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휴가 겸 강의 때문에 제주에 있을 때 ‘동춘 서커스’를 봤습니다. 서커스는 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몇 학년 때인지는 잘 기억 안나지만 겁없이 혼자 서커스 구경을 갔습니다. 그때만 해도 서커스가 가끔 동네에 오곤 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 때 본 서커스는 제 인생에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가장 정직한 쇼(show- 보여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속임수나 우연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는 서커스에서 마술도 했지만, 주로 줄타기나 공중돌기와 같은 곡예가 이루워졌는데, 이 모든 것은 오랜 훈련과 연마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곡예를 보기만 해도 연기자들이 얼마나 오랜 수련과 훈련을 했는지 상상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커스에서 인생의 고통과 슬픔같은 것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고통을 가슴에 묻어두고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연기를 해야하는 것이 내게는 큰 슬픔과 연민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안타까웠고 그것이 내 속에 어떤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던 것 같습니다. 서커스가 공산권에서 인기있었던 것은 이러한 훈련과 획일성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자본주의사회와 서커스는 어울리지 않는 형식이 되어버려 갈 즈음에 등장한 서커스가 캐나다의 ‘태양의 서커스’단 입니다. 이들을 서커스의 형식을 완전히 바꾸어 서커스와 예술 그리고 오락을 통합하면서, 경영학에서도 불루오션을 설명할 때 대표적인 예로 등장할 정도로 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얼마 전에도 태양의 서커스가 마이클 잭슨을 테마로 한국 공연을 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러면서 세계 서커스의 포맷을 새롭게 합니다. 한국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동춘서커스는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결국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만, 한국 최후의 서커스를 살려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몇몇 지자체가 공연장 설치 공간을 제공하면서 다시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 동춘 서커스를 제주에서 만난 것입니다. 안보겠다는 식구들을 꼬셔서 표를 구입해서 들어갔습니다. 그러데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입장한 사람이 15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전체 좌석은 700석이 넘어 보입니다. 쇼의 개막을 알리는 음악이 나올때 까지도 입장한 사람이 20명이 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무리의 서커스단원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정작 당황한 측은 저를 포함한 관객들이었습니다. 단원들은 마치 객석이 가득찬 것 처럼 열심 공연을했습니다. 그런데 더 열심있는 사람들은 관객들이었습니다. 적은 관객 탓에 단원들이 실망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관객들이 미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한 관객들은 정말 열심히 박수를 쳤습니다. 손바닥이 얼얼해 지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이런 공연에 좀처럼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내도 와우!와우! 하며 소리를 질러가면 박수를 쳐댔습니다. 단원들의 놀라운 공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단원 전체가 나와서 무대인사를 할 때, 모두가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단원들은 몇명 안되는 관객들이 최선을 다해 자신들에게 호응해 준 것이 감사했던 모양이고, 관객들은 그렇게 적은 관객 앞에서도 힘을 다해 기량을 펼친 단원들이 감사했던 모양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선교도 무대입니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가 얼마나 화려한 연기를 하는가에 관심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족은 그것들과 상관없이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부터 옵니다. 최근 한국선교가 시들해지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관객이 줄어든 공연같아 보입니다. 여전히 교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교회 상황이 어려워지고, 헌금이 줄면서 선교에 대한 관심도 식어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그렇습니다. 물론 올 여름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지를 방문했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 나르시스즘의 고질병, 교회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서 선교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선교에서 중요한 것은 화려한 보여짐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integrity)입니다. 선교사가 되겠다는 것은 소위 말하는 ‘갑을관계’에서 ‘을’이 되겠다는 선언입니다. 왜냐하면 선교는 우리의 교회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들의 교회를 세우는데 섬김이의 역할을 하겠다는 선언입니다. 그런데 선교하는 자들이 자꾸 ‘갑’이 되려고 합니다. 우리가 주도하고 우리가 계획하고 우리가 실행하는 것입니다. 올 여름 단기선교팀들이 ‘갑’이 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고민해 봐야 할 것 입니다. 누가 많이 봐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단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교라는 무대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무대이고 하나님께서 기획하신 거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그 거대한 이야기는 하나님께서 모든 민족을 복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하나님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 커다란 이야기의 무대에 초대된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관객의 수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 무대에 참가한 관객들은 그 무대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시는가를 보고 즐거워하는 일입니다 -8월 7일, 2013 미션파트너스 상임대표 한철호 선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