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현장 구조/체제 개요

정민영, 위클리프국제연대

주제의 배경

방콕포럼이 두 해에 걸쳐 선교현장 구조를 다루게 된 이유는 2005년 주제인 선교적 책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선결요건으로 건강한 선교현장 체제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내는 체제(sending system)가 있다면 응당 받는 체제(receiving system)가 있는 게 상식이다. 전자가 파송본부의 구조(home structure)라면, 후자는 선교현장의 구조(field structure)인 셈이다. 파송구조만 있고 현장구조가 없는 것은 마치 투수는 있으나 포수가 없는 야구경기처럼 무모하고 위험하다. [중략] 현장체제는 건강한 선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나 선교의 불을 끄지 않기 위해 필수적인 선결요건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현장에서 제때 이루어져야 하고, 사역에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지원도 현장에서 제때 일어나야 한다. 양질의 선교는 한국교회의 선교열기를 지속하고 고양하는 최선의 동원전략이다. [중략] 국내의 파송구조를 연장하여 현장의 관리체제를 대신하려는 시도가 더러 있다. 파송교회나 교단/초교파 선교부가 평가단이나 시찰단을 현장에 보낸다든지, 현장의 선교사들에게 정기보고서를 요청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지 모르지만, 원격조정(remote control) 방식은 원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현장을 모르는 시찰단은 선교사가 보여주는 것만을 보여주는 방식대로 볼 수 있을 뿐이고, 현지상황에 친숙하지 않은 행정가에게 제출되는 보고서는 현장성 및 역동성을 잃은 “의문에 쓴 증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관리체제는 반드시 현장중심으로 구축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필자가 아시아의 한 나라에서 성경번역 사역에 참여하던 수년간 현장의 관리체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된 몇몇 사례가 있었다. 미국에서 온 한 전문인 사역자 가정의 경우, 문화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해 부부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다행히도 현지 행정체제에 의해 조기 감지되어 부부상담을 위한 귀국조치가 내려지게 되었다. 문제가 드러나 현장을 떠나는 것은 괴로운 일지이만, 제때에 내려진 적절한 조치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부부관계가 회복되고 훗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사역에 임하게 된 것은 문제를 숨기고 버티다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중략] 반면, 선교현장 관리체제의 부재로 수많은 선교사와 사역이 망가지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사역하던 어느 한국 선교사 부부의 경우, 부부관계가 악화되는 과정에 아무도 문제를 감지하거나 도움을 제공하지 않아 작은 문제가 큰 문제로 발전하면서 급기야 별거의 과정을 거쳐 결국 이혼이라는 최악의 단계까지 이르고 말았다. 문제는 이혼 이후에도 적절한 징계나 회복 없이 각자 별개의 사역을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치유를 받아야 할 사람이 사역에 임하고 있으니 그 선교지 형편이 어떠할 것인지 가히 짐작이 가고, 당사자의 문제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포럼은 다양한 사례/모델을 통해 현장구조의 요소들을 추출하는 귀납적 접근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방법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 건강한 현장구조를 설계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되어 2007년에는 전년 포럼의 논의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현장구조의 핵심요소들을 정리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살펴보는 연역적 접근을 시도했다.

방콕포럼 2006—건강한 선교현장 구조의 모델 

방콕포럼 2006은 다양한 현장구조의 모델들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선교에 맞는 바람직한 틀을 찾아보자는 의도로 모였다. 

1. 국제단체와 한국자생단체의 현장구조 비교

크게 두 유형—국제단체와 한국단체의 현장구조 모델—을 살펴보았다. 국제단체의 경우, 현장구조가 중앙화 된 모델로 OMF의 사례를, 비 중앙화 모델로 Frontiers를, 절충식 모델로 GBT (Wycliffe), InterServe, WEC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또한 NGO 형태의 현장구조를 가진 기아대책본부의 사례도 살펴보았다. 

한편 한국단체의 현장구조 모델로는 강력한 지도력 중심구조로 인터콥을. 한국교회 문화를 반영한 구조로 바울 선교회를, 현장중심 체제의 구조로 HOPE를, 다양한 사역구조가 병행되는 GMP, 기타 MI의 선교구조를 살펴보았다. 또한 파트너십 모델 중 현지교회 중심 선교구조를 가진 태국의 KGMA, 현장의 필요에 따라 서로 소속단체가 다른 선교사들이 연합구조를 형성한 인도의 FONI (Friend of North India), 러시아의 MIR, 방글라데시의 KDAB 등의 구조를 살펴보았다. 

