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려받아야 할 선교 신학적 Legacy

임윤택, Fuller 신학교

서론

이태웅 원장은 2004년 11월 2일 CBS 창사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한국교회 선교 25년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하였다. 이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선교의 바람직한 방향을 위해 ‘교회론과 한국 선교신학의 정립’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교회가 선교의 주체가 되는 선교적인 교회론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이 지적은 시의적절하다. 선교적인 교회론이 정립되어야만 지역 교회는 교회가 있는 곳에서 선교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지역교회 목회자들은 선교적 방법론을 채택하여 사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선교적으로 활성화된 교회는 교회를 성장하게 하고, 북한선교, 청소년 선교, 미전도 종족 선교, 그리고 전략적인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 한국 선교사는 글로벌 선교의 리더십을 가진 글로벌 리더이다. 19세기 선교가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 주도의 선교였다면, 20세기 선교는 북미 주도의 선교였으며, 21세기 선교는 모든 대륙에서 모든 대륙으로, 모든 민족에서 모든 민족으로 나아가는 다극화된 글로벌 선교이다. 한국 개신교는 이제 서구 주도 선교의 한 예외적인 세력이 아니다. ‘비서구권(the Two Thirds World)’ 선교 운동의 주도 세력이다. 나아가 글로벌 선교의 대표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다. 

글로벌 선교의 리더인 한국 교회에게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세계 교회와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경적인 선교신학이 필요하다. 이런 글로벌 선교의 리더인 한국 교회는 2/3세계 선교 운동의 바람직한 모델이 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선교신학이 물려받아야 글로벌 선교의 리더들이 남긴 신학유산(Legacy)이 있다. 우리가 물려받아야 선교적인 교회론을 정리하는 이 글의 논지는 ‘한국 선교신학은 한국교회의 선교경험을 반추함과 동시에 글로벌 선교의 리더들이 남긴 성경적이며 선교적인 교회론을 계승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선교적 교회론을 유산으로 남긴 도널드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아서 글라서의 하나님 나라 패러다임, 알란 티펫과 찰스 크래프트의 문화인류학적 패러다임, 폴 히버트의 초문화 신학, 데이빗 보쉬의 변화하는 선교, 그리고 찰스 벤엥겐의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을 간략하게 정리하려 한다.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패러다임

도널드 맥가브란은 교회성장학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1897년 12월 15일 인도의 다모(Damoh)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와 조부모도 선교사였다. 3대째 내려온 선교사의 가정 배경으로 인해, “그의 교회성장 패러다임은 선교지인 인도의 문화적 환경으로부터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맥가브란은 예일대학에서 공부하면서 John Mott와 SVM(Student Volunteer Movement)의 선교적 영향을 받았다. 콜롬비아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23년 안수를 받고 연합선교교단(The United Christian Missionary Society)의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그는 선교회의 총무와 재무를 겸하면서, 1930년대의 인도 선교지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였다. 1930년대의 서구선교와 오늘날의 한국선교는 선교기지 접근법을 사용하는 면에서 비슷하다. 그러므로 맥가브란의 선교적인 지적은 오늘의 한국교회 선교에 귀감이 된다. 선교 활동을 총괄하면서 엄청난 재정이 지출되고 있는 선교지에, 선교의 열매인 회심자는 적고 현지 교회는 성장하지 않는 현실을 아파했다. 이런 아픔을 안고 선교 총무직을 떠나 17년 동안 교회개척 사역과 교회성장 연구를 하였다.

그는 인도 145개 선교사역을 연구하면서 비슷한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교회가 있고, 교회성장이 없는 곳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 요인들을 분석하였다. 이 연구

의 결과를 『하나님의 선교전략』 (The Bridges of God)으로 출판하여 선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마태복음 28장을 중심으로 독특한 “교회성장” 패러다임을 발전시켰다. 그는 버틀러 대학시절 회심을 하였다. 주님께 삶을 드리기로 한 후, 예일대학에서 공부했고, 콜롬비아 대학에서는 '힌두교와 기독교'에 관한 논문으로 Ph.D.학위를 받았다. 연합 그리스도교 선교협회 선교사로 파송받고, 1924년 인도로 돌아온 그는 Harda에 있는 Mission School 책임을 맡았다. 그곳에서 선교행정총무 및 재무로 일했다. 힌디 언어의 권위자로써 복음서를 Chattisgarhee 언어로 번역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나환자시설 및 병원 책임자의 임무를 수행하였다. 1932년 선교부 총무가 되어 선교사 80, 병원 5, 고등학교, 초등학교, 나환자 시설, 20-30개 교회를 돌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영혼구원을 선교의 우선순위로 보았던 선배 선교사들의 열정을 물려받아, 잃어버린 자들의 회심(conversion)을 선교의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책임있는 교인(responsible member)이 되게 하는 교회중심적인 선교전략을 천명하였다. 그는 예일 대학에서 Student Volunteer Movement(John Mott, R. Speer, H. Rutgers)의 영향을 받았다. SVM의 Motto: "The evangelization of the world in this generation"을 가슴에 품었다. 영혼구원을 우선시하는 Henry Martin과 William Carey와 입장을 같이한다.

