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_이윤희 자매(2013년 279기 월요반 수료생/ 한국 국제협력단 KOICA 를 통해 간호단원으로 카메룬에 가게 됨. 현재 5개월째 체류 중)

오늘도 사무실엔 총 23명의 한국인 의사, 간호사, 응급 구조사들이 모여서 회의와 단체작업을 바쁘게 하고 있다. 모두들 청진기와 주사기 대신 노트북을, 그리고 가운과 간호복 대신 냉장고 바지를 입었다. 한국에서 외출복으로 냉장고 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약간 창피한 일이지만, 더운 아프리카에서는 좋은 아이템으로 느껴졌고, 게다가 너무 좋은 질의 옷을 차려 입는 것은 현지인들이 보기에 사치스러운 외국인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간단하게 냉장고 바지로 입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게 왠걸, 우리는 얼마 전 단체로 복장 지적을 받았다!!!!!!그것도 카메룬 의대생에게서..

얼마 전, 개원 준비중인 카메룬 국립응급센터의 현지 의료진들과 함께 컨퍼런스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많은 현지 의료진 분들이 정장과 나름의 포멀한 의상을 입고 교육에 참석했다.단순히 깔끔히 차려 입어야 한다고만 느꼈던 우리는, 그래도 가지고 있는 옷 중 가장 자신 있는 면 티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교육준비로 아침부터 이리저리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했던 터라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고, 바쁨 속에 있었던 지라, 어떻게 비춰질지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그 부분에서, ‘한국사람들은 주변사람들을 많이 의식한다고 들었는데, 운동하러 가는 게 아닌데 왜 티셔츠를 입었냐’ 하며 거론이 되었다고 했다. 지적해준 현지 의대생인 노베르트도 등교시에도 정장과 넥타이 차림으로 다녔고, 대부분의 카메룬사람들은 현지직물로 맞춘 단체복으로 차려 입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말해서 ’후줄근’한 상태로 보여진 것이다.

저 멀리 한국에 두고 온 예쁜 옷들과 화장품들이 생각났다. ‘아프리카에서 멋을 내고 다닐 필요는 없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화장도 다 내려놓고 왔는데 말이다. 아름답게 꾸미고 치장하는 욕구는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포기하기 힘든 것이다. 나 역시 출국 전 아프리카 생활을 위한 기도 중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이 외모와 관리에 대한 포기였는데…

이번 일로 개인의 기준으로 타문화를 잘못 판단한 귀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티셔츠, 바지 등 편하고 간단하게 입었지만, 그 문화에 속하고 함께 생활한다는 마음가짐과 태도였다면 예전에 맞춰두었던 현지복을 입고, 그들에게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 둘씩 잘못되고, 틀린 경험을 하게 될 수록 당황하기도 하지만, 주님께서는 카메룬에서도 선한 목자 되어주셔서 늘 경험으로 익혀 알도록 나를 즐겁게 가르쳐주신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열방을 품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닮아서, 카메룬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하며, 이해하며 나아가는 삶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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