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로잔 케이프타운 3차대회는 지난 두 번의 로잔대회의 전통과 신학을 기초로 개최되었다. 로잔대회의 전통과 신학이란 74년 1차대회에서 발표한 로잔언약과 89년 2차대회에서 발표한 마닐라선언을 말한다. 로잔언약은 복음주의권의 신앙고백과 신학적 토대를 놓았고, 마닐라선언은 로잔언약에 근거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세계복음화를 위한 실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40년간의 로잔운동은 이러한 신학적 기초에 의해서 지속되어 왔다. 이제까지의 로잔운동이 1,2차 대회의 선언문을 기초로 발전되어 왔던 것처럼, 앞으로의 로잔운동의 방향 역시 이번 3차대회의 선언문의 내용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로잔운동은 이번 케이프타운대회에서 발표된 로잔헌약문의 내용을 세밀히 관찰하면 그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곧 6월 말에 국제로잔리더십회의에서 미래 로잔의 방향이 더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지만, 로잔운동은 말 그대로 조직보다는 운동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조직적으로 국제리더십 외에 각 대륙별 디렉터를 세워서 각 대륙의 로잔운동을 돕게 된다.
케이프타운 헌약문의 이해 이번 케이프타운대회를 통해 발표된 로잔헌약문(Lausanne Commitment)은 말 그대로 복음주의권의 실천적 헌신을 담은 것이다. 로잔1차대회나 2차대회에서 발표한 문서처럼 로‘잔언약’(신조, The Lausanne covenant)나 ‘마닐라 선언문’(The Manila Manifesto) 등의 형태를 갖지 않고, 헌약문(Commitment)의 형태를 가진 것이 이번 3차대회의 내용과 방향을 보여 준다. 즉 복음주의권은 또 다른 신학적 입장을 가지지 않고, 로잔언약과 마닐라선언문에서 제시한 신학적 방향을 따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신학이 아니라 복음주의가 가지고 있는 로잔신학을 21세기 상황에 맞는 개념으로 재해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헌신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것이 이번 3차 케이프타운 대회의 방향이 되었다. 1차대회의 로잔언약과 2차대회의 마닐라 선언문은 존스토트 목사가 초안을 잡고 실제적인 작성자 역할을 했다. 한편 이번 ‘케이프타운 헌약문’은 크리스토퍼 라이트박사가 그 역할을 했다. 그는 존 스토트목사의 후계자라고 볼 수 있다. 신학적으로도 그렇고 사역도 그렇다. 그는 인도에서 선교사를 지냈고, 올네이션스대학(All Nations College)의 학장을 거쳐 현재는 존 스토트 목사가 설립한 비서구교회 신학자들을 돕는 랭함국제재단(Langham International Partnership)의 책임자로 있다. 따라서 케이프타운 헌약문은 로잔언약에 그 신학적 기초를 두었고, 마닐라선언문에서 제시한 복음주의교회 실천적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헌신을 촉구하는 형태로 작성되었다. 그리고 헌약문의 핵심 단어는 ‘사랑’이다. 즉 사랑의 실천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번 케이프타운대회에서 발표된 ‘로잔헌약문1부’와 대회가 끝난 후 지난 해 12월에 발표된 ‘로잔헌약문2부’는 ‘우리 세대의 현실들에 대해 그리스도인이 선교적 반응을 해야 한다’라는 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회의 선교는 불변하는 하나님 말씀의 본질과 변화하는 오늘 세상의 현실 모두를 진지하게 다뤄야만 한다. 이런 전제하에 로잔헌약문은 로잔운동의 핵심 방향인 “모든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Whole Church, Whole Gospel, Whole World)의 틀을 가지고, 이를 사랑이라는 언어 즉, 온전한 복음과 모든 세상 그리고 모든 교회를 사랑하자는 요청과 실제적인 행동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교회(whole Church), 온전한 복음(Whole Gospel), 온 세상( Whole World)이라는 개념은 로잔 1,2차 대회를 통해서 발전된 로잔운동의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개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즉 오늘날 세계교회의 특징은 범세계적 교회운동(Global Church)이다. 모든 교회(whole Church)가 함께 만들어 가는 시대이다. 특별히 지난 2차 로잔대회 이후 나타난 급격한 변화를 2/3세계권 교회의 막강한 성장으로 일부에서는 세계교회의 중심축이 북반구(서구)에서 남반부(비서구)로 이동했다고 말하고 있다. 로잔운동은 이미 세계 교회가 어떤 특정한 세력이나 지역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회’(Whole Church)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을 말해 왔기 때문에, 21세기 세계교회의 상황을 ‘모든 교회’(whole Church)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로잔운동의 핵심 사항은 ‘온전한 복음’(whole Gospel)이다. 이 말의 의미는 로잔언약과 마닐라 선언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의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실천의 책임으로 선언되었고, 앞으로의 로잔운동의 방향도 이러한 신학적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온 세상’(Whole World)라는 개념도 이중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는 지리적으로 전 세계 모든 곳에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둘째로 내용적으로 세상 삶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의 주되심이 선포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음은 인간의 영적인 회복만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영역이 그리스도와 화해하고 만물이 그의 앞에 주되심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복음의 능력이라는 견해이다. 