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교회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

권성찬, 위클리프국제연대

I. 들어가는 말

1. 배경

소위 반추하는 실천가 (Refelective Practioner)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 선교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가지의 방향으로 대별된다. 하나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선교를 건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것은 전략적이며 책무적인 선교 논의를 포함한다. 방콕포럼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교 포럼들이 이 노선에 서 있다. 다른 하나는 한국 선교가 21세기 선교에 있어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이는 세계 선교의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서구 중심의 선교에서 2/3 세계 중심의 선교 혹은 적어도 2/3세계를 포함한 선교로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상황 속에서 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변화란 이미 그 속에 새로운 답의 필요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악포럼은 이러한 노선에 서 있다. 몇 번의 포럼을 통해 우리는 그러한 대안 모색의 과정이 새로운 모델의 발견과 같은 표면적 변화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본질적 이해와 그에 따른 교회의 본질 이해라는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다. 제한적이고 왜곡된 기독론과 교회론이 오늘날 선교를 가로막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토론을 거듭한 결과 왜곡의 극복으로서 선교적 교회론 혹은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이라는 주제를 다루게 되었다.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조금 더 세분화된 주제들인 공동체성, 보트론, 초대교회의 선교론 등을 살펴보기로 하였다. 따라서 본 발제는 오늘날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서구 중심의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평가나 그에 대한 선교학적 작업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으로 본래 설악포럼이 가려고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면서 논의를 하고자 한다.

2. 발제의 구성

레슬리 뉴비긴을 포함한 서구에서의 선교적 교회 논의는 더 이상 서구 문화에 적실하지 않은 기존 교회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타문화 선교에서 적용되는 선교적 패러다임을 가지고 현 교회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논의에서 출발하여 성경이 말하는 선교적 본질로 주제가 확산되고 복음과 문화 사이에서 오늘날 적실한 모습의 교회 - 그 구조를 포함한 - 선교적 교회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 선교적 교회의 논의는 대부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선교적, 성경적 답을 찾아나가는 것이 선교적 교회 논의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이다. 발제의 성격상 이에 대한 장황한 답을 중복하지는 않겠지만 주요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선교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앤드류 월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21세기에 들어서서 교회와 선교의 중심 세력이 서구로부터 소위 남반구 (Global South)로 이동하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전환기가 요구하는 거대 혹은 근본적 담론 (Meta or Fundamental Discourse)의 하나로서 그 동안 서구  선교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이며 비서구 선교가 회복해야할 선교적 질(quality)이 무엇인가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선교적 교회의 본질 회복이라는 문제가 나오게 되었다.  본 발제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함하려고 한다. 교회의 입장에서 현 상황을 극복하고 본질적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교적 교회 (Missional Church)를 말한다면 선교계의 입장에서는 그간 교회와 분리된 선교에 대해 반성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선교계에서 선교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의 관점에서 출발하였는데 먼저 교회와 분리된 채 선교단체 중심의 선교를 지속해 온 것에 대한 반성이라는 관점이며 그 다음은 새롭게 비서구 교회 (Global South)와의 협력을 모색하고자 하는 관점이다. 그 노선에 서 있으면서 비서구 선교계로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설악포럼의 선교적 교회 논의는 사실 선교적 교회 (Missional Church) 혹은 선교학적 교회론 (Missiological Ecclesiology)이라기보다는 교회적 선교 (Ecclesial Mission) 혹은 교회론적 선교학 (Ecclesiological Missiology)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선교계의 시각에서 그 동안 교회성(본질, 유기적, 공동체 등)을 상실한 채 달려 온 선교에 대한 반성과 대안 모색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발제는 1) 서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교회 입장에서의 선교적 본질 회복이라는 부분과 2) 선교계의 시각에서 선교적 교회를 이해하는 선교의 교회성 회복, 즉 “교회적 선교” 부분 그리고 3) 교회의 선교적 본질로서의 디아스포라적 본질을 다루고자 한다.

II. 교회와 선교

1. 선교적 교회

1) 교회와 선교

교회와 선교는 동의어(synonym)이다. 교회(ecclesia)는 부르심을 받은 자들의 모임 (call out)이며 선교(missio)는 보냄을 받는 것(sent out)이다. 불러낸 자들 가운데 일부만 보낸다면 선교는 교회의 본질 혹은 사역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불러내신 자는 하나도 예외 없이 보냄을 받은 자가 되므로 교회와 선교는 본질상 하나이다. 이것은 이스라엘을 제사장 나라, 즉 열방을 향한 중보적 사명으로 부르신 것과 이후 신약 시대에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으로서의 교회를 다시 제사장 나라 (벧전2:9)로 재정의 한 것과 일치한다. 