맥가브란의 멘토는 롤랜드 알렌 (Roland Allen)과 피켓 (J. Waskom Pickett)이었다. 알렌은 영국 출신 선교사로, 중국에서 1895년에서 1903년까지 사역을 하였는데 선교사의 선교방법은 반드시 신약 성경의 원리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통용되고 있던 선교전략에 대해 의혹을 품고, 바울이 교회를 설립하고 영적권위를 현지 지도자들에게 이양해 준 것처럼, 선교사들이 현지 교회를, 너무 간섭하거나 식민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 했다. 그는 현지 교회가 성령님의 지도하심 가운데 홀로 설수 있다고 믿었다. 모두 바울의 선교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부장적 태도를 배격하고 토착교회 설립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가 교회성장에 필요한 성경적 원리들을 소홀히 하고, 비성경적인 전통들과 방법을 따르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알렌의 ‘자발적 성장’ 사상은 맥가브란에 의해서 ‘교회성장’ 패러다임으로 확대되었다.

와스콤 피켓(Waskom Pickett)은 맥가브란을 제자로 삼아 교회성장운동을 실천하게 하였다. 피켓은 맥가브란이 선교하던 인도 중부지역의 134개 선교사역이 10년 동안 12%의 성장에 그친 것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보여주었다. 그의 연구는 1933년 ‘인도에서의 기독교 집단 운동 (Christian Mass Movements in India)’로 출간되었다. 

맥가브란은 피켓을 통해 집단운동의 개념을 정리하고, 개인전도가 아닌 집단개종을 통해 집단이 그리스도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배우면서 피켓을 멘토로 삼았다. 두 사람은 1936년, ‘교회 성장과 집단 개종 (Church Growth and Group Conversion)’이란 연구서를 함께 출판했다. 침례교 교회성장학자인 레이너(Rainer)는 피켓이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이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세 가지 영역을, 실용주의적 접근방법,  집단 운동 개념(Mass Movements), 수용성(Receptivity) 원리로 정리했다. 

필자가 가까이 지켜 본 맥가브란은 임종의 순간까지도 예수님의 지상 명령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잠시라도 의식이 돌아오면 병실에서도 소리쳤다. “가서 모든 족속(계급, 종족, 혈통, 땅의 백성들)으로 제자를 삼아라!” 마 28:19.마태복음 28장은 맥가브란 선교신학의 중심이었다. 나는 한국교회가 맥가브란이 남겨준 유산을 계승하기 원한다. 주님의 지상 명령을 순종하는, 모든 교회와 선교 단체, 모든 기독교인들이 잃어버린 영혼들이 하나님과 화해하게 되기를 간구하면서, 그들의 이웃과 민족 모두를 제자 삼으며, 최종적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고, 충실하고 담대하게 민족들에게 나아가기 원한다. 

맥가브란의 교회 성장 패러다임은 선교 신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가 시도한 신학적, 사회학적, 그리고 인류학적 패러다임의 선교학적 통합(Missiological integration)은 선교학과 방법론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런 영향이 확대되어, 맥가브란 이후의 선교학은 맥가브란의 방법론에서 출발하여 다양한 학문분야를 포함하는 학제적 방법을 발전시키는 기초가 되었다. 이 것이 현대 선교학의 삼 요소인, 성경 말씀 (Word), 세상 (World), 그리고 교회 (Church)로 발전되었다.

글라서의 하나님 나라 패러다임

아서 글라서(Arthur Glasser)는  래드(Ladd), 브로밀리(Geoffrey Bromiley) 교수 등과 함께 “하나님 나라”를 연구하여 성경신학적 관점에서 개발된 “하나님 나라” 개념을 선교학에 적용하여 발전시켰다. 그의 탁월한 강의를 정리한 “하나님 나라의 선포”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철저한 학문적 논술이다. Arthur Glasser, Announcing the Kingdom: The Story of God's Mission in the Bible. (Baker Academic: Grand Rapids, Michigan). 2003. 이 책에서 글라서는 신구약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인 ‘하나님 나라’를 방대하게 다루고 있다. 모두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하나님의 선교의 시작’으로 성경을 선교적으로 보는 관점과 창조부터 아브라함까지를 다룬다. 2부는 ‘이스라엘을 통한 선교’로 출애굽기부터 이스라엘 왕조사를 다룬다. 3부는 ‘열방 중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로 이스라엘의 심판과 바벨론 포로기의 선교를 다룬다. 4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선교’로 하나님 나라가 예수를 통해 역사 속에 들어와 역사하는 것을 다룬다. 5부는 ‘교회를 통해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선교’로 오순절 이후부터 바울서신까지를 다룬다. 6부는 ‘역사의 종말까지 계속되는 하나님의 선교’로 하나님의 온전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계시록까지를 다루고 있다. 

