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교의 남은 과업은 어떤 자질을 갖춘 일꾼을 요청하는가? 상황적으로는 변화된 선교적 현실이 새로운 유형의 선교사를 요구하고, 본질적으로는 성경적 선교개념에 걸맞은 일꾼의 자질이 재고/재평가되어야 한다. 전자가 새 포도주를 담을 ‘새 부대’를 마련하는 일이라면, 후자는 변질된 옛 포도주를 버리고 신선한 ‘새 포도주’를 담그는 일에 견줄 수 있겠다. 이 논의는 향후 한국선교계가 어떤 자질을 갖춘 선교인력을 발굴, 동원, 양성, 파송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현안이라고 여겨진다.

필자가 이 짧은 글을 통해 모범답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적절한 질문이 바람직한 대안을 유도하는 법이므로 해당 사안과 연관된 주요 질문들을 정리해봄으로써 한국선교공동체가 함께 얻어내야 할 건강한 해법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기 바란다. 지난 2009년 방콕포럼은 한국선교 지도력의 이슈들을 정리하기 위한 기초질문을 작성한 바 있는데, 이 글의 취지와 맥을 같이 하는 항목들을 선정하여 보완했고, 2005년 설악포럼에서 한국선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사용된 질문을 함께 실었다.

1. 역사-문화적 이슈들

1.1 세계관 변화

1) 선교의 목표가 개종이 아닌 회심이며, 회심이란 근본적으로 세계관의 변화(마 28:19)라는 사실에 동의하는가?

 선교의 목표는 단순히 무신론이나 타 종교로부터 기독교로 종교를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선교의 목표는 외형적 변화가 아닌 내면적, 본질적 변화에 있다.

 따라서 단순한 개종에 만족하기보다 선교대상의 세계관이 복음적으로 바뀌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이런 일을 감당할만한 일꾼을 양성하여 보내고 있는가?

2) 회심의 순간적/사건적 측면과 지속적/과정적 측면에 대해 인식하는가?

 회심은 어느 특정시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순간적이고 사건적이지만, 세계관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속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 그간 한국교회는 회심의 순간적, 사건적 측면만을 편향되게 강조함으로써 진정한 내적 변화(성화)의 과정을 간과한 경향이 있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질적 저하와 아울러 다양한 선교적 시행착오를 유발한 주요원인이다.

 한국선교사는 선교와 회심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3) 한국교회의 세계관 변화과정이 어느 지점에 와 있다고 보는가?

 선교가 세계관 변화의 긴 과정이라는 점에서, 한국교회는 마치 완성품인양 착각하지 말고 우리의 변화과정이 현재 어디에 와있는지, 혹 변화의 과정이 멈춘 것은 아닌지 겸허한 자세로 평가하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 한국교회의 세계관 변화의 진도 및 성숙도가 한국선교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떤 질의 복음을 수출하고 있는가?

4) 성경적 지도력과 관행적(한국형) 지도력의 괴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며, 전자를 향한 변화과정은 어디에 와 있다고 보는가? 

 지도력 개념도 회심의 대상이다. 우리의 지도력 개념이 아래 거론하는 전통적 개념으로부터 성경적 개념으로 얼마나 변화되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 한국교회가 선교지에 무속적, 유교적 지도력을 수출하거나 강요하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 지도력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여 부족한 면을 채우고 빗나간 면을 교정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 우리의 선교사 선발, 양성, 훈련에 이러한 요소가 고려되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유형의 지도력을 갖춘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는가?

1.2 무속적 패러다임

1) 한국문화의 밑그림이 무속(Shamanism)이라는 사실에 대해 인식하는가?

 한국문화의 밑바탕에 무속적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은 역사적, 사회학적,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학설이다.

 세계관의 변화를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해 먼저 우리문화와 의식의 근저에 깔려있는 무속적 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2) 한국교회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무속적 틀에 대해 인식하는가?

 한국문화로부터 격리되거나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교회 역시 무속적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 무속적 패러다임을 극복하고 세상을 복음적 가치로 변화시켜야 할 한국교회가 오히려 무속적 틀에 안주하는 현실이 우리네 세계관 변화과정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반증한다.

