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선교신학: 제한된 교회론 극복을 향한 실천적 접근 김동선, 호남신학대학교 들어가는 말 1. 선교신학이 학문적 영역 안으로 들어온 것은 세계선교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19세기부터였다. 이후 선교신학은 오랫동안 신학의 사중구조(fourfold pattern) 속에서 안정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선교신학은 선교현장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학문이므로 이론보다는 실천에 우선순위를 둔다. 즉 이론신학의 방법론이 이론에서 실천으로(from theory to practice) 그리고 다시 이론으로(then back to theory) 오는 것이라면, 선교신학은 다른 실천신학처럼 실천에서 이론으로 그리고 다시 실천으로 가는 것이 된다. 한국교회의 선교현실은 선교신학과 선교현장이 심하게 유리되어 선교신학이 선교현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선교현장과 선교신학 사이에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논문은 선교신학 정립의 첫 단계인 선교현장의 분석과 비판에 일차적인 관심을 갖는다. 2. 잘 알려진 대로 현대선교신학은 에큐메니칼 선교신학과 복음주의 선교신학으로 양분된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진보교회와 보수교회는 서로 상반된 선교신학을 주장한다. 통합적 선교신학에 대한 논의가 수차례 있었지만, 대부분이 선교현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통합의 당위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곤 하였다. 한국교회와 선교신학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양쪽 진영의 신학을 모두 다루어야 한다. 그렇지만 본 논문의 관심이 선교현장에 있음을 감안하여, 논문은 지역교회 차원에서 거의 수용되지 않는 에큐메니칼 선교신학보다는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전반적인 한국교회의 상황을 고려하여 복음주의 선교신학에 보다 큰 비중을 두었다. 특히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주요 관심인 세계선교에 초점을 맞추어 진술하였다. 3. 본 논문의 목적은 한국교회의 세계선교가 세계교회의 흐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신학적으로 분석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문제를 제대로 진단하는 것이 대안을 찾는 첫 걸음이 된다는 점에서 대안의 제시보다는 문제의 제기에 보다 비중을 두었다. 논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장 “선교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는 한국교회의 선교에 영향을 미친 여러 요소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제2장 “세계선교의 변화와 한국교회”에서는 한국교회의 교회론이 세계교회의 선교현실을 수용하기 힘든 이유를 분석하고, 제3장 “한국교회와 선교신학”은 전체 신학교육의 틀 안에서 선교신학이 정당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나가는 말”에서는 현재의 선교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다. 1. 선교적 관점에서 본 한국교회 (1) 신학적 배경: 보수적 복음주의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가리켜 복음주의 교회라 부른다. 사실 복음주의가 무엇인가는 그렇게 간단히 말하기 힘들다. 때때로 그 기원이 종교개혁, 경건주의, 대부흥운동 등으로 소급되기도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유럽에서 비롯된 자유주의 신학에 대응해 19세기 말 미국에서 일어난 초기 근본주의 운동을 복음주의의 기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근본주의 성향의 구 프린스톤 신학전통이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복음주의 신학의 뿌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국의 초기 선교사들은 대부분 옛 프린스톤 신학이 만연했던 지역 출신이었고, 이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흔히 주장하듯이, 초기 선교사들이 근본주의자들이었다고 쉽게 단언하기는 힘들다. 근본주의라는 용어의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선교사들은 스스로 ‘보수적 복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보수적 복음주의 속에는 칼빈주의적 청교도 사상과 더불어 근본주의적 신학사상이 깊이 뿌리박혀 있었다. 미국 북장로교 해외선교회의 총무였던 브라운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라를 개방한 이래 처음 25년간 전형적 선교사의 모습은 퓨리턴 형의 사람들이었다. ... 신학이나 성경비평에서 이러한 선교사들은 강력하게 보수주의적이었으며,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전천년주의의 견해를 핵심적인 진리로 붙잡고 있었다. 고등비평주의와 자유주의신학은 위험한 이단이라고 생각하였다. 한국에 온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가를 확인한 후 선발되었다. 큰 틀에서 볼 때,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근본주의 신학을 고수하였고, 따라서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복음주의 신학에 대한 정당한 이해를 가질 수 없었다. 