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과 쉼 

안은숙, 브니엘 센터

I. 들어가는 말

선교사의 정신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해 필수적인 쉼은 외적으로 눈에 보여 지는 결과물로만 평가되는 작금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그 가치와 원래 목적을 상실해 가는 경향이 있다. 과다한 일상의 반복과 사역에서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이에 창조주이시며 안식주이신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한 쉼에 대한 성경적 이해와 더불어 Meijman & Mulder의 ‘노력-회복 모형’과 Hobfoll의 ‘자원-보존 모형‘을 중심으로 쉼의 심리적 회복 기제에 대해 살펴보면서 쉼에 대한 심리-영적 접근을 해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의미 있는 쉼과 더불어 일어나는 심리-영적 회복 즉, 하나님 및 자타와의 친밀한 관계 증진과 함께 총체적 에너지 강화, 자기 성취감 및 자존감 강화를 촉진할 수 있는 정신건강과 쉼의 실천적 방법 및 내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II. 정신건강의 정의와 개념

정신은 성경에서 spirit으로 언급되며, 히브리어로는 ‘루아흐’, 헬라어로는 ‘소프로쉬네’로서, 사고나 감정의 작용을 다스리는 인간의 마음을 일컫는 말이다. 정신이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주로 생명과 관련되어 호흡 또는 원기 등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었으며(수 2:11; 삿15:19; 삼상 30:12), 때로는 지, 정, 의 모두를 포함한 인간의 전 인격을 나타낼 때 사용되기도 하였다(대상 22:19; 사 19:3). 한편 이 단어가 하나님 편에서 사용될 때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정성어린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였다(렘 32: 41). 신약에 와서는 정신이 생명이라는 의미보다는 지성적인 의미로 바뀌어 사용되는데 사도행전에 기록된 바울과 베스도의 대화에서처럼 건전하고 올바른 마음이나 이성을 의미한다(행26:25). 건강은 히브리어로는 ‘마르페’, 헬라어로는 ‘휘기에스’로서 히브리어 동사 ‘라파’ 즉 ‘치료하다(heal)’는 뜻을 가진 말에서 파생되었다. 이 말의 헬라어 어근은 건강의 의미와 함께 ‘전체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약에서 건강은 하나님의 선물로 평안한 상태를 지칭한다. 신약에서는 죄와 고난을 이기고 승리하신 예수님께서 말씀으로 건강을 회복시키신 기록이 나오는데(막 5:34) 이는 신체적 건강과 영적 건강의 상호연결성에 대해 말해준다. 특히 예수님께서 병든 자와 죄인을 위해 오신 사실을 밝히기 위해 건강한 자와 병든 자, 의인과 죄인을 대조시켜 말씀하셨다(막 9:21; 막 2:17; 눅 5:31). 

정신과 건강에 대한 성경적 정의에 의하면 ‘정신 건강’은 사람의 육체와 정신이 모두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상태로서 개인의 사고, 감정 및 행동을 다스리는 중추인 마음의 건강을 가리키며, 지, 정, 의의 전인적 또는 총체적 건강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심리상담학적 관점에서 정신건강의 5가지 기준 남병웅, ⌜웃음치료 프로그램이 노인의 정신건강 및 자기 존중감에 미치는 효과⌟, 대구 한의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학위 논문, 2014, 26-27쪽 

을 성취동기, 정서적 균형, 인지적 기능, 사회적 적응 및 자존감으로 볼 때, 정신건강 기준의 핵심은 자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는 수용력, 적응력 및 자타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공존성이라고 본다.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3가지 요소는 건전한 사고, 건전한 정서 및 삶의 의미를 통한 행복감과 자기가치감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의미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고......자기 효능감과 가치감을 갖게 하는 동력이 된다.” 김은혜, ⌜대상화 요인이 청소년의 외모만족도, 자아개념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기독교상담학 박사학위논문, 2013, 51쪽 

정신건강의 성경적-심리적 정의에 근거한 기독교 상담적 정신건강의 개념과 의미는 개인의 심리내적 적응을 포함하여 사회문화적 환경과 상황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적응력, 탄력성 및 공존성을 뜻하며, 신체-심리-사회문화-윤리영적 건강의 총체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신건강은 합리성, 판단력, 방향성, 현실성, 통제력, 표현력, 행복감, 자기 효능감, 자기 가치감, 하나님 및 자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인 수직적, 수평적 관계성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의 바탕은 하나님 안에서 추구하는 삶의 의미와 목표에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하나님이 부여하신 삶의 목표와 의미를 따라가면서 이성, 감성 및 영성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사고-감정-행동의 적절한 통제, 즉 머리와 가슴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행복하고도 거룩한 사람이다. 행복하고도 거룩한 사람이 소유한 마음의 건강 다시 말해 정신건강은 하나님, 자신 및 이웃과 샬롬의 관계로 드러나며 그 핵심은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이다. 이에 정신건강 증진과 유지에 필수적인 쉼에 대한 성경적-심리적 이해를 한다. 