로잔헌약문 1부에서는 열 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첫 다섯 주제는 하나님 자신에 대한 우리의 사랑에 관해서 말하고 있다.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 예수그리스도를 신뢰하고 순종하고 선포되어야 함, 성령님의 임재와 인도와 능력주심을 통한 열매 맺음의 삼위일체적 존재로서의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사랑을 재헌신 하도록 촉구 있다. 그 다음 다섯 주제에서는 하나님의 말씀, 세상, 복음, 사람, 선교(mission of God)에 대한 우리의 사랑의 행동을 신천하는 일에 헌신 할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삼위체적 신앙에 대한 회복과 헌신 그리고 그 하나님의 말씀과 창조하신 세상 전체에 대한 관심과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전파되어야 할 복음, 이를 총괄하시는 하나님의 선교에 대해 우리가 사랑과 충성을 다 할 것을 언급함으로서, 온 세상의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모든 세상에 선포할 것을 다짐한다. 특별히 이번 로잔헌약문에서 하나님의 선교(mission of God)이라 단어를 채택함으로서, 복음주의권의 입장에서 볼 때 선교역사 속에서 잘못 해석되었다고 생각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대한 진정한 성경적 의미를 회복하고자하는 노력을 들어내고 있다. 선교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는 1952년 IMC(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 윌링겐 회의에서 등장한 말이다. 이것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신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그 후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신학은 비록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해 왔지만 결국 선교를 인간화(humanization)의 회복으로 보았다. 복음주의권은 이러한 방향에 반대하여 선교를 하나님에 의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만물의 회복으로 다시 해석하면서 ‘하나님의 선교’(mission of God)이라는 의미의 본질을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즉 양진영은 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말은 에큐메니칼 진영의 핵심단어였지만 앞으로 복음주의권이 이 단어의 원래적 의미를 회복해 간다는 차원에서 ‘하나님의 선교’(mission of God)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선교에 성서적 원리는 ‘하나님의 선교’ 즉 하나님께서 선교의 주인공이시고,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목적인 온 세상을 복 주시는 일을 진행하시는 주체라는 인식이다. 존 스토트목사는 이러한 인식을 ‘살아계신 하나님은 선교하시는 하나님이시다’(Our living God is Missionary God)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제 복음주의 진영은 좀 더 용기를 내서 에큐메니칼 진영에서 처음 사용했지만, 오해했다고 생각하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회복하고자 한 것이다. 앞으로 복음주의권의 선교신학은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를 성경적으로 또한 신학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러한 재 헌신을 기초로 구체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로잔헌약문 2부에서는 로잔대회가 구분한 여섯 개의 주제(이것을 가지고 여섯번의 성경강해를 함)에 각각 반응하고 행동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실천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다원화되고 세계화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증거하는 일(일터, 미디아, 기술사회, 공공영역, 비즈니스, 학문의 세계를 포함하여 포스트모던 상대이고 다원주적 문화 안에 그리스도의 진리를 세우는 일) 2) 나뉘고 파괴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세우는 일(다민족, 인종차별, 가난, 장애인 등 소수자, 인권유린 등의 현실에 진리와 평화를 만드는 일) 3) 타종교인을 포함한 이웃들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사는 일(일방적 개종이 아니라 윤리적이고 선한 복음전도를 위해 기꺼이 고난을 감당하는 일, 디아스포라 선교) 4) 세계복음화를 위한 그리스도의 의도(전략)를 확인하는 일 (미전도 미접촉종족, 구전문화, 그리스도 중심의 지도자, 도시, 어린이, 기도) 5) 교회가 겸손과 통합됨 그리고 검소함으로 돌아가는 일(그리스도인들이 겸손, 자기희생, 성적순결을 가지고 성공과 권력과 탐욕으로부터 벗어남) 6) 선교에 있어서 연합을 위해 그리스도의 지체로 서로를 세우는 일(세계복음화를 위한 파트너십, 남성과 여성의 협력, 신학교육을 위한 협력) 등이다. 이러한 구체적 실천을 촉구하는 내용을 살펴 볼 때, 앞으로 로잔운동이 어떤 내용으로 나타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이제까지 로잔운동이 지향해 왔던 복음의 총체성을 가지고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들어내는 것이다. 그 결과로 이번 케이프타운대회의 주제였던 하나님께서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화목케 되는 하시는 일이 완성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비판 로잔 케이프타운 3차대회는 그 형태에 있어서 이전의 로잔대회와는 달랐다. 