 대부분의 선교현장 역시 정령숭배의 영향이 지배적임을 고려할 때, 한국선교사의 탈 무속화가 바람직한 선교를 위한 선결요건임을 이해해야 한다.

3) 지도력의 무속적 적용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가?

 자연계와 초자연계사이의 독점적 중매자인 무당의 지위에 혹 목회자나 선교사를 대입하고 있지 않은가?

 한국교회와 선교현장의 관행적 지도력에 내재한 무속적 틀을 제거하고 성경적 지도력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적 노력이 선교사의 양성과정에 있는가?

1.3 유교적 패러다임

1) 한국 근대사상계를 점하고 있는 유교적 틀에 대해 인식하는가?

 고려 인종 13년(1135년) 묘청의 난과 유교의 득세 (단재 신채호)

 경직된 권위주의는 우리네 전통문화가 아니라 후대에 유입된 주자학/성리학의 영향이므로 문화적 정당화나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유교가 전통문화를 바꿨다면 복음의 문화변혁은 필연이다.

2) 지도력의 유교적 적용에 대해 경계하고 있는가?

 자연계와 초자연계를 계급구조로 이해하던 중세암흑기에서 종교개혁이 성경적 틀—특히 만인제사장 직—을 회복한 사실에 대해 인식하는가? 

 한국형 지도력의 현주소는 중세 로마교회와 개혁교회 중 어느 틀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 한국교회와 선교현장의 관행적 지도력에 내재한 유교적 틀을 찾아 제거하고 성경적 지도력으로 전환하려는 의도적 노력이 있는가?

1.4 선교적 파급효과—토론을 위한 질문

1) 이상의 역사-문화적 이슈들이 선교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는가? 

2) 우리가 어떤 질의 복음을 퍼뜨리고 있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3) 한국선교는 선교현장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아니면 악성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는가?

2. 선교전략적 이슈들

2.1 세계선교의 유산

1) 2천년 선교역사를 통해 실험되고 전승된 선교전략적 흐름—연속성—에 대해 인식하는가?

2) 역사적/임상적으로 검증된 효과적 선교전략에 대해 인지하고 실천하는가?

3) 지난 3세기에 걸친 개신교회 선교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깨달은 토착교회 자립의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4) 토착교회의 지도력을 차지하기보다 토착지도력 역량구축을 위해 노력하는가?

2.2 한반도선교의 전략적 유산

1) 1890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중국에서 사역 중이던 네비우스 선교사를 초청하여 한반도교회 백년대계를 위한 선교전략을 수립한 후 교파를 초월해서 그 원리(The Nevius Principles)를 실천한 사실을 아는가?

2) 네비우스 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며 당신의 선교적 지도력에 얼마나 적용하고 있는가? 

3) 한반도선교가 토착교회 자립원리의 가장 탁월한 성공사례 중 하나인 사실을 아는가?

4) 지난 30여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민족 선교운동이 한반도선교의 전략적 유산을 무시하거나 정반대 패러다임으로 흐르는 경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해법이 있다고 보는가?

2.3 한국선교(선교사) 평가를 위한 다섯 질문 (Howard Norrish, 설악포럼 2005)

1) 한국선교사들의 복음증거는 성육신적인가? 즉, 예수님의 모델을 따르는가?—“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2) 한국선교사들은 현지문화의 관점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하나님의 인정을 받는 통합적 삶(holistic lifestyle)의 모범을 보이는가?

3) 한국선교사들은 해당문화권에서 재생산이 용이한 방식의 토착교회를 세우고 있는가? 그들의 상황화는 건강한 수준인가?

4) 한국선교사들은 혹 현지의 새로운 신자들로 하여금 하나님보다 선교사를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5) 한국선교사들은 국제적 네트워크와 다중문화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가? 

2.4 사례들—토론을 위한 질문

1) 전략적으로 긍정적인 선교사례가 있다면? 어떤 면에서 왜 긍정적인가?

2) 전략적으로 부정적인 선교사례가 있다면? 어떤 면에서 왜 부정적인가?

3) 전략적으로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변한 선교사례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