III. 쉼

1. 성경적 이해 

신구약 성경에 나오는 ‘안식’이라는 단어의 뜻은 ‘쉼’이다. 성경에는 안식이라는 단어가 180회 정도 나오는데, 오경(창 2: 2-3)에서 최초로 하나님께서 안식하셨다는 사실이 가장 먼저 언급된다. 하나님께서 일곱째 날에 쉬시며 그 날을 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셨으며 특별한 날로 따로 두셨다. 쉼이라는 단어는 성경에서 안식일 또는 안식년과 관련되어 많이 사용되었다(출 20: 11; 레 23: 3, 32; 25:4). 강사문·나채운, ⌜청지기 성경사전⌟, (서울: 시온성, 2002), 897. 

 ‘쉬다(<히>누아흐, <헬>아나파우오)’라는 동사는 ‘잠시 멈추다’, ‘피곤을 풀려고 편하게 두다’, ‘잠을 자다’, ‘결석하다’ 등의 뜻으로 다양하게 사용된다. 성경이 가르치는 쉼은 육체적으로 쉬는 것 외에도 기운을 회복시키는 것이라는 확대된 뜻이 있으며 고통을 끝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창세기 2장 1절-3절 John Calvin, Genesis, ed. Alsiter McGrath J. I. Packer, The Crossway Classic Commentaries (Wheaton IL.: Crossway Books, 2001), pp.1-30 

은 하나님이 하신 천지창조의 시작과 안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천지 만물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창조주요 안식주로서 안식일을 복주시고 거룩하게 하셨다(출 16:23, 25; 20:10; 31:15; 35:2; 레23:3; 신 5:14; 출31:13; 레 19:3; 30; 26:2; 느 9:14; 사 56:4; 58:13; 겔 20:12; 22:8, 26; 23:38; 44:24).

십계명의 넷째 계명도 안식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출 20: 8-10).” 창세기에 나타난 안식이나 쉼은 하나님이 없이는 생각하기 어려우며(창 2:3; 출 16:23; 출 20:8) 철저히 하나님과만 관련된 하나님중심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호와께서 거하시는 곳이 ‘쉴 곳(사 66:1)’이, 성경적인 쉼의 처소는 하나님이 계신 곳이다. 안식일은 쉼과 예배를 위해 따로 떼어 놓은 시간이다. 안식의 시간은 하나님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사는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인 것이다. 복음 자체로서 참 쉼(마 11:28-29)을 주시는 예수님께서 “내 아버지께서 이제까지 일하시니 나도 일한다(요 5:17)”라고 말씀하시며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다. 

지금까지 살펴 본 안식 또는 쉼에 대한 성경적 관점은 안식 또는 쉼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라는 사실이다. 쉼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회복 과정이며,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쉼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안식은 단순한 심신의 휴식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찬양하며 묵상하고,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을 이루는 것이다. “우리의 평일을 점령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평화와 예배, 관계, 축제, 감사를 촉진시키는 활동에 참여하는 날이다. 안식일의 목적은 우리 삶의 산만한 것들을 치우기 위함이며,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쉴 수 있고,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다.” 브루스 데머레스트 & 키스 매슈스, 김성중 역, 󰡔Everyday 신학사전󰡕, (서울: 죠이선교회, 2013), 419-420쪽

 성경적인 쉼의 본질은 하나님께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산만한 것들을 치우기 위한 멈춤과 그것들을 비워내는 비움의 활동이며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의 것으로 채우는 채움의 과정이다. 따라서 쉼의 부재는 하나님의 창조계획을 거부하는 것이며 창조질서에 반하는 일이다. 멈춤이 없는 삶은 하나님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며 사람의 일과 활동으로 하나님의 일과 활동을 대신하고 점령하도록 허락하는 영적 무질서다. 따라서 성경적인 쉼의 본질은 영적 안식이다. 

