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자리가 중요하다

조종만, SFC

‘어떤 선교사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두 분의 발제안은 선교환경과 선교상황의 변화에 대한 대응과 선교의 운동력 회복을 위한 진지한 고민의 글이라 생각된다. 손창남 선교사님의 글이 선교사역의 새로운 유형에 대한 고민, 즉 초대교회적인 풀뿌리 유형, ‘흩어진 사람들’ 유형의 선교형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 김동화 선교사님의 글은 선교사로 잘 준비되어 교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파송받는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언급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공감

손창남 선교사님의 발제문 중 선교를 행 13장에서부터가 아니라 8장에서 12장에 이르는 '흩어진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풀뿌리 선교운동'관점에 대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신선하다. 보편적으로 행13장의 바울과 바나바의 사역을 중요한 모델로 삼아왔던 것이 비해 ‘흩어진 사람들’의 흔적을 찾고, 그들의 사역에서 변화된 선교환경에서의 대안을 찾은 통찰은 특별하다. 이들은 훈련이나 파송의 개념도 없고, 후원도, 지역적 제한도 없는, 자유로운 사역의 모습을 보인다. 발제자는 이들의 유형을 ‘풀뿌리 선교운동’이라 이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선교사님의 글, 흩어진 사람들이 전통적인 선교사 유형은 아니었지만 그들 역시 사도들의 가르침과 성경적 공동체의 경험과 구속사역에 대한 분명하고 정확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즉 공동체 가운데 잘 훈련되고 준비된 사람들이었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래서 선교사는 잘 준비된 사람이어야 하며, 그 준비를 교회로부터 확인 받고 파송되어야 한다는 강조도 이해된다. 

비약

그런데 두분 모두 선교사의 유형과 상관없이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전할 뿐 아니라 큰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살아낼 사람,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진정성을 가진 상호의존적인 사람’,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헌신한 사람’, ‘제자로서의 영원한 정체성’ 등 변화된 선교상황과 환경이 요구하는 선교사의 자질을 공통으로 언급한다.

그래서 나는 발제문을 읽으면서 선교환경의 변화에 따른 선교사 유형에 대한 제시와 그런 상황에 적합한 선교사의 강조되어야 하는 자질에 관한 제시를 받게 된다. 어쩌면 각각의 방점이 있긴 하지만 두 분이 말씀하는 선교사의 유형, 풀뿌리 선교운동과 공동체의 파송 유형을 넘어 같은 과제에 대한 다른 측면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편견

그런데 선교동원과 관련한 학생사역을 하는 입장에서 이번 논의를 본다면 선교사역의 유형(어떤 타입의 선교사)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선교사의 자질에 대한 고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선교현장에 있는 사람과 한국에 있는 사람의 입장의 차이일 수 있겠다. 어쨌던 나는 변화된 환경과 상황 속에서 선교라는 과제를 풀어갈 유형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 상황과 환경 속에서 하나님나라 복음을 제대로 전할 선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것은 선교동원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생들은 그들이 선교여행이나 단기선교를 통해 만난 선교사와 사역으로 자신들의 선교사에 대한 이해와 선교사역을 규정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만난 선교사에 의해 선교가 비즈니스가 되기도 하고, 하나님의 지상명령 성취가 되기도 한다. ‘선교는 선교사가 막는다’는 역설을 새길 필요가 있다. 

또한 선교현장 상황의 복합성에서 보더라도 선교상황에 적합한 전략적으로 고민된 유형의 선교사여야 하지만, 그 전제는 겸손하고 희생적이며, 복음의 통전성을 확신하고 잘 훈련된 선교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선교를 통해 복음과 더불어 온갖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교회의 복제판이 이식되지 않을지 우려한다. 이것은 우리가 보내는 선교사가 어떤 선교사인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복음을 복음의 방식으로 전할 수 있는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복음 자체만을 강조했다. 그런데 복음 자체만을 강조한 한국교회는 오히려 복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결국 복음은 복음의 방식으로 전해져야 함을 절감한다. 

언제나 강함을 추구하고 수적 우위를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방식이 아니라 초대교회 성도들 같이 약한 모습과 약한 자리에서 하나님의 강함을 드러내는 선교사(약함), 비교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섬기고 희생하는 선교사(착함), 목표만 추구하는 태도가 아니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언제나 전략적이기만 하기보다 하나님의 역사를 믿고 핵심부가 아니라 주변으로 나아가는 선교사(주변성), 이런 선교사를 보내야 한다. 

타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에 대한 헌신이 당연하겠지만, 그 이전에 이런 복음의 방식이 무엇인지 알고 사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학생들은 선교지에서 이런 선교사를 만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선교사들이 몇몇 선교사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선교사들이어야 한다. 포럼의 논점을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변화된 선교환경과 상황 가운데 다시 한번 선교사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아비판

이러면 손선교사님의 풀뿌리선교운동은 선교사 자질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는 자아비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자란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가 그런 문화 가운데 자랐다면 몇몇 특별한 사람들을 빼고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흩어진 사람들’이 제대로 된 선교운동의 전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들이 한국교회에서 경험한 것이 무엇이며, 배운 복음이 어떤 것이었느냐가 관건이 된다. 그런 면에서 결국 어떤 선교사를 보낼 것인가는 어떤 그리스도인을 만들 것인가와 직결되어 있다. 한국교회는, 한국의 기독학생단체는 어떤 그리스도인을 세워야 하는가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총체적 복음에 대한 이해를 가지며, 복음의 방식에 대한 체험적 이해를 가진 사람, 그리고 선교라는 특수한 사명에 대한 이해를 겸비한 사람을 세워야 한다. 이들은 선교에 헌신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보편적인 그리스도인들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수를 세워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숫자의 허상을 극복하고 성경적인 그리스도인을 바르게 세워 내는 것이 이 시대의 과제가 아닐까? 이런 사람들이 세워진다면 그들이 어디에 있든지 이 시대의 ‘흩어진 사람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