삼일독립운동이 실패로 돌아가고 기독교운동이 힘을 상실하면서, 한국교회는 근본주의의 영향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되었다. 특히 1930년대 들어 길선주의 종말론 강조와 박형룡의 근본주의 사수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선교사들의 보수신앙을 더욱 굳게 붙잡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은 해방 후 반공주의를 등에 업고 한국교회의 복음주의 형성에 그대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구원의 방주’로써의 교회이해와 성경주의(Biblicism)에 가까운 성서해석이 강조되었다. 한국교회 복음주의는 1970년대 들어 발흥하였다. ‘엑스플로 74’ 선교대회는 그 계기를 제공하였다. 같은 해 열린 로잔대회는 한국교회가 복음주의 노선에 서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이 당시 초교파 선교단체는 한국교회에 복음주의 신앙을 뿌리내리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초기선교사들은 학생자원운동(SVM: Student Volunteer Movement)이 시작된 1880년대에 한국에 왔다. 그들이 전해준 근본주의에 가까운 신학은 세계선교에 대한 열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약 100년 후인 1980년대에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을 때 그대로 재현되었다. 여기에 풀러신학교 중심의 교회성장학은 교회중심적 사고와 선교단체 형태의 선교를 더욱 고착화 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 신앙의 내용: 전천년주의 지난 300년 동안 기독교 선교는 비록 천년왕국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항상 천년왕국적인 요소를 강하게 포함하였다. 이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교도들은 이미 칼빈이 말했던 세 번째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나라를 땅 끝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확신하였다. 대각성운동 이후 천년왕국에의 기대는 미국 개신교의 공통적인 특징이 되었다. 19세기 중반까지 미국교회를 지배한 후천년주의는 남북전쟁(1861-1865) 이후 전천년주의로 방향을 선회하였다. 전천년주의 운동의 배후에는 부흥운동, 복음주의, 경건주의, 미국주의, 그리고 다양한 19세기 정통주의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강림주의, 성결운동, 오순절운동, 근본주의, 보수적 복음주의 등을 낳은 전천년주의 진영의 공통된 주제는 그리스도의 재림이었다. 마태복음 24장 14절을 주된 선교 본문으로 사용한 전천년주의자들은 재림을 선교사역의 성공적인 완성과 연결지었다. 1920년대에 들어서서 전천년주의는 후천년주의를 완전히 압도하였다.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친 프린스턴 신학자들은 세대주의 전천년주의자들과 연계되어 있었다. 실제로 전천년주의적 신앙 형태의 왜곡된 모습은 초기부터 나타났다. 복음의 사회적용에 대한 무관심은 초기부터 정착된 한국교회의 주요 특징 중 하나였다. 이는 신앙의 목적이 내세에 있으며, 따라서 복음전파를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 가르친 선교사들의 영향 때문이었다. 한국교회에 대한 영향을 생각할 때, 전천년주의자들이 세상으로부터의 분리를 주장하고 사회참여를 과소평가하였지만, 후천년주의의 변형된 유산으로 물러 받은 미국 중산층의 삶의 방식을 결코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지적될 필요가 있다. 보쉬는 이를 ‘순화된’(domesticated) 후천년주의라 부른다. 복음적 부흥운동의 주체는 개신교 유산을 물러 받은 백인 중산층이었으며, 물질주의, 자본주의, 애국심, 세속적 지위 등이 강조되었다.전천년주의는 러시아 혁명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 보수주의로 연결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애국적 반공주의와 결합하였다. 그들은 물질적 풍요에 관한 메시지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복음으로 소개하였고, 사회적 관심에는 절대적인 대립의 입장을 보여주었다. 위의 글, 317-319. 전천년주의라는 용어의 사용에 관계없이, 미국 복음주의의 전천년주의적 요소는 한국교회의 형성에 꾸준히 반영되었다. 특히 미국과의 특별한 정치적인 관계와 더불어 분단의 상황에서 나타난 반공주의와 가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물질주의 등은 신앙의 주요 내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전천년주의적 신앙은 자연스럽게 세계선교로 이어졌다. (3) 교회성장: 신앙의 목적 교회성장학 역시 한국교회의 선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들어 풀러신학교의 교회성장학은 지나친 교회중심적 신학이라는 비판과 미국식 실용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19세기 복음주의 정신을 계승한 신학으로 수용되었다. 교회성장학이 제시하는 교회성장과 선교와의 관계는 비교적 단순하다. 교회성장은 근본적으로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며, 이를 위해서는 하나님의 명령인 전도의 긴박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음전파에 대한 사명에 절대적인 우선순위를 둔 교회성장학은 몇 가지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멕가브란은 교회성장을 선교의 동의어로 사용하였다. “성경 안에서 계시된 바 하나님은 사람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 있는 관계 안으로 인도하는 것에 ‘최고의 우선권’(the highest priority)을 부어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선교를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과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제자들이 되도록, 그리고 교회의 의존적인 지체들이 되도록 설득하는 것에 전념하는 일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비신학적일 수 있다. 