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중국여행 #6

가을 오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은빛 햇살이 팔랑거리며 호수위로 파르르 떨어지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멀리 불어오는 바람결에 철썩 거리는 하얀 물보라가 손뼉 치듯 낯선 나그네를 맞이하고 있었다.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이는 물속으로 몇 마리 새우가 인기척에 놀란 듯 빠르게 헤엄쳐 깊은 물속으로 멀어져 갔다.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체 조용히 세월을 끌어안고 있는 듯싶었다. 이런 호수가 보고 싶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고, 꾸미거나 가꾸지 않는 하늘이 사람에게 허락하신 천연의 호수 호륜호(呼倫湖)는 그렇게 덩그렇게 초원 끝에 펼쳐져 있었다.

합이빈동(哈尒浜東-하얼빈동)역에서 K491次 밤차를 타고 중국 북동쪽 끝자락 만주리(滿洲里)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09:50분 즈음이었다. 전날 18:48분에 출발 693Km를 15시간 달려왔다. 중국 여행 중 이동은 밤차를 많이 이용한다. 밤을 지나는 동안 지역마다 나름의 특성이 있듯 이 곳 차창 밖으로 보일 내몽고 초원 풍경을 놓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만주리라는 명칭은 1896년 러시아와 청나라사이에 “청조(淸朝-만주족)의 영토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는 의미로 불렸다고 한다. 내몽고 변방지역으로 러시아, 몽골 국경에 인접해 있고 인구 약 이십만에 소수민족(만주족, 회족, 몽고족, 위구르족)의 점유율도 적지 않다.

기차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중소로(中蘇路) 방향으로 육교를 타고 넘어가면 시내 중심으로 들어선다. 시정부(市政府)는 수림호(樹林路) 부근에 있고 번화가는 이도가(二道街)인데 백화점, 호텔, 상장(商場) 등이 보이고 러시아풍 분위기가 물씬 난다. 무역공사(貿易公司)가 활발히 성업 중이고 러시아인들 왕래가 빈번하다. 기차역에는 러시아행 국제선열차 대합실과 승차구가 따로 있다. 시내를 조금 벗어나면 목재 가공공장이 유독 많이 보인다. 러시아로부터 들여온 원목을 가공하거나 중국 내륙으로 운송하려는 아름드리나무들이 빼곡히 쌓여져 있다.

호륜호(呼倫湖)는 북서쪽 30여Km 지역에 있는 몽고족 마을에 있다. 몽고어로 달라이호(達賚湖)라고도 하는데 “바다”의 뜻을 가지고 있다. 달라이라마를 칭하는 달라이와 동일한 뜻이다. 중국 내 다섯 번째 담수호(淡水湖)로 수심이 깊어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내려가 얼음이 2m 두께로 어는데 호방(豪放)한 카레이서들이 호수 위를 달리는 드라이브를 즐긴다고도 한다. 호수 얕은 곳까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오가고 있고 가끔 수상모터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지나기도 했다. 몇 몇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호수 변에는 생선 구워 파는 상인들이 꼬챙이에 끼워진 물고기를 흔들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양과 말이 자유롭게 방목되어 살찌우는 천고마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옛 영광을 그리워하며 너른 초원을 천리마에 몸을 싣고 바람처럼 내 달리고 있었다. 곳곳에 칭기즈칸의 유적을 기념하는 기념탑과 동상들은 잊혀진 역사를 서럽게 그리워하는 듯 했다. 지금 이곳은 변방의 작은 초원이지만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요충지로 세상의 이목을 받을 날이 올 것이다. 한반도 통일 후 서울, 평양, 신의주, 심양, 하얼빈, 만주리를 지나 러시아를 경유, 옛 실크로드 우즈베크의 사마칸트와 만나는 육로의 길이 열리면 한반도는 유래 없는 경제 부흥의 시기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화해와 협력이 절실하다. 분단된 민족 이산가족 상봉의 염원과 더불어 미래 후손들이 도약할 기점은 한반도 통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