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역사 속에 나타난 선교사 모델 (윌리암 캐리, 스탠리 존스, 레슬리 뉴비긴을 중심으로) 변진석, GMTC <도입> 1985년 라틴 아메리카 안데스 지역의 토착민(인디안)들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게 보낸 편지: We, the Indians of the Andes and America have decided to give you back your Bible, since for the past five hundred centuries[sic] it has brought us neither love, peace, or justice. We beg you take your Bible and give it back to our oppressors, whose hearts and minds are in greater need of its moral teachings. As part of the colonial exchange we received the Bible, which is an ideological weapon of attack. The Spanish sword used in the daytime to attack and kill the Indians, turned at night into a cross which attacked the Indian soul. (Paul Siu, "Theologizing Locally" in Local Theology for the Global Church, p.153.) 사도행전 이후 기독교가 핍박을 받던 종교에서 로마 제국의 국가종교로 공인되고, 세력을 얻은 후 오랜 세월 기독교는 국가의 힘을 업고 선교하는 형태를 띠었다. 소위 “Christendom" 개념에 기초한 선교는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Christendom"이란 개념은 일종의 기독교 영토 개념으로서 그 지역 내에서는 “선교가 완수된 것”으로 간주된다. 종교개혁 운동도 이러한 “Christendom Mentality"를 극복하지 못했었고, 카톨릭 국가들의 해외선교에 이은 개신교 국가들의 선교에도 동일한 정신이 적용되었다(예:“선교는 대영제국의 영적확장이다.”). 이러한 christendom mission의 주류에 반대하는 역사적 소수의 흐름으로는 사막의 수도사 성 안토니, 16세기 재세례파(Anabaptist), 17세기, 18세기의 경건주의자들과 모리비안 선교 운동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1910년 열렸던 에든버러 선교사 대회는 세계를 완전히 선교가 된 지역(the fully missionised lands)과 아직 완전히 선교가 되지 않은 지역(the lands not yet fully missionised)으로 구분하였었다. 이에 따르면, 선교는 기독교 사회(Christian Society)인 유럽과 북미로부터 나머지 이방지역(heathendom), 혹은 비기독교 세계(Non-Christian World)로 향하는 것이다. 에든버러 대회의 공식 명칭인 “비기독교 세계와 관련된 선교적 문제들을 고찰하기 위한 세계 선교사 대회 (World Missionary Conference to Consider Missionary Problems in Relation to the non-Christian World)"는 단지 비기독교 세계만이 선교지(mission field)이며, 기독교권 안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선교가 행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 결과 로마 카톨릭권으로 분류되던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개신교 사역은 그 대회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되었다. 따라서 그 거대한 대륙에서의 개신교 사역을 대회의 모든 통계에서 제외하는 한편 그 지역에서 사역하던 선교사와 교회 대표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 놀랍게도 기독교의 세계 선교운동은 이러한 "Christendom"의 개념을 와해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선교역사를 보면서 우리는 선교의 주체는 분명 지혜로우신 삼위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Andrew Walls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인간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섭리는 비록 부족할망정 당신의 종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린 믿음과 사랑의 수고를 일축하거나 무시하시지 않으신다.” <본론> 기독교 선교 역사의 수많은 선교사들 중에서 좋은 모델이 될 만한 개신교 선교사 세 사람을 선택해보았다. 흥미롭게도 이들 세 사람은 모두 인도에서 사역을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 윌리암 캐리(William Carey:1761-1834) 캐리 이전에도 개신교 선교 운동은 이미 경건주의자들(ex. Halle 대학과 진젠도르프 백작의 지도하에 일어난 Hernhut의 모라비안 교도들의 선교)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캐리 자신이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의 유명한 소책자(“Enquiry")에 언급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어떠한 근대 선교사도 모라비아 형제단이 이룬 성공적인 선교사역과 필적할 수는 없다. 모리비안은 그린란드, 래브라도 그리고 서인도 제도의 여러 섬에 선교사를 파송하였는데 많은 열매를 얻었다. 또한 그들은 아프리카 아비시니아에도 선교사를 보냈는데 어떤 만족할 만한 결실을 얻었는지도 나도 모르겠다. 또한 최근에 작고한(1791-필자 註) 웨슬리는 서인도제도에서 선교 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아직까지도 카리브해와 흑인 노예들을 위해 일하고 있으며 나는 그들의 성공적인 선교 보고서를 즐거운 마음으로 읽은 적이 있다. (이교도 선교 방법론, p.69) 그러나 우리가 캐리를 개신교 현대 선교운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유럽대륙의 경건주의자들을 중심으로 한 해외선교운동이 있었지만, 케리는 당시 영국내의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결과로 고조된 선교를 향한 자원들이 세계선교를 향해 구체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영국이 해상권을 장악하여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중 하나이다. 