교회와 선교가 하나라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 선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를 이해해야 하며 교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교를 이해해야 한다. 같은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이 둘은 한쪽의 시각에서 잃을 수 있는 균형을 세워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 선교 사역은 교회의 본질만큼 총체적이고 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교회는 선교의 관점에서 그 본질과 사역과 조직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 다시 말해 교회는 단순히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해 불러낸 것이 아니라 적어도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는 특별한 소유요 (신분적 부르심), 하나님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제사장 나라요 (사명적 부르심) 더 나아가 하나님으로 채워가는 거룩한 백성 (수준적 부르심)으로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출19:5-6, 벧전2:9) 그 교회가 보냄을 받는 선교 역시 사역이라는 사명적 관점을 넘어서는 총체적이고 통합적 관점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교회는 예배와 교육과 심지어 현재 진행하는 선교(missions) 역시 선교적 관점에서 재점검하여 빗나간 방향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장면이 맛있는 횟집, 난곳 2009년 5/6월호) 

2) 하나님의 선교 (Missio Dei)와 교회와의 관계

교회와 선교가 하나라면 하나님의 선교와 선교로서의 교회는 어떤 관계를 갖는가? 이 논의는 키프리안이 말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라는 오래된 논쟁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진보주의에서는 모든 것을 교회로 한정하려는 시도를 부인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이용하였다. 그리하여 교회 밖에도 구원이 있다. 다만 예수 밖에서는 구원이 없다 혹은 더 나아가 예수 외에도 구원이 있다. 하나님 밖에는 구원이 없다. 라는 식의 논리가 전개되었다. 반대로 복음주의 혹은 보수주의의 오류는 하나님의 선교라는 큰 그림에 대한 인식도 없고 그래서 그 방향으로 끊임없이 선교적 회심을 해 나가야 하는 교회가 아니라 어떤 제도로서의 교회로 구원을 한정하려는 하였다. 따라서 두 진영은 교회라는 같은 단어를 가지고 다른 입장을 내세우게 되었다. 진보주의의 오류는 교회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님을 분리해 버린 것이다. 하나님의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증거되었고 그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이 교회이기에 예수님은 “나와 아버지는 하나”라고 하시고 (요10:30)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고 말씀하셨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관점에서 구원은 교회 밖에서 이루어질 수도 없고 교회 밖이라면 이미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어나고 있는 혹은 일어나야 할 선교가 현재 보이는 교회의 모습에 도저히 담을 수 없다고 하여 교회를 제외한 관점에서 구원이나 하나님의 선교를 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본질과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는 교회를 개혁하는 입장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논해야 한다. 교회는 타락 이후 시작된 열방의 구원과 타락 이전에 이미 주셨던 하나님 나라의 청지기적 선교라는 관점까지 선교의 시야를 넓혀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교회를 무시한 (bypass) 왜곡된 하나님의 선교 논의가 계속 될 것이다. 따라서 하나님의 선교가 교회보다 크다 혹은 선교보다 교회가 크다. (하나님의 선교>교회>선교)라는 식의 논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 교회의 본질이 곧 선교라는 상호 관련적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교회는 이미 완성되어 멈춰선 교회가 아니라 끊임없이 이 본질을 향해 그리고 하나님의 선교를 향해 회심을 거듭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이런 이해가 수반될 때 교회는 온전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다.

3) 이스라엘 백성을 통해 보여준 교회의 선교 본질

바벨의 흩어짐으로 종족이 시작되었을 때 그들을 찾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은 하나님의 백성을 만드시는 일을 통해 시작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온 백성을 찾으시려는 선교의 하나님의 선교 본질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두 가지 관점에서 선교적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선교적 본질을 보여준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민족 중에 이스라엘을 택하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아브라함을 부르셔서 이스라엘을 만드셨다. 그리고 그렇게 만드시는 과정에서 그들이 행해야 할 일들에 대해 마치 운영지침을 내리시듯 구체적으로 지시하셨다. 성막, 제사, 절기 그리고 일상생활의 제도까지 하나님은 구체적인 명령을 내리셨다. 이는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실현되는 하나님의 백성이 존재해야 함을 드러내신 것이다. 교회의 선교적 본질은 무엇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 안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고 나아가 그 통치가 확장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 안에 하나님의 통치라는 선교적 본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단지 하나의 도구적 사명만을 감당하는 기구로 생각한다면 선교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통치가 임하고 통치를 구현하는 선교적 본질이 회복되어야 한다.

