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선교의 자신학화

권성찬, GBT

한국 선교의 미래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반추하는 실천가”들이 모이는 설악포럼은 2013년 제7차 포럼의 주제로 “자신학화” (Self-Theologizing)를 설정하고 두 권의 책을 포럼을 위한 읽을거리로 택했다. 하나는 이덕주 교수 (감신대)의 논문인 “한국 토착교회 형성사 연구” (한국기독교 역사연구소)와 이성배 신부 (대구 만촌1동 성당)의 논문인 “유교와 그리스도교” (분도출판사)였다. 이덕주 교수의 책은 한국개신교회의 초기 토착화를 실제 일어난 현상과 사례 중심으로 다룬 연구이고 이성배 신부의 책은 한국 천주교 초기 공동체의 주역인 이벽의 유교적 그리스도교 이해를 다룬 것으로 종교, 철학적인 관점에서 다룬 책이다. 

포럼이 “자신학화”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 것은 4차 ‘교회론과 선교’ 이후 5차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다루고 2012년 6차에서 서구선교와 비서구 선교의 연속성과 비연속성 다루면서 선교란 복음을 수용하는 문화의 사람들이 3자 (자치, 자전, 자립)를 넘어 스스로 하나님의 계시에 뿌리를 내리는 자신학화의 과정이며 이 과정을 돕기 위해 선교사는 자신학화의 과정을 경험하거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그렇다면 한국 선교사로서 우리 안에 있었던 자신학화의 과정을 한국 기독교의 초기 공동체를 통해 이해하기로 하고 위의 두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16명의 선교사, 교수 등의 참가자들이 모여 오대산에서 2박 3일간 (2013년 1월 22일-24일) 포럼을 진행하였다. 첫날과 둘째 날 오전까지는 첫 책의 저자인 이덕주 교수가 책의 내용과 자신이 가진 초대 교회 토착화 자료를 중심으로 우리 안에 실제로 드러난 토착화의 사례를 소개하였고 토론이 이어졌다. 둘째 날 오후부터는 “유교와 그리스도교”를 요약 발제하고 자신학화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덕주 교수와 토착화  