글라서는 뉴 저지(New Jersey)에 있는 평범한 독일 형제회 신앙가정에서 태어났다. 코넬 대학(Cornell University)에서 공학을 전공하였다. 그 후 전문직업을 가진 충실한 평신도가 되고자하는 소원을 접고, 보수 신학의 보루인 페이스 신학원(Faith Seminary)에 진학하여 근본주의적인 신학수업을 받았다.  1942년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해군 군목으로 임관되어, 제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태평양 전투에 참여하였다. 참혹한 전쟁터에서 그는 복음전도자, 선교사, 그리고 목회자로서 많은 해병대원들을 주께로 인도하였다. 전쟁은 그를 신학의 현장에 서게 했다. 그는, “전쟁 중에 머리가 잘려나간 일본군 병사의 시신 옆에 놓인 신약성경을 보았다. 그 섬뜩한 순간에, 그는 세계 각 나라를 포함한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고, 그리스도와 가이사(Caesar)의 관계에 대해 깊이 성찰하였다.” 그리고 선교사로 헌신하였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그는 중국 내지 선교회 (China Inland Mission) 선교사로 샹하이(上海)에서 선교사역을 시작하였다. 그는 겸손한 열정의 선교사였다. 한족들 사이에서 다양한 사역을 하면서,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이러한 중국에서의 선교경험은 그의 신학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중국이 공산화 되면서, 1951년 모든 선교사들에게 추방명령이 내려졌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글라서는 콜롬비아 신학대학(Columbia Bible College)에서 구약학 교수를 지내고, 중국 내지 선교회(CIM)가 O.M.F(Overseas Missionary Fellowship)으로 바뀌는 과정에 리더로 참여했다. 그 후 미국 국가대표(National Director)로 15년 동안 사역하였다. 필라델피아에 살면서, 웨스트민스터 신학원(Westminst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을 가르쳤다. 1970년 하버드 (Hubbard) 총장의 초청으로, 풀러 선교대학원 선교신학 교수가 되고, 맥가브란에 이어 2대 선교 대학원장이 되어 세계 선교학 발전에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  Arthur Glasser는 1976년부터 1982년까지 선교학회지인 Missiology를 편집했다. 이런 학문과 선교적 여정은 그로 하여금 신학적인 “패러다임 변화(Paradigm Change)”을 경험하게 했다. 그는 신학적으로 철저한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었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신학적 주제를 재발견 한 것은, 그에게 신학에 있어서의 코페르니쿠스적인 혁명이었다. ‘하나님 나라’는 사회복음에 의한 세속화가 가중되고, 근본주의적 세대주의 물결이 높은, 혼돈된 상황에, 그리스도인의 삶, 교회, 선교와 개종에 대한 공통적인 신학적 틀을 제공해 주었다. 글라서는 ‘하나님 나라’ 신학이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 진영이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소를 마련해 준다고 믿었다. 글라서에 하나님 나라 패러다임에 의하면, “신구약 성경 전체는 하나님의 계획과 인간 역사 가운데 행하신 하나님의 선교를 기록한 것이며, 성경은 선교적인 책(Missionary Book)이다.”  Glasser, op. cit., p. 15.

 선교적인 성경에 계시된 하나님은 선교하는 하나님(Missionary God)이시다. 하나님께서는 특별한 백성을 불러 모든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게 하신다 (창 12:1-2; 벧전 2:9-10). 

글라서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나라 선교를 다음 7가지 주제로 정리한다.  

1. 하나님은 그의 왕권에 주권적이시다.

2.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는 개인적 헌신을 요구한다.

3. 하나님의 다스림을 받는 자들은 “종”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4. 왕의 구약 공동체는 신약에서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

5. 하나님의 백성들은 선교에 부르심을 받았다.

6.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는, 그의 백성, 그를 알지 못하는 나라들, 보이지 않는 “영적 권세들”로부터 혹독한 저항과 반대를 받게 될 것이다.

7.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는 언제나 미래를 지향한다.

현재 선교학계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에 대하여는 긍정적인 반면에) 여섯 번째 주제인 “영적 권세들”에 대한 “능력 대결(Power Encounter)”이 신학적 주제로 자주 토론되고 있다. 최근 “능력 대결”은, 치유, 악신으로부터의 해방, 혹은 ‘예수 그리스도가 특정 종족 집단이 숭배하거나 두려워하는 영들, 능력들 혹은 거짓 신들보다 더 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시적이고 실제적인 표현들 모두를 포함하는 말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능력 대결”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원수로부터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는다는 개념이 기본이다.

“능력 대결”은 원래 알란 티펫(Alan Tippett)이 남부 폴리네시아에서 일어난 족속 운동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1971년도부터 사용한 용어이다. 그는 선교지에서 “능력 대결”이 일어날 때, 사람들이 복음을 더 빨리 받아들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런 선교지에서의 경험은,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바로의 대결(출7-12장), 엘리야와 바알 선지자의 대결(왕상 18장), 그리고 예수님 사역에 나타난 능력과 권세(눅 9장) 등을 자세히 관찰하게 했다. 이런 대결들을 찰스 크래프트는 세 가지 대결로 정리하였다.

첫째, 능력 대결 (Power Encounter)이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유를 주기 위해 사단과 맞서신다. 사단의 속박에서 해방시키신다. 둘째, 충성 대결 (Allegiance Encounter) 이다. 예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와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충성에 대해 사단과 맞서신다. 사람들을 잘못된 헌신과 충성에서 구해내신다. 셋째, 진리 대결(Truth Encounter) 이다. 예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도록 사단과 진리로 대결하신다. 사람들을 무지와 오류에서 구하셔서 주를 바로 알게 하신다.

