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 첫 발을 딛게 된 응급센터. 환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앰뷸런스와 택시를 통해 내원합니다. 아프리카로 파견되는 KOICA 단원들이 가장 많이 교육 받는 건강교육은 말라리아입니다. 그러나 응급실에 말라리아 환자는 오지 않습니다. 그 정도는 집에서 감기처럼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일까요? 많이 힘들고 아플 텐데요.

한 사람의 고통의 무게를 관찰자(타자)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대단히 위험한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도 마음의 “응급”상황을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제지받는 것을 꺼려하구요. 그래서 많은 경우 자기 우선적, 자아 중심적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주님은 잠도 주무시지 않고, 우릴 돌보시느라 늘 “응급”상황이시겠죠? 그 큰 사랑에 오늘도 참 감사함을 느낍니다.

며칠 전 카메룬 간호사인 “테레스”와 재미있는 수다를 떨었습니다. 처음에 “나이가 몇 살이니?”로 시작해서 “왜 결혼 안하니? 카메룬 남자는 어때?”로 번져, 카메룬의 국가발전 속도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테레스는 기독교인입니다. 일반적인 카메룬 가정처럼, 맞벌이를 하며, 아이가 넷이 있고, 여동생이 둘이 있으며, 아직 일자리를 못 찾은 동생들에게 용돈을 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테레스는 카메룬 남자들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게을러!”

테레스는 병원에서 2교대근무를 하고, 집에 가면 아이 넷을 보고, 집안일을 하고, 심지어 또 다른 직업으로 여성복 맞춤 디자이너로서 일을 합니다. 한국과 협력사업으로 이루어지는 응급센터라는 새로 생긴 병원에서 일하게 되어, 수입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족들과 친척들은 테레스에게 용돈을 요청하곤 하는데, 손을 벌리는 가족들에게 미운 마음이 많이 들어 요즘은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남자들은 일이 끝나면 집에 와서 맥주를 마시면서 TV 프로그램을 보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사노동과 직장일로 바쁘고 힘들게 생활하는 엄마의 역할에 비하면, 남편은 아빠로서 가정 일을 돕거나,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테레스는 늘 좌절한다고 합니다. 마치 이 하소연은, 유교사상으로 충실했던 저희 할머니께서 가끔 등을 보이시며 혼잣말로 불평하시던 그런 내용 같았습니다. "네 할아버지는 한 번도 물 마신 컵을 직접 닦아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내용이죠. 설명을 들은 테레스는 웃으며, “한국이 그렇다면, 카메룬도 훗날 내 손자들이 집에서 요리하고, 청소하는 남자가 되어, 카메룬에도 신기한 변화가 생기겠지.”라며, 재밌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우리의 삶의 변화는 갑작스럽게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때론 낙망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합니다. 저 또한 삶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면서, 약간은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상황을 바라보기도 했고,주님께서 하루 속히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주시리라는 것을 두고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오직 우리의 마음을 연단하시는 주님께서는 빠른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보다 말씀에 기초한 “올바른 변화“를 소망하는 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말씀을 깊이 알아가며 사모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통해 아름답게 변해갔으면 합니다. “응급”적으로 말고요. :)

마음을 지키는 것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씀 아래, 하나님의 말씀이 순간마다 “응급처치”로 함께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또한 이 곳 카메룬도, 변화가 더디 일어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주님께서 가장 올바른 변화의 길로 연단하시며 인도해주실 기도해봅니다.

그 말씀을 믿고,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사는이_이윤희 자매 (2013년 279기 월요반 수료생/ 한국 국제협력단 KOICA 를 통해 간호단원으로 카메룬에 가게 됨. 현재 14개월째 체류 중) 이윤희 자매의 기도편지를 받아보길 원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메일로 연락을 하시면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lyh69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