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중국여행 #10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 공안국을 방문 했다. 방문(F)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최장 3개월(90일)이었다. 유학(X) 비자로 변경해 체류기간을 연장하기 위함이었다. 준비해간 서류와 여권을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리는데 직원은 연신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방문비자를 유학비자로 변경한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맞는 말이었다. 그 당시(1991년 10월)엔 한중(韓中) 국교 수립 전이었다.

방법이 없겠냐고 사정을 했더니 직원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연구(硏究)해 보겠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연구해 보겠다고 했으니 절반은 성사 되는 듯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날 다시 갔다. 기대감을 갖고 승인(承認)을 물으니 직원은 결재를 올렸는데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듯싶어 며칠 후 다시 찾아갔는데 직원은 무엇인가 못마땅한 듯 아직 연구(硏究) 중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썩을...! 무슨 연구를 이렇게 오래하나...!> 그런데 그 연구가 연구(硏究) 아닌 연주(煙酒)임을 한참 후에나 알았다.

중국어의 연구(硏究 - yanjiu)는 발음으로 연주(煙酒 - yanjiu- 담배, 술)와 동일하다. 중국 사람들이 관공서 혹은 사업상 어떤 뇌물성 선물이나 호의에 의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할 때 많이 건네지는 것이 담배와 술이다. 담배와 술은 부피도 작고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이다. 한 보루에 30원인 담배도 있지만 한 갑에 30원인 담배도 있다. 술도 고가의 상등품은 그만큼 차이가 크다. 그러니 부피도 작고 값도 있어 어느 정도 뇌물성이나 잘 봐 달라는 대가성, 선심성 선물로는 당연히 선호하기 마련이다. 차(茶)도 술, 담배 못지않게 한 몫을 한다. 과일은 부피도 크고 품격이나 값이 떨어져 뇌물성, 대가성, 상사에게, 거래처 관계 등 보다는 가족, 친지, 이웃 간에 맛보기식의 부담 없는 관계에서 주로 오간다.

연구해 보겠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술 담배의 뇌물을 바치라는 암시도 포함되어 있고, 그런 표현을 쓸 상황이면 뇌물 힘으로 처리해 줄 수 있다는 호의(好意?)도 포함되어 있을 듯 했는데 그런 속내나 일상 문화를 알지 못하고 가난한 유학생활을 보내고 있던 시절 순진한 마음으로 빈 손 들고 승인을 기다렸으니 헛세월 만 보낸 셈이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