글라서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선교 신학의 성경적 패러다임으로 보았다. 그는 구약학자, 선교사, 선교행정가, 목회자, 그리고 선교신학 교수로 다양한 신학적 성찰을 하였고, ‘하나님 나라의 성장’과 예수님의 비유들을 교회 성장학과 연결시켰다. 사회과학과 인류학적 성찰 등으로 자칫 성경적 기초가 흔들리기 쉬운 선교학의 약점을 “하나님 나라” 패러다임으로 정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알란 티펫과 찰스 크래프드(Charles Kraft)의 문화 인류학적 패러다임 선교는 인간을 위한 하나님의 총체적인 계획이기에, 선교는 다면적이다.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패러다임은 (효과적인 지상 명령 성취를 위해) 신학적, 사회학적, 그리고 인류학적 패러다임을 통합하였다. 알란 티펫(A.R. Tippett)은 교회성장 패러다임에 문화인류학을 접목시켰다. 티펫이 연구한 ‘솔로몬 군도 기독교 (Solomon Island Christianity)’는 탁월한 선교적 안목을 제공한다. 특히 인류학이 타문화권에 복음을 전파하는 데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티펫은 솔로몬 군도 내의 여러 교단들이 어떻게 성장하였는지 기술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성장을 멈추었고, 어떻게 번성하였고, 어떻게 위축되었는지를 밝힌다. 그들이 어떻게 진정한 또는 명목적인 기독교인이 되었고, 기독교 신앙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였는지, 또는 기독교 신앙을 왜 그들 친지들에게조차 전파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티펫의 공헌은 선교학에 문화인류학을 접목한 것이다. 

티펫의 뒤를 이은 찰스 크래프트는 문화 인류학자이면서 성경 번역가다. 그는 아프리카의 하우사 언어권에서 선교사로 사역한 후, UCLA 대학에서 아프리카 언어학을 가르쳤다. 지난 30여년 동안 풀러 선교 대학원의 교수로, 다문화 상황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성경번역, 선교사를 위한 문화 인류학, 내적 치유 등 선교학의 다양한 부분을 교수하고 있다. 크래프트는 미국 동부에서 1932년 태어났으며, 근본주의적인 교회에서 성장하였다. 인류학 전공으로 휘튼대학을 졸업하고 북부 나이제리아에 형제회 교단(Church of Brethren) 선교사로 파송되어 교회 개척과 성경 번역 사역을 하였다. 애쉴렌드 신학원에서 신학으로 B.D를, 케네디 선교 대학원에서 Ph.D.를 취득하였다. UCLA에서 아프리카 언어학을 교수하였고, 1969년부터 풀러 선교 대학원에서 교수하고 있다.

크래프트는 문화와 세계관의 개념을 신학방법론에 접목하였다. 그는 선교 신학 작업을 위한 다문화적 모델들을 '문화 속의 기독교 (Christianity in Culture)'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타문화 권에서도 유효한 신학작업 (Cross-culturally valid theologizing)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였다. 나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는 다문화(Multicultural) 사회에서 복음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전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는 성경에 기초한 신학 모델들을 개발하는 일을 시도하는 것이다. 선교학자 된 우리가 서구 문화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아직 그런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다양한 문화적 현실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시도하여야만 한다. 

다문화 상황에서 효과적인 신학적 성찰을 위해서, 그는 타문화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인류학, 언어학, 번역이론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을 신학화 작업을 위한 도구로 제시하며, 독특한 신학 방법론적 관점을 제공한다. 크래프트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상황에서 어떻게 역사 하시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신학화의 과정을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기본적인 이해를 위한 관점 모델(Perspective Models), 둘째는, 문화를 이해하는 인류학적 모델(Anthropological Models), 셋째는, 커뮤니케이션 모델(Communication Models), 하나님께서 인간의 상황에 역사 하시는 것을 알기 위한 인종 신학적 모델(Ethnotheological Models)이다.

크래프트는 '문화 속의 기독교'를 통해 타문화권에서도 유효한 신학을 설명하면서, 서구 신학자들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감행해 온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 신학의 오류를 철저하게 비판한다. 또한 선교사들이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단일 문화적(mono-cultural) 사고 체계가 타문화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음을 논증하며 타문화권에서도 유효한  신학을 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타문화권에도 유효한 신학방법을 소개한다. 

그의 언어학, 문화 인류학적 접근은 선교 현지 문화에 적절한 언어와 문화를 강조하였다. 서구 문화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서양 선교사들의 맹점을 질타했다. 지난 25년 동안, 크래프트의 학문적 관점들은 서구 신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특히 선교 신학계에 큰 도전을 안겨 주었다. 크래프트의 대표작인 Christianity and Culture는 2005년 25주년 기념판으로 새롭게 출판되었다.

타문화권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선교지 문화와 역사가 전혀 다른 곳에서 형성된 자신의 신학을 선교지에서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다. 동시에 정당화 될 수 없는 현실이다. 크래프트는 서구 문화와 다른 약 6만에 달하는 문화권에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학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 문화권에서 형성된 서구 신학보다 좀 더 포괄적인 신학이 필요하다. 다양한 문화에 적용할 수 있는 신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즉 단일 문화적 서구 신학(Monocultural Western Theology)과 같은 신학적 주제를 다루더라도, 타문화권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신학적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런 성경적이며 다문화적인 기독교 신학을, 그는 “기독교 타민족신학(Christian Ethnotheology)”이라 부른다. 민속신학 또는 민족신학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미국 대학에서는 인종학(Ethnic Studies)이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는 자민족 신학과 대조되는 개념을 강조하여 ‘타민족신학’으로 번역하였다. 크래프트가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인식 (Understanding of Reality)을 가능케 하는 모델들(Models)을 통하여 다문화 상황에서의 신학적 현실을 성찰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것이 과연 “크래프트의 신학(Kraft Theology)으로 끝나고 말 것인지 다문화 신학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인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긴다. 

