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파트너스, 위구르족 #5_위구르족과 장족의 장례문화 비교

카스(喀什)에서 아투스(阿圖什) 검문소를 지나 우루무치 방향으로 가던 중이었다. 얼마의 거리를 달릴 즈음 버스가 길 가에 정차했다. 한 어린이가 급히 대변이 마려워 용변을 보게 함이었다. 어린아이와 함께 아버지로 보이는 한족(漢族) 남자도 한 명 내렸다. 사막공로 길 가 어디 특별히 화장실이 없으니 허스름한 담장 뒤쪽이라든지 나무 주변에서 용변을 보는 게 일반화 되어 있다. 무심코 창밖을 쳐다보고 있는데 방금 전 용변을 보기 위해 내린 한족 남자가 두 명의 위구르청년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주고받는 이야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족 남자가 길 멀리 보이는 위구르민족 공동묘지를 향해 소변을 본 것이었다. 이것을 본 지역 청년 두 명이 쏟살같이 달려 나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구잡이로 폭행을 가하는 것이었다. 신장(新疆) 지역사람이 아니었을 남자는 위구르민족의 묘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리가 없으니 무심코 사람 눈 피해 보이지 않는 쪽을 향해 용변을 보았겠지만 지역 청년 입장에서는 조상에 대한 모욕감을 느끼고 가차 없이 주먹으로, 발길질을 퍼붓는 것이 당연하기도 했다.

서로 같은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민족 간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인색하다보니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평소에도 한족에 대하여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인식을 느끼며 적대 감정이 심한 남강(南疆) 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진 남자의 행위는 누구 한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무참히 당해야만 했다. 그나마 아이가 매달리고 아무런 저항 없이 맞다가 제 풀에 지친 청년들이 물러나고 겨우 몸 추슬러 피투성이로 버스에 오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을 분위기였다. 용서 없는 민족적 지역 편협함과 지역 문화에 무지가 빗어낸 씁쓸한 참경이었다.

위구르민족의 장례문화는 사람이 죽으면 상주는 죽음을 알리는 내용과 장례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작성해서 친척, 이웃, 친구들에게 돌리는데 이 초정장은 하얀 종이로 작성하여 직접 찾아가거나 혹은 지인들에 의하여 돌려진다. 참석하는 일반 사람들은 따로 부조금을 준비하지 않고 성인 남자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이 때 반드시 모자를 쓰는 것이 관습화 되어 있다.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영정을 모시거나 향을 피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하루 정도 집에 두고 다음날 매장을 한다. 한족들은 화장을 원칙으로 하나 위구르민족은 종교관례상 매장을 허용한다.

시신을 높은 곳에 올려놓고 3-5차례 세척한 다음 남성의 경우 5번, 여성의 경우 3번 흰 천으로 감는다. 장례식은 3일 이상 치루지 않는 것이 보통이고 죽은 사람의 얼굴이 메카를 향하도록 눕힌다. 장례식이 끝나면 상주는 “내지르”(위구르어)라는 역시 하얀 종이(하얀색은 위구르민족의 애통함과 슬픔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뜻과 효를 의미하는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에 작성한 초청장을 돌린다.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고 고인을 추모하는 기념행사이다.

“내지르”는 죽은 날로부터 3일째, 7일째, 40일째, 1년 되는 날 등에 거행한다. 손님을 초정하기는 하나 개인의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초청인원을 제한 할 수도 있다. 상주는 일반적으로 손님들에게 <폴로>와 기름으로 튀겨낸 다과 종류를 접대한다. 상주 중 남자는 허리에, 여자들은 머리에 하얀 띠를 묶는다.(한족들은 팔에 효<孝>라고 쓰인 베로 만든 천을 끼운다) 장례 후 상주들은 최소한 40일 이내는 어떤 오락 활동에 참석하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거나 웃어서는 안 된다. 상주들은 일 년 동안 매 주 목요일에 고인을 위한 추모행사를 갖는데 목요일에 고인의 영혼이 집으로 돌아온다는 설화가 내려오고 있다.