2. 국제단체 현장구조의 장점과 단점

2.1 장점

책무체제(Accountable system)가 비교적 견고하다. 즉, 책무확인이 가능한 체제를 가지고 있고, 현장에서 선교사의 사역과 전문적 기능이 조화를 이루면서 역할 분담이 분명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선교사 돌보기(member care) 체제가 잘 되어 있다. 즉, 선교사의 신체적/정서적 건강관리, 가정문제, 자녀양육 등 안정된 사역을 지원하는 하부구조가 잘 구축되어 있다.

사역전략이 분명한 현장구조를 가지고 있다. 즉, 현장사역의 목표와 방향과 전략적 지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분명한 원칙과 계획에 따라 사역이 진행됨으로써 예측과 평가가 가능한 체제이다.

의사소통 체제가 분명한 구조이다. 즉, 사역과 운영에 대한 규정(manual)이 잘 갖춰져 있고, 매사가 문서화를 통해 현장 및 본부와 의사소통이 원활하다.

변화에 열려 있는 구조이다. 단체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국제단체의 현장구조는 대부분 수용자 중심이고 다문화적이며 현지교회를 고려하는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비서구 선교운동의 확장추세에 발맞춰 현장 리더십을 비서구권에 단계적으로 이양하는 흐름이 그 좋은 사례이다.

2.2 단점 

과제 중심적(task orientated)이다. 즉, 분석적이고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융통성이 부족하고 현장의 기동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관계중심적 접근 및 해법이 취약하다.

고비용 구조이다. 서구의 형편에 맞게 형성되어 전반적 운영비용이 높고, 오랜 관행에 따른 서구식 체제에 비서구 선교가 발맞추기 어려운 점이 많다. 

조직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지도자의 유연성 여부에 따라 창의적 현장사역의 성패가 좌우된다. 

3. 한국단체의 장점과 단점

3.1 장점 

관계중심적 구조. 지도자와 쌓은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선교사들간 의견차이나 갈등이 강력한 지도자의 영향력으로 해결되고 사역의 방향성과 역동성이 유지된다.

현지교회 및 국제단체와 협력. 국제적 인프라 부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지교회 및 국제단체와 동역관계를 형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기동성. 현장체제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것이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3.2 단점 

본부(home)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본부중심의 의사결정 체제, 후원교회와 얽힌 관계로 인해 현장중심의 의사결정과 사역이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 사역구조의 역량이 부족하다. 선교역사가 짧은 이유도 있지만, 그간 현장구조의 구축 및 강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대부분의 현장에 선교사의 관리 및 감독체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관계중심의 구조의 한계. 관계중심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많고, 또 현장사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부족한 책무구조. 선교현장의 책무구조 부재는 선교사의 삶과 사역, 재정 등에 대한 투명한 관리 및 감독을 불가능하게 한다. 

3. 핵심질문들

1) 국제단체로부터 배울 장단점은 무엇인가?

2) 한국단체들이 유지하거나 버려야 할 요소는 무엇인가?

3) 현지구조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현지체제란 사람인가, 조직인가, 혹은 프로그램인가?

4) 현장구조는 현지(토착교회)의 필요 중심인가, 선교사/선교부의 필요 중심인가?

5) 현장구조의 구성요소는 무엇인가? 

6) 현지구조와 국내본부의 상관관계, 역할분담, 리더십의 배분은 어떻게 되는가? 

7) 팀 중심의 현장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효과적인가?

8) 강력한 현장구조가 없는 단체들 사이에 연합 현장구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가?

9) 선교현장의 다양한 단체간 연합을 위한 바람직한 구조는 무엇인가?

건강한 현장구조를 향하여  

1. 구조와 기능 분석을 위한 요소들

정해진 규정에 의존하는 경우를 조직성으로,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을 자율성 혹은 운동성으로 보고 다양한 단체의 모델을 분석해 볼 수 있다.

