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중국여행 #4

학교 기숙사 근처에 알고 지내던 이웃이 새 집을 장만해 이사를 했다. 이전에는 국가에서 단위(單位)별로 소속된 가정들에게 집을 분배해주었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쫓아 집의 사유화가 인정되었고 매매도 가능해 졌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여유가 생기면 재산 증식 방편으로 부동산 거래도 활발하다. 집들이 한다고 초청받아 슈퍼에 들렀지만 딱히 살 만한 것이 눈에 뜨이지 않아 우리문화 풍습대로 세탁비누가루 하나 구입했다.

중국 사람들 생활문화에 숫자 하나, 즉 홀수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술을 마실 때 병수도 짝 수로 채우고 음식점에서 요리 주문할 때도 그러하다. 선물을 주고받을 때, 어른들 용돈 드릴 때, 설날 세뱃돈을 줄 때도 반드시 짝 수로 채워 준다. 다과 종류(월병-月餠)등의 포장품의 내용물도 갯수가 짝 수로 채워져 있다. 과일이나 채소는 별개다. 갯수로 매매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게(kg)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일이 선물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 문화는 1,2,3,5,7 로 홀수를 선호한다.

가장 선호하는 숫자는 8 인데 그 8(八-fa)이라는 숫자가 중국어의 발(發-fa)과 발음이 같다. 베이징 올림픽은 2008년 8월 8일 8시에 개막했다. 8자에 대한 지독하고 우직스러울 만큼의 애착심과 8이 네 번 들어간 짝수 개념으로 그들의 문화양식을 한 눈에 알 수 있다.혐오하는 숫자는 우리문화 풍습과 같은 4 이다. 4(四-si)자 발음이 사(死-si)와 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물 층 수 표시 중 4층을 F로 표시하는 것만큼 중국에서도 4층은 피한다. 소수민족 중 하나인 장족(藏族)은 숫자 4를 길일(吉日)로 선호하는데 그게 민족마다 풍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일 좋아하는 숫자는 6688(六六八八-liuliufafa)인데 이것이 한자 류류발발(流流發發-liuliufafa)과 동일한 발음으로 순조롭게 물 흐르듯 큰 부자가 되라는 덕담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차량번호는 같은 숫자 4개가 일렬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거기에 8888이면 횡재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일반인이 소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삼오(三五-555)라는 명칭의 중국 담배가 있는데 골초 많기로 유명한 중국 시장에서 다른 종류에 비해 유독 크게 매출을 못 올리는 것은 숫자 연관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일부 중국인 대상 쇼핑몰은 품목에 따라 상품을 짝 수로 진열하기 시작했다.

중국 사람들의 집들이 선물로는 성냥을 주로 사용한다.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설날 혹은 결혼식, 각종 행사 등에 폭죽(鞭炮-bianpao)을 터뜨리는 의식과 같다. 폭죽의 원래 의미는 사악한 귀신이 접근하지 않게 멀리 내쫓는 의식이었는데 지금은 경축 행사로 시끌벅적 호화로운 이벤트 형식이 되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돈 봉투로 대신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조금의 형식만 다를 뿐 축하하고 배려하는 문화방식은 비슷해 보인다. 타문화 권에 들어가 조금만 주의 깊게 관찰하면 넉넉히 적응할 수 있음에도 문화습득에 게을러 세탁비누가루 하나 어슬렁 사들고 집들이 축하한답시고 어설픈 흉내나 내었던 중국 유학 초기를 기억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