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얼러(庫尒勒)에서 우루무치로 가는 사막공로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위한 정차를 했다. 한족(漢族)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일행 모두 반가워했다. 한족 음식이라고 일행의 입맛에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남강(南疆) 여행 중 위구르민족 음식에 너무 질려 있었다. 한족 식당을 향해 들어가려는데 문 앞에 위구르족 청년이 길을 막아섰다. 자기네 식당으로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위구르족 식당은 상점 하나 사이에 두고 옆에 있었는데 버스는 바로 그 식당 앞에서 정차를 한 것이다. 한족 식당으로 가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 위협적인 험악한 모습이었다. 마치 모래시계에서 조폭 큰 형님에게 명령을 받는 행동 대원 같았다. 

휴게소 끝 오른쪽 멀리 또 하나의 한족 식당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이동하려했는데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다른 한 명의 청년이 반대 편 쪽에서 길을 막았다. 버스가 정차한 식당을 중간에 두고 양쪽에서 막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조금 늦었다. 먼저 내린 얼마의 한족 승객들이 무더기로 몰려 갈 때는 막지 못했는데 뒤에서 어물거리다가 막힘을 당한 것이다. 위구르민족 식당에는 오기로 죽어도 갈 마음이 없는 일행은 상점에서 소지지와 빵 몇 개를 사서 상점 밖 버스 옆에 잠깐 서 있는데 오른쪽 한족식당 옆으로 한족 할머니가 손수레에 무엇인가 올려놓고 파는 것이 보여 그 쪽으로 가려고 하니 위구르청년이 역시 길을 막았다. 내 구역 안에 들어 온 이상 허튼 짓 용서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었다. 이런 지역에서 한족 식당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한족들도 대단했다. 자기네 식당 앞에 위구르청년이 막아서서 손님이 들어올 수 없게 하는데도 한 마디 항의도 없이 무던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다.

자기네 식당 앞에 와서 버스가 정차하면 그 버스의 승객들은 정차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한다는 버스 기사와 식당 주인 간에 약속이 되어 있는 듯 했다. 어느 지점에 가면 누구네 식당으로 간다는 계획이 기사에게 있는 것이다. 남강(南疆) 지역을 운행하는 대부분의 차량은 지역 특수상 위구르민족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때와 시간에 상관없이 정차할 곳에 이르지 않으면 식사를 위한 정차를 하지 않았다. 버스는 오른쪽으로 달리니까 일반적으로 마땅히 오른쪽 길 가에 정차해야 했다. 하지만 기사는 차를 왼쪽으로 돌려 왼쪽 편에 있는 식당으로 차를 돌려 정차한 것이다. 이러한 대가로 기사는 식사제공 및 다른 향응이 주어지는 등 그 들 나름대로의 지역 텃새를 갖게 되지만 민족 간 적대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식사를 마친 기사가 버스에 오르더니 곧 시동을 걸어 출발하려고 했다. 위구르민족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위구르인들은 모두 승차해 있었다. 그러나 한족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한족들은 한 명도 승차하지 않은 상태였다. 자리가 많이 비어 있음에도 버스는 바로 출발을 했다. 승객이 식사를 다 마치지 못한 상태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사는 그냥 출발한 것이다. 사람이 덜 탔다고 말해주는 승객도 없었다. 200미터 즈음 갔을까 다행히 버스는 멈추었다. 버스가 떠나는 것을 식사 중에 본 듯 한족들이 허겁지겁 우르르 뛰어 나오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헐레벌떡 버스에 오른 승객 가운데 단 한 사람도 기사에게 왜 그냥 출발하느냐고 항의 하는 사람도 없었다. 기가 막혔다. 기사, 승객들, 한족이나 위구르민족 모두. 극에서 극을 달리는 분위기였다. 어디 한 곳에서 당장 삐끗거리면 칼부림이라도 날 듯 싶었다. 최고의 인내심에 극찬을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인내가 인내로서 존재의 가치를 갖지 못하고 무너졌을 때에는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큰 폭발이 이 지역에서 일어날 것 같은 불씨가 선명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