둘째,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늘 선교적 본질이 유지되는 가운데 그 본질이 자신의 상황에서 사역으로 혹은 더 나아가 조직으로 표현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서구의 학자들은 구약과 신약의 선교를 구심과 원심이라는 관점으로 나누어 분석하지만 그러한 표면 분석을 넘어서서 선교적 본질의 시대적 표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선교적 본질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방이 그들에게 오던 혹은 그들이 이방에게 가던 어디에서든지 자신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드러나시도록 하는 삶을 요구받았다. 포로 시대에 의해 강제적으로 흩어지기 전까지 이동이 보편적이지 않은 시대를 살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로 강조된 것은 선교적 본질이 자신들 주변에 와 있던 외인들을 향한 태도로 드러나는 것이 요구되었다. 

“너희는 이 땅을 나누되 제비뽑아 너희와 너희 가운데 우거하는 외인 곧 너희 가운데서 자녀를 낳은 자의 기업이 되게 할지니 너희는 그 외인을 본토에서 난 이스라엘 족속같이 여기고 그들로 이스라엘 지파 중에서 너희와 함께 기업을 얻게 하되 외인이 우거하는 그 지파에서 그 기업을 줄지니라 나 주 여호와의 말이니라” (겔 47:22-23)

그와 동시에 선교적 본질은 기회가 될 때마다 외부로도 나타났으니 혹 포로로 잡혀가서든 (왕하5:2, 나아만 집의 계집아이) 혹 하나님의 명령을 받아서든 (요나) 아니면 많은 선지자들이 이방 지역에서 나타낸 것이든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따라서 교회는 그 선교적 본질을 가지고 있을 때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실한 선교적 표현, 즉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해외에 많은 선교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으면서 가까이 와 있는 외인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현재의 행위가 선교적 본질에서 출발된 것인지를 재점검 해 보아야 한다.

4) 교회의 탄생에서 보여 준 선교적 본질

삼위일체 하나님은 선교의 하나님이시다. 구약을 통해 성부 하나님이 선교의 하나님인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 역시 선교적 성자 하나님인 것을 복음서는 우리에게 말해 준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만민이 구원 얻을 수 있는 길을 여시는 것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메시아적 사명) 그 구원의 사건이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도 동시에 중요하다. (예수님의 선교적 사명) 만일 후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전자가 완성되더라도, 그래서 구원이 의미적으로는 완성되더라도 실제적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메시아적 사명의 완수에 앞서 선교적 공동체, 즉 예수님이 유대인의 메시아나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가 아니라 온 열방의 메시아임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했다. 예수님의 생애는 그 태어나심부터 갈릴리 지역에서의 성장과 공생애에 이르기까지 모두 선교적인 목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그러한 선교적 사명을 인식하기 시작한 공동체가 출발되는 날에 임하신 성령은 선교적 성령 하나님으로 취임하신 것이다. 언어(종족)의 성령이 임하심으로 언어(종족)의 역사가 일어나 각 지역의 언어로 하나님의 말씀이 전하여 진 것은 모든 민족을 부르시려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적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그 탄생의 정체성이 선교이며 그 출발부터 선교적으로 출발되었다.

2. 교회적 선교론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상실한 결과 교회에 심각한 문제 - 교회와 세상의 단절 -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선교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선교 없는 교회가 문제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교회 없는 선교 역시 그 왜곡이 만만치 않다. 교회가 지금에서나마 선교적 본질의 회복을 위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는 것과 동시에 그 동안 교회 없는 선교를 진행해 온 선교계가 선교의 교회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에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회복한다고 해서 선교가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과연 선교적 본질을 회복한 교회와 동역할 수 있는 역량이 선교계에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선교적 교회의 본질 회복 문제는 지역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과 더불어 선교계의 교회적 선교 회복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것은 교계와 선교계라는 두 개의 구조를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되 현 상황에서 나누어진 두 개의 구조가 하나를 지향할 때 각각 보아야 할 논의점을 말하는 것이다.

1) 선교단체 중심의 선교 문제

유럽에 의해 시작되고 미국이 그 뒤를 이어 온 서구 선교의 특징은 선교단체 중심의 선교이다. 선교통계학자인 데이빗 바렛(David Barrett)에 의하면 1900년 이후 세워진 독립 선교 단체만 15800개라고 한다. 이렇게 소위 소달리티(sodality) 중심의 선교를 진행해 오는 동안 기독교계는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간과하게 되었고 동시에 선교단체들은 지역 교회를 자원의 공급처 정도로 인식하였으며 그 결과 교회가 없는 선교는 그 선교의 과정에서 교회라는 - 외형적 교회가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교회성 - 본질을 상실하고 과업 중심의 선교를 지향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교회에서 본질적으로 선교가 상실된 것과 같이 선교에서 본질적으로 교회가 상실 되었다. 