1.1 중앙화와 분권(현장)화

의사결정의 구조에 따라 중앙집권 형과 현장중심의 분권 형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연속성(continuum)의 문제로 둘 사이에 다양하게 혼합된 모델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사역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결정하고 관리부분은 중앙에서 결정하는 역할분담 형도 있고, 중앙과 현장이 적절히 조화된 모델이 존재하기도 한다. 중앙화는 아직 충분히 분화하지 못한 단체에서 주로 사용되고, 현장화(분권화)는 여러 현장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현장상황을 본부가 파악할 수 없는 경우에 사용되는 구조이므로, 어느 구조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단체의 규모나 발전단계, 현장의 사역 정도에 따라 적절한 구조를 사용한다고 여겨진다. 무작정 중앙화나 현장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중앙(본부)과 현장이 각자의 역할을 적절히 분담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1.2 조직성과 자율(운동)성

중앙화와 현장화가 조직의 큰 그림을 설명하는 구조의 요소라면, 그 조직의 기능을 설명하는 용어로 조직성과 운동성을 사용하였다. 모든 사역이나 단체는 처음 시작할 때 자율적 요소를 가진 하나의 운동(movement)으로 시작된다. 미전도종족 선교운동, 전방개척 선교운동, 교회개척 운동 등 비전이 생기면 운동이 시작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을 위해 단체가 시작되면 그 단체는 조직성 보다는 자율성과 운동성이 강한 단체로 시작된다. 이렇게 운동성을 강하게 가진 단체들은 그 운동성 때문에 우리에게 신선한 도전을 준다. 시간이 지나고 규모가 커지면서 조직화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조직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운동성을 상실하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건 문제다. 따라서 조직성과 자율(운동)성간의 균형이 중요하며, 단체가 감당해야 할 여러 기능들이 조직화 되면서도 자율(운동)성이 살아 있어야 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1.3 구조와 기능의 조화

중앙화/현장화라고 하는 구조의 문제와 현장사역에서 조직성/자율성의 기능적 요소를 조합하면 그 단체가 어디에 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고착된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가진 요소들이기 때문에 연속성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모든 것이 균형을 잡는 것을 중심의 검은 점으로 본다면, 균형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여러 조합으로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본부에서 결정하는 중앙화 구조에서도 규정중심의 조직성 단체와 자율성이 살아있는 단체는 구별된다. 중앙에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단체나 초기단계의 단체들은 주로 중앙화이면서 운동성이 살아 있는 모델이었다. 한국단체인 B 선교회와 I 선교회는 대개 이러한 경향을 가진 단체로 현장의 문제에 대해 본부의 지도자가 최종적인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는 구조이다.

반면 분권(현장)화의 구조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운동력보다 조직성이 강조되는 구조가 국제단체인 O단체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조에서는 의사결정권이 현장에 있도록 하였지만, 현장에서 규정과 조직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운동성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국제단체들이 이러한 경우에 속하였다. 따라서 시대의 흐름을 읽는 단체들은 운동성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통해 각 단체는 현 위치를 파악해 볼 수 있으며, 균형 잡힌 구조로 가기 위해 어떤 부분들을 개선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1.4 현장구조

이번 주제가 건강한 현장구조였기 때문에 현장을 이해하기 위해 본부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동시에 현장 자체의 구조를 파악하는 일도 필요하였다. 현장의 팀이나 구조를 하나의 조직으로 생각하여 그 현장구조가 중앙화인지 분권화인지 파악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분권(현장)화란 현장조직 안에 있는 여러 팀들에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현지에 기반을 둔 E단체의 경우 현지에서 시작한 구조이기 때문에 전체구조에서는 한국의 본부나 이사회가 연락사무소 기능을 하고 주요한 현장결정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며 심지어 이사들도 그런 결정의 참여를 위해 아프리카 현지로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현장화라고 볼 수 있지만, 현장구조 자체를 진단하면 현장에서는 중앙화의 구조요 다만 운동성이 있는 중앙화-운동성 조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그럼에도 계속해서 조직(시스템)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O단체의 경우도 전체적인 구조는 중앙화와 현 장화가 비교적 잘 조화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현장구조는 현장대표가 대부분의 권한을 가진 중앙화 구조이고 의사결정 과정도 규정과 조직에 의존하는 경직된 조직이라 여겨진다. 이 경우, 전체구조 측면에서는 좀 더 운동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고, 현장조직 면에서는 좀 더 팀에게 권한을 이양하는 체제로 나아가고 운동성도 회복해야 할 필요를 파악해 볼 수 있다. 