교회성장을 위한 경험이 지나치게 강조될 때 신학이 목회에 영향을 미치기 힘들다. 탐색의 신학 혹은 씨뿌림의 신학 대신 추수의 신학에 대한 강조도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둘째, 비윤리적일 수 있다. 가령 멕가브란은 교회분열이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한국교회의 분열을 예로 드는데, 성장을 향한 목적론적 윤리는 정당한 교회의 삶을 왜곡시킬 수 있다. 셋째, 비사회적일 수 있다. 교회의 잠재력을 복음전파에 집중하도록 독려할 때 교회의 사회에 대한 관심은 간과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교회성장학이 교회를 성장시켜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께서 원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에 최고 우선권을 둔 선교는 “강권하여 내 집을 채우라”(눅 14:23)는 구절을 앞세우며 과거 십자군전쟁 때처럼 “하나님께서 원하신다”(Deus vult)고 외치며 교회의 영역을 넓혀간 과거 로마가톨릭의 선교를 연상시킨다. 한국교회가 교회성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이면에는 민주화운동 등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를 회피하려는 부담감 해소의 의도가 포함되었다고 판단된다. 역사적으로 복음전파에 대한 우선순위는 교회의 사회참여를 피하는 구실을 제공하곤 하였다. 한국교회 역시 하나님께서 가장 원하시는 개인의 영혼구원을 위한 복음전파를 강조함으로써 교회가 직면한 사회-역사적 과제를 피해갈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비복음적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개교회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교회지상주의를 낳았다. 한국교회의 상화에서 볼 때, 특히 1980년대의 교회성장신학은 분열된 한국 복음주의 교회들을 하나로 만나게 하는 접촉점을 제공해 주었으며, 동시에 한국식 교회성장과 결합하여 일치된 선교전략을 찾게 도와주었다. 그렇지만 그 전략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한국 복음주의에 크게 영향을 미친 선교단체의 선교관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었으며, 그 방법은 한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다. 2. 세계선교의 변화와 한국교회 (1) 제한된 교회론 한국교회 복음주의를 형성한 신학과 신앙의 뿌리를 선교사들에게서 찾을 때, 그들이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 복음의 상황적 관심 등을 생략한 채 복음을 적절하게 단순화 시켜 소개하였다는 점이 우선 지적되어야 한다. 박충구는 데니스(Ford S. Dennis)의 책 Sins of Omission을 원용하여, 이를 ‘생략의 죄’라고 부른다. 그는 선교사들이 이종이식(異種移植)에서 일어나는 거부현상을 피하기 위해 단순화된 복음을 전했다고 주장한다. 즉 미국교회의 신학을 형성한 미국적 상황과 한국교회의 신학이 형성될 한국적 상황의 차이가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 가령 전천년주의와 후천년주의의 출현과 갈등은 여러 상황적 배경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천년주의적 신앙만이 한국교회에 절대적인 복음의 내용으로 단순화되어 전달되었다. 보수교회의 시각은 여전히 선교사들이 전해준 신앙과 실천의 전승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즉 선교사들이 전천년주의에 입각한 신앙을 고수했음에도 불구하고 후천년주의적인 사회개혁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선교사들의 사회적 관심이 효과적인 복음전파의 수단이 아니라 신학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근본주의가 20세기 초에 구체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뿌리가 근본주의가 아니라 온건한 복음주의였다는 시각과 연결된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의 양극화, 사회적 무책임 등의 문제는 선교사들이 물러준 전승의 회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복음전파의 목적이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한국교회는 주어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면하기 힘든 ‘제한된’(limited) 교회론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학자들이 복음주의의 교회론에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로버트 레담은 가장 건전한 복음주의일지라도 역사적 교회의 궤도로부터 벗어났다고 비판한다.메클로드는 레담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복음주의가 교회의 자리를 낮게 보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메클로드는 복음주의 교회론이 왜곡된 것은 20세기 들어서라고 덧붙인다. 