2. 칼빈의 이해   

1) 쉼의 본질: 칼빈이 말하는 쉼의 본질은 영적 안식을 의미한다. 안식의 목적은 첫째,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게 하기 위함이다. 둘째,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역사에 대해 묵상하기 위함이며, 이를 통해 경건의 훈련을 하기 위함이다. 셋째, 피지배자들에게 휴식의 날을 주어 노동으로부터의 쉼을 주기 위함이다. 하나님께서는 다른 어떤 계명보다도 안식일 준수에 더 엄격한 순종을 요구하셨다(출 31:13-14, 16-17; 민 15:32-36; 겔 20:12). 하나님께서 사람의 삶과 사역에 역사하시도록(히 13:12) 사람은 의도적으로 그리고 정규적으로 모든 일과 활동으로부터 떠나 쉼을 누리도록 창조되었다. 쉼은 현실에 적응하며 미래를 기대하도록 도와준다. 쉼이 없는 사역과 활동을 계속 한다면 쉼을 통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의 부재를 야기하며, 그 사역은 하나님의 일이 아닌 사람의 일이 될 것이요, 사역자는 사역자가 아닌 노동자로 전락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기호와 일에 대해서 멈추고 하나님의 나라를 묵상해야 하며, 그리고 묵상한 것을 그 분이 정하신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와 함께 사람의 쉼의 방법이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방식이 부여되었음을 의미한다.   

2) 쉼의 방식: 쉼의 방식 또는 매뉴얼은 우리가 개발하고 발견해야 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 이미 주어졌다. 그러므로 이미 정해진 궤도를 벗어난 쉼이 있다면 그 방법을 다시 찾고 새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그 정해진 궤도로 돌아오는 회복의 개념이라고 하겠다. 하나님이 정하신 쉼의 매뉴얼의 3가지 방향과 내용은 첫째, 더 멀리 더 오래 가기위해 모든 활동을 멈춘다. 둘째,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의 나라를 묵상한다. 셋째, 쉼의 방식은 하나님께서 이미 정해 놓으셨으므로 그 분의 방식을 따른다.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이 안식하신 것은 하나님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서다. 하나님은 사람을 위해 사람에게 안식(쉼)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주셨다. 또한 하나님은 거룩한 안식을 하심으로써 사람에게 쉼의 모델을 보이시며, 하나님과 사람의 친밀한 사귐과 교제를 위해 쉼으로 초청하신다. 쉼으로의 신성한 초청은 작업 중단을 요구한다. 그런 의미에서 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3) 쉼의 의미: 쉼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사람의 존재방식이다. “하나님은 신성한 리듬의 일부로 작업 중단의 방침을 정하셨다.......이 거룩한 리듬은 우리가 창조되었고, 우리가 존재하게 된 방식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시되거나 간과될 수 없다. 하나님은 고된 일과 선한 쉼, 둘 다 인간이 취해야 할 필수적인 것이라고 지시하셨다. 그런 ‘활동 정지’는 우리로 하여금 일중독에 빠지는 것과 ‘내가 일하고 있는 것이 나’라는 믿음을 멀리하게 한다.” 안식이란 모든 활동을 정지하고 하나님의 신성한 리듬과 조우하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멈추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일을 멈추시고, 사람이 일을 멈추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안식과 쉼은 무엇인가 성과를 내는 doing의 삶과 하나님과 함께 있는 being의 삶이 하나로 만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마련해 두신 은혜의 안전장치다. 쉼의 실천이 없는 삶과 사역은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을 위협하며 하나님께서 활동하시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일중독의 본질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므로 하나님께서 활동하실 자리를 내어드리지 못하는 불신이요, 사람의 노력이나 성취로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 지키려는 통제요, 하나님과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의 상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쉼의 부재는 영적 무질서다. 하나님의 사람은 사역을 낳는 기계가 아니다. 능력 있는 하나님의 사람의 삶과 사역의 시작은 진정한 멈춤에서 시작된다. 하나님의 작업 중단 방침대로 쉼을 실천하는 삶은 사람의 책임과 노력을 넘어서서 일하시는 하나님께서 사람이 사는 세상 속으로 진입하셔서  실제로 역사하시고 활동하실 수 있음에 대한 신뢰를 요구한다. 쉼의 회복은 신뢰의 회복이요, 영성의 회복이다. 

지금까지 정신건강 증진과 유지를 위한 쉼의 성경적-심리적 관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쉼의 본질은 창조질서의 회복이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의 신체-심리사회문화-윤리영적 영역의 창조 질서 중 심리적 질서의 회복은 영적 질서의 회복을 가속화하며, 역으로 영적 질서의 회복은 심리적 질서의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 양자의 관계는 상호작용적이며 상호순환적이다. 그러나 정신건강 촉진을 위한 기독교 상담적 접근에 있어서 영적 질서를 다루기에 앞서 먼저 심리적 질서를 다루는데 이를 ‘우회도로’라고 명명한다. 이에 쉼이 일어나는 우회도로인 심리적 기제에 대해 살펴본다.  

