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되기 위해 복을 받다(창12:1-3)

얼마 전 제가 책장에서 몽골에 관한 책을 찾고 있었습니다. 간사 한분이 몽골에 간다고해서 몽골 교회 역사 관련 책을 건네 주려고 했습니다. 분명히 몇 일전에 보고 확인한 책인데,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틀 동안 온 책장을 다 뒤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 수 없이 그 간사가 몽골 가는 시점에 책을 주지 못했습니다. 몇 일 전 보니 그 책이 바로 눈 앞 책꽂이에 당당히 꽂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몇 일 동안 그렇게 찾으려 해도 안보이던 것이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어떤 것은 안보이면 눈 앞에 있어도 안보입니다. 시각의 문제입니다. 성경 읽기가 그럴 수 있습니다. 관점(퍼스펙티브스)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아무리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창12:1-3절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창12:1-3절은 자주 설교에서 듣는 내용입니다. 대개 이런 내용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새로운 땅으로 가라고 부르셨다(1절) 거기에서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시기를 아브라함이 큰 민족을 이루게 되고, 복을 주고 그 이름을 창대케 하시겠다고 하셨다(2절)  그래서 새로운 미지의 장소나 상황으로 갈 때 두려워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고 창대케 할 것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의 아브라함을 그의 백성으로 부르신 것 처럼 오늘날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들에게 이런 축복의 길이 예비되어 있는 것이다” 대개 이런 내용의 설교 입니다.

창12:1-3절을 읽어놓고 실제 설명은 1절과 2절 전반부까지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1-3절은 하나의 통으로 된 문단입니다. 1-3절을 전체로 봐야 합니다. 2절은 “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까지만 읽고 바로 적용합니다. “너는 복이 될지라”라는 문장은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것은 시각의 문제입니다.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고 그 이름을 창대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 측에서 하시는 일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정체성은 “복이 되는 것(to be a blessing)”입니다. 3절에 이어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복을 주시고, 복을 받은 아브라함은 복이 되는 것(blessed to be a blessing)입니다. 한글 이전 성경에는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라고 그 의미를 번역해서 번역했습니다. 결국 1-3절에서 하나님은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시는 일, 둘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시는 정체성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하신 일은 복을 주시는 일이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정체성은 복이 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은 성경에서 처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부르심을 받은 자 입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이고 그들이 바로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에게 복을 주시고, 복을 받은 그의 백성은 (다른 사람에게) 복이 되는 것입니다. 땅의 모든 족속에게까지(3절) 복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인 그리스도인들이 가진 잘못된 시각이 있습니다. 혹은 봐도 잘 보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1-3절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은 복을 받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은 예수믿고 축복을 받고 영원한 영생을 얻는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틀린 말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복을 받고 영생을 얻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은혜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무엇이 될 것이라고 하셨나요? “복이 될 것이라”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민족이 복을 받을 때 까지 그 역할을 해야합니다(3절). 성경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복이 되는 것”이라고 거듭 언급하고 있음에도 그것을 보아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시각 (Perspectives)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큰 민족을 이루리라”(2절) 말씀하신 것 처럼, 아브라함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민족이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의 정체성도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정체성과 동일합니다. 사49:6절에 이스라엘백성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잘 말하고 있습니다 “그(하나님)가 이르되 네가 나의 종이 되어 야곱의 지파들을 일으키며 이스라엘 중에 보전 된 자들을 돌아오게 할 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 내가 또 너를 이방의 빛으로 삼아 나의 구원을 베풀어 땅 끝까지 이르게 하리라” 이스라엘백성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는 일 즉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시려고 했던 일 중에 매우 쉬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정말로 원하는 일은 그들이 이방의 빛이 되고 하나님의 구원이 땅 끝까지 이르게 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정체성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정체성과 동일한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입니다.

정체성은 주로 이름을 통해서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만난 이후 그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었습니다. 즉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만난 후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창17:5절에서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다시 한번 그가 주신 언약 즉 하나님의 백성이 되면 복을 받고 복이 될지니라라는 언약을 확인하신 후 그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십니다. 그의 이름을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바꾸고, 그의 정체성을 이스라엘백성의 아버지에서 ‘여러 민족의 아버지’(아브라함의 의미)로 바꾸십니다. 아브라함은 단지 이스라엘백성의 조상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조상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아브라함의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영적으로 아브라함의 후손인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입니다. 바울은 신약에서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러므로 아브라함은 우리 모든 사람들의 조장이라”(롬4;16). 또한 갈라디아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그것을 그에게 의로 정하셨다 함과 같으니라 그런즉 믿음으로 밀미암는 자들은 아브라함의 자손인 줄 알지어다 또 하나님이 이방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로 정하실 것을 성경이 미리 알고 먼저 아브라함에게 복음을 전하되 모든 이방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받으리라 하였으니라”(갈3:6-8)  즉 신구약 모두에서 하나님의 백성, 즉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우리로 말미암아 모든 이방이 복을 받게 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신구약성경 전체의 핵심 내용입니다.

만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은 예수 믿고 복을 받고 천국에 영생이 보장된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집단입니다. 예수믿게 되면 천국의 영생이 보장되는 것은 하나님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축복일 뿐입니다.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정체성은 ‘복이 되는 것’입니다. ‘복이 되기 위해 복을 받는 자’입니다. ‘복이 된다’는 말을 잘 묵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던 비기독교인이던 교회는 복받는 것이 그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복을 나누는 것이 그 정체성의 핵심입니다. 정체성을 잃으면 존재를 잃게 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정체성을 잃으니 세상에서 그 존재와 역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세상 안에서 정확한 존재와 역할을 찾으려면 그리스도인의 올바른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대로 살아야만 가능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백성의 정체성은 복의 종착역이 아니라 복의 통로가 되는 것입니다. 복이 모든 민족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이 도달해야 할  최종 종착지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