그의 소책자 이교도 개종 방법을 모색하는 기독교인의 책임에 관한 연구(An Enquiry into the Obligations of Christians to Use Means for the Conversion of the Heathens)는 “세계 각국의 현재 종교 상황과 과거 선교가 거둔 성공과 미래의 선교가 시행해야 할 실제적인 논의”라는 긴 부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그가 주창한 이교도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기독교인들이 사용해야만 하는 방법들 (means)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열렬한 연합기도, 월례기도회, 선교비 모금 같은 것들이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선교를 위한 자발적인 단체(society)를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침례교 선교회(BMS)가 결성되고, 이어 수많은 선교회들이 설립됨으로 개신교 선교운동이 본격화되고, 선교의 위대한 세기라 평가되는 19세기가 열리도록 하는데 불을 지폈다. 윌리암 캐리의 모델로부터 배워야할 점: - 분명한 선교 신학(사역 철학)의 정립의 중요성 이교도 선교 방법론(“Enquiry")의 내용: 제1부- 주님의 선교명령 제2부 - 선교 역사 고찰 제3부- 세계 인구와 종교현황 제4부- 이교도 선교방안 제5부- 기독교인의 의무와 선교 활성화 방안 - 총체적 선교: 전도와 교회 설립, 성경 번역, 사회 악습 철폐, 교육 사업 - 팀사역: ‘세람포어 선교회’ 선교 협약 1)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복음을 전파하며, 2) 현지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보급하며, 3) 가능한 한 빠른 시기 내에 현지 교회를 설립하며, 4) 현지인의 문화와 사상 체계를 깊이 연구하며, 5) 가능한 빠른 시기에 현지인 교역자를 양성한다. - 세계 선교 운동 비전의 활성화 캐리는 선교사역 13년 되던 해인 1806년 남아프리카 희망봉에서 1810년에 ‘세계 선교사 대회’ 개최를 제안함. --> 1910년 에든버러 세계 선교사 대회와 2010년 남아공 케이프타운 로잔 3차대회로 실현됨! 2. 스탠리 존스(E. Stanley Jones, 1884-1972)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태어나 에즈베리대학에서 수학한 후, 1907년부터 감리교 선교사로 인도에서 평생 사역함. 1920년대 초반 그는 마하트마 간디, 타고르 등과 함께 아슈람 운동에 참여했으며, 1930년대부터는 기독교 아슈람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1940년 미국 뉴욕에 할렘 아슈람을 세우면서 그의 기독교 아슈람운동은 인도를 넘어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들로 퍼져 나갔다. 1938년 12월 12일자 <타임>지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선교사로 소개했다. 1961년에는 ‘간디 평화상’을 수상. 인도 독립운동과 연관된 활동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펼친 평화활동 등으로 두 차례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는 철저한 복음주의자로 살면서 열린 마음으로 인도인들에게 다가갔으며,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유일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했던 인물이다.(스탠리 존스 저, 김상근 역,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 표지 글에서 인용). 서구 식민주의가 전 세계를 지배하던 시기(그 절정이 1880-1920)에 선교사들은 대체적으로 서구문화 우월주의(자문화 중심주의)에 사로잡혀 있었고, 서구 제국주의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기독교선교를 전개하였다. 선교사들은 계몽주의적 사상으로 무장한 채 각 나라의 문화와 종교 차이를 무시하면서 복음의 증거를 받아들이려면 서구적 이성(Western rationality) 이 요구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어둠과 야만 상태”에 있는 “이교도”들에게 서구의 문명과 기독교의 복음의 축복을 나누는 것이 “백인의 책임(white man's burden)"이라는 생각이 선교운동의 저변에 깔려있었다. 비서구의 문화와 종교는 미신과 우상숭배로 폄하되었으며, 선교는 “비이교도화 (De-Paganisation)"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1925년 출간된 스탠리 존스의 책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The Christ of the Indian Road)는 그러한 시대정신을 거스리는 내용을 담고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는 서구문명과 기독교는 일치될 수 없다는 것과 심지어 현상적 기독교와 예수는 동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과감하게 주장하였다. 복음의 핵심이 “예수님”("Christianity is Christ")이며 서구화와 기독교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는 “인도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만을 전하고 그들의 본성과 삶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해석하도록 도와야합니다. 그러면 그들의 그리스도에 대한 해석은 새롭고, 생명이 넘치게 될 것입니다.”(p.57)이라고 주장하면서 또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인도인의 기독교는 인도의 문화와 삶에 뿌리박고 스스로 굳건히 서야합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기독교는 서양인의 기독교가 아니라 동양인의 기독교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물론 서양의 삶과 사상에서도 배울 만한 좋은 점들이 많습니다. 인도의 기독교가 이 모든 것을 전부 부정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자신의 토양에 깊게 뿌리를 내리면, 하늘을 향해 안테나를 높이 세워 올려 다른 세계의 음성도 널리 들을 수 있습니다.”(p.352). 이것은 현재에 이르러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화의 개념이나 자신학화 (self- theologizing)개념을 이미 오래전에 간파한 내용이라고 하겠다. 