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선교동향에 따른 동원가 역할의 변화 정민영, WGA 세계선교의 동향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것이 본고의 목적은 아니다. 여기서는 상호 연관된 세 가지 흐름—선교적 교회, 동원에서 참여로, 총체적 선교—을 중심으로 동원가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논하고자 한다. 각 동향에 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그것이 동원사역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선교적 교회 (Missional Church) 선교적 교회는 교회연합운동 쪽에서 이미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던 이슈인데,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최근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는 그 의미의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본고는 교회의 선교적 자질에 초점을 맞추는 각도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선교적(missional)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함으로써 특정 지역교회가 선교사를 몇 명이나 보내고 경상예산의 몇 %를 선교헌금에 할애하며 얼마나 활발하게 선교현장의 프로젝트를 주도하거나 지원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그 교회의 관점과 태도, 가치관, DNA가 선교적인지 여부에 주목하는 접근이다. 이러한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우선 신학적으로, 이것이 올바른 관점의 교회론이기 때문이고, 상황적으로, 냉전 이후 지구촌의 왕래와 이동이 급증하면서 발생한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이 선교지와 선교사 파송국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지역교회는 ‘다가온 땅끝’에 대한 ‘문밖의 선교’(world mission at your doorstep)의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실천적으로, 지역교회가 건강한 선교적 존재(being)가 되지 않은 채 선교적 행위(doing)에 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선교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교라는 명목으로 아무나 무슨 일이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식의 선교지상주의는 청산되어야 한다.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동원가는 지역교회를 어떻게 섬겨야 할 것인가? 지역교회로 하여금 더 많은 선교행위를 하도록 부추기기보다 건강한 선교적 자질을 갖추고 전략적 선교에 집중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정 지역교회가 당면한 독특한 선교적 기회와 도전을 분석하고 대처하도록 돕는다. ‘해외’라는 지리적 관점보다 ‘타문화’라는 관점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해외선교와 주변 타문화 사역이 균형 있게 병행되도록 돕는다. 주변의 타문화 사역은 그 자체로 전략적인 선교일 뿐 아니라, 지역교회의 선교적 근육을 키워—타문화지수 향상, 타문화사역 경험축적 등—해외선교의 성취도를 높여주는 양약이 될 것이다. 동원에서 참여로 (From Mobilization to Engagement) 지역교회의 체질이 선교적으로 변하는 것보다 세계선교의 완성을 위해 더 전략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교회의 선교적 무관심에 대한 대안으로 시작된 선교단체 중심의 서구선교 패러다임이 20세기말 새롭게 시작된 비서구선교운동에 전이되는 것을 피하기는 힘들었겠지만, 결코 그것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었다. 지난 30여 년간 어정쩡하게 선구선교를 따라가던 비서구교회는 지역교회와 분리된 선교운동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한편, 급속히 쇠퇴하는 서구선교의 대안으로 비서구선교운동의 급부상을 기대하던 서구교회 역시 서구식 선교운동의 문제를 통렬히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교회에 선교적 회심이 일어나지 않은 채 선교단체들끼리 노력한다고 지상명령이 완수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역교회의 영적/인적/물적 자원을 끌어들여 선교단체가 사역을 주도하던 ‘동원’의 개념을 내려놓고 지역교회의 선교적 DNA를 강화하여 함께 과업을 완수하는 참여모델로 선회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요구하는 동원가 역할의 변화를 아래 도표를 중심으로 설명해본다: Mobilization Engagement Get resources from the Church Service to the Church What we want the Church to do with/for us Seeking the passion of the Church Emphasis on Mission Agency Emphasis on the Church, Kingdom of God Programs Process Impersonal; mainly goal-oriented Relational 교회에서 자원을 뽑아가는 틀에서 교회를 섬기는 틀로 전환한다. 선교단체에 대한 교회의 책임보다 교회의 선교적 열정과 헌신에 초점을 맞춘다. 선교단체 중심에서 교회 및 하나님나라로 강조점을 이동한다. 수많은 프로젝트를 이끌어내기보다 동역과 참여의 과정을 중시한다. 비인격적 목표지향성을 포기하고 지역교회와 신뢰의 관계를 쌓는다. 총체적 선교 (Holistic Mission) 증거(witness)는 전도(evangelism)를 포함하지만 보다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이다. 일부 복음주의 교계는 ‘증인의 사명’을 ‘전도의 책임’으로 축소하는 오류를 범했다. 우리가 외치는 복음의 신뢰도는 우리가 구현하는 삶을 통해 뒷받침되며, 단순한 ‘말’이 아닌 ‘언행’(말과 행실)을 통해 증거되는 것이다. 그래서 로잔언약(Lausanne Covenant)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구현되는 우리의 현존이 복음의 선포와 병행되어야 한다고 선언하며, 로잔언약을 기안한 스토트(John Stott)는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선포(proclamation)와 현시(demonstration)의 두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선포가 증거의 원심적 측면이라면, 삶을 통한 현시는 증거의 구심적 측면이다. 여기서 파생된 개념이 ‘선교로서의 사업’(Business as Mission)이다. 그리스도인이 사업을 선하고 정의롭고 진실되게 운영한다면 악하고 불의하고 거짓된 대부분의 세상사업과의 차별화(거룩)를 통해 복음을 효과적으로 증거하는 셈이고, 세상으로 하여금 복음의 탁월성에 주목하게 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즉, 언어와 비언어를 망라한 총체적 메시지로 복음을 증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 사업가가 입을 열어 복음을 전하든 입을 다물고 일에만 열중하든 모종의 의사전달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셈인데, 세상과 동일한 기준과 방식으로 사업하면서 성경공부나 직장예배를 추가한다고 기독교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유형의 사업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자세로 사업을 운영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하다. 총체적 선교의 개념이 요구하는 동원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남은 과업의 이슈는 양이 아닌 질임을 인식하고 다다익선의 무차별 동원개념을 버리고 진지하고 신중한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준비 안된 백 명보다 준비되고 검증된 한 명을 선교현장으로 보내야 한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식의 무례한 일방통행이나 타종교권에 대거 몰려가는 ‘땅 밟기’ 식 동원을 멈추고, 지역사회와 신앙공동체에서 빛과 소금으로 검증된 일꾼들을 적재적소로 연결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다중 문화/언어/인종적 상황에 처한 한인디아스포라 교회의 선교적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하겠다. 종교적 행위로서의 전도/선교보다 삶과 신앙인격이 뒷받침되는 총체적 증거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 위에서 거론한 선교적 교회는 이 문제와 직결된 핵심이슈인 셈이다. 동원가 자신의 통합된 성품과 언행일치(integrity)가 건강한 선교운동의 관건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