제한된 교회론이란 교회의 목적을 교회 자체에 두는 교회론을 말한다. 복음이 한국 땅에서 수용되고 정착되는 과정 속에서 한국인의 제장공동체(祭場共同體) 중심의 종교성은 제한된 교회론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으며, 예배공동체의 생명력이 실제적인 상황적 요구에는 거의 적용되지 못하였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동안 교회는 제한된 교회론을 극복할만한 기회를 가지지 못하였다. 1970-80년대 들어 교회가 급성장 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교회론은 오히려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교회와 관련된 모든 신학과 실천을 규정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제한된 교회론은 교회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정당한 교회론의 형성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전체 신학을 왜곡시킨다. 상식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에 대한 기독론에 근거하여, 구원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구원론이 나오고, 구원을 얻기 위한 공동체의 삶을 다룬 교회론이 뒤따른다(기독론-구원론-교회론). 그러나 제한된 교회론은 교회 자체의 성장과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실용적인 교회론을 전제한 다음, 그 교회론에 맞게 구원의 의미를 제한하고, 나아가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마저 축소한다(교회론-구원론-기독론). 즉 교회론이 기독론과 구원론을 근거로 정립되지 못하고 오히려 교회론이 구원론과 기독론을 규정하게 되는 것이다. 제한된 교회론은 죄의 용서와 구원의 의미를 값싸게 선포하고, 나아가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 자체를 왜곡시킨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교회를 위한 봉사와 충성으로 축소시킨 개교회 중심의 목회가 교회를 성장시켰다는 결과론적인 정당성 앞에 단순화된 복음을 기반으로 한 제한된 교회론은 목회현장에 가장 유용한 신학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더구나 대형교회의 신학대학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이나 세계적인 복음주의교회와 오순절교회의 양적부흥의 현상은 이러한 확신을 평신도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교회론은 지역교회에 몇 가지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제한된 교회론은 구원론과 기독론을 교회론에 종속시켜 왜곡시킬 뿐 아니라 복음주의 교회가 언제나 선교의 가장 중요한 근거로 내세우는 성서의 해석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선교신학의 양극화는 성서해석의 양극화와도 연결되지만, 제한된 교회론은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성서해석조차도 취사선택하는 성서 속에 또 다른 성서를 두는 경향을 보인다. 성서를 전체로서 이해하지 않는 경향은 선교의 내용을 축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둘째, 교회성장을 지상과제로 추구하는 과정에서 개교회주의가 전반적으로 확산되었다. 원래 현지교회의 자율성을 도와주기 위해 고안되었던 자립-자치-자전의 ‘삼자원리’는 한국교회에서 처음부터 개교회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계속 이어졌다. 양적으로 성장한 교회가 신학적 정당성을 내세우며 사회문제나 민족의 역사적 과업을 정면으로 대면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셋째, 세상의 변화에 대한 무관심은 무관심에서 끝나지 않고, 번영신학과 교묘히 결합하여 오히려 주어진 상황을 교회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였다. 일제식민통치와 군사독재정권을 비호하고, 반공주의를 채택하고,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면서 기존의 질서를 정당화하면서 세상적인 성공을 삶의 목표와 연결시킨 것은 왜곡된 복음주의의 한 단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넷째, 단순화된 복음과 제한된 교회론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상황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뿐 아니라 마땅히 수용해야 할 부분이 거부되기도 하였다. 때때로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가 비복음적이라고 매도되고, 민족의 역사적 과제에 대한 질문이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논의되지 않으며, 정당한 신학교육에 대한 요구가 현실목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부되고, 선교신학에 근거한 선교정책이 선교에 대한 열정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묵살되었다. 다섯째, 개교회의 성장을 국외로 그대로 확대하는 세계선교에 대한 열정이다. 한국교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형성된 단순화된 복음과 제한된 교회론에 근거한 선교이해는 세계교회의 흐름과 요구와는 큰 간격을 보일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의 자체 평가가 아니라 현지교회의 한국교회에 대한 평가는 한국교회의 세계선교가 세계교회의 요구와 얼마나 동떨어져 진행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미 한국교회의 세계선교는 한국교회가 표방하는 복음주의 선교신학과도 상당한 거리가 있다. (2) 극복해야할 과제들 한국교회는 엄청난 수의 선교사를 외국에 파송하였다. 