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교사의 이미지(지역 교회의 평가)                

성남용, 삼광교회

지역교회가 평가하는 한국 선교사의 이미지를 그리기는 쉽지 않다. 한국 선교사라는 평가 대상이 너무 크고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가하는 교회의 입장에서 보아도 선교사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평가자의 경험이나 배경에 따라 그 이미지가 그려질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평가는 가능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가 의미 있는 것은 이를 통해서 한국선교의 현실을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교회가 갖고 있는 선교사에 대한 이미지가 선교사들의 실제 모습과 다르다 할지라도 그려진 이미지는 선교현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실체다. 우리는 교회에 비쳐진 선교사의 현재 모습을 분석하므로 보다 효과적인 미래를 준비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필자는 지역교회가 한국 선교사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논리적 추론보다 직관에 의지해서 답을 하도록 요청했다. 평소 마음에 품고 있던 이미지에 덧칠을 하지 않은 모습을 그리길 원했기 때문이다. 설문에 협조해준 분들은 총신대학교에서 박사과정(Th.D)을 공부하고 있는 목회전문대학원의 중견목회자들 17인과 선교대학원과 상담대학원의 석사과정 학생들 31명으로 모두 48명이다. 설문지는 모두 열한가지 질문으로 만들었는데 태도에 대한 평가는 Likert-type scale을 사용했다. 

1. 선교사라는 단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중복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는 고무적이다. 참여자들은 개척자(31명), 전도자(29명), 순교자(21명), 목회자(14명), 영적 지도자(11명) 등의 이미지를 선택했다. 질문에 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이미지는 모두 13가지였는데 그 중에서 다수가 선택한 이미지였다. 참고로 설문지에 제시되었던 이미지들은 다음과 같다(순교자, 학자, 목회자, 교사, 영적 지도자, 사업가, 건축가, 개척자, 전도자, 신학자, 여행안내자, 독불장군, 기타). 부정적인 이미지들도 설문에 제시했지만 대부분은 선교사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그렸다. 한국 선교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교회의 선교사들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를 암시한다. 

2. 예전의 선교사에 대한 이미지와 지금의 이미지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4명이 다르다고 평가했으며 13명만이 같다고 평가했다. 다르다면 50년 전, 10년 전, 그리고 현재의 이미지를 평가해보도록 요청했다. 50년 전 선교사의 이미지라 하면 개인이 경험한 적이 없는 상상속의 이상적인 선교사의 이미지를 묻기 위한 질문이었다. 10년 전의 선교사의 이미지라 하면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선교사들이지만 과거의 선교사라는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현재의 선교사의 이미지라 하면 현재 함께 교제하고 후원하기도 하며 기도제목을 나누는 현실의 선교사라는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다르다고 평가한 사람들 중에서는 50년 전과 10년 전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미지의 평가가 달랐다. 50년 전 선교사의 이미지는 24명이 순교자, 7명이 개척자, 3명이 전도자 등을 꼽아 선교사라는 대상의 이미지를 상당히 영웅적이고 환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10년 전의 선교사의 이미지는 11명이 순교자, 6명이 개척자, 5명이 목회자, 2명이 교육자, 2명이 전도자 등의 답으로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선교사의 모습을 그렸다. 현재 선교사의 이미지는 15명이 현실적인 환경에 따라 선교사로 헌신한 사역자, 5명이 목회자, 3명이 전도자, 3명이 헌신자, 2명이 영적지도자 등의 이미지로 그렸다. 안타까운 것은 현실 선교사의 이미지가 과거의 모습보다 더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현실적인 환경에 따라 사역지를 정했다고 한 응답자 중에서 사역지를 찾아서 선교사로 헌신한 경우도 지적하고, 자유로운 사역, 사업가, 현실도피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전체적인 이미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많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3. 이상적인 선교사의 모습이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참여자들이 묘사한 이상적인 선교사의 모습은 다양했지만 일관된 요구가 있었다. 24명이 순교자적 정신을 품고 열정으로 복음을 전하는 모습을 이상적인 선교사라고 생각했다. 17명은 성육신적 태도를 가지고 사역하길 기대했고, 8명은 효율적인 사역의 태도를 지적했다. 순교자적 열정을 지적한 사람들은 선교사들의 모든 소유를 포기하고 선교지에서 뼈를 묻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고, 영혼사랑에 대한 열정과 헌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순교도 불사하는 불굴의 의지와 복음에 대한 불타는 열정을 그리기도 했다. 성육신적 태도를 지적한 사람들 중에는 선교지에 귀화할 것을 요구한 경우도 있고, 현지인들과 하나 되는 철저한 토착화를 이룰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사역의 결과에 대해 지적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이상적으로 기대하는 선교사의 이미지는 순교자적 열정을 품은 성육신적 태도를 지닌 선교사의 모습이다. 이를 통해 교회가 그리는 선교사의 모습이 어떠함을 알 수 있다. 

4. 선교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이 있다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이미지를 그렸지만 역시 어떤 정형적인 모습이 각인된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13명이 선교사들의 현실 도피적 경향을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사명감은 없지만 고국에서 사역지를 찾기 어렵거나 또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고 지적한 경우도 있었다. 9명이 편안함을 추구한다고 지적했고, 8명은 경제적인 문제에 민감하고 현지인들과 융합할 수 없을 정도의 호화로운 생활을, 6명은 고집과 독선적 성향을, 또 다른 6명은 동역자간의 대립이나 불화, 그리고 신실성의 문제를, 3명은 업적위주의 사역이나 사업가적 기질을 지적했다. 부정적인 인상이 무엇인가를 물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대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교회가 직간접적으로 듣거나 경험한 내용에 대한 반영이라 한다면 가볍게 지나칠 일은 아니다. 