선교에서 교회성이 상실되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과정이 상실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통합성, 총체성, 입체성 등 교회라는 본질이 말해주는 과정은 생략되고 단지 교회를 세우는 것, 성경책을 번역하는 것, 구호물품을 전하는 것, 경제적 개발 프로그램을 하는 것 등을 비롯하여 미전도종족을 일정한 시간 내에 전도된 종족으로 만드는 것 등으로 설정함으로써 열매와 성품에 속한 선교를 과업 중심으로 만들어 버리고 한 번 과업이 정해지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가볍고 단선적인 선교 행위가 되어 버렸다. 표면에 속한 조직과 전략이 논의의 핵심이 되고 그 조직과 전략의 심층에 있는 사역 혹은 그 사역의 심층에 있는 본질에 대해서는 의미를 상실하였다. 선교 단체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선교를 위해 만드신 영원한 구조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선교는 선교를 전담하는 선교단체의 몫으로 생각되었고 그런 제한되고 왜곡된 구조 안에서 선교단체와 지역교회의 협력이 논의됨으로 진정한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2) 하나의 구조를 향한 관계 설정

선교의 교회적 본질 회복은 선교를 위한 두 개의 구조가 설정된 상태에서 어떻게 이 두 구조가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본질적으로 하나의 구조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모든 열방을 향한 제사장 나라로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스라엘에 제사장이나 제사의 일을 관장하는 레위지파를 세우신 것은 두 개의 구조를 만드신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이 제사장 나라의 본질을 유지하고 끊임없이 상기하게 하며 회복케 하려는 목적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제사장 나라의 직분은 누군가에게 위임하고 잊을 수 있는 하나의 일이 아니라 제사장을 통해 끊임없이 상기하여야 하는 정체성이자 본질인 것처럼 선교는 하나님의 교회에 주어진 정체성이자 본질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있는 하나의 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세우신 교회의 정체성이자 본질이다. 두 개의 병행적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이며 그 하나의 구조 안에서 역할을 재정의 해야 한다. 

선교 단체라는 구조는 선교적 교회의 시대적 (약 200년간) 표현으로 이해해야 하며 새로운 시대에도 필요할지, 만일 필요하다면 본래의 역할을 회복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선교적 교회의 새로운 표현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어야 한다. 

3) 선교의 교회성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회복해 가고 나누어진 구조가 새롭고 올바른 관계를 설정해 간다면 선교의 진행과정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나타나는 혹은 나타나야만 하는 속성을 본 발제에서는 교회적 선교라고 부르고 있다. 그것을 발견해 가는 것이 오늘날 선교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 이것은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목표라기보다 과정이요, 속성이며 질에 속한 것이다. 초대교회의 선교론을 다시 성찰하는 것, 공동체성을 새롭게 연구하는 것, 성령에 의해 움직이는 범선 (Sailboat) 모델을 생각해 보는 것 등은 이러한 선교의 교회성을 찾아가는 노력의 일환이다. 비서구 선교의 중요한 역할이요 과제이다. 앞으로 각론에 들어가 연구해야 할 분야이다. 

3.교회의 선교적 본질 - 디아스포라

1) 정착을 시도하는 교회 vs 흩으시는 하나님

교회 (ecclesia)는 하나님께서 불러낸 (call out) 자들의 모임이며 그 불러낸 자들은 예외 없이 파송된 자 (sent out)들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파송하신 것은 다시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파송하는 자의 명령을 받고 나아가는 것이다. 물론 그 파송을 마음속으로 동의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하간 파송하는 자의 명령에 의해 파송된다. 다른 하나는 그러한 명령과 관계없이 파송되어지는 것이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전자를 보내시는 것, 즉 파송이라 한다면 후자는 흩으시는 것 (disperse),즉 파종과 같은 맥락이다. 근대의 선교는 전자의 의미에서만 주로 파악되어 그 명령을 인식하는 자들의 모임, 즉 파송된 자들만의 선교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선교적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파송된 자들만이 아니라 파종된 자들, 즉 하나님께서 흩으신 자들의 본질 회복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파송과 파종은 모두 누군가에 의해 어디론가 보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는 처음부터 이렇게 갈래갈래(派) 흩어지는(播)것을 전제로 모인 자들의 모임이다. 이러한 디아스포라적 운동성이 교회의 선교적 본질의 중요한 속성이다. 고정과 고착은 이스라엘이 망한 근본 원인이며 하나님의 흩으심은 본질의 회복과 운동성의 재발견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고정된 디아스포라는 모순어(oxymoron)이며 디아스포라적 교회로 변혁되어야 한다. 디아스포라는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로부터 발전했지만 사실 교회가 어디에 있던 디아스포라적 본질과 운동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안전한 정착을 추구하며 모든 활동의 방향이 안으로 향해있는 교회는 선교적 본질과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2) 21세기 선교적 교회의 표현으로서의 디아스포라