국민일보와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2005년 9-12월 사이에 한국교회 26개 주요 교단과 교단 선교부, 108개 선교단체에서 파송한 선교사 수는 1만4012명으로 집계되었다. 교단별 선교사 수는 예장(합동) 1307명, 예장(통합) 845명, 기독교침례회 500명, 예장(대신) 318명, 예장(합신) 201명, 기장 98명 등이다. 선교단체의 경우 한국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 1268명, 국제대학선교협의회(CMI) 599명, 한국대학생선교회(CCC) 397명, 예수전도단(YWAM) 390명, 바울선교회 258명, 두란노해외선교회(TIM) 245명, 한국해외선교회 개척선교부(GMP) 227명, WEC국제선교회 한국본부 220명, 한국오엠국제선교회 212명, 순복음선교회 211명 등이다. 여기에 개교회가 단독으로 파송한 선교사가 5000여명이라고 추산할 때 현재 한국 교회의 해외선교사는 약 2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와 단체에 속한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이 세계선교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는 구절이 자주 인용되면서, 과거 백인들이 가졌던 책임감과 비슷한 사명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책임감은 특별한 것처럼 보인다. 세계선교에 대한 열정과 헌신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 안에서 선교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교사들 사이에서 선교의 틀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된다. 현지교회로부터 과거 서구 선교사들의 잘못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주 받으며, 심지어 선교사를 파송하기보다는 한국교회나 잘 돌보라는 충고를 받기도 한다. 한국교회의 선교현실은 무엇보다도 제한된 교회론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미 오래전에 세계선교의 축이 선교회에서 교회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선교의 틀을 협력선교로 전환해야 한다. 선교회와 교회의 관계는 Stephen Neill, A History of Christian Missions (London: Penguin Books, 1990), 380-413을 참고할 수 있다. 근대선교는 교회보다는 선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1793년 근대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케리를 파송한 곳도 교회가 아니라 선교회였다. 19세기 해외선교의 주체는 선교회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교회가 세운 현지교회의 역할은 강화되었다. 1910년 세계선교대회가 에든버러에서 열렸을 때, 서구교회와 현지교회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불균형이 지적되었다. 에든버러대회 후속 모임으로 창설된 국제선교협의회(IMC: 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는 서구교회와 현지교회 사이의 동등함을 인정하였고, 현지교회의 주도권은 선교회에서 교회로 서서히 이동되었다. 1930년대 말에는 선교의 틀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교회의 사회와 세상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전천년주의적 선교관은 심각하게 도전을 받았다. 선교회 중심의 선교를 계속 주장하던 선교단체들은 본격적으로 국제선교협의회를 탈퇴하여 독자적인 기구를 설립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하나의 선교를 위해 함께 부름 받은 동반자임을 확인하였고, 현지교회의 지도력은 더욱 강화되었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새로운 선교신학이 등장하였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에 응답하기 위해, 교회는 승리주의나 정복자적인 태도가 아닌 섬김과 봉사의 태도로 선교하여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선교는 하나님이 세계의 구원을 위해 교회에 위임한 전체 과제로 그 이해의 폭이 확대되었고, 선교의 주체는 더 이상 교회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으로 받아들여졌다. 1960년대 들어 현지교회를 배제한 독립적인 선교는 더욱 정당성을 잃어갔다. 세계선교는 ‘확장’보다는 ‘상호협력’의 시대로 들어서게 되었다. 서구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은 대부분의 현지교회가 서구교회와 서구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민족교회를 세우고 세계교회 속에서 자신의 교회론을 정립하는 동안, 한국교회는 여전히 전천년주의적 신앙에 근거한 선교관을 고집하고 있었다. 1970년대 이후 초교파 선교단체의 영향은 한국교회로 하여금 교회로써의 자기정체성을 회복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세계교회의 선교신학이 한국교회가 수용하기 힘들 만큼 다양해졌다는 점도 제한된 교회론을 극복할 수 없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둘째,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세계적인 흐름을 수용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복음주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한국교회가 복음주의 선교신학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극복되지 않으면 안된다. 