3. 심리적 이해 

회복이란 스트레스가 있다가 사라진 상태이며 정지된 상태가 아니라 회복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그러나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다고 쉬는 것은 아니며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쉬는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쉼의 정신적, 정서적 회복 기제(mechanism)에 대해 살펴보고자 할 때 Meijman & Mulder의 ‘노력-회복 모형’과 Hobfoll의 ‘자원-보존 모형’을 중심으로 한다. 

1) 노력-회복 모형 & 자원-보존 모형: Meijman & Mulder의 노력-회복 모형은 과업수행을 위해 노력하면서 생기는 부담 반응을 정상적인 것으로 보고, 더 이상 일에 대한 요구를 받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경감되고 회복이 일어난다고 본다. 한편 Hobfoll의 자원-보존 모형에 따르면 사람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을 추구하며, 유지하고, 발전시키며, 보호하려는 기본 동기가 있다고 믿는다. Hobfoll이 말하는 가치 있는 것들을 ‘자원’이라고 부르는데 가치 있는 자원은 개인적 특성이나 에너지를 말하며 에너지에는 지식과 시간 등 비가시적인 자원도 포함된다. 개인적 특성이란 높은 자존감과 긍정적인 시각 등을 의미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러한 개인적 특성과 자원들이 위협을 받게 된다. 따라서 Hobfoll은 쉬는 시간에 에너지 회복과 자존감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할 때 위협받았던 자원들이 회복되는 복구과정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노력-회복 모형 이론은 스트레스 요인의 제거에 초점을 두는 반면, 자원-보존 모형은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자원들을 더 강화시킴으로써 스트레스가 경감된다고 강조한다. 양자 모두는 스트레스로부터의 회복과 쉼이 일어나는 심리적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노력-회복 모형에 따르면 심리적 분리와 쉼은 신체 기능체계와 자기조절과 같은 내적 자원 및 인지적 수용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아 회복을 도울 수 있다. 반면 자원-보존 모형에 의하면 자기성취와 통제는 내적 에너지를 보강시켜 주며, 통제 욕구를 강화하고,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을 증진시키며, 위협받는 내적 자원을 보강시켜 주는 방식으로 신체적, 심리적 회복에 기여한다. 자원-보존 모형에 따르면 쉼은 단순한 스트레스의 경감이나 방지가 아니라 의미 있는 새로운 도전, 학습, 식견을 넓히는 것을 통해 자기 성취 경험을 고취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전자가 보다 소극적 방식으로 쉼과 회복을 촉진하는 자원에 접근한다면, 후자는 보다 적극적 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는 신체-심리적 회복을 일련의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다. 

2) 쉼의 심리적 기제의 4요소는 쉬는 시간 동안에 하는 어떤 활동 자체가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기저에 깔린 심리적 과정과 기제가 회복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그는 회복을 이루는 심리적 기제의 4가지 요소를 언급하는데 이는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 신체적 활동, 자기성취 및 통제다. 

첫째요소는 심리적 분리이다. 질적인 쉼을 위해서는 물리적으로만 일터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일과 분리되는 경험이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심리생물학적-정신적 자원을 계속 소모하여 쉼과 회복의 과정을 방해한다. 심리적 분리가 정신건강 회복과 부적 상관관계에 있다는 의미이며, 심리적 분리가 어려울 경우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으로 소진되고 탈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요소는 신체적 활동이다. 신체적인 활동은 긴장된 활성화 상태가 최소화되고 이완되어 점차 긍정적인 상태가 되는 특징이 있으며 쉼의 필수적인 요소다. 신체적인 영역과 심리적인 영역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셋째요소 자기 성취 경험이다. 쉼과 회복은 새로운 도전, 학습 및 식견을 넓히는 것을 포함한다. 자기성취 경험은 단순한 휴식과는 달리 어느 정도의 노력과 자기조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 및 자기 효능감, 긍정적 기분 등의 내적 자원을 구축시켜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성취는 긍정적인 정서 및 심리 상태와 연관이 깊다. 

넷째요소 통제이다. 통제란 자기 결정력이며, 자기 결정력은 통제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자기 자신에 대한 효능감, 긍정적인 자기평가 및 행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회복을 촉진시키는 자원이 된다. 심리적 분리와 신체적 활동을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회복기제로 본다면, 자기 성취와 통제는 적극적인 회복기제다. 쉼이란 소극적이고 적극적인 심리 회복 기제 양자를 모두 요구한다. 심리적 분리, 신체적 활동, 자기 성취 경험을 통한 긍정적인 정서상태, 자기통제 욕구 충족으로 인한 긍정적인 자기 평가와 주관적인 행복감 등은 심신의 스트레스를 이완시킴으로써 심리적 회복 과정을 촉진한다. 

영적인 쉼은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치며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정신적 쉼은 영적인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적인 것과 영적인 것은 분리된 실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며 쉼을 통한 심리-영적 유익은 다양한 모습들로 나타난다. 

