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중국여행 #1_백두산으로 가는 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 미터 앞의 사람도 희미하게 보일 만큼 짙은 안개가 축축하게 온 몸을 휘감았다. 흡 하고 호흡기를 타고 들어오는 서늘한 물기 머금은 공기가 목 줄기를 시리게 했다. 비탈길 위 돌비석의 표지가 아니라면 여기가 백두산 정상이라고 확인도 할 수 없는 미묘한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사진으로 보았던 백두산 천지의 황홀한 장관은 꿈나라에서나 존재하는 이상 세계일 듯싶었다. 낭떠러지 저 아래가 천지라고 하는데 안개에 뒤덮인 정상은 인간의 바람을 외면할 듯 속살을 드러내지 않고 수천 년 태고의 전설을 묻어 두고만 있었다.

백두산 등정은 5월에서 9월 중순까지 가능한데 방학이나 휴가철인 7 - 8월이 성수기이다. 백두산 가는 길은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인천에서 배를 이용할 때는 대련이나 단동으로 들어가 기차를 갈아타고 이도백화를 경유한다. 항공은 연길로 들어가 공항에서 연길 시내를 경유한다. 단체여행, 혹은 개별여행에 따라 여정이나 경유지, 교통수단 등이 달라 질 수 있다. 초행길은 단체여행을 이용하면 개인 활동에 제약은 받지만 정해진 노선에 따라 움직이니 숙박, 음식, 교통편, 관광 등에 일체 신경 쓸 것 없어 가족, 장년층에 적합하다. 젊은이들은 배낭여행 삼아 개별여행으로 소수가 움직이면서 몸으로 부딪혀 체험하는 중국을 경험할 수 있다. 개별여행은 네 명 이하가 적당하다. 초과 되면 이동이나 숙박 등 여러 가지가 거슬리고 불편 하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백두산(장백산) 폭포를 경유한다. 폭포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이다.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의 유명관광지인지 착각할 정도이다. 기념품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고 일부 개인이 포장지 선물세트에 백두산 산삼이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믿기 어렵다. 길 옆 백두산 온천물로 삶아낸 계란도 파는데 실제 흐르고 있는 물이 손으로 만져보면 따뜻하고 그 물 속에 계란을 넣고 삶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연길 돌아오는 길에 용정 근처 일송정에 올라갔다. 이름 모를 선구자가 그리웠음이다. 천년의 세월 동안 흐르던 한 줄기 혜란 강을 따라 말 달리던 그 뒷모습이라도 훔쳐보고 싶었다. 일송정 옆에 세월 따라 바람 따라 모진 풍파를 겪어낸 한 그루 소나무 옆에서 보이는 산 아래 저 멀리 혜란 강은 조국을 찾겠노라 혹한의 눈보라 너머에서 총탄에 쓰러져간 수많은 주검들의 애환을 눈물로 채우는 듯싶었다.

용정 대성중학교 윤동주 기념관은 정문 오른쪽 2층 목조 건물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한 권의 시집을 읽어내며 두근두근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과 설렘으로 잠 못 이루게 하던, 그 언어들을 선물해 준 시인 앞에서 한참이나 서 있었다.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고 싶으셨는지요. 십자가를 생각하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차가운 감옥에서 얼마나 외로우셨는지요. 그래서 고향 산천을 마음 가득 품고 수많은 별들을 헤아리며 괴로워 하셨는지요? ’ 사진속의 시인과 눈을 마주치며 몇 번이건 물어 보았지만 시인은 엷은 미소로 바라볼 뿐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그런 시인을 향해 울렁거리는 마음에 지켜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들어줄 리 없는 탄식만 되뇌었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이렇게 연길 주변의 용정이나 혹은 도문(두만강)을 오전 오후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을 추천 드린다. 도문은 한 시간 반 거리이고 용정은 한 시간 이내 거리이니 부담 없다. 백두산은 두 번 등정 했지만 안개 영향으로 정상에서 백두산 천지를 바라 볼 기회는 얻지 못했다. 산 중턱만 해도 청명했던 날씨가 입구부터 타고 온 지프가 정상에 도착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개가 온통 내려져 있다. 정상에 안개가 걷히는 시기는 예측할 수 없고 그 시간도 짧다고 한다. 백두산은 분명 우리의 명산인데 중국을 경유해 올라가야 하는 현실에 칠흑보다 더한 깜깜함을 느꼈다. 속히 통일이 되어 우리나라 영토를 통해 정상에 올라 광야에서 목 놓아 울던 초인의 한을 풀어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