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에서 처음으로 연말과 새해를 보냈다. 더운 날씨가 어색했다. 계절 변화 없이 지속되는 더위와 반복된 일상 때문인지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이 무뎌지는 것 같다.

그 속에서도 국립응급센터의 개원작업은 점점 더 박차를 가해가며 빠르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 그러던 중 우리와 함께 초기부터 응급센터 개원작업을 함께한 현지인 의사(Dr. 버나드)가 집으로 식사초대를 해주셨다! 그것도 20명가량의 응급센터 봉사단원 모두를! 너무 기뻤고 기대됐다! (Dr. 버나드는 몇 년 전 한국에서 연수도 받았었고, 워낙 성격이 사교적이라서 모든 봉사단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대부분의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따. 아프리카의 일반적인 가정과 다름없이 9남매 대가족이었고 가족 구성원들이 다 똑같이 생겨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신기했다. 옹기종기모여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피부가 하얀(?) 외국인을 처음보고 낯설어 했지만 금방 마음을 열고 사진도 찍고 음식도 같이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식사 전, 응급센터와 응급센터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식전기도를 함께 한 후, 버나드의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여러분은 이 음식을 먹고 더욱 축복을 받을 거예요, 제가 그렇게 기도했어요.”

카메룬 현지인이 이렇게 기도와 축복의 말을 해준 것은 처음이었다. 그간 고되고 강박했던 마음들이 눈 녹듯이 풀리면서 매우 따뜻해졌다.

우리를 위해 정말 많은 음식을 준비해주었다. 그 중 신기했던 것은, 소꼬리와 매운 고추로 국물을 낸 수프, 굴비생선의 맛이 났던 생선구이, 한약재를 넣어서 찐 듯한 향이 났던 바나나 잎 닭요리 등 이다.마치 한국에서 먹는 듯 친밀한 맛이 났고, 현지 음식이라는 거부감과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많이 먹었다. 평소에 현지음식을 먹고 나면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할 위험이 있어 꺼림칙했지만, 정성이 담긴 음식이어서 그런지 너무 맛있고 행복했다. 평소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고, 뷔페식으로 준비되었던 터라 아무 부담 없이 세 그릇을 먹었다. 나의 먹는 모습을 본 Dr.버나드는 “배가 고픔이, 거의 응급상황이었나 보구나?” 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는 등 참으로 편안한 시간이었다.

짧지만 최선을 다해 현지어로 마음을 전했다. 아침 일찍부터 함께 음식을 준비했을 가족들에게 그 수고에 감사를 전했다. 물론 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낯선 기후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로 몰랐고, 아직도 종종 척박하게만 느껴지는 이 땅에서 나는 2년 동안 내 마음을 보호하고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그 때 버나드씨의 가족을 통해 너무 큰 환대와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그 분의 뜻임을 다시금 기억하며 카메룬에 변함없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차기를 기도한다.

사는이_이윤희 자매(2013년 279기 월요반 수료/ 한국 국제협력단 KOICA를 통해 간호단원으로 카메룬에 가게 됨. 현재 7개월째 체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