4. 쉼의 심리-영적 유익  

심리-영적으로 의미있는 쉼은 하나님 안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움’과 ‘채움’의 연속 순환 과정 가운데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일시 ‘멈춤’이라는 신성한 초청에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 쉼은 하나님과 함께 있음을 방해하는 땅의 것을 내려놓고 비워내는 비움의 과정이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위의 것들로 채우는 채움의 과정이다. 진정한 비움은 진정한 채움을 가져온다. 비움과 채움으로 이루어지는 쉼의 유익은 다양하다. 1) 하나님 및 자타의 음성을 듣는 시간과 능력이 늘어난다. 2) 자기 이해가 늘어나 자기 정체성의 회복이 일어난다. 3)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개입하심에 대한 신뢰 및 자타에 대한 신뢰가 늘어난다. 4) 하나님의 영역과 능력, 사람의 영역과 능력을 분별하며 하나님 및 자타와의 경계선에 대한 인식, 민감함, 배려 및 존중이 늘어난다. 5) 하나님 및 자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증진되어 긍정적인 정서상태가 함양됨으로써 안전감, 평안함, 수용감, 친밀함, 자기성취감, 행복감, 책임감, 기쁨, 감사, 자유함, 자신감, 자기가치감, 자존감, 자기효능감, 통제력, 의지력, 표현력, 적응력 및 공존성이 증진된다. 6) 하나님 및 자타와의 친밀한 관계성이 증진된다. 비움과 채움으로 이루어지는 쉼의 유익과 그 결과는 곧, 하나님 사랑과 사람 사랑을 명하신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십계명의 실천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쉼의 부재 또는 결여는 위와 같은 심리-영적 유익으로부터 스스로를 소외시킴으로써 결국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탈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탈진의 정의, 요인 및 증상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영적인 관점을 다음과 같이 살펴본다.  

IV. 정신건강과 탈진

1. 탈진의 정의

탈진을 처음으로 소개한 사람은 정신분석가 Freudenberger였다. 이관직에 의하면 “탈진은 사람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적 고갈과 비인격화, 개인적인 성취감의 감소”로 정의한다. 탈진은 다른 사람을 도우려다 자신을 돕지 못하는 신체-심리-영적으로 총체적인 고갈 상태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과도한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어 왔음을 말해준다. Oswald에 따르면 “탈진은 타인을 돌보는데 있어서 과도한 책임감으로 인한 피로나 좌절의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일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정의 만성적 긴장에 대한 반응이며, 일종의 직업 스트레스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탈진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정서적 압박과 지나친 책임감의 결과로 인해 감정적인 소모나 비인간화, 성취 욕구의 감소 등의 징후와 더불어 감정의 만성적 긴장에서 오는 직업병이다. 특히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직종에서 그리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탈진은 마치 로켓이 연료를 다 소모한 후에도 그대로 날아가는 것처럼 사람이 지쳐서 열정이나 이상 또는 목표를 상실한 상태와 같다. 이는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인 삶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자기 성취감과 자기 효능감의 감소로 이어지며, 자존감과 자기 가치감에 영향을 미쳐 결국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탈진은 스트레스의 결과이며, 스트레스란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신체-심리-영적인 반응 기제다. 스트레스란 탈진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적 과정에 포함되며 탈진의 초기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요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2. 탈진의 요인

선교사들은 비현실적인 기대감으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영적 자원이 고갈될 수 있다. 또한 깊은 열등감, 죄책감, 폭력 가정의 성장 배경 등에서 파생된 선교사의 개인적인 특성과 정신적인 이슈도 탈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타문화권 선교사는 본국과는 다른 이국적인 문화로 인해 문화적 충격, 새로운 역할, 언어 갈등 등으로 인해 자기 효능감과 성취도가 저하된다. 이는 곧 자존감 비하와 절망 등으로 연결되며 정체성의 혼란 및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 등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한성국에 의하면 탈진의 5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의 심리적 요인으로 역기능적 가정 성장 배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둘째, 사역적 요인으로 선교 조직이나 동료 선교사들과 사역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셋째, 가족 요인으로 가족과의 관계성이 영향을 준다. 넷째, 문화적 요인으로 타문화 커뮤니케이션의 장애 요소로 쌍방이 가지고 있는 민족주의, 고정관념, 편견 등이다. 다섯째, 영적 요인으로 영적 자원의 결여는 탈진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3. 탈진의 증상