몇 마리 독수리가 파란 하늘 위에 맴돌고 있었다. 짤막한 현기증이 스치고 지나갔다. 혼미한 정신을 끌어안고 헐떡거리는 호흡을 길게 천천히 내 쉬었다. 오른쪽 가슴이 미세한 통증으로 예민하게 두근거렸다. 험하고 높은 산세는 아니지만 이미 수천미터의 고산지대였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산소결핍을 참아내며 오자(烏孜)산 자락을 한걸음씩 겨우 옮기는 중이었다. 가려줄 것 없는 발가 벗겨진 빈 몸 위로 햇살은 따갑게 살갗을 뚫고 온 몸 깊숙히 박혔다. 나무 한 그루 제대로 살아 내지 못한 황량한 산에서 불어오는 황토빛 바람이 그나마 송글송글 맺히는 땀 방울을 식혀주었다. 실개천 너머 작은 사원 하나와 몇 채의 움막이 눈에 들어왔다. 산등성이에는 백여마리 되어 보이는 독수리떼가 언제라도 날아오를 듯 날개를 푸드덕 거리고 있었다. 장족(藏族) 장례문화 중 하나인 천장(天葬) 의식이 집행되는 곳이었다.

라사시내에서 북쪽으로 8Km 떨어진 색랍사(色拉寺) 사원 가까운 비 포장도로 류사하로(流沙河路)를 따라 얼마즈음 올랐을까…작은 개울을 경계로 일반인의 접근을 금하는 안내 표지가 보였다. 욕심껏 내친김에 작정하고 나선 길 더 앞으로 가고 싶었지만 장족 현지인이 막아섰다. 외부 일반인들 출입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인의 출입은 더욱이나 통제되는 곳이었다. 호기심으로 몰래 접근해서 천장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현지 천장을 집례하는 라마승에게 발견되면 카메라를 몰수당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하면 천장을 집례하던 도끼로 손목이 잘려나가도 현지 장족 문화 정서상 어떤 항의조차 해볼 수 없는 장족 장례문화 고유의 현장이었다.

장족의 장례의식에는 천장(天葬), 화장(火葬), 토장(土葬), 탑장(塔葬), 수장(水葬)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천장이다. 장례의식에는 모든 가족이 참여할 수 있지만 천장의식을 행하는 곳에는 가족들이 가지 않는다. 시신이 천장대(天葬台)에 이르면 집례하는 라마승은 우선 송백나무 향을 피워 신(神)께 예불을 올린다. 이 때 산상에 맴돌고 있는 독수리들이 향을 피우는 불을 보고 천장대 주변으로 몰려든다. 라마승은 천장대 위에 올려져 있는 시신의 옷을 벗기고 정해진 순서에 의해 시신의 사지를 조각내고 오장육부를 혜부시킨 후 물러나면 부근에 있던 독수리들이 날아와 시신을 깨끗이 쪼아 먹고 날아간다. 남은 뼈 조각들은 거두어 불에 태운 후 가루로 만들어 서쪽을 향해 뿌리는 것을 끝으로 불생불멸(不生不滅)을 통해 하늘에 올라 간다는 장족들의 믿음에 의한 의식이다.

아찔한 일이었다. 속이 메슥거렸다. 피비린내가 금방이라도 우웩하고 토악질로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아무리 시신이지만 사람을 독수리에게 먹이로 그냥 내어주다니…그것도 엄숙한 종교의식을 통해… 이것을 단순히 우매하고 미개한 일부 종족들의 천박한 신앙 습속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어 보였다. 종교라는 것이, 신앙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 민족에게 이러한 의식이 전래 되었을까…관습에 의해 전통에 의해 행해지는 의식을 떠나 종교와 신앙이라는 어떤 숭상과 숭배에 근거한 믿음이 아니면 이러한 의식은 이행되기 불가해 보였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무심(無心)한 야인(野人)으로 오랜 세월 진리(眞理)를 찿아 허겁지겁 기회 있을때마다 현지 민족 신앙을 기웃거린 나그네는 종교라는 그 무거움 앞에 또 다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망연히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