자주 이런 답들이 상황적으로 적절치 못한 답이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즉 전통 복음 전달에 “민중”의 언어로 풀어써야 할 상황화가 필요한 만큼, 구호/개발 사역 과정에도 상황화가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필자의 세대는 까지는 아주 헐벗었던 시대에 “맨손으로” 살아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오히려 서구 선교사들 보다 좀 더 가깝게 내부자의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유리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선교를 준비하는 청년 세대의 한국 예비 선교사들은 이미 모든 것이 주어진 상황에서 자라나므로, 오히려 윤택한 환경에서 자란 것이 구호/개발 선교사를 준비하는 데는 불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약점을 이해하고 보완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유의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성경적 총체론에 근거한 좀 더 통합된 기독교 구호/개발 사역의 이론 정립과 실천의 필요성을 꾸준히 느껴오고 있다. 지금까지 구호/개발 사역의 활동을 관찰해 보면, 구호/개발에 대한 철학과 이론이 먼저 정립되고 그에 따른 사역 활동이 전개 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현장의 필요에 대한 인도적 반응을 우선적으로 한 다음, 이 행위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명문화된 근거를 찾는 식으로 사역 철학과 이론 개발이 진행되어왔다. 그러므로 다분히 구호/개발의 이론은 사역 상황에 따라 나름대로의 철학과 이론이 만들어지고 일관성 있지 못한 특징을 띠고 있다. 혹간 “누더기”(Patch)식이나 “임기웅변식”(Ad hoc)의 이론 발전이 되어온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비기독교 단체에서 진행되는 구호/개발 사역의 경우 인간 정의와 인간 상태에 대해 본질적으로 규명 할 수 있는 동일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구호/개발의 이상이 현실적인 생리적/물리적/사회적 여건의 개선 이상을 보지 못하고 어느 단계 이후에는 제자리는 맴도는 형국을 하게 되는 경우를 본다. 이것은 사역 철학의 부제에서 오는 한계인 것이다. 

기독교 단체의 경우는 자신의 사역 행위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기준인 성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좀 더 유리한 자리에 있으나, 성경적으로 온전히 통합된 구호/개발 사역 철학이나 이론 개발을 위해 아직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선교 사역에서도 전도된 숫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전도 과정에서 복음의 어느 경전에도 비교되지 않는 총체적 탁월성과 통합된 진리를 증거하는 일의 중요성을 소홀히 해서 않 될 것이다. 실존의 구성인자와 그 “운명”은 어떠한 것이며, 인간은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좀 더 일관성있게 창조, 타락, 구속, 완성의 관점에서 답할 수 있는 통합된 구호/개발 사역의 이론과 실재의 지속적인 발전의 필요를 꾸준히 느껴오고 있다. 이런 “수준 높은” 선교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비교될 수 없는 탁월성을 증거하는 “질(Quality)의 사역”을 소홀히 할 수 없고, 끊임없는 “세련 과정”(Refining Process)이 필요한 것이다. 구호/개발 사역과 관련된 총체론에 대한 논의를 여기에서 하기에는 무리기 있으므로 자세한 논의는 생략하기로 한다. (총체적 관점에서 구호/개발 사역의 철학과 이론을 정리하는데 참여한 서구 이론/실천가들로는 W. Dyrness, D. Fountain, B. Moffet, D. Miller, B. Myer, S. Rowland, R. Sider 등을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들의 저서와 함께 기독교 구호/개발 관련 서적은 뒤의 참고문헌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6. 결론

이야기를 마치면서 다시 한 번 60년 전 시작한 서구 구호/개발 사역의 발단을 통해 그들이 보여준 고통의 현장의 필요에 민감하고 세심하게 반응했던 인도주의적 태도를 귀하게 여기고, 또 그간 이루어 놓은 사역의 많은 기술적 Know-how를 좋은 유산으로 물려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구호/개발 과정에서 수혜자를 바라보고 접근하는 태도를 바로 가지므로, 인간의 동등한 성경적 고유 가치를 이 구호/개발 과정을 통해 고무(Promote)하고 축제(Celebrate)할 수 있기를 바란다. 구호/개발 사역이 서구 선교의 노력과 수고로 이루어 놓은 실용적 당위성 (Utilitarian Justification)의 토대위에 성경적 적절성(Biblical Relevancy)을 지속적으로 보강해 가길 원한다. 구호/개발 사역을 통합된 이론으로 확고히 정리된 “일관성이 있고 내용이 알찬” 총체적 사역으로 발전시켜, 현대의 까다로운 선교 여건에 전략적 한 가지 대안으로 준비해 나갈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더나가 한국의 과거의 어려움의 경험이 오히려 내부자적 안목을 갖게 할 수 있는 유리함인 것을 알고, 다음 세대 사역자들을 준비하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7. 참고서적

J. Aaker, Partners with the Poor, Friendship Press, 1993.

D. Ajulu, Holism in Development, MARC, 2001.

B. Bradshaw, Bridging the Gap, MARC, 1993.

R. Bunch, Two Ears of Corn, World Neighbors, 1982.

W. Dyrness, A Biblical Theology of Holistic Mission, Crossway Books, 1983.

J. Engels & W. Dyrness, Changing the Mind of Missions, IVP, 2000.

V. Grigg, Companion to the Poor, MARC, 1990.

G. Gutierrez, A Theology of Liberation, Orbis Books, 1988. 

G. Hipp, Community Development and Discipleship, Mission: Moving Mountains, 1997.

D. Miller, Discipling Nations, YWAM, 2001.

B. Moffet, Leadership Development Training Program, I and II, Harvest, 1998. 

B. Myer, Walking with the Poor, Orbis Books, 2000.

J. Perkins, A Call to Wholistic Ministry, Open Door Press, 1980.

S. Rowland, Multiplying Light and Truth, GLS Press, 2001.

W. Shenk, Changing Frontiers of Mission, Orbis Books, 2001.

R. Sider, Good News and Good Work, Baker Books, 1993.

R. Sider, Rich Christians in an Age of Hunger, Word Publishing, 1997. 

R. Sider, Ed., Evangelicals and Development, The Westminster Press, 1981.

T. Yamamori, Penetrating Mission's Final Frontier, IVP,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