그 이유는 2/3세계 교회 진영의 대규모 참석 때문이다. 또한 하나는 전체 집회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다양한 주제들을 일종의 주제별 선택강의인 멀티플렉스(multiplex)라는 모임을 통해서 담아내려고 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한 대로 로잔언약과 마닐라 선언문을 기초로 접근함으로서 불필요한 신한적 논쟁을 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결과 신학적 논쟁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효율적인 면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결국 복음주의 신학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 할 수 있다. 또한 복음주의권의 다양한 입장이 전체 대중 앞에 소개되는 것은 좋았으나, 조율되지 않은 다양한 입장이 발표되거나 이에 대한 토론의 여지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집회에서 이야기된 내용이 서로 상반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성경강해를 매일 다른 사람이 담당했는데, 한 쪽에서는 그리스도를 통한 만물의 화해를 강조한 한편, 그 다음 날 성경강해에서는 개인의 영혼구혼만이 가장 중요한 복음사역이라고 강조함으로서, 참여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가져오게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전체 토론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규모집회가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또한 멜티플렉스와 많은 시간을 할애한 테이블 별 소그룹에서 토론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주요한 신학 주제와 방향에 대한 전체 의견을 모아가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주체 측의 이러한 선택은 다양하고 복잡한 세계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하나의 통합된 아젠다, 전략, 신학적 전제가 불필요하게 되었고, 또 오늘과 같이 복잡한 상황에서 하나의 획일화된 전제가 다변화된 세계를 복음화하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 때문인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지난 20년 동안 세계교회에서 2/3세계교회가 약진했는데, 이번 로잔대회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신학적이고 선교적 의미를 깊게 논의하지 않았다. 서구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비서구교회의 등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구교회의 축소에 대한 회복의 주제도 매우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에, 로잔대회 전체의 방향을 비서구교회의 약진이라는 관점으로만 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비서구 교회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서구 교회의 새로운 부흥이 동시에 언급되어야 했고, 따라서 비서구교회 중심의 신학적 전제를 가지고 전 세계의 복음주의권교회를 다 표현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자체가 여전히 세계교회의 문제를 다뤄가는데 있어서 서구교회가 장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각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결국 비서구교회의 등장을 축하했고, 그래서 비서구교회의 한 중심부인 아프리카의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대회가 열렸고,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과 비서구 리더들이 무대에 올라오긴 했지만, 대회의 형식과 진행 방법은 여전히 서구적 고비용 구조로 진행된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만 말하기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로잔 운동의 한국적 적용 로잔운동은 내용적으로는 이미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역교회보다는 학생단체와 선교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로잔운동의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로잔운동을 판단하거나 나름대로 해석해서 편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로잔운동의 한국적 적용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는 로잔운동 자체에 대한 깊은 이해이다. 로잔 홈페이지(lausanne.org)에 가서 하루 종일 뒤적거려 보라. 지난 30년의 로잔의 모든 자료들이 다 올라와 있고, 놀라운 보물을 발견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세계 로잔운동에 발을 맞추고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은 이번에 발표된 로잔헌약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피고, 비판적 수용을 통해서 여기서 제시하는 실천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사역이 우리 가운데에서도 일어나게 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일 것이다. 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 한철호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