먼저 이덕주 교수는 문제 의식을 한국 교회의 위기에서 출발하고 그것을 한국 교회의 정체성의 위기로 인식한 후 그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 계2:1-4의 ‘첫 사랑’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 첫 사랑을 찾아 가는 과정으로서 1903년부터 1908년의 한국 초대교회의 부흥 기간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그 당시의 자료를 통해 해석보다는 사실(fact)에 주목하는 역사신학의 입장을 취하였다. 특히 기독교 대백과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하면서 한국 관련 자료들을 수집하는 책임을 맡아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초대교회에서 이루어진 토착화 현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덕주 교수에게 있어 토착이란 사변적인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과 성도와 목회자들의 믿음과 신앙 행위 속에 토착화되어 나타난 사실을 구별해 내는 일이고 그것을 해석하는 일이었다. 철저하게 나타난 사실을 통해 토착을 찾아가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자료 중심의 토착화 발견은 다양하게 제시되었다. 최초의 한글성경인 ‘예수셩교누가복음젼’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예수’ 혹은 ‘하느님’이란 단어 뒤에만 띄어쓰기를 한 것은 왕이란 글자 뒤를 띄우는 우리 전통의 ‘대두법’이라는 쓰기 방식으로 토착화되어 나타났다는 것, 한옥인 소래교회의 용마루 중앙에 십자가를 단 것은 전통한옥 용마루에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나뭇가지를 단 것이 토착화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 그 외에도 통성기도, 일손보 (매일 예물을 드리는 것), 성미 (정성으로 드리는 쌀) 등 여러 가지 사실 관계를 설명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토착화 되어 나타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또한 한석진, 길선주 목사를 비롯한 1세대 한국인 지도자들이 이러한 토착적 주체 의식을 가지고 스스로 서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음도 설명하였다. 한석진 목사는 선교사 돈을 거절하고 여러 교회를 선교부의 돈이 아닌 우리 돈으로 지었으며 조선예수장로교회라는 교단 이름을 조선예수교회로 하나의 교회를 만들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한국교회 지도자만이 아니라 일부 외국 선교사들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평양 신학교에서 40년 이상 구약을 가르친 엥겔 선교사는 1904년 장로교, 감리교 선교사 모임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한국교회의 변화가 한국인들에 의해 이루어지도록 선교사들이 나서기보다 참고 있어야 함을 주장하고 하나님의 말씀과 성령께서 한국의 관습을 바꾸어 서구와 같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면서도 여전히 동양적인 기독교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주창하였다. 그는 서구 문명이 그 해로운 영향과 더불어 한국 교회에 손대지 않기 되기를 간구하였다. (May God grant that western civilization, with its baneful influences, will leave the Korean church untouched!)  또한 피도수 (Victor W. Peters) 선교사는 한국인 여자와 결혼한 유일한 남자 선교사로서 이용도 목사와 친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김화읍 교회를 한옥으로 세우면서 문의 형태, 단청, 강단의 옥좌 형태 등 내부의 모양을 궁에서 볼 수 있는 모양으로 함으로써 예배당을 왕이 거하시는 곳으로 상징화하는 토착화를 보여 주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그림과 자료를 통해 한국교회 내에 토착의 형태로 표현된 복음의 여러 사실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자칫 모든 토착 형태가 복음적인가 하는 의문을 낳게 되는데 한국의 대부흥 때 회개한 내용은 일반 사회에서 죄로 인식하는 것만이 아니라 유교적 전통에서 죄로 인식하지 않던 축첩, 주초 등까지 고백했다는 사실을 통해 토착적 복음 이해가 복음적이었음을 밝혀 냈다. 

이덕주 교수는 자신의 사관을 한국 교회를 보는 여러 가지 사관 중, 선교사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선교사관 (백낙준), 민족교회의 입장에서 보는 민족사관 (민경배, 엘리트가 주역이 된다.) 그리고 민중이 주인이 되는 민중교회사관 (주재용)과 구별하여 토착교회 입장에서 보는 토착 사관으로 소개하였다. 이 토착 교회 사관은 믿음의 요소를 복음과 교회와 민족 (선교학에서는 주로 문화로 이해)이라는 세 가지의 요소로 보고 이 세 가지가 만나는 복음적이고 민족적이며 토착적인 신앙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복음과 교회만 만나 소위 복음적 신앙을 형성하더라도 거기에는 민족과는 상관 없는 요소들이 있으며, 복음과 민족만 만나 소위 토착적 신앙을 형성하면 그것은 교회의 전통과는 상관없는 신앙이 형성될 수 있고 또 민족과 교회만 만나면 소위 토착적인 신앙은 형성되지만 복음과는 거리가 먼 신앙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주 교수는 사변적이고 인위적으로 들릴 수 있는 자신학화 보다는 토착, 그리고 외부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토착화가 아니라 복음의 수용 과정에서 실제로 나타나는 토착의 사실을 통해 해석하는 토착 신학을 강조하였다. 