2. 건강한 현장 구조

포럼의 논의를 통해 건강한 현장구조는 결국 크게 두 가지 요소가 건강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사역내용이 건강한지 여부이다. 관리란 돌봄과 책임을 포함하며, 선교사 개인과 가정과 팀이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건강하게 사역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관한 것이다. 돌봄이 선교사를 지원하는 것이라면 책임은 선교사가 지켜야 할 것이다. 

2.1 관리(돌봄) 

책무(Accountability)가 사역환경과 사역내용을 총괄하는 개념이라면, 사역환경을 관리영역으로 보고 돌봄과 책임으로 나누어 설명한 셈이다. 건강한 현장이란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 경우이다. 돌봄에는 선교사 개인이나 부부, 자녀 등의 문제가 포함되고, 선교사의 탈락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책임의 경우, 무슨 일이 누구에게 위임되었는지 분명치 않은 경우 건강한 책임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투명한 책임구조는 본부에 대해, 현지조직이나 팀에 대해, 그리고 선교사 상호간에 필요하다. 돌봄은 단체의 입장에서 선교사를 지원하는 관점이고 책임은 선교사가 수행해야 하는 관점이지만, 둘을 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정의 예를 들면, 선교사 개인의 재정관리 책임도 중요하지만, 그 단체의 재정정책과 관리 또한 책무의 중요한 부분이다. 규모가 큰 단체에서는 재정관리를 담당하는 부서가 별도로 존재하지만 작은 단체나 신생단체의 경우에는 없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그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드러난 구조보다는 그 기능이 수행되고 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작은 단체의 경우, 선교사 돌보기 부서나 담당자가 없더라도 상호 돌봄(mutual care)의 기능이 작동한다면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2.2 사역 내용 및 방향

건강한 현장구조의 두 번째 측면은 사역의 내용이나 방향이 건강한지 여부이다. 재생산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수용자 중심의 사역 여부, 현지인 중심의 사역 여부 등 여러 기준을 들 수 있다. 사역의 다양한 유형과 무관하게 재생산과 현지인 중심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비록 당장은 현지인 중심이 아니더라도 사역의 목표가 현지이양이고, 더 나아가 그 현지인들의 사역이 다른 나라로 확장되도록 하는 재생산 패러다임이 최근 선교계의 주요 동향이다. 

2.3 현장 구조 만들기

각 단체가 건강한 현장구조를 가지는 목표도 좋지만, 동일현장에서 일하는 여러 단체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현장구조를 만드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양한 단체들이 합의하여 최소한의 본부기능만 가지고 나머지를 현장의 연합된 구조에 위임할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K개발협회는 현장의 필요에 의해 조직되고 국내 관련단체들의 합의하에 하나의 본부구조를 만든 사례인데, 중앙화와 현장화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역할분담이 잘 이루어져 있어 전체구조 면에서는 균형을 잡고 있다. 결정과정에 중앙화가 병행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업이 재정과 관련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러시아 M 선교회의 경우는 큰 조직구조에서는 완전히 현장화이고, 현장구조에서도 현장에 자율권을 준 구조에 조직성과 운동성이 조화된 경우라 볼 수 있다. 중앙화와 현장화를 조화시키는 문제가 앞으로의 방향이 될 것이다. 

2.4 국내와 현장의 전문화

결국 건강한 현장구조를 위해서는 각 단체별 전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지적되었다. 전문화란 여러 단체들이 기능적, 지역적, 사역적 비교우위를 가짐으로써 그 분야의 연합도 이루어낼 수 있고, 더불어 소위 ‘선교 독립군’ 문제가 줄어들게 되어 건강한 현장책무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특정단체들의 사역적 전문화뿐 아니라 본부와 현장의 건강한 보완관계에 대한 전문화도 필요하다. 향후 본부의 강점을 가진 단체들과 현장에 강점을 가진 단체들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한국선교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장구조를 각 단체별로 접근한다면 결국 목표도 이루지 못하고 경쟁적인 현장구조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방콕포럼 2007—건강한 선교현장 체제의 구축 

현장중심 관리체제가 필요한 영역이 다양하겠지만, 방콕포럼 준비위원회는 최소한 다음 네 핵심분야를 확인하였고, 2007년 방콕포럼에서 구체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네 요소들을 다루었다.