크래프트는 이런 타문화권에서도 유효한 신학 작업을 위해 방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신학 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다음 세 가지를 대조하여 설명한다. 첫째, 문화적 대조와 구분이 필요하다. 신학들 가운데서 서구 신학과 같이 특정문화권 내에서 이루어진 신학(culture-specific theology)과 보다 다양한 문화권을 포함하는 타민족신학(Ethnotheology)을 구분하고 대조한다. 둘째, 문화사적 대조가 필요하다. 특정 문화권에서 이루어진 자민족신학(Ethnic theology)을 기술하는 것을, 특정 민족문화사(Ethnography)적 관점에서 민족신학사(Theography)라고 부른다. 셋째, 문화적 소속을 구분하고 대조한다. 특정 문화권 안에서 하나님과 하나님의 역사를 이해하고 정리한 신학을 특정문화의 (내부자적 관점으로 이루어지는) 내적 신학 (Emic The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 문화권 밖에서 그 문화를 넘어 신학작업을 하려는 외부 학자들의 신학을 (외부자적 관점으로 이루어지는) 외적 신학 (Etic Theology)이라고 부른다. 

크래프트의 <문화와 기독교>는 문화와 복음의 상관관계를 살핀다. 문화와 신학의 관계를 중시한다. 그가 설명하는 신학과 문화와의 역동적 관계를 이해하면 특정 문화를 초월한 신학작업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문화를 넘어선 타문화 신학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게 된다. 크래프트는 타문화 상황에 적용되는 성경 번역이론을 선교 신학작업에 적용하였다. 그는 성경번역처럼 선교 신학작업은 성경이 기록된 신구약 시대 당시의 신학적 역동성을 그대로 현재에 되살릴 수 있는 역동적 등가 방법 (dynamic equivalent)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이것은 과거의 신학을 그대로 전수하는 차원을 넘어선 새로운 신학적 탐구의 과정(Process of Theological Reflection)이라고 정의하였다. 그의 주장대로 신학작업은 문화가 전반적인 면에서 기독교 신앙을 증거하는 문화 형태를 가질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성경말씀이 문화적 시공간을 넘어 특정 문화에 있어 문화적 차원에까지 성경의 능력이 나타나도록 적용하는 것이 바로 신학작업인 것이다. 

언어학자요, 인류학자인 크래프트는 번역이론과 커뮤니케이션의 이론들을 신학방법론으로 사용한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요소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신자이다. 신학에서도 수신자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는 수신자인 말씀을 받아들이는 선교 현지 사람들과 선교현지 문화에 맞는 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크래프트는 무엇보다 단일 문화권이 아닌 다양한 선교지 문화에서 신학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즉, 다문화 사회에서 다문화 사역을 감당할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 신학을 정립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폴 히버트(Paul Hiebert)의 초문화 신학 패러다임

폴 히버트는 수학자이며 문화 인류학자이다. 그는 1932년 인도의 앤드라 프라데쉬(Andra Pradesh)의 샴사바드(Shamshabad)에서 메노나잇 선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인도 시골 마을에서 현지인들과 같이 성장하였다. 그는 인도문화와 철학에 대해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그는 타보 대학에서 수학과 역사를 전공하였고 프레스노(Fresno)에 있는 메노나잇 형제회 성서 신학원(Mennonite Brethren Biblical Seminary)에서는 선교학을, 그리고 미네소타 대학에서 인류학과 공중보건으로 학위(Ph.D.)를 취득하였다.

신학과 선교학에 있어서 문화적 상대주의가 갖는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히버트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초문화 신학(超文化 神學: Transcultural Theology)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초문화 신학이란 무엇인가? 초문화 신학이란 성경의 초월적 진리를 파악하기 위해 문화적 요소들을 살펴보고, 각 신학들을 비교 검토할 수 있는 신학을 말한다.

히버트는 초문화 신학의 성경적인 근거로써 종교 개혁과 개혁주의 원리인 만인 제사장설을 근거로 든다. 모든 신자들은 스스로 성경을 해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나 각 개인은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share), 돌아보는 믿음의 공동체 안에 속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 해석은 이 신앙 공동체에 속해 있다. 신학은 이런 해석학적 공동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히버트는 이것을 서양이 아닌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 있는 교회들에 적용시킨다. 서구인들이 다양한 문화권에서 신학활동을 하고 교회들도 우주적인 신앙 공동체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우주적 공동체의 관점에서 초문화 신학의 역할이 존재하는 것이다.

히버트는 초문화 신학이 갖추어야 할 특징으로 다음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초문화 신학은 성경을 기초로 해야만 한다. 모든 신학들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표준은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

둘째, 초문화 신학은 인간 문화가 갖는 한계를 넘어서는 초월성을 강조하지만, 특정한 문화적 상황하에서 특정 문화의 독특한 특성을 갖는 현지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모든 문화는 기본적인 면에서 서로 동질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서로 전적으로 다르다고만 할 수 없다. 이러한 공통점을 서로 발견해 나아가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선교사들은 서로가 가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초문화적 관점을 배양해 나아가야 한다.

셋째, 초문화 신학은 역사의 중심이 되는 하나님의 계시인 예수 그리스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신 성육신(Incarnation)과 십자가에서 죽으심과 부활하심이 복음의 핵심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만유의 주이심으로 모든 신학은 예수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초문화 신학이 갖는 통일성은 성령의 역사하심에 달려있다. 여기서 히버트는 선교 신학에 있어서 성령의 역할과 우리가 신학 할 때 가져야하는 자세를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성령은 우리를 모든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신다. 그러므로 신학은 자기 의를 주장하지 않는 겸손한 마음으로, 정죄하기 보다는 구속하신 사랑을 가지고, 명령하기보다는 나누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신학은 우리의 무릎으로 해야만 하는 것이다.

