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중국여행 #8_1907년 10월 26일 in 하얼빈(哈尒濱)

불규칙한 호흡을 억누르지 못하고 숨이 가쁘게 입술을 타고 새어 나왔다. 시월 말 일찍이 찾아 온 북방의 차가운 공기가 살 속을 파고드는 시리움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호흡을 가다듬었다. 침착해야 했다. 알 수 없게 후들거리는 다리를 바닥에 힘주어 고정시키고 있지만 마음 밑바닥에서 흐르는 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두려움이 순간순간 불쑥 떠오르고 있었다. 오늘 한 순간의 거사로 조국의 독립과 자유가 이루어진다면 떠나온 고향산천, 부모형제, 친척, 이웃, 동포들에게 평화로운 미래가 열려질 것이다. 품속에 간직한 권총이 묵직하게 가슴을 두드리고 있었다. 환영 인파속에 초연히 몸을 맡긴 체 조용히 하늘을 우러렀다. 맑게 갠 시월의 하늘이 눈물 나도록 아프게 푸르렀다.

승강장에 도착한 열차에서 조선침략의 원흉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모습이 드러났다. 몇 몇 고위관료들과 어울려 러시아군 사열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발자국 소리를 귀로 담으며 거리를 조절했다. 한 번에 끝내야 한다. 이 날을 위해 서른 해 인생의 목숨을 건다. 환영인파 속 일장기와 러시아기가 흔들리는 손 끝 사이 사정거리에 들어왔다. 이 때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움직여 방아쇠를 당긴 총알은 히로부미의 가슴에 박혔다. 몇 발의 총성이 더 발사되며 몇 몇 사람과 함께 거구의 히로부미가 쓰러지고 있었다. 1907년 10월 26일 이었다.

하얼빈은 흑룡강성의 성도(省都)이다. 동방의 작은 파리, 모스크바라 불리기도 한다. 여진어(女眞語)의 “天鵝”와 유사한 것에서 지명(地名)이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백조와 야생오리의 서식지 였다. 시구(市區)에 약 340만의 인구가 살고 있다. 하얼빈 역은 개축과 새 단장으로 현대식 역사(驛舍)로 변모하고 있는데 광장이 없어 산만하고 어수선해 보인다. 역사(驛舍)에 안중근의사 기념관이 있다. 기차역을 중심으로 시내가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북쪽은 중앙대가(中央大街)가 중심가이다. 그 길 따라 곧장 끝까지 가면 1957년 대홍수를 인민과 함께 막아 낸 것을 기념하는 방홍기념탑(防洪紀念塔)이 있고 그 앞쪽이 송화강(松花江)이다. 송화강변을 따라 하얼빈을 대표하는 스탈린공원(斯大林公園) 왼쪽 시정부(市政府) 앞쪽에 러시아인들의 별장지였던 태양도(太陽島)를 건너는 선착장이 있다.

태양도 좌측 빙설대세계(氷雪大世界)는 1985년 1월 5일 시작한 이래 빙설절(氷雪節)이 해마다 열리는 곳이다. 북린가(北麟街) 북린공원(北麟公園)에서 열리는 빙등절(冰燈節)도 같은 시기에 열리는데 보통 두 달 정도 진행된다. 북린가(北麟街) 중간 지점에 성소피아성당(聖索菲亞敎堂)이 있는데 광장 도심 속 건물과 어울려 종교, 역사, 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하얼빈건축예술관으로 되어 있다. 1907년 러시아군이 하얼빈에 진입하면서 러시아 병사들의 종교 활동을 위해 러시아 정교회 소속인 성소피아성당을 목조로 건립 후 1923년 재건축한 건물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남쪽으로는 서대직가(西大直街) 홍박광장(紅博廣場)을 중심으로 도심이 형성되어 있다. 광장 북쪽으로 박물관이 있는데 공룡전시물과 발해국 관련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평방구(平房區)에는 일본군 731부대 진열관이 있는데 신강대가(新疆大街) 끝부분에 있다. 진열관 주변 당시의 실험용 보일러실, 소각장 등을 찾아 볼 수 있다. 하얼빈은 나름 볼꺼리가 많은데 아무래도 겨울철 여행이 더 다채롭다. 북방지역 혹한의 추위를 견디어 낼 수 있는 방한복을 입고 유럽과 동양의 건축물이 어우러진 도심 속에서 못 다 이룬 광복의 한을 안고 숨져간 선조들의 영혼을 따뜻이 보담아 드리기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