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1-한국 선교사의 책무

한정국, KWMA

한국 선교사 100명 시절인 1980년에서 2만명의 2010년까지 30년간 한국선교는 양적인 면에서 괄목한 성과(200배 증가)를 거두면서도 가장 절실한 문제로 대두되고 공감된 부분이 선교사 책무였다. 발제자(손선교사)가 지적했듯이 30년 전에는 파송자체에 신경을 쓴 나머지 책무문제를 소홀히 한 것이 사실이었고, 특히 사역과 재정적인 책무가 그러하였다. 발제자는 인도네시아에서의 현지 경험과 국내에서 OMF 한국대표 사역을 하면서 그가 당면했고 느꼈던 것을 진솔하게 표현하였다. 선교사들이 읽으면 쓴 약을 먹는 기분일 정도로 예리하고 직설적이었다. 

1. 사역적 책무에 있어서 휴직, 사직 그리고 병가에 관한 그의 지적은 우리 문화와 한국선교사의 감성적인 면에서 수용키 어려운 그러나 대꾸가 쉽지 않은 표현이 많았다. 그러나 응답자도 한국에서 선교 행정 책임자로 있으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발제자가 용감히 발언하였다고 생각한다.

2. 필드사역에서 언어와 문화습득의 중요성과 평가, 공부를 위한 기간(Study Leave)이 선교지의 사역과 관련 속에서 결정이 되어야 하고, 본국 사역도 안식년 개념이 아닌 사역의 연장으로 이해하여야 된다는 발제자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3. 휴가에 대해서는 휴가를 잘 활용 못하는 선교사도 있지만, 휴가를 남용하는 선교사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여러 현상은 동양문화 속에 자라온 우리가 서양 가치문화의 교육과 영향 속에서 느끼는 일시적 선교 아노미(Anomie)현상일 것으로 응답자는 보고 싶다.

4. 재정적 책무에 있어서는 한국인의 융통성과 서양식의 공사 구별 정신이 어우러져 한국 선교계가 계속 풀어갈 숙제가 되고 있다. 선교사 재정이 하나의 채널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이의를 달고 싶지 않지만, 한국 문화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발제자의 말대로 지나친 융통성은 문제가 되나, 적절하고 설명 가능한 책무로 유도함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한국인은 재정에 있어서 명분과 실리 면에서 볼 때 명분적으로 청빈성을 높이면서도 실사구시 정신을 추구하는 양면성이 발달되어있기 때문이다.

5. 책무성 제고를 위한 제언으로서 발제자의 제언 중 눈에 띄는 부분인 필드시스템의 구축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책무문제를 개인의 도덕성 또는 인격 그리고 훈련으로 개선될 수 있는 전통적 견해에 응답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봉제과정(선교사 훈련)이 아무리 좋아도 원단(선교사 자질)이 좋지 못하면 좋은 옷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한동안 유행하였다. 그러나 응답자는 원단과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시스템/메커니즘 디자인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아무리 훌륭한 자질의 선교사가 최고급의 훈련을 받았더라도 선교지의 사역과 재정 시스템이 Accountable(설명되어질 수 있는, 책무적인)하지 못하다면 훌륭한 선교사가 될 수 없는 것이다. “Stupid, it's mechanism design!"이라고 외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발제가가 개개인의 인격적 성숙에만 맡겨두지 말고,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데 매우 공감한다.

6년전 방콕포럼에서 선교사의 책무 문제를 다루었다. 이것은 그 이전에도 제기된 문제였으나 지난 6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시도를 통해서 한국선교의 책무는 계속 제고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선교계는 모든 단체마다 이 문제를 더욱 집중하고 다루고 있다. 물론 어물전이 커질수록 꼴뚜기가 망신시키는 사례가 있어 이것을 너무 부가시키다보면 우리의 수준이 이 모양인가 낙담할 때도 있지만, 어물전 전체를 바라보면 싱싱한 갖가지 고기가 눈에 띄고 있어 감사하다. 꼴뚜기에 대해서 신경을 쓰면서도 고양이 메커니즘에 가게를 맡기지 않고, 누구나 납득이 가고 설명이 될 수 있는 생선가게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책무성 제고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한국 생선가게 시스템은 서양식의 그것을 벤치마킹하면서도 우리 문화에 친숙한 한국형 책무 시스템을 개발해가는 것이 내일 한국 선교사 책무 시스템의 지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