히버트가 소개하는 초문화 신학은 우리가 처한 각각 다른 문화들을 초월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초문화 신학을 통하여 세계에 흩어진 모든 신자들과의 신학적 교제가 이루어진다. 주의 몸된 교회의 선교에 함께 동참할 수 있게 된다. 성경 말씀의 조명 하에 우리가 가진 신학들에서 고쳐 나가야 할 문화적 요소들을 밝히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초문화 신학을 이해 할 때에 우리는 글로벌 리더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

데이빗 보쉬(David J. Bosch)의 변화하는 선교 패러다임

보쉬는 세계적인 아프리카 신학자이다. 그는 학적인 능력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얻었다. 세계 복음주의 연맹(The World Evangelical Fellowship)과 로잔 위원회(The Lausanne Committee for World Evangelization)에서 존경을 받았다. 세계교회협의회(The World Council of Churches)에서도 상당한 존경을 받았다. 그가 1992년 4월 15일 남아프리카에서 자동차 사고로 소천했다. 그에게 학문적 기대를 많이 했던 선교학계 (특히 선교 신학계)에 큰 슬픔을 안겨 주었다. 그의 저술들은 아직도 복음주의 선교 신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화란 계열의 백인으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그는 프레토리아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바젤 대학에서 오스카 쿨만 지도로 신약학을 공부하였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약신학자이면서 동시에 선교 신학자이다. 그는 영어, 코사어, 아프리카어, 화란어, 그리고 독일어에 능통했다.  보쉬는 남아프리카로 돌아와서 트란스카이와 맥월레니 지역에서 소수 종족인 쑈사 부족을 위한 선교사로 9년 동안 사역하면서, 흑인 동역자들의 뛰어난 영성과 겸손 등을 배웠는데, 그 경험이 그의 삶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백인들이 지배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흑인 차별정책을 지지하는 화란 개혁교회에 속해 있으면서 흑인차별정책을 공공연히 반대하자, 그는 더 이상 화란 개혁교회 안에서 사역 할 수 없게 되었고, 남아프리카 대학의 선교학 교수로 오라는 초청을 받아들여, 그곳에서 1992년 소천하기까지 눈부신 활약을 하였다. 

보쉬는 특히 흑인들을 사랑하고 존중했다. 그는 남아공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 흑인 형제자매들에게도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것은 그가 먼저 흑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평생 (백인과 흑인 사이의 화해뿐만 아니라 전인격으로) 화해의 삶을 살았다. 그에게, 그리스도의 선교에 참여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삶으로 용서와 화해의 열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는 선교 신학에 관한 저술을 많이 하였는데, 1980년에 출판된 ‘세상을 향한 증거: 신학적 전망으로서의 기독교 선교’와 1991년에 출판된 ‘변화하고 있는 선교: 선교 신학의 패러다임 변천’ 등이 주요 저서로 꼽힌다. 

‘세상을 향한 증거’는 선교의 개념과 선교학의 내용을 논한다. 선교의 성서신학을, 성경 전체에 통일성을 부여하는 ‘하나님의 나라’로 보고, 그 나라는 하나님의 사랑이 동인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을 선택하시고, 요나를 원수의 나라 앗수리아의 수도인 니느웨로 보내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선교적 메시지로 해석한다. 신약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공생애에 드러난 메시아 사역의 특징도 사랑이다. 그동안 선교 역사학자들이 부정하였던 종교 개혁가들의 선교 사상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며, 특히 칼빈의 ‘그리스도의 왕국’ 사상을 개혁신학의 선교적 바탕으로 서술하였다.

그의 역작이며 유작인 ‘변화하고 있는 선교’에서는, 선교 신학 연구에 패러다임 이론을 접목하는 탁월함을 보였다. 패러다임 이론을 선교 신학의 방법론으로 사용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진 신학들을 연대기적으로 추적하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독특하고도 포괄적으로 정리하였다. 또한 새로 등장하고 있는 ‘포스트 모던(Post Modern)' 패러다임의 핵심 특징들을 분석하고 전망하였다. 

그의 저서인 “변화하고 있는 선교: 선교 신학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은 패러다임 이론을 선교 신학에 적용한 최초의 업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는 심오한 성경적 통찰력을 유지하면서 패러다임 이론을 적용하고 있어서, 적어도 이 세대에서 가장 포괄적이며 가장 철저하게 선교를 연구한 고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저서의 영향으로 현대 선교 신학자들 간에 활발한 패러다임 연구 열풍이 일어났다.

보쉬는 선교학자들 가운데 처음으로 쿤의 패러다임 이론을 선교학, 특히 선교 신학에 적용하였다. 지난 20세기 동안의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신학들을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또한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신학적 위기상황을 설명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예견하는 선교 신학적 안목을 정립하였다. 보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학의 선교학 교수 및 동 대학 선교학 과장을 역임하였다. 그가 저술한 Transforming Mission: Paradigm Shifts in Theology of Mission. Maryknoll, New York: Orbis Books 1991은 현대 선교 신학의 금자탑이다.

  그는 지난 20세기 동안의 선교 역사를 다양한 신학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하여 이해하였다. 그 결과 역사에 나타난 신학들은 다양한 패러다임에 따라 선교 신학이 새롭게 정립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신학의 변화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해 나가는데 필요한 이론적 바탕을 제공해 주었다.

