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교사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선교단체의 입장

이용웅, GP

1.풀뿌리 선교운동의 불편한 진실

우리는 보통 사도행전 13장을 선교의 시발점을 보는데 손창남 선교사는 사도행전 8장의 스데반의 죽음을 통한 흩어진 사건을 풀뿌리 선교의 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안디옥 교회와 책무관계를 갖춘 바울과 바나바의 선교만을 선교의 시발점으로 보는 우리의 고정 관념에 자극을 주는 부분이다. 성경에는 일정한 조직과 후원관계가 없어도 평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선교할 수 있는 풀뿌리 모델이 이미 나와 있음에도 우리는 사도행전 13장에 고정됨으로 말미암아 파송교회와 후원구조를 갖추어야 제대로 선교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다. 손선교사가 지적한대로 이제 선교사를 환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선교사 개념으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도 제한되고 있고 사역 자체도 크게 먹혀들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풀뿌리 선교 운동을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사고가 전통적인 선교 개념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교회가 98%의 평신도와 2%의 사역자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역에서 평신도는 배제되고 목회자 중심의 교회 운영으로 이끌어진 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목회는 목회자의 일인 것처럼 선교도 파송 받은 선교사의 몫’이라는 생각이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선교사의 풀뿌리 선교는 성경의 원형을 회복하는 적절한 지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통적인 개념의 선교사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신속한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는 창의적 사고와 선교의 열정을 가진 평신도 선교사 그룹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교회가 강한 야성과 전문성을 가진 교인들로 훈련시킬 때 비로소 이 일이 가능한데 갈수록 훈련을 싫어하는 현대인의 속성상 이 일은 숙제로 남아 있다. 

2. 우리 선교사들은 강한 공동체를 체험하였는가?

예루살렘 교회가 박해를 받았을 때에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상황에 의해 떠날 수밖에 없는 빌립 집사와 같은 이들에 의해 복음이 전파될 수 있었던 것은 예루살렘 교회에서 강력한 공동체를 경험하였고 헬라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는 타 문화권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김동화 선교사는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Dowsett의 인용글 가운데 “우리 각자는 모두 나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한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가 오늘 우리 시대에 필요한 선교사의 자질이라는데 필자는 인식을 같이한다. 

인종차별 철폐 운동가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주교 데스몬드 투투는 성공회 주교가 된 배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투투가 어린 시절에 어머니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데 성직자 차림의 훤칠하게 생긴 백인이 다가왔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당시에는 백인이 다가오면 흑인은 한쪽으로 물러나 고개를 숙인 채 그가 지나갈 때가지 기다려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투투와 어머니는 한쪽으로 비키려고 했다. 그러자 백인은 재빨리 먼저 길을 비키고는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 뒤 투투와 어머니가 지나갈 때까지 그 자세로 서 있었다. 투투는 어머니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엄마, 저 사람은 왜 저러는 거에요?” 그때 어머니가 한 말이 투투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런 저분이 성공회의 주교이기 때문이야. 저 분은 성경에서 선을 행하는 것에 대해 배웠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도 친절하고 공손하게 대하는 거란다” 어린 투투는 즉시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커서 성공회 주교가 될래요”(생명의 삶, 02, 4월호, 147쪽)

3. 제언

지금은 선교의 전선에 전후방이 없다. 우리의 반경 2킬로미터 이내에도 타문화권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한국 내에도 외국인이 130만명 가량 들어와 있고 외국인 유학생만도 9만 여명이 들어와 있다. 손창남 선교사의 글 가운데 허드슨 테일러가 말한 “어떤 사람이 배를 타고 선교지에 간다고 해서 선교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만약 자기의 본국에서 선교사가 아니라면 배를 타고 간다고 해서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부분은 국내에서 이미 전도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선교사로 가야함을 말하고 있다. 선교사의 삶이 평소에 스며들어 있을 때 선교지에 가서도 자연스럽게 선교적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중국 선교를 꿈꾸고 있다면 중국인 교회를 찾아가거나 학생이라면 캠퍼스의 중국 선교동아리를 찾아가 볼 일이다. 국내에 중국만이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태국, 위한 교회가 많이 있다. 우리가 이들을 가르치겠다는 태도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시듯 이들을 섬기겠다고 하면 모두가 환영한다. 그러나 한 수 가르치겠다고 한다든지 우리의 DNA가 발동하여 권위주의적 자세로 나온다면 선교는 커녕 관계 형성조차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선진국 사람들에게는 열등감을 느낀다든지 반면에 후진국 사람들에게는 우월감을 갖는 인종적 편견이 있다면 선교사가 되기는 곤란할 것이다. 

우리의 선교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서구 선교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파송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나가야만 선교사이고 선교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데 지금은 시대 상황이 급변하면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그러면서 그리스도의 겸손과 능력을 갖춘 선교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