5. 선교사들이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도 뚜렷한 경향성을 보였다. 20명이 개인의 경건훈련과 영성 그리고 가정을 돌보는 개인적인 신앙인격을 지적했다. 8명이 열정을 품은 사명감을 지적했으며, 또 다른 8명이 교회를 세우고 제자 삼는 일을 말했다. 그리고 7명이 언어훈련을 포함한 성육신적 태도를 지적했다. 1명이 파송교회와의 긴밀한 협조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지적했다. 선교사의 사역적 능력이나 효율성보다 선교사 본인의 영성과 신앙인격을 우선순위로 두라고 주문했다. 기능인보다 신앙인이 되길 원하는 교회의 기대를 잊지 말아야 하겠다. 

6. 선교사들 중에 선교사로 헌신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다섯 가지의 경우를 제시했는데(투철한 사명감에 따라, 본국에 사역지가 없어서, 외국 생활을 위해, 1,2,3의 혼합, 기타),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직관에 따른 경향성을 퍼센트로 표기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해서 그 경중을 비교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질문은 객관적 현실을 진단하려한 질문은 아니다. 하지만 교회가 생각하는 선교사들의 헌신동기가 무엇인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투철한 사명감에 따라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0% 정도였다. 둘째: 본국에 사역지가 없어서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16%였다. 셋째: 외국 생활을 위해서 선교사로 헌신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경우가 15%였다. 넷째: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종합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17%였다. 다섯째: 기타의 경우로 12%를 지적했다. 적지 않은 수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그래도 선교사들이 투철한 사명감에 따라서 헌신하게 되었다는 다수의 반응이 희망적이다. 

7-8. 선교사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이 현재 어떠하며, 앞으로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에는 선교사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선교사들의 생활수준이 선교 현지인들과 같다고 생각한 사람의 수가 14명인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4명에 불과 했다. 서양선교사들 수준처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7명이었는데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 9명이었다. 본국 교역자 수준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의 수가 15명이었는데 21명이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은 14명이었는데 선교사역을 하기에 부족하지 않고 또 자녀교육에 신경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검소하고 현지인처럼 살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했다. 대체적으로 선교사들의 생활수준이 현재보다 상승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선교사들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선교사들의 삶이 지나치게 낭만적이며 희생적인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9. 현재 생각하고 있는 선교사들의 여러 품성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도표1 참조). 사명감(32명), 영성(29명), 희생정신(24명), 문화적응능력이나 성경지식(23명), 독립심(19명)은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되었다. 일반지적수준(13명)이나 언어구사능력(6명)은 평균을 약간 상회할 정도였다. 하지만  성숙한 인격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완전 평균값(0)을 얻었고, 협력정신(-23명)이나 국제적지도력(-16명)은 낮게 평가되었다. 협력정신이나 국제적지도력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선교사들 간의 갈등이 교회에 많이 보고 되었고, 선교사의 수에 비해 국제적인 지도력을 발휘하는 선교사들이 많지 않은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품성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는 사실이 선교의 미래를 밝게 하고 내일의 선교를 기대하게 한다. 

10. 위의 여러 성품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 세 가지를 우선순위에 따라 지적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품성들은 사명감(21명), 영성(17명), 성숙한 인격(9명) 등이었다.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여긴 품성들은 영성(15명), 사명감(9명), 성숙한 인격(8명), 협력정신(5명), 희생정신(3명), 성경지식(3명), 문화적응능력(3명) 등을 꼽았다. 세 번째 중요하다고 여긴 품성들은 언어구사능력(10명), 성숙한 인격(7명), 문화적응(6명), 희생정신(6명), 국제적 지도력(5명), 협력정신(4명), 사명감(3명) 등이었다. 전체적으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품성들은 사명감(33명), 영성(34명), 성숙한 인격(24명) 등이었다. 교회가 선교사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교사가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기본 자격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한다. 

11. 선교사들의 사역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태도에 대한 다섯 가지 반응을 조사했다(아주 잘한다. 잘한다. 보통이다. 못한다. 아주 못한다). 아주 잘한다는 없었지만 잘한다(29명)가 못한다(1명)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보통이라는 응답자의 수는 18명이었다. 교회가 선교사들의 사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선교사들의 땀과 눈물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교회가 선교사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대에 대한 반영이라 할 수도 있다. 

결론과 제언

교회가 생각하는 선교사의 모습은 데이빗 리빙스턴(1813-1873)을 닮았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내는 개척자요 탐험가를 닮은 선교사, 아프리카의 밀림을 홀로 다니던 개척 선교사의 모습이다. 또 굳이 비교하자면 허드슨 테일러(1832-1905)도 닮았다. 선교지에 있는 사람처럼 옷을 입고, 현지인처럼 머리를 기른 완전 토착화된 선교사의 모습이다. 이를 보면 교회가 그리는 선교사의 모습은 낭만적이며 영웅적이고, 또 환상적이며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상적인 선교사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현실적으로 다른 선교사의 모습에 대해서도 낯설지 않다. 이는 어찌 보면 선교사나 교회에게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선교사들은 선교의 비본질적인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가 없고 교회는 선교사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지적한 선교사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들은 앞으로 건강진단서처럼 사용해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도구로 쓸 수 있다. 교회는 선교사가 건강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사명감에 투철하고, 경건생활과 높은 영성의 건강한 선교사를 그린다. 그 것이 교회가 바라는 선교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그리는 선교사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건강하고 밝다. 앞으로 한국 선교의 희망을 볼 수 있다. 10년 후에 선교사의 이미지를 다시 그린다면 더 아름답고 더 건강한 선교사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