그는 지금까지 선교 역사에 나타난 패러다임을 5개의 중요한 선교 신학적 패러다임으로 정리하고, 역사에 나타난 신학들을 각각의 선교적 패러다임 나름대로의 중심 사상을 따라 정리하였다. 그는 1990년대에 이르러 다음 세대 선교를 효과적으로 주도할 새로운 차세대 포스트 모던 (post-Modern) 패러다임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보쉬의 관점에서, “패러다임 전환” 또는 “변혁”은 선교 신학의 발전 과정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보쉬는 토마스 쿤이 정립한 패러다임 변화보다는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패러다임 변화(Change)는 쿤이 주장하는 혁명적인 변화, 즉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으며, 패러다임 전환(shifts)이라는 개념은 단절보다는 연속성을 염두에 둔 좀 덜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변혁(Transforming)이라는 용어는 패러다임 용어들이 철학이나 과학적인 용어에서 나온 데 반하여, 좀더 선교학이나 신학적으로 많이 쓰이는 용어라고 볼 수 있다.

보쉬는 패러다임 이론을 선교 신학에 접목함으로 선교신학 방법론을 풍성하게 하였다. 패러다임 이론이 갖는 장점을 살려 복잡하기만한 신학적 패러다임들을 잘 정리하였다. 보쉬는 무엇보다 성경적 패러다임을 강조한다. 복음을 항상 선교 신학의 중심에 놓는다. 동시에 성경기자의 다양한 복음의 패러다임을 보여줌으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그의 선교 신학은 성경에 확고한 중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보쉬는 현제 진행중인 포스트 모던 패러다임을 전망한다. 앞으로 있을 패러다임 변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 자료를 제공하였다.

보쉬는 선교 신학에서의 변화와 변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아울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변화는 더욱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선교와 선교 활동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때가 바로 이 순간이고 지적한다. 이러한 여러 관점에서, 보쉬가 선교 신학적으로 접근한 패러다임 이론은 우리들에게 선교 신학을 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제공한다. 그는 역사에 등장했던 다양한 선교 신학이 패러다임 이론을 통해서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가를 보여 준 좋은 본보기가 된다.

벤 엔겐(Van Engen)의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

벤 엔겐은 선교지인 멕시코에서 출생하였다. 부모님은 화란계 미국인 선교사로 멕시코에서 다양한 선교 활동을 하였다. 그는 선교사의 자녀이면서도 현지 멕시코인처럼 자랐다. 미국에 돌아와서 풀러 신학교를 졸업한 후에 멕시코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1973년부터 1985년까지 12년 동안 청소년, 신학교육, 전도, 난민구제 사역 등을 하였다. 그리고 요하네스 버콰일(Johanness Verkuyl)의 제자로 화란 자유 대학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고, 교회론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그의 박사논문인 “참 교회의 성장(The Growth of The True Church)”은 교회 성장신학을 조직신학적으로 변론한 탁월한 논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논문을 통해 맥가브란의 교회 성장학의 조직신학적 배경이 강화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선교하는 교회” (Missionary Church) 패러다임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발한다. 그는 1988년부터 글라서(Arthur Glasser)교수의 후임으로 풀러 선교대학원에서 선교 신학을 교수하고 있다. 그의 선교하는 교회 (Missionary Church) 패러다임은 귀중한 선교적 유산이다. 벤 엔겐의 관심은 선교하는 교회의 성장에 있다. 그의 “참 교회의 성장”(The Growth of The True Church)은 교회 성장 이론에 대한 교회론적 분석이다. 

조직신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교회의 본질이 살아있는 ‘참 교회’를 규명하고, 그것을 교회 성장 이론과 비교하고 분석하기 위해, 현대 교회론, 성경신학, 역사, 그리고 선교에서 ‘참 교회’의 모습을 찾아내어, 성장(growth)과 추수 (Harvest)의 개념을 “성장을 갈망함"(Yearning for the Growth)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새로운 교회의 본질을 천명한다. (교회의 본질을 설명하는) “새로운 용어”를 천명한다. 보다 선명한 성경적, 역사적, 선교학적 성찰은 교회의 수적 성장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그는 “갈망함 (Yearning)” 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갈망함은 성공과 실패, 충성스러움과 나태함, 온전함과 결함을 판단하는 가치기준이 아니라, 다른 모든 동기들을 함축하는 언약의 보편적 의도(universal intention)를 말한다. 보편적 의도로 말미암는 자연적인 증가가 실제 숫자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벤 엔겐은 블라우(Blauw)의 성경신학적 연구서인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발전시켜, 지역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교회”에서 규명하였다.  교회의 참 모습을, 조직신학, 성경신학, 역사, 그리고 선교를 총괄하는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으로 풀어나간다. “지역 교회는 확실하게 우주적 교회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선교하고 있으며, 그 선교적 본질을 생활해 나갈 때 지역 교회는 우주적 교회로 형성되어 가는 모습을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역교회가 선교적 목적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직접 선교활동을 통하여 자기들만이 갖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본질을 분명하게 발견하게 될 때에만 지역 교회는 새로운 생명력과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는 지역 교회를 하나님 나라와 세상과 연결시켜 선교하는 교회의 모델을 제시한다. “그리스도가 목숨을 버리신 것은 교회가 아닌 세상을 위함이었다. 그리스도가 살아있는 희생 제물, 어린 양으로 보내진 곳은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 세상이었다.” 

