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상황의 변화: 정체성, 변화, 패러다임에 대한 응답

한철호, 선교한국(현 미션파트너스)

세 분의 발제문이 얼핏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룬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번 포럼의 전체 주제를 논의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해 주는데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본인이 추측하는 이번 포럼의 방향이 오늘날 21세기에 변화하는 세계와 선교환경 가운데서 한국교회선교와 선교사의 모델을 모색해 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볼 때 세분의 발제는 전체 논의에 중요한 준거틀을 제시해 주고 있다.

먼저 이교욱교수의 발제는 선교사의 이미지에 대한 성경적 역사적 고찰을 통하여 창조 때부터 현재까지 복음 전파를 위해 나선 선교사의 변화된 유형과 이미지의 변화를 자세히 살펴 봄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보여진 진정한 선교사의 유형과 이미지는 세상 가운데 보내심을 받은 흩어진 제 3의 종족으로 온 천하에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와 증인들이 바로 선교사라는 관찰을 해 주었다. 이문장교수의 발제는 오늘날 일어나는 주요한 변화의 영역들을 지적하면서 그 변화의 현실은 한국교회에게 새로운 초대교회적 상황에 처하게 했고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기독교선교의 순수성을 회복하고 복음의 능력을 들어내는 새로운 선교패러다임을 만들에 가야 할 장기적, 단기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부르심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태웅목사의 발제는 먼저 오늘날 21세기 세계선교의 주요한 흐름과 변화 그리고 과제들을 거시적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과정에서 선교역사와 전략의 변화에 대한 주요한 논쟁점인 선교의 정의와 선교역사관의 변화 그리고 2/3세계선교의 약진 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선교의 형태와 전략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선교지원체제의 견실성(한국교회의 견실성)과 선교운동의 역동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확장되어야 이제까지의 선교적 발전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세분의 발제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된 몇 가지 핵심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정체성, 변화, 새로운 패러다임 이라고 볼 수 있는데, 본 응답은 이런 관점에서 세분의 발제에 응답으로 하고자 한다.