선교적 교회의 본질 회복은 21세기 디아스포라와 맞물려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선교신학에서 구약과 신약의 선교를 각각 구심적, 원심적 선교로 정의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나타난 표면적 분석보다는 그러한 선교 표현 심층에 있는 선교적 교회의 본질을 보아야 한다. 하지만 구약의 시대에 주위에 와 있는 외인들에게 유업을 함께 나누도록 하신 것이나 신약의 시대에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생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선교적 본질을 가진 하나님의 백성이 늘 선교적 본질로서의 디아스포라적 운동성을 가져야 함을 지적하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 주위에 와 있는 복음을 들어야 할 디아스포라들을 향해 선교적 본질을 가진 교회들이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하는 것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흩어져 있는 디아스포라들이 그 본질인 흩어짐의 속성을 회복하여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는 일은 같은 맥락에 있다. 에밀 부르너가 “불이 타면서 존재하듯 교회는 선교함으로 존재한다” (the Church exists by mission as fire exists by burning)라고 말했을 때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모르지만 이때의 선교함 혹은 선교는 오늘날 전도나 선교 행위로 이해해서는 안 되며 또한 어떤 정체된 이론으로서의 본질로 이해해서도 안 된다. 타오름으로 비교한 것처럼 디아스포라적 본질, 즉 운동성을 가진 선교적 본질로 파악해야 한다. 

3) 21세기 선교의 남은 과업 - 교회

패트릭 존스톤은 기독교 역사를 연구하면서 이미 기독교가 왕성했던 지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복음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박해 지역으로 변한 것을 보면서 교회에 타문화 DNA에 있다는 것과 그것을 위해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과 문화에 적실한 복음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였다. 앤드류 월스는 기독교의 중심이 계속 이동하여 왔으며 심지어 복음이 이동함으로써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상실할 경우 그 교회가 속한 민족은 다시 복음이 필요한 지역으로 변하며 더 나아가 복음에 저항하고 박해하는 민족으로 변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진정으로 소위 말하는 남은 과업이 마쳐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답은 지금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미전도 종족이라는 남은 과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질을 상실한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업은 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회복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크게 보아 제사장적 본질을 상실한 이스라엘 백성 전체가 꾸중을 들어야 할 일이지만 특별히 그 일을 위해서 부름을 받았으나 오로지 제사 드리는 일에만 열중했던, 그래서 그 의미는 상실하고 전체 백성이 제사장 나라가 되게 하는 일에는 실패했던 그 지도자들이 더욱 꾸중을 들어야 할 일이다. 21세기 선교는 선교적 교회의 본질 회복이 없이 진행될 수도 또한 진행되어서도 안 된다. 

III. 마치면서

교회의 선교적 본질 회복은 본질이라는 말속에 이미 선교적 본질을 회복한 교회의 선교 방식 혹은 과정을 내포하고 있지만 자칫 본질 회복이 교회가 선교해야 한다는 당위성의 문제로만 끝나고 그 이후의 선교 사역의 범위나 선교 행위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 올 수 있다. 또한 그렇게 회복된 교회가 선교를 앞서 행해 왔던 전문 집단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그 회복된 힘을 기존의 단선적인 선교에 이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결국 다시 그 본질 회복이 변질되도록 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본 발제는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선교계 관점이라는 면에서 ‘교회적 선교’를 말하였고 그것이 회복되지 않으면 위에 지적한 문제들이 여전할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각론에서 선교의 교회성을 다루어 나갈 때 역시 이러한 두 입장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싶다. 

특히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라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선교적 회심을 해 나가야 하며 그러할 때 하나님의 선교 안에서 교회는 그 본래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방향으로 세워져 나갈 것이다. 교회가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모든 노력에 가장 앞서 도와야 할 집단이 선교계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발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