이성배교수: 유교와 그리스도교

이성배 신부가 파리에서 박사학위 논문으로 쓴 “유교와 그리스도교”는 한국 천주교 초기의 자생 공동체인 이벽 공동체의 주역 이벽의 글을 통해 이벽의 유교적 그리스도교 이해를 다룬 책이다. 이벽이 남긴 천주공경가와 성교요지 중에서 한문으로 기록된 성교요지를 통해 유교적 복음 이해를 분석하였다. 책은 공자이전 특히 서경에 나타난 천(天) 사상, 그리고 공자 시대의 인(仁) 사상,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잇는 중용의 성(誠) 사상을 분석하여 이벽이 이해한 성(誠)의 신학을 제시하였다. 이벽은 유교 중에서도 예(禮)를 강조하는 후기 주자학의 영향이 기승을 부리던 조선 후기 시대의 사람으로 당시 그러한 공리공론을 개혁하고자 실사구시의 학문을 추구하던 실학자들과 교류가 있었고 성교요지를 통해 나타난 그의 복음 이해는 유교의 포기이기 보다는 참된 유학의 완성으로서의 그리스도교를 이해했다. 공자 이전의 천 사상 이해는 하늘을 단순히 이치로만 보는 후대의 역리천 사상이 아니라 하늘에 위격적인 절대자로 이해하는 사상이 있었음을 서경을 통해 밝혀낸다. 공자도 이러한 위격적 상제 사상을 알고 있었으나 춘추전국시대 하늘의 뜻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권력자들의 오용을 막고자 하늘 사상보다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올바른 도리로서 인(仁)의 사상을 강조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의 완성은 결국 성(誠), 즉 하늘의 말씀이 실천에서도 바르게 이루어지는 때에 완성되는데 그러한 오륜의 완성은 공자 자신도 부족하다고 표현했다. 

이벽과 같은 초기 천주교 지도자에게 영향을 미친 마테오 리치 등 선교지 문화와 사상을 깊이 이해했던 선교사들의 공헌은 지대한 것이지만 더불어 그들이 내부자가 갖는 깊은 이해와 비교해서 볼 때는 외부자로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음을 밝혀 낸다. 결국 이벽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천도와 인도를 잇는 참된 성인(誠人)의 모습을 보았고 그의 가르침이 바로 참 된 가르침인 것을 이해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벽에게 있어 기독교는 바로 참 된 가르침 그리고 그 가르침을 완성하신 이루어진 말씀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임을 밝혀낸다.  이러한 요약 후 진행된 토의를 통해 자신학화와 선교사의 역할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오늘날 모든 선교지 문화가 중국이나 조선 후기 처럼 오래된 종교, 철학적 사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이러한 종교, 철학적 틀을 자신학화의 유일한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고 그 문화에 맞는 다양한 틀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다만 그것이 어떤 틀이던지 외부자에 의한 준거틀 (Frame of reference) 정도로 한정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가진 복음을 집어 넣으려는 다소 과업 중심적인 선교 대신 내부인의 세계관 안에서 이해되는 그런 틀 혹은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신학화가 이루어지도록 선교사는 과정과 내용을 이해하고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였다. 

미래적 과제

이덕주교수 강의와 이성배교수의 “유교와 그리스도교”를 통해서 발견한 것은 첫째, 한국교회의 초기 기독교 역사 속에서 자신학화의 과정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그러나 초기 기기독교가 2세대로 넘어가면 자신학화의 과정이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국선교초기에 서양선교사들이 자립, 자치, 자치의 네비우스방식의 선교전략을 펼쳤으나 당시 선교사들은 신학화 작업은 서구교회에 의해서 이미 완성된 것이므로 선교지(한국교회)에서는 선교사들이 가르쳐 주는 신학을 그대로 배우고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에서만 자립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고도 볼 수있다. 결국 선교사들은 자신학화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당시 한국교회도 네비우스원리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세째로, 앞으로 왜 초기 기독교의 자신학화 과정이 한국교회의 역사 안에서 계속 이어지지 못한 여러 가지 이유들 (정치, 사회적인 변화와 다음 세대들의 서구신학 중심의 신학 이해 등을 포함) 확인할 필요가 있다. 네째로, 자신학화의 정의와 그 내용은 무엇이여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세밀한 논의가 추가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들이 자신학화와 관련된 이러한 과제를 잘 다룸으로서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자신학화가 어떤 내용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이해함과 동시에 선교지의 자신학화 과정을 돕는데 필요한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정리하였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과제들을 차기 2014설악포럼(2014년 1월 14일~17일)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