정체성

선교사 혹은 기독교 사역자의 정체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정체성과 그 정체성이 역사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해서 발제자(이교욱교수)는 그 성경적 정체성을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에서 발견해야 하며 역사 속에서는 이방 가운데 보내심을 받은 자, 흩어진 제 3의 종족, 교회를 확장한 사도적 인간과 백성의 교사, 온 천하에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선교사의 이미지로 변해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성경적 역사적 변화과정은 적절한 관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록 그리스도께서 구원의 완성자로서 완전한 선교사로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가진 것은 사실이고 구약에서 선교가 완성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나 이것이 구약과 구약에 나타난 선교사들이 신약과 신약 이후에 나타난 선교사들에 비해 열등한 존재로 이해되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신약은 구약의 완성이다’라는 명제가 신약은 구약에 예속되거나 구약 그 자체가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독자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되기 보다는 구약은 구약으로서 선교라는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는 데 있어서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역할과 위치가 있었고 보는 입장도 있다. 물론 구원의 구속사적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그렇게 설명할 수 있으나 구약의 선교사들이 온전한 선교사이지 못한 것이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 이전의 선교사였기 때문이고 신약 시대 이후의 선교사들이 온전한 것은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 이후의 선교사였기 때문이라는 구분보다는 완전한 선교사이신 예수 그리스도에 비교해 볼 때 구약과 신약의 사역자(선교사)모두가 온전한 선교사가 아니지만 각 시대에 사역자(선교사)들은 각 시대에서 그들의 역할과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각도로 말하면 구약은 신약의 완성을 위한 미완성의 위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완전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구속의 비밀이 완전히 들어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설명이 구약에 나타한 하나님의 선교의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등장한 선교사들이 신약에 나타난 하나님의 선교의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등장한 선교사들에 비해 열등한 위치였다고 이해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발제자(이교욱교수)는 신약시대 이후 선교역사 전체에서 나타난 선교사의 이미지의 변천 과정을 정확히 기술했다. 자발적으로 모든 교회의 구성원들이 흩어진 나그네의 정신으로 참여했던 선교가 역사 속에서 전문선교사들의 이미지로 바꾸어 가는 역사적 과정을 지적했다. 이러한 관찰의 결과를 통해서 우리가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성경과 역사를 통해서 발견된 올바른 선교사의 이미지는 보내심을 받은 나그네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선교사와 기독교 사역자의 이미지의 변천 과정을 다렐 구더(Darrell Guder)는 “Missional Church"라는 책에서 사역자의 이미지의 변천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교회 역사 속에서 목회자의 이미지 변화해 왔는데, 초대교회에서는 지도자를 사도(apostle)라고 불렀다. 그들은 새롭게 초대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보내심을 받은 나그네로서 선지자의 역할을 했다. 즉 하나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교회를 만들어 갔다. 그러나 기독교왕국시대 즉 중세에 들어서면 사역자를 신부(priest)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예배를 인도하고 교회의 권세를 보여주는 자 즉 권세자의 이미지였다. 종교개혁시대에 들어서면서 등장한 이미지는 교육자(pedagogue), 혹은 교사(teacher)로서 성경의 교리를 가리치고 설명하는 자로서의 이미지였다. 그 후 계몽주의시대에 들어서면서 목회자의 이미지는 전문가(professional)로 바꿨다. 이러한 이미지는 오늘날까지 전달되고 있는데, 즉 설교전문가, 상당전문가, 구제전문가, 등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 사역자들은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도록 요구되고 있고, 또 교회에서는 각종 전문가들을 전임사역자로 임명해서 목표를 세우고 교회를 운영(management)해 감으로서 세상 사람에게 비춰지는 목회자 상은 경영인 혹은 성공한 CEO 이다. 과연 이런 목회자 혹은 선교사의 역할이 오늘날의 교회와 선교환경에도 적용될 것인가라는 질문인 것이다. 우리 사역자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발제자(이교욱교수)의 관찰처럼 성경은 세상 속에서의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나그네로 본다. 아무것도 없는 나그네가 아니라 영원한 소망과 진정한 평화 그리고 고정된 가치를 가진 그래서 오늘 지금 내가 있는 위치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이 영원한 소망과 가치를 알리고 그대로 살기 위해 떠나는 삶, 나그네의 삶, 순례자의 삶, 보내심을 받는 삶(missional)을 사는 자들인 것이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선교사가 이 정체성을 회복할 때 오늘날 외면 당 했던 세상으로부터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역설을 성경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발제자(이태웅목사)도 언급했던 알렌 크레이더는 초대교회 기독교의 특징은 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독특성(distinctive)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당시 교회가 핍박 가운데 있었지만 사람들이 보기에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독특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핍박을 받고 있지만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가난했지만 서로 나누어 쓰는 방법을 통해 어느 누구들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었고, 정부로부터 탄압을 받았지만 정부에 정확히 세금 내는 일을 거부하지 않았고, 원형경기장에서 사자 밥이 되어 죽어갔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평화가 넘쳤고, 세상에서 나그네와 같은 위치에 있었지만 영원한 처소를 소망하며 나그네로 지내는 것을 오히려 특권으로 생각했던 그들의 독특성이 세속에 물들어 있던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 결과 교회는 점차 커지게 되고 드디어 교회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기독교왕국시대가 열리기 된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 왕국시대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교회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교회의 독특성 때문이 아니라 교회가 주는 기득권(incentive)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교회가 사회의 중심이 되고 권력과 지배력을 발휘하게 되자 사람들을 교회에 들어옴으로서 유익을 얻게 되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모든 삶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교회의 구성원이 되면 그 유익과 기득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구의 기독교왕국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서구사회에서 기독교왕국은 그 껍데기만 남은 후기기독교왕국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교회에서 주는 유익 이상의 유익을 세상에서 얻을 수 있고, 교회가 주장하는 절대적 가치는 상대화되었고 그 결과 교회가 말하는 가치에 통제를 받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교회는 사회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복음의 영향력은 그 힘을 잃게 되고 선교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처지에 오게 된 것이다. 여기에 오늘의 서구교회와 선교의 몰락의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즉 초대 교회 때 기독교가 사회의 중심 세력이 아니었고 아무런 사회적 권력과 위상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 매력적인 공동체로 다가갔던 것은 그 공동체가 가지고 있었던 보내심을 가진 나그네로서의 정체성 때문이었고 이제 오늘날의 세속 사회 속에서 교회가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공동체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비록 소수집단이었고 나그네였지만 천국에 대한 소망 때문에 세상에 억매이지 않고 세상의 영향력에 대해 자유로우며 그 내면에는 더 큰 평화와 기쁨이 있으며, 세상의 권력과는 전혀 다른 영적 힘을 가지고 있고, 나그네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현재의 위치를 떠날 수 있는 이러한 모습들이 그들이 속한 사회 안에  더 큰 영향력으로 자리 잡게 되는 그런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우리 선교사들이 이러한 이미지를 회복할 때 그리스도의 복음은 이 세상 가운데 그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변화