신체적, 정신적 및 영적 탈진은 가장 치열한 영적 전쟁터의 군인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탈진은 신체적, 심리적, 사회문화적, 윤리영적으로 매우 다양한 증상을 보이며, 때론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탈진 여부를 진단하고 분별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탈진의 증상은 “불안, 초조, 노이로제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증상과 갑상선 이상, 위궤양, 두통, 고혈압, 심장병, 암등과 같은 신체 질환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체력 소진, 자긍심의 감소, 일이나 기관에 대한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태도, 비전의 상실, 절망감과 무력감 등의 광범위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탈진의 증상에는, “극도의 피로감, 고립감, 권태감, 냉소주의, 조급함, 근거 없는 자만심, 열등감, 불안감, 일 중독적 행태, 적개심, 분노, 반감, 과격한 행동, 망상증, 위협감, 정체성의 상실, 침체, 죄책감, 자포자기적 생각, 강박관념, 자살 시도” 등이 언급된다. 

탈진의 세 가지 영역은 정신적, 신체적 및 영적 영역을 포함하며 그에 따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신적 영역으로 환멸감, 열등감, 부정적인 태도, 냉소적 사고방식, 분노, 좌절, 조급함, 무력감이나 절망감, 자기 의혹, 죄책감, 수치감, 집중력 부족, 무관심, 자기 비하, 정체감 상실, 정신착란 등의 심리적 증상이다. 둘째, 신체적인 영역으로 온몸 통증, 피부병, 편두통, 불면증, 식욕부진, 위궤양, 고혈압, 잦은 감기, 소화불량, 알레르기,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다. 셋째, 영적 영역으로 하나님의 임재나 관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공상태로 하나님 의지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하나님 역할을 하기도 하며, 하나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외면당했다는 거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만성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각종 질병, 수면장애, 긴장, 피로 등으로 정신건강과 안녕감의 저하가 발생한다. 선교사의 탈진은 개인의 인식과 정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신체적 질환과 장애, 부부 갈등 및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탈진의) 더 큰 문제는 선교사의 탈진이 선교사의 기도 부족이나 불신앙, 시험의 탓으로 돌리는 주변 사람들의 몰이해로 탈진을 숨기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렇게 탈진에 대해 지나치게 영적인 접근만을 고수하는 태도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에 대한 전인적 관점의 결여이며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상처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방해한다. 이는 정신건강과 쉼의 이슈에 대해 심리적인 영역과 영적인 영역을 분리하려는 위험한 생각이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탈진의 정의, 증상 및 요인을 살펴 본 결과 선교사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공통적인 탈진 증상은 신체-심리사회문화적-윤리영적으로 다양함을 알 수 있다. 위에서 언급된 모든 증상들은 외적으로는 서로 다른 영역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내적으로는 씨실과 날실처럼 짜여 따로 분리할 수 없는 실제다. 따라서 정신건강과 쉼의 회복을 돕기 위한 접근도 창조질서의 모든 영역을 균형 있게 아우르는 총체적 방법이 필요하다. 

V. 정신건강과 쉼의 회복 

1. 예수님의 모델 

예수님께서 많은 사람을 도우면서 비록 탈진의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사역하셨지만 탈진을 경험한 적은 없으시다. “예수께서 행로에 곤하여 우물곁에 앉으시니(요 4:6)” 예수님은 언제 멈추고 언제 앉아서 쉬어야 할지 아셨다. 제자들이 일하는 동안 예수님은 혼자 주무신 적도 있다(막 4:35-38). 수면부족이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육체와 정신을 몰아붙이고 학대하는 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지 못한다. 하나님의 종들은 일할 때와 쉴 때가 언제인지 안다. “너희는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막6:31).” 쉼은 하나님의 명령이다. “이에 열둘을 세우셨으니 이는 자기와 함께 있게 하시고, 또 보내사 전도도 하게 하시며(막 3:14)”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부르심의 목적에는 존재론적 목적과 사역론적 목적이 있다. 예수님은 전도활동을 위해 제자들을 보내기 전에 먼저 당신께 오게 하여 당신과 함께 있게 하셨다. 예수님은 존재론적 목적(being)과 사역론적 목적(doing) 양자의 합일을 도모하셨으며, 이러한 합일이 예수님의 탈진 예방 전략이요 정신건강 증진 비법으로 보인다.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가 활동하기 전에 먼저 예수님과 ‘함께’있는 시간으로 초청하시며 쉼의 모델을 보여주신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쉼은 열두 제자의 전도활동을 포함한 모든 사역의 진정한 자원이며 유지자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께로 향하게 한다. 예수님은 쉼의 모델을 제시하시고 실천하셨으며 지금도 그 쉼으로 초청하신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2. 쉼과 자기개방

자기 개방은 정신건강 유지 및 향상에 필요한 요소다. 쉼 곧, 하나님과 함께 있는 능력은 자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연결된다. 하나님 및 자타와 함께 있는 능력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참 만남’과 나눔을 위한 진솔한 자기개방이다. 

