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와 가지, 모두를 붙드시는 성령 하나님

이윤복, 죠이선교회

들어가며 

이 글은 ‘어떤 선교사를 보낼 것인가’의 두 발제; 풀뿌리 선교 모델(손창남), 21세기에 필요한 선교사의 자질과 자세(김동화)를 학생선교단체의 입장에서 비평하는 응찬이다. 포럼이 기획되면서 몇 가지가 더 주문되었는데, 그 중에서 응찬자를 곤혹스럽게 한 것은 어느 한쪽을 확실하게 편을 들라는 주문이었다. 이슈를 잘 드러내고 보다 활발하고 논쟁적인 – 소위 ‘엣지’있는 – 토론을 위함이었다. 황희 정승 스타일의 점잖은 토론을 지양하는 것은 좋지만 이 일은 응찬자에게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와 같은 잔인한 요구인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공감

두 발제자 모두 선교의 환경에 있어 급격한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는 공감을 하는 것 같다. 김동화 선교사는 콘스탄틴 체제의 시민종교 체제가 붕괴되었고 서구 교회는 종교적 다원주의에 이미 접어들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손창남 선교사는 선교 현장에서 전통적 의미의 선교사가 자리할 입지가 이미 상당부분 위축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손창남 선교사가 말한 전통적 선교사의 자리가 근대 시민종교로서의 교회에서 형성된 것이라면 그것의 붕괴를 지적한 김동화 선교사와 일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바로 포스트 모던한 세상에서의 교회와 선교가 바로 문제의 핵심일 것이다. 

분명 포스트모던은 우리에게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전략과 사역이 더 이상, 또 그 전처럼 작동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처한 위기의 본질일 것이다. 하지만 위기의 본질을 보다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위기, 총체적 위가가 아닌 바로 모던한 시대에서 작동하던 전략과 사역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선교에 있어 새로운 변혁을 요구하는 위기의 본질은 모던한 세계의 문화적 전제로 이해되고 실행되던 선교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포스트 모던한 세계에서도 희망을 가질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만일 포스트모던에서 문제가 ‘복음’이나 선교를 포함한 ‘성경적 진리’와 같은 신앙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문제라면 정말 큰 문제가 되고 말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많이 다루지 않았지만 두 발제자 모두 본질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본인 역시 같은 생각이다. 

G. D. Fee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포스트모던 시대는 초대교회가 처한 문화적 상황과 거의 유사하며, 이 시기는 역사상 가장 능력 있는 교회를 통해 가장 강력한 선교가 이루어진 시대라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는 위기이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낙관적일 수 있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부분에서 추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안들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미디어 혁명이다. 

김동화 선교사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듯이 가장 급격한 문화 혁명은 언제나 미디어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인쇄술의 발견으로 르네상스와 종교혁명은 가능했고, 매스미디어 혁명으로 현대 시민사회가 출현했다. 심지어 초대교회 역시 새로운 미디어 혁명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세비우스의 ‘교회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기존의 패러다임이 해체되고, 말 그대로 세상이 완전히 뒤집어지는 변화에는 언제나 미디어 혁명,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개인적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큰 미디어 혁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이 변화가 어떤 세상을 만들어갈지, 또 어떤 선교적 지형을 형성할 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한국 청년대학생이 현재 처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이다. 

학생선교단체 사역자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젊은 시절, 이들이 하나님을 경험하고 복음이 자신의 삶 전체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할 여지가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개인적 헌신의 유무가 아니라 외적이며 구조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젊은 시절 신앙적인 경험이 빈약한 세대는 마치 웃자란 싹처럼 삶과 사역에 있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선교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국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에 대한 애정과 투자에 대해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것은 한국 교회의 기성세대도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음 세대 선교 동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원된 자원의 건강성에도 이미 경고가 울리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대안: 풀뿌리냐? 전통적 선교사냐? 

두 발제자가 상황 인식에는 공감했다면 차이를 보이는 입장은 ‘새로운 세대에 요구되는 선교사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발제자의 의견을 좀 거칠게 정리하자면 손창남 선교사의 경우 평신도 중심의 풀뿌리 자원이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고, 김동화 선교사는 현재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된 자원, 즉 목회자와 전임 선교사가 더 필요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두 발제자 모두 사도행전 텍스트를 통해 성경적 근거를 찾고 있다. 

먼저 풀뿌리 선교 모델의 경우 보다 세밀한 성경적 연구 작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특히 사도행전의 양적이 부분, 또한 내용의 관심도를 놓고 본다면 설득력이 부족한 것 같다. 본격적인 이방인 선교 사역의 초점은 사실 바울에게 맞춰진 것이 사도행전의 메시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창남 선교사가 풀뿌리 모델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현재의 문제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록 사도행전의 텍스트에는 한계가 있지만 초대교회의 여러 자료가 제공된다면 보다 명확한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동화 선교사가 정리한 바울과 바나바 팀에 대한 주장은 전통적인 성경해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울-바나바의 준비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선교사 준비와 허입, 파송과 얼마나 매치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현재와 같은 신학교육, 안수와 허입, 파송이 과연 바울-바나바와 같은 선교사를 얻는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사실 학생선교단체의 입장에서 어떤 선교사가 바람직한 모델인지, 구체적인 대안 제시에는 어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Task와 이에 따른 관심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학생선교단체는 기본적으로 복음전도와 제자양육을 통해 좋은 밭은 세상이라는 사역의 장에 공급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즉 하나님나라 복음이라는 씨앗이 뿌려졌을 때, 그것이 많은 열매를 맺는 생명력 넘치는 밭을 준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길을 막고 밭을 만들며, 돌도 치우고 가시덩굴도 제거하는 것이 캠퍼스 사역의 일차적 본질이고 부르심이다. 그 밭에 무엇이 심겨질지는 일차적으로 학생선교단체의 몫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 밭에 교회를 위한 씨앗도 뿌려질 것이고, 세속 사회와 가정, 그리고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선교를 위한 씨앗도 뿌려지게 될 것이다. 학생단체는 각 개인, 혹은 공동체가 하나님의 부르심에 건강하게 응답하고 그 일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기본을 준비시키는 일에 더 관심이 많다. 

문제는 이 기본을 준비시키는 사역이 어려워진다는데 있다. 즉, 밭을 가는데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그 결과물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캠퍼스 사역은 같은 말만 사용하고 있지 그 어떤 타문화권 사역에 못지않을 문화 충격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일을 감당하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외적인 자격, 훈련, 스펙과 같은 것이 아니라 능력 – 특히 능력있는 삶이란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풀뿌리 모델이나 전통적 모델이나 문제의 핵심은 ‘사람’, 특히 부르심과 이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아낼 태도와 역량을 지닌 ‘사람’을 얼마나 키워내고 또 이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는 셈이다. 이것이 손창남 선교사가 결론으로 이야기하는 풀뿌리 모델의 특징일 것이다. 또한 김동화 선교사가 강조한 약함과 십자가의 파라독스대로 사역하는, 새로운 시대에 합당한 선교사의 모습일 것이다. 그 모습이 풀뿌리이든, 혹은 전통적인 방식의 가지이든 선교를 위해 부르심에 합당한 사역을 감당하는 모든 선교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핵심적인 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