오늘날 세계와 교회 그리고 선교현장을 기술하는 관찰한 가장 공통된 관점은 바로 변화이다. 오늘날 우리는 변화의 한 가운데 서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문장교수의 발제의 핵심은 변화하는 현실과 선교환경에 대한 언급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이러한 변화는 발제가 언급한 것처럼 선교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기독교 전반의 변화이고 그 변화의 폭과 내용 또한 미래학자들이 오늘날의 변화를 문명사적 전환기라고 언급하는 것처럼 선교전체 틀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동시에 변화를 보는 관점에 있어서 다른 발제자(이태웅목사) 지적한 한 것처럼 연속성 가운데의 변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불연속을 가져오는 변화로 볼 것인가의 관점에 따라 그 적용의 내용이 매우 달라 질 것이다. 발제자(이문장교수)는 불연속성의 관점에서 오늘의 변화를 보는 것 같다. 식민지시대와 팽창주의시대의 종말과 서구 기독교의 쇠퇴로 인해 반기독교 정서가 확산되면서 서구선교시대의 종말과 2/3세계교회의 등장이라는 불연속성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에게 주어진 선교의 기회와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의 관점을 접근하는 듯하다. 이러한 접근은 매우 타당하며 정확한 관찰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교회 미래의 선교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전적으로 불연속적인 관점에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의 선교패러다임을 ‘한국교회가 주체적으로 찾아내야 하는 문제’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임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동시에 이 과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단순히 이전과 단절된 불연속적 관점보다는 이제까지 역사 안에서 진행되어 왔던 선교의 관점, 즉 하나님이 이 선교역사를 주장해 왔으며 그 안에서 일관성을 가지고 하나님의 시대에 따라 적절한 환경과 사람을 사용해 오셨다는 큰 전제 안에서 불연속적 요소들을 발견해 내고 대안들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서구 기독교의 쇠퇴로 그리스찬덤(Christendom) 시대가 끝나고 후기 기독교시대(Post-Christendom) 시대에 들어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선교에 대한 서구 기독교의 역할과 공헌의 시대가 끝났다고 보기 보다는 서구교회가 일방적인 보내는 선교사의 역할을 했던 상황에서 이제는 공히 모든 세계가 세계복음화에 참여하는 파트너십과 공동체 의식으로 전환된 관점을 한국교회가 그 가운데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발제자(이문장교수)는 오늘의 교회 상황이 후기기독교적 상황으로 이는 기독교가 소수가 되는 초기 기독교 시대(Pre-Christendom) 환경으로 돌아간 것이 기독교 복음 전파의 순수성과 파괴력을 회복할 수 있고 교회의 자생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것에 대해서 매우 창의적인 관찰이라고 볼 수 있고 실제 이러한 시각과 도전이 서구 교회 안에서도 “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등을 통해 “Missional Church"라는 개념들도 구체적인 대안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 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발제자(이문장교수)도 원론적인 부분만은 언급했다는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발제자의 지혜와 시각으로부터 이러한 패러다임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더 세부적으로 듣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발제자가 언급한 것처럼 한국교회선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은 한국교회전체의 흐름과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발제자(이태웅목사)의 언급처럼 한국교회의 견실성과 함께 만들어져야 하며 동시 한국 사회 전체의 변화 과정 또한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선교사들의 의식과 양식은 교회문화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로부터 배양되고 형성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결국 이번 포럼의 최종적 과제는 한국선교의 올바른 패러다임을 그려보는 일이다. 이태웅목사의 발제는 이 문제는 매우 포괄적으로 그리고 세계선교의 전체적인 맥락에서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방향과 대안에 대해서 제시해 주었다. 한정된 발제문 안에서 선교적 과정과 다양한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오늘의 한국교회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해 주었다. 발제는 서두에서 변화의 상황과 추세를 세계성과 지역성의‘상호교화작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는데,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을 가지고 상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좀더 고민해 봐야 할 점은 세계화의 기준에 관한 문제이다. 발제자가 언급한 대로 세계화 과정을 통해 전 세계가 하나의 보편성과 세계성(통일성 혹은 동일한 관점)을 소유하게 되는데, 이러한 보편성과 통일성을 가져다주는 세계화의 기준은 누구인가라는 문제이다. 역사 속에서 이제까지 세계화의 기준은 항상 문명적으로 혹은 역사적으로 앞선 자들이 세계화의 표준을 제공해 왔다. 이것은 세계의 문화적 흐름에도 그렇고 교회의 역사에서도 그렇다. 이러한 흐름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그 필연성 때문에 식민지선교 혹은 패권적 선교 등 결국 또 다른 역사적 쇠퇴가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우리가 분명히 역사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발제자가 언급한 것처럼 오늘날에 와서는 이러한 지역성과 상호작용으로 인해서 균형을 잡아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오늘날의 세계성과 지역성은 서로를 균형 잡히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서로와 대립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교패러다임을 발견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세계성과 지역성이 가지는 대립적 요소를 뛰어넘는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발제자(이태웅목사)는 오늘의 세계 선교에 대한 선교신학과 역사와 상황에 대한 거시적 요소들을 빠짐없이 언급했는데 한 가지 첨가한다면 세계에서의 고난과 박해의 증가와 인권 문제 또한 오늘의 선교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닌가 고려된다. 세계화가 경제적 문화적 상황에서는 그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중국 등 몇몇 나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박해와 인권을 영역에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선교현장에서 박해의 강도가 더욱 강화되고 있고 또한 지역화(Localization)가 지역종교를 강조하게 되면서 그 지역 안에 있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박해가 강화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타종교의 기독교에 대한 박해 뿐 만 아니라 기독교의 타 종교에 대한 박해도 증가하고 있고 이것은 우리가 미래의 선교 패러다임을 고려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에 하나가 될 것이다. 