1. 현장사역의 감독과 지원 

선교사가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맡겨진 사역을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감당하는지 감독하고, 현장사역에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지원과 인적, 물적 자원의 조달을 제때 해줄 수 있는 현장중심의 체제가 필요하다. 

선교지의 상황에 정통하고 현지사역을 깊이 이해하는 선임 사역자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현장구조가 바람직하다. 선교사가 특정 사역이나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 전문성에 근거하여 적합성을 판단하고 시행여부를 결정해줄 수 있어야 한다. 선교사 개인의 주관적, 비전문적 판단으로 중대결정을 내림으로써 유발되는 심각한 시행착오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체제여야 한다.

선교사와 현지 지도부가 정기적으로(매년, 반년, 분기) 사역의 방향과 범위를 함께 기획한 후 진행상황을 감독하고 평가하며 필요에 따라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원래의 방향과 달라지거나 계획한 진도보다 결과가 부진하든지 앞서면, 그 원인을 확인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차기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선교현장에서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평가체제는 선교사의 파송교회 및 후원자들에 대한 사역적 책무의 주요수단이 될 수 있다.

2. 선교현장의 재정관리 체제 

재정적 책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고 건강한 선교현장 재정관리 체제의 구축과 운용이 필수요건이다. 

아무도 감독하거나 관리하지 않는 선교재정이나, 아무에게도 보고하거나 평가 받지 않는 불투명한 재정체제는 탈선의 지름길이다. 재정적 책무의 핵심은 투명한 재정운영이다.

선교사의 사역과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정산되고 필요한 만큼 모금되어 쓰여지도록 관리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선교비 산출근거가 불분명하거나 관리가 투명하지 못하면 재정과 물질로 동역하는 교회와 개인들에게 불신을 심어 선교의 열기를 식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재정적 온전성(integrity)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재정관리 체제가 필요하다. 재무제표가 정확히 맞아떨어질 뿐 아니라 선교헌금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헌금자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어야 하며, 명분만 있고 실속이 없는 데 헌금이 낭비되는 일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3.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선교사 돌보기(missionary care) 

선교사는 수퍼맨이 아니다. 선교사의 사역과 가정, 일과 영성, 공적인 업무와 사생활 사이에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점검하고 도와주는 통합적 돌보기가 필요하다.

선교사 돌보기는 관리체제가 자칫 빠지기 쉬운 불신과 비판, 감시, 점수 매기기, 율법적 분위기 등을 건강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감당한다. 관리체제에 행정적 측면이 강하다면, 돌보기는 목회적 측면이 강하다.

선교사 개인뿐 아니라 부부와 자녀를 포함한 가정 돌보기가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휴가, 여가선용, 안식년, 주거, 교양, 자녀교육, 영적 충전, 보험, 치료, 상담, 은급 등 개인과 가정의 다양한 필요를 고려하는 토탈케어 시스템의 구축 및 시행이 요구된다.

모든 선교사가 돌봄의 대상이며 아무도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선교사 돌보기는 현장 관리체제의 주요 부분으로 선교사가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

4. 선교사의 장기적 자기발전 계획 및 후속관리  

선교사는 영적 전쟁터에 투입된 소중한 병력이다. 따라서 일회용 소모품처럼 다뤄서는 안되고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계속 충전하고 재충전해야 한다.

현장의 행정부는 각 선교사의 독특한 은사와 장점을 파악하고 발전시켜 보다 효과적인 일꾼으로 사용 받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 발전계획을 세우고 그 성취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며 가용자원과 연결해주어야 한다. 

한편, 학문적 허영심에 빠져 불필요한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너도나도 유학이나 장기 학업에 뛰어드는 폐단을 예방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이 마련되어야 한다. 은사 중심의 사역원칙과 계속교육의 객관적 기준이 규정으로 성문화될 필요가 있다.

좋은 계획에 부합한 현실적 지원방안 및 효과적 후속관리가 필수적이다. 경험과 노하우의 축적 및 자료화, 실무중심 훈련체제의 구축, 다양한 교육기회 및 훈련정보의 수집, 시행에 필요한 자원의 확보, 자원과 기회의 연결 등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