그는 인도의 선교사로서 인도인들과 그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또 배우려는 태도를 보여주었다. “인도는 이미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인도에 대한 사랑은 선교 초기에 지녔던 사랑과는 다소 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인도에 처음 갔을 때 내 마음은 연민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기 머무르는 동안 나의 마음은 존경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p.382) 스탠리 존스의 모델로부터 배워야 할 점: - 시대정신에 매몰되지 않고 복음의 핵심인 예수님을 붙잡음. - 선교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존중심과 배우려는 태도. - 선교에 있어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도권에 대한 인식. 1938년 국제선교협의회(IMC) 탐바람 총회에서 핸드릭 크래머와 논쟁 --> 핸드릭 크래머의 주장이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 교회론에 치우쳤다고 봄. 칼 바르트의 신학사상을 선교신학적으로 해석한 크래머의 교회론을 인도의 선교현장에 적용할 경우, 대부분 인도인들은 교회라는 가시적인 제도를 서구문명과 혼동할 뿐 아니라 제국주의 영향으로 인해 기독교를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 --> 존스는 인도의 전통과 종교 속에서 좋은 것을 보았고 그것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마음에 남긴 흔적들로서 그러한 영적, 도덕적 가치들은 보존되어야 할 가치가 있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실재하심을 통해 그러한 신성한 생각들이 새로운 표현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봄. cf. "There is a radical discontinuity, and yet it is not a total discontinuity." (Lesslie Newbigin) 3.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 마이클 고힌(Michael Goheen)은 뉴비긴을 가르켜 인도에서 40여년을 사역한 선교사인 동시에 신학자이며 성경학자였고, 변증가요 에큐메니칼 운동지도자였으며, 저술가요 선교학자로서 그 경험의 깊이와 넓이의 면에서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함. 지오프리 웨인라이트 (Geoffrey Wainwright)는 레슬리 뉴비긴에 대한 평전(評傳)에서 그를 “확신 있는 신자, 담대한 전도자,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창자, 목회적 주교, 선교전략가, 종교간 대담가, 사회 개혁가, 예전적 설교가, 영적 교사, 기독교 변증가”로 소개하면서 그러한 특성들을 보여주었던 그의 생애를 한마디로 “신학적 생애(A Theological Life)"라는 제목으로 요약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생애를 오히려 “선교학적 생애(A Missiological Life)"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것을 “선교사적 열정”을 가지고 직면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국을 떠나 비기독교권인 동양 (인도) 에서 오랜 세월 선교사로 지냈을 뿐 아니라 은퇴하여 영국으로 돌아온 후 소위 기독교권(Christendom)인 서양 세계를 선교사적 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하면서 서구의 재복음화를 촉구하며 나섰다(“God's Missionary to Us" - Christianity Today. 1996) 그는 60년간 이상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책들과 문서들을 집필하였는데 그의 거의 모든 글 속에서 매 페이지마다 선교사 신학자(missionary theologian)로서의 마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다고 윌버트 쉥크(Wilbert Shenk)는 말했다. 그의 신학은 철저히 선교적이었으며, 그의 선교학은 매우 깊은 신학을 반영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선교사로서의 삶과 사역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질문들을 가지고 평생 씨름하면서 선교적 신학(missional theology) 형성에 지대한 기여를 하였으며 그를 통해 오늘날의 교회와 선교에 깊은 영향을 남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레슬리 뉴비긴은 교회와 세계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수많은 이슈들에 간여했다. 레슬리 뉴비긴의 모델로부터 배워야 할 점: - 예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담대한 믿음과 확신. - 복음의 공공성("public truth")에 대한 회복 노력. - 교회와 선교에 대한 깊은 인식. - “타문화권 선교”에 대한 헌신. - 자국/자기 문화권을 위한 선교사의 기여. - 행복한 가정생활과 지혜로운 자기 관리 - 계속 발전하며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선교사의 삶 <결론> 이들의 삶은 우리들에게 영감(inspiration)을 주고 있다! 선교에 대한 교회 안팎에서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우리 시대: Encountering Theology of Mission(Craig Ott) - 사회종교학적 반대 - 인식론적 반대 - 역사적 사례를 통한 반대 - 인류학적 반대 - 윤리적 반대 - 심리학적 반대 - 실용주의적 반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세 사람의 모델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세상을 구원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는데 선교사들을 사용하시고자 하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Andrew Walls. The Cross-Cultural Process in Christian History. Orbis. 2002. Paul Siu, "Theologizing Locally" in Local Theology for the Global Church. William Carey, 2010. 레슬리 뉴비긴 저. 홍병룡 역. 아직 끝나지 않은 길. 복있는 사람. 2011. 스탠리 존스 저, 김상근 역. 인도의 길을 걷고 있는 예수. 평단. 2005. 윌리암 캐리 저, 변창욱 역. 이교도 선교 방법론. 미션아케데미, 20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