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자와 은퇴: 미 남침례회 은퇴 프로그램의 소개 및 제안

신기황, IMB

시작하며

‘은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즉시 무엇을 생각할까? 어떤 감정을 가질까? 은퇴를 고대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을까? 아니면 은퇴라면 생각하기도 싫은 사람들이 많을까? 크게는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있겠고, 아직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덤덤할 지 모르겠다. 또한 연령별로도 다양한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대개 생각하기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30대보다는 50, 60대에게 민감한 사안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특별히 교회 사역자들, 선교사들에 관한 은퇴를 집중하여 다루고자 한다. 발제자는 1980년 중반에 미국으로 유학하고, 그 곳에서 사역을 하고 있기에 한국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미국의 경우도 특히 1993년 미국 남침례회 선교부에서 사역하면서 보고 듣고 준비한 내용들을 정리하고, 이것이 어떻게 한국 교회와 선교계에 도움이 될지 나누고자 한다. 특히 한국 교회와 선교사들을 세계 선교의 중요한 동반자요 협력자로 생각하는 국제 선교부의 입장에서 한국 선교사 은퇴를 비중을 가지고 다루고자 한다.

사역에 있어서 은퇴를 말할 수 있을까? 

본인의 생각은 “없다”이다. 주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사역자의 길을 가고 있는 여정에 은퇴라는 말은 참으로 부적절한 말이다. 주님이 오시는 그 순간까지 그 길을 예비하다가, 이 땅에서 잠들게 되면, 잠자며 기다리면 되는 것이 아닌가?

국제 선교부는 선교사 임명시에 연령은 제한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장기 선교사의 경우는 만 50세가 넘어서는 안되고, 단기 선교사(2-3년 사역)의 경우 21세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연령은 규정에 두고 있지 않다. 다만 미국 정부의 은퇴 연령과 연금 수령연령과 맞물려 65-67 사이에서 장기 선교사는 은퇴하고, 단기 선교사로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서 사역할 수 있다.  특히 그 사역의 내용이 장기 선교사로 은퇴하여 단기 선교(현재 매스터즈라고 불림)로 계속 사역할 때의 그 사역의 연속성도 보장된다. 지금까지 파송된 최고령은 81세이고, 현장에서 계속 사역하는 70대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100세가 거의 다되어서도 해외 선교 현장에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역자들을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기쁘고 신나는 일이다. 어떤 선교사는 현장은 은퇴했지만, 이후에 그 간의 경험으로 더욱 힘있게, 자유롭게, 그리고 창조적으로 사역하는 경우도 보곤 한다. 필자도 은퇴 후에 해야 하는 사역을 생각할 때는 오히려 현재의 사역보다 더 흥미 진지함을 느끼곤 한다.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이다. 

세상의 은퇴와 사역자의 은퇴, 특히 선교사의 은퇴의 큰 차이는 사역자의 은퇴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로 은퇴를 ‘retirement’라고 하는데, 문자 그대로 타이어를 갈아 끼는 것이다. 물론 몸체가 낡긴 했지만 그 동안 달려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가지고, 닿아진 몸체에 맞는 타이어를 끼우고 새롭게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달려 보았기에 어쩌면 낯선 길도 달릴 수 있으리라. 몸체가 예전까지 않기에 속도와 그 힘을 덜할지라도 더 세심하게 살피며, 함께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엔진과 몸체이지만 경험과 기술이 아직 충분하지 않기에 어쩌면 그 능력을 다하지 못하는 젊은 사역자들에게 모범을 보이며 안내하는 일도 훌륭히 감당하지 않을까? 따라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은퇴는 참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요 노력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사역을 위한 준비, 은퇴

일반 사람들에게서 은퇴는 그 동안 하고 있던 일에서 나이나 혹은 건강 등의 이유로 멈추고, 일에서 떠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직업에서 은퇴를 하면,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취미 생활이나 집에서의 쉼을 갖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일정한 수입이 계속 될 수 있도록 연금도 붇고,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조언은 쉽게 구할 수 있다. 50-60대에게 은퇴에 관해 아래와 같은 조언은 설득력이 있다. 

