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 예수님을 소개하는 일을 염두에 두고 더 정기적으로 친구들 집을 찾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한 기도도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학생이었고 청년부 활동으로 교회에 갈 일이 자주 있었고, 공장과 숙소가 교회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친구들을 찾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이야 제가 했던 이런 생각들이 새롭지 않지만 그 땐 어떻게 그런 생각이 제 머리 속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넣어주신 생각이겠지만, 그때 제 나이가 20대 초반이었는데 얼마나 기특한지 옆에 있으면 용돈이라도 쥐어 주고 밥이라도 사 주면서 격려해 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이후로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많은 인연들과 이 생각으로 말미암아 제 인생의 방향이 어느 정도 바뀌게 된 점을 생각하면 정말 백만 불짜리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당시 이 친구들에게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열정에 불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복음에 대한 열정이 문제가 될 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특히 타문화 사역에서는 적당하지 못한 타이밍에 아무것도 모르고 준비 없이 성급하게 덤벼들었다간 크게 데일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도 제가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 깊이는 아니지만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어느날 ‘기도 하고 왔느냐’는 친구의 물음에 때는 이 때다 하고 ‘예수가 그리스도이고, 하나님의 아들이다’라고 성급히 말해 버린 것입니다. 그때는 이슬람 사원 앞에서 땅밟기 하는 것처럼 앞 뒤 맥락이 없어도 복음의 메시지를 그냥 선포하는 것만 해도 뭔가 의미가 있고, 영적인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구나완의 친구인 라흐만이라는 친구가 정색을 하고 ‘아니야, 아니야, 예수는 선지자야’ 라고 말하며 책을 한 권 들고 왔습니다. 꾸란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페이지를 펴서 보여주는데 거기에 예수님과 마리아가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도 나왔습니다. (꾸란에도 예수님이 하나님의 영으로 잉태되었다고 쓰여 있고, 예수님은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꾸란에 왜 예수님이 나오고, 마리아가 나오고 수태고지 사건이 나오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이야 그것이 꾸란의 세번째 장인 ‘수라 안-니사’ 에 담긴 내용이고 성경과는 다른 버젼으로 예수님의 출생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 때는 꾸란에 대해서 전혀 몰랐습니다. 이후에 라흐만과 구나완이 읽은 내용들을 설명해 주었지만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도 못했고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약간 어리둥절해 있는데, 기도할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 집에 방문하면서도 기도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방에서 라흐만이 앞줄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면서 기도를 인도하고 다른 세 친구가 뒷줄에서 때로는 합장을 하는 것처럼 때로는 절하는 것처럼 기도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면서 저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꾸란도, 무슬림들의 기도도 처음 접하면서 너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무대뽀로 복음을 들이댔던 일로 서로의 관계가 나빠지거나 어색해지지는 않았지만 한번 뜨겁게 데인 저로서는 그들에게 직접 복음을 전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고 타이밍을 잘 재면서 해야 하는 일이라는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은 좀 삼가면서 그 집을 출입하였습니다. 친구들도 집에 찾아오는 저를 이전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지만 약간은 분위기가 어색하고 제가 뭔가를 하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면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