앤드류 월스의 비서구선교에 대한 언급이나 보쉬가 언급한 Ecumenical Missionary Paradigm, 필립 젠킨스의 “The Next Christendom" 등 에서 확인되어 오늘날 현실로 나타난 서구 중심의 선교패러다임이 서구교회의 약화와 2/3세계교회 발전으로 인해 서구선교의 약화와 2/3세계선교의 약진이라는 새로운 선교환경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선교의 정의, 선교신학, 방법론 등에 막대한 변화를 가져 올 것이다. 지난 1-2년 사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선교계에서의 노력이 가속화되는 것은 늦었지만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 

 한편 이러한 선교중심축 변화가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할을 단 시간 내에 핵심인 위치로 증대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이것이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축복의 기회임을 자각함과 동시에 이러한 축복이 지속적인 축복이 되기 위한 발제자(이태웅목사)의  두 가지 전제조건인 한국선교지원 체제의 건실성과  선교운동의 역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촉구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역사 속에서 선교가 그냥 일어난 것이 아니고 교회의 영적 각성과 부흥을 결과로 일어나게 된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오늘날 한국교회의 영적 정체는 선교전략을 떠나서 우리의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제까지 한국교회의 영적 건실성이 한국선교의 모판이 되어왔는데 이 부분이 회복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선교사들이 한국교회가 주는 영성을 수동적으로 공급받는 일에서 선교사들도 한국교회의 영성회복과 건실성 회복을 위해 앞장서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본다. 단지 교회로부터 공급받는 위치 혹은 교회에게 요구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함께 한국교회를 세워가는 역할의 한 부분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 선교사들의 현장 영성이 한국교회를 영적으로 깨우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노력은 한국선교를 위해 교회의 지원체제를 강화하는 열매로 나타날 것이다. 이 부분에서 선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올바른 선교적 교회론이 만들어져 갈 것이다.

 또한 발제자가 두 번째로 언급한 한국교회의 선교운동의 역동성은 지난 25년간의 선교적 열정과 헌신이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전달될 것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본인의 관찰에 의하면 앞으로 25년간의 선교를 이어갈 젊은이 세대들 가운데 여전히 선교적 열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선교적 열심과 참여가 명목화(nominalism)되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선교참여와 선교에 대한 노출과 도전이 제공되고 있다. 엄청난 선교여행과 선교적 훈련이 제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교적 역동성의 가속화가 배가되지 못하는 것은 발제자가 언급한대로 선교적 정점을 지나친 이후에 나타나는 현상인지에 대한 관찰이 있어야 한다. 본인의 관찰에 의하면 이것은 선교적 정점을 지나친 이후의 현상이라기보다는 선교동원의 아마추어리즘이 가지는 한계에 도달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인다. 이런 점에서 선교운동의 역동성의 확산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선교동원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 외 발제자는 한국교회의 선교전략의 활성화를 위해 단기선교사운동의 확산, 국제적 시각의 소유와 협력에 참여 등을 언급했는데, 선교단체의 역량과 컨텐츠 강화 그리고 사역전략의 전문성 확보, 선교단체 수의 확장, 선교동원의 역할 분담 등에 대한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