1) 하나님의 자기 개방: 하나님의 자기개방 방식은 자기를 비워 사람들과 같이 되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와 자기를 보여주시고 나누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비움이다.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빌 2:7)” 성육신적 자기개방과 참 만남은 비움과 겸손을 전제로 한다. 하나님 안에서 자타가 함께 쉴 수 있는 쉼의 장소는 하나님 이외의 것으로 채워져 있는 자신을 인식하고, 그러한 자신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 자타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 곳은 자기개방에 필요한 성육신적 겸손과 비움을 실천하는 장소다. 자기 개방은 억압과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지나친 책임감과 의무감으로부터의 자유, 하나님과 자타에게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 충족, 자신감 강화, 상호신뢰와 의사소통의 촉진,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경계선 분별, 그리고 하나님 및 자타와의 친밀한 관계 증진 등을 가져와 쉼의 깊은 욕구를 충족시킨다. 성육신적 자기 개방은 먼저 다가가 자기를 드러내고 나누는 겸손과 비움의 실천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방식과 관계방식을 따라가는 의미 있는 쉼이다.   

2) 자기 개방의 유익: “자기 개방은 다음과 같은 유익이 있습니다. 첫째, 정화(catharsis)효과를 가져와 억압된 심리를 치료할 수 있습니다. 둘째, 자신의 일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와 능력이 만들어집니다. 셋째,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여는 용기로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넷째, 타인과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개방할 수 있다는 것은 다양한 심리-영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진정한 정체성 회복을 촉진하고, 자신감과 자존감 증진을 견인함으로써 정신건강 유지와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기 개방은 정서적인 카타르시스를 가져올 뿐 아니라 상호 신뢰와 응집력을 높이고 의사소통을 촉진하며 친밀감을 강화시켜 대인관계 증진에 도움을 준다. 성육신적 자기 개방은 타인의 자기 개방을 촉진한다. 자기 개방을 통한 타인과의 참 만남은 하나님 및 자신과의 참 만남과 하나로 이어진다. 겸손과 비움의 자기 개방이 일어나는 교육과 나눔의 공동체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고, 가슴에서 머리로 올라가며 양자가 조우하는 쌍방향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생각과 감정의 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머리와 가슴의 화해를 진작한다. 이러한 인지와 정서의 일치 또는 통합의 경험은 이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고, 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과 자타를 바라보게 하며, 보다 가까이 다가오시는 하나님의 새로운 얼굴과 대면하게 한다.   

위에서 언급된 자타에게 쉼이 되는 하나님의 자기개방 방식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개방하여 보여주신 겸손과 비움이며, 그 유익은 보다 행복하고 보다 거룩한 성장의 문으로 나아가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게 한다. 이에 안식년 선교사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의미 있는 쉼의 방법과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할 때, 하나님의 성육신적 방식과 창조질서의 매뉴얼을 따르는 비움과 채움의 성경적인 쉼의 방침과 더불어 Meijman과 Hobfoll의 소극적, 적극적인 심리 회복 기제 양자를 동시에 아우르는 심리-영적 접근을 제안한다. 특히 여기서는 총체적 에너지와 능력의 강화, 자신감 증진, 자기성취감 및 자존감 증진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이에 신체-심리-사회문화-윤리-영적인 질서 회복을 위한 총체적인 쉼을 염두에 두고 ‘쉼의 장소 확보’, ‘하나님과 홀로 독대하기: 침묵훈련-묵상훈련-말씀훈련’, ‘정규적인 운동’, ‘맞춤형 쉼의 모델 공유 및 제시’, ‘그룹 디브리핑’, ‘공개 워크숍’, 그룹 디브리핑과 상담교육을 병합하여 교육현장 안에서 나눔과 자기 개방이 풍성하게 이루어지도록 디자인한 ‘인생 주기별 상담교육 워크숍’ 등 쉼의 방법과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VI. 제안: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쉼의 방법과 내용

1. 쉼의 물리적 장소 확보: 선교사 친화적인 쉼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 개발과 공유가 필요하다. 특별한 쉼을 위해 일정 기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나 일상의 삶에서 일과 쉼의 리듬을 유지하고 지키는 연습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2. 하나님과 ‘따로’ 독대하기: 침묵훈련, 묵상훈련, 말씀훈련: 비움과 채움을 연습하며 하나님과 함께 있는 능력을 연마한다. 이는 머리와 가슴, 가슴과 머리의 양방향 소통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베이스를 구축함과 같다. 

3. 정규적인 운동: 혼자 하는 운동을 포함하여 배우자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정규적인 운동은 삶에 다양한 에너지와 긍정적인 정서를 함양시킨다. 

