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4일 중국 텐안먼(천안문) 민주화 사태가 오늘날 중국 기독교에 미친 영향은 막대하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1976년 마오찌뚱(毛澤東) 사후 다시 주도권을 잡은 덩샤오핑(鄧小平) 에 의해 시작된 중국의 개혁 개방 정책은 일단 시작된 후 겁잡을 수 없게 된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도 개혁 개방의 시장경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서 자신이 꿈꾸던 진정한 사회주의 완성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과 기름이 완전히 섞일 수 없듯이 일단 물꼬를 튼 개혁 개방 정책은 자연스럽게 민주화 요구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개혁 개방의 지지자였던 후야오방이 사망한 후 팡리즈 등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후야오방의 명예회복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여기에 대학생들과 노동자들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던 덩샤오핑은 민주화 요구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던 당시 공산당 총서기 지오쯔양을 해임하고 자신의 생각을 따르는 양상쿤과 리펑 등이 전면에 나서게 하면서, 베이징은 강경파가 주도하게 된다. 6월 3일 밤 동원된 탱크를 앞세운 인민해방군은 텐안먼광장에 모여 시위하던 시위대를 대상으로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그 결과 수천 명의 시민,학생들이 시위진압과정에서 죽거나 부상당했다.

이 사건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절망을 가져다 주었다. 사회주의 이념을 가지고 개방 개혁을 거쳐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들어내고 진정한 삶의 최고의 가치를 가져달 줄 수 있다고 주장해온 공산당의 주장이 허구였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당시 중국 젊은이들은 기대에 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개혁개방으로 경제가 발전하기 시작했고, 삶의 질과 가치의 최고 단계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서 완성해 갈 수 있다고 설득하는 덩샤오핑의 노선을 추종하며, 공산당 간부가 되는 것이 그들에게 최고의 가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꿈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 바로 텐언먼사태였다. 그 결과 젊은 대학생이 심한 영적 혼란과 공허감을 경험하게 된다. 공산사회주의가 대안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이 영적 공백기에 선교사들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전해진 복음은 그들에게 새로운 소망이 된 것이다. 실제 중국 대학가에 복음이 구체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텐언먼민주화사건 이후 부터였다. 그들 가운데 많은 회심자들이 나오게 되고, 그들이 현재 중국 도시 가정교회를 이끄는 핵심 리더들이 된 것이다.

당시 텐안먼민주화운동을 이끌었던 주요 청년대학생 리더들이 중국을 탈출해서 유럽과 미국으로 가게 되었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기독교를 접하게 되고, 회심하면서 기독교 지도자로 성장하게 된다. 지금 해외에서 활동하는 주요 중국교회 리더 중에 웬즈밍(UanZhiming), 장보리 (ZhangBoli), 장누가 등은 텐언먼사건을 이끌었던 청년 리더들이었다.

어제도 텐안먼민주화운동 세대 중 한 사람으로 현재 북경 도시가정교회의 리더인 한사람을 만났다. 그는 북경에서 상당한 규모의 도시가정교회를 이끌다가, 이제는 중국교회가 자민족 복음화를 넘어서서 세계복음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텐안먼 민주화사건이 중국 기독교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하나님의 섭리는 놀라운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그것이 정치적 위기이던, 세속화의 위기이던 마찬가지이다. 위기 속에 젊은이들은 영적빈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영적 빈곤함은 오히려 복음이 대안임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청년들이 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청년복음화 운동도 시들해지고, 청년선교운동도 힘을 잃는 것 처럼 보인다. 만일 오늘날 청년들의 위기가 세속화로 인한 사회적 절망감 때문이라면, 그들의 경험한 세상에서의 절망감이 오히려 복음 안에서의 소망을 발견할 수 있는 영적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가 가져다 주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의 청년들이 복음으로부터 그 소망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만일 그 이유가 복음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복음을 전달해야 할 기성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비상식적인 모습들 때문이라면, 그 해답을 찾을 길이 망막하다. 교회가 무조건 회개부터 하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