세상에서 선교하는 지역 교회가 되기위해, 교회 성장학에서 권하는 ‘담대한 목표'(Bold Plan) 보다 더 구체적으로, 교회의 목표와 성도, 교회 리더십, 그리고 교회 행정까지 구체적인 패러다임을 제공하고 있다. “사도들이 예수님에 의해 보냄을 받은 것처럼, 교회는 주님에 의해 보내심을 받았다. 순종하는 교회는 보내심을 받았다는 사명 안에서, 세상을 향해 사도직을 감당하면서 선교하는 교회로 세워지게 된다.” “선교는 우리 교회들의 사역을 철저하게 되돌아보도록 도전한다. 만일 선교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본질이라면 선교는 교회 모든 사역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선교하는 교회는 선교하는 자신의 모습을 평가한다. 선교하는 교회는 그들의 생활과 효율성을 종말론적인, 이루어져 가는 실재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 평가는 완성된 것이 아닌 발전 과정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 때 조직 이론으로 교회의 본질, 세상을 향한 교회의 선교활동, 교회가 처한 문화 상황의 특성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 성공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우리의 선교 활동과 조직, 선교적으로 의도한 바를 평가하는 기초로 삼아야 한다.

선교하는 교회는 선교적 본질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그 본질이 확연히 드러날 수 있도록,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교회들과 교회를 둘러싼 다양한 문화들의 미래상을 그리면서, 어느 곳에 있든지 그 문화 상황에 적절한 교회가 되고, 왕의 언약 공동체 본연의 모습을 더 아름답게 드러낼 수 있도록 (선교 신학적인 성찰을 통하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벤 엔겐 방법론의 특징은 학제적 통합(Multidisciplinary Integration)에 있으며, 패러다임 이론을 선교 신학 방법론과 연결시켜,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과정을 선교 신학의 형성과정으로 사용하였다. 그의 신학화 과정은 다소 번거롭고 복잡해 보이도 하지만, 섬세하다. 그는 선교 신학이 완벽한 신학이 아니라 계속 발전되어 나아가야 하는, 도상의 신학 (Theologia Viatorum) 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벤 엔겐의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은 선교 단체와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빈약한 교회론에 새로운 통찰력을 더해 준다. 벤 엔겐은 우리가 패러다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실정에 맞게 적용시켜 나아가, 우리 의 선교 신학을 정립하고, 하나님의 선교와 세계교회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중요한 과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결론

한국 선교 신학이 물려받아야 할 선교적 교회론을 정립하기 위해, 지금까지 우리는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패러다임을 중심으로 몇몇 학자들을 살펴보았다.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 나라의 성장을 강조한 아더 글라서, 문화 인류학적 패러다임을 보여 준 알렌 티펫과 찰스 크래프트, 초문화적 신학을 주장한 폴 히버트, 변화하는 선교 패러다임을 보여준 데이빗 보쉬, 그리고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의 찰스 벤 엔겐의 통찰을 살펴보았다.

첫째, 맥가브란의 교회성장 패러다임을 물려받아야 한다. 주님의 지상 명령을 순종하는 한국 교회는 잃어버린 영혼들이 하나님과 화해하게 되기를 간구하면서, 그들의 이웃과 민족 모두를 제자 삼으며, 최종적인 결과를 하나님께 맡기고, 충실하고 담대하게 민족들에게 나아가야 한다. 교회성장 패러다임으로 민족을 제자삼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글라서의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물려받아야 한다. 사회과학과 인류학적 성찰 등으로 자칫 성경적 기초가 흔들리기 쉬운 선교학의 약점을 “하나님 나라” 패러다임으로 보강해야 한다.

셋째, 크래프트의 문화인류학적 패러다임을 물려받아야 한다. 타문화권에서도 유효한 신학을 정립해야 한다. 서구 신학자들이 거의 무의식적으로 감행해 온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 신학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선교지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성경적으로 타당한 선교신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히버트가 소개하는 초문화 신학을 통하여 세계에 흩어진 모든 신자들과의 신학적 교제가 나누고, 주의 몸된 교회의 선교에 함께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보쉬가 <변화하는 선교>에서 선교 신학적으로 활용한 패러다임 이론을 발전시켜 우리에게 적절한 선교 신학에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여섯째, 벤 엔겐의 선교하는 교회 패러다임을 물려받아 선교 단체와 교회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빈약한 교회론을 새롭게 정립하고, 교회가 처한 곳에서 선교할 뿐만 아니라 타문화 선교에 적절한 성경적 교회론을 정립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글로벌 선교의 리더이다. 우리에게 국제적인 감각과 세계 교회와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성경적인 선교신학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2/3세계 선교 운동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어야 할 사명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선교신학이 물려받아야 글로벌 선교의 리더들이 남긴 신학유산(Legacy)인 성경적이며 선교적인 교회성장론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교회성장 패러다임을 물려받아 선교하는 교회론을 정립한 한국 교회는 지역 교회가 있는 곳에서 선교적인 사명을 감당하며, 선교적 방법론을 채택하여 다양한 사역할 전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선교적으로 활성화된 한국 교회는 타문화적 신학작업을 통하여 타문화 상황에서도 교회를 성장하게 하고, 북한선교, 청소년 선교, 미전도 종족 선교, 그리고 전략적인 지역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글로벌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