4. 맞춤형 쉼의 모델 공유와 제시: 안식년 선교사의 돌봄과 쉼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책무제시도 중요하지만 의미 있는 쉼의 실제적인 모델 곧, What과 How를 아우르는 다양한 모델 공유와 제시가 필요하다. 특히 리더들이 쉼의 모델을 그들의 일상에서 삶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쉼에 대해 일부 선교사들이 느낄 수 있는 부적절한 죄책감으로부터의 자유를 독려해 줄 수 있다. 자신에게 적절하며 어울리는 쉼의 다양한 맞춤형 모델들을 보고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쉼의 방법과 내용을 선택하며, 공유하고, 실천하면서 ‘따로’ 그리고 ‘함께’하는 쉼을 창의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5. 그룹 디브리핑: 이는 안전한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미 있고 다양한 쉼의 방법과 내용 중 하나이며, 하나님 안에서 자기 개방을 연마하고 경험하며 서로의 심리-영적 성숙을 도모할 수 있다. 진솔한 자기 개방이 이루어지는 그룹 디브리핑은 하나님 및 자타와의 진정한 만남을 견인하며 의미 있는 쉼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서로의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안전한 공간에서 자기 개방이 촉진되는 “참 만남”과 나눔의 집단 경험을 통해 하나님 및 자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능력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다양한 심리-영적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특히 일시 및 영구 재입국 등의 문화이동이 이루어진 직후는 더욱 효과적이다. 이는 문화이동을 경험한 전문 디브리퍼 양성의 필요를 의미하기도 한다. 훌륭한 디브리피(debriefee)가 훌륭한 디브리퍼(debriefer)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디브리퍼 양성법은 먼저 디브리피 경험을 하는 것이다. 

6. 공개 워크숍: 선교사의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전문가 케어의 일환으로 안식년 선교사를 위한 공개 워크숍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심리-영적 정신건강과 쉼의 본질적 의미, 필요성, 방법과 내용에 대해 보다 깊이 느끼고 인식하도록 도와 쉼의 실행을 격려할 수 있다. 

7. ‘인생 주기별 상담교육 워크숍’(그룹 디브리핑과 상담교육의 병합): 나눔과 자기 개방이 풍성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룹 디브리핑과 상담교육을 병합한 선교사의 “인생 주기별 상담교육 워크숍”을 제안한다. 이는 상담교육 현장에 그룹 디브리핑적 요소를 포함하고, 더 나아가 집단상담의 특성도 일부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즉 상담교육을 통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고, 나눔을 통해 가슴에서 머리로 올라가며 생각과 감정이 만나는 가운데 자타를 새롭게 발견하며 하나님 및 자타와의 친밀한 관계적 성숙이 촉진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안식년 선교사 가정의 자녀 연령과 발달과제 특성에 따른 맞춤형 상담교육을 예방상담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여 정규적으로 제공하면 선교사들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어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상담교육과 나눔이 풍성하게 공존하는 워크숍은 의미 있는 심리-영적 자원의 강화로 삶의 총체적인 에너지를 높일 수 있으며, 자신감, 자존감 및 자기성취 경험이 강화되어 정신건강 증진에 효과적이다. 

그 내용으로는 부모-자녀 경계선 증진훈련, 부부 의사사통 훈련, 대인관계갈등 관리 훈련, 문화이동 스트레스 극복, 디브리퍼 훈련 워크숍, 성인 선교사 자녀의 자기이해 증진, 부모의 자존감증진 워크숍, 우울증 극복, 진단 및 대처, 중독 상담 교육, 동기화 전략, 자기성취감 증진법, 자기주장 훈련, 정체성 및 관계성 회복, 감사 테라피, 부모 성장 교육(유, 초등, 중고등, 청년대학생), 자존감을 높여주는 긍정 훈육법(유, 초등), 및 부모-자녀 놀이훈련 등이다. 이는 의미 있는 쉼의 일부로 선교사 멤버케어의 일환으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 

VII. 나가는 말 

쉼은 하나님 및 자타에 대한 신뢰의 회복 및 영성의 회복과 그 맥을 같이 한다. 그러므로 교회공동체와 선교공동체는 안식년 선교사의 정신건강 증진과 유지를 위한 쉼의 방법 및 내용에 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논의에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쉼의 방법과 내용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토론의 장이 펼쳐져 정신건강과 쉼의 회복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정신건강 증진과 쉼을 위한 맞춤형 모델 공유 및 제시의 기회가 점차 늘어나 하나님의 명령인 쉼을 실천하는 가운데 성육신적 자기 개방을 연습하고 머리와 가슴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심리-영적 성숙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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