<원칙1> 투자위험 줄이기 

<원칙2> 부동산 비중 줄이기

<원칙3> 투자자금 연금화하기

<원칙4> 상속 준비하기

<원칙5> 은퇴기간 중 일하기

<원칙6>자녀관계를 개선하기

위의 원칙들은 재정적인 안정과 자녀와의 관계 유지 등이 강조되어 있다. 여기에 건강 보험이 은퇴 후에 어떻게 보장되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때에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가 은퇴의 주된 내용이다. 사역자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역자들과 선교사들에게 일반적인 은퇴는 큰 부담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보고 듣는다.  재정적인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고, 사역으로 인해 자칫 소홀히 했던 가족과 관계 회복 및 유지도 중요한 이슈이다. 신앙과 재정을 상충되는 것은 오해하여 교회나 사역자가 은퇴의 재정적인 면을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 경우도 그 주된 원인이고, 사역자와 선교사들은 종교적이 이유로 일반인보다는 훨씬 작은 집단이고 특수 집단인 것도 요인으로 작용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소수의 권리가 그리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남침례교회 사역자의 은퇴 준비, 교회 사역자와 선교사

남침례교회 사역자와 선교사들은 미국 정부의 사회보장제도와 남침례교의 연금 제도를 통하여 은퇴를 준비한다. 정부의 제도의 경우에 교회와 목회자가 연수입의 15.3%를 연금과 건강보험으로 미리 내고 65세 이후 은퇴하여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다.

남침례교회에는 가이드스톤이라는 연금부가 1918년부터 존재하고 있다. 가이드스톤의 역할은 교회와 목회자의 보험, 그리고 목회자의 연금이 그 주된 사역이다. 일반 보험 및 투자 회사와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가이드스톤의 일은 사역으로 불리고 있고, 10만이 넘는 침례교 사역자들을 위해 아주 중요한 사역을 감당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회와 목회자라는 특수한 대상을 사역하고 있기에 중요 정책을 결정하는 직원들은 대개 신학교 훈련을 받고 목회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물론 재정에 관한 훈련과 전공을 마친 사람들이다.

목회자와 선교사들은 그들이 받은 사례에 따라 정한 비율의 연금을 선교부에 저축을 한다. 이렇게 적립된 기금을 가지고 가이드스톤은 기독교적 가치와 목적을 가진 건전한 기업에 투자를 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가입한 사역자에게 돌린다. 대개의 경우 5-7년 주기로 투자금이 배가가 되는 보고를 듣게 되며 사역자가 65-67세에 은퇴할 때 원래의 투자금과 수익금을 함께 받는다. 특히 이 투자금은 세금 면제로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고 나중에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만일 사역자가 집이나 사무실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그 수익금 조차도 감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교회가 미자립교회(연 헌금이 $75,000 미만) 경우에는 5년 동안 $3,000을 지원하며,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도 은퇴를 준비하도록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가이드스톤 웹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가이드스톤의 또다른 중요한 역할은 예상 못한 위기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가입한 모든 회원은 갑작스런 유고 시에 가족들은 기본적인 보험 혜택을 받고 장례 등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는다. 또한 이 연금 프로그램은 지역 교회를 배경으로 해서 지역 교회는 사역자의 은퇴에 대한 인식과 준비를 일찍부터 할 수 있다. 또한 선교사의 경우 20년 이상을 사역한 경우는 은퇴 후 건강보험의 50%를 부담하여 미국 정부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건강보험과 연결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맺으며

필자가 선교사 임명을 받고 사역한 지역은 교회가 전반적으로 약한 지역이었다. 그 곳에서 대학생 사역을 담당하던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한번은 전체 사역자 모임에서 은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다. 그 지역이 어려운 지역이라 은퇴연금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대학 사역자는 자신이 은퇴하면 ‘simple life (근검생활)’을 해서 은퇴 연금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잔잔한 충격과 감동이 있었고 지금도 그 근검 생활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녀 교육을 비롯하여 많은 재정적인 위기와 도전 속 에서 은퇴는 아직도 먼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나누려는 것은 은퇴 후의 또 다른 사역, 어쩌면 한 골을 넣어서 승부를 결정 지을 수 있는 연장전의 준비는 꼭 필요한 것이다. 이는 목회자나 선교사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교회와 선교단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남침례교의 가이드스톤과 같은 모범적인 기독교 보험, 투자 회사가 한국에도 시급할 수 있다. 선교단체들을 중심으로 소수의 선교사들이 시작하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고, 은퇴한 사역자와 선교사들이 계속 사역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선교 현장의 개발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격언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선교사들의 은퇴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한국 교회와 선교계에 좋은 시작이 있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