에든버러선교대회 이후 현지교회와의 협력이 전통적인 선교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선교회들은 초교파해외선교협의회(IFMA, 1917)를 필두로 복음주의 선교협의회를 창설하기 시작했다. 초기 복음주의 선교협의회는 전천년주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근본주의 신학과 호흡을 같이 하였다. 국제선교협의회가 선교의 틀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도 복음주의 선교협의회들은 비슷한 선교신학을 유지하였다. 복음주의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영혼구원을 위한 전통적인 선교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개종이 선교의 주된 목표라고 주장하였다. 복음주의자들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국제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에서 집중된 힘을 과시하였다. 로잔대회는 15년마다 열리며, 제2차 대회(로잔 II)는 1989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그리고 제3차 대회(로잔 III)는 2004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렸다. 지역모임은 필요에 따라 열린다. 복음주의 선교신학은 로잔대회를 계기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로잔대회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신학에 대항하여 복음전도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모인 대회였다. 비록 우선순위를 전제하였지만, 로잔대회는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 사회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복음주의 진영에서 공식적으로 복음전파와 사회참여의 이분법을 극복한 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1983년 휘튼선언문에서였다(Wheaten '83 Statement): “악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을 뿐 아니라 사회구조 속에도 있다. 교회의 선교는 복음의 선포와 현시(demonstration)를 포함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화해야 하고, 사람들의 즉각적인 필요에 반응해야 하고, 사회개혁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마닐라대회에서도 강조되었고, 에큐메니칼 선교신학과의 대화의 여지를 보여주었다. 같은 해 열린 산안토니오대회는 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신학이 전도의 의미를 새롭게 찾은 대회로 평가된다. 파타야대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사회참여는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는 종전에 주장한 통전적 선교신학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겉으로 들어난 주장만으로는 에큐메니칼 진영과의 차이는 매우 좁혀진 것처럼 보인다. 파타야대회는 교회중심의 표현인 '통전적'(holistic) 선교보다 폭넓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전체적’(integral) 선교를 제안하였다. 전체적 선교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교회로써 경제적 불의에 대해 예언자적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 우리의 소비문화의 패턴을 바꾸고 ... 경제 정의 문제를 목회의 차원으로 껴안고 ... 지역과 국가 차원에서 교회가 경제 정의를 위해 노력할 것을 홍보하고 ... 경제적 불의에 관한 상황을 알리며 ... 세계경제(global economy)를 재편(reshape)할 수 있도록 행동가(actor)가 되어야 한다. ... 국빈국 부채탕감, 공정한 무역, 투명한 정부, 다국적 기업의 행패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야한다.” 복음주의를 표방하는 한국교회의 선교현실을 생각할 때, 과연 한국교회가 과연 복음주의 선교신학을 제대로 수용하고 있는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복음주의 진영 안에도 여러 노선이 있으므로 간단하게 답하기는 힘들지만, 한국교회의 제한된 교회론은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흐름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판단은 한국교회가 여전히 사회적 책임에 무관심하며, 세계에 파송된 선교사들 역시 현지교회와의 협력은 물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진 다른 복음주의 선교사들의 신학을 수용하지 못해 함께 사역하지 못하는 선교현장을 통해 뒷받침된다. 셋째, 세계교회가 하나라는 교회일치에 대한 최소한의 당위적 의식을 가지고 선교에 임해야 한다. 개신교는 종교개혁이후 끊임없는 분열의 길을 걸었다. 근대선교는 분열된 교회의 틀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작되었고, 분열된 교회를 선교지에 이양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교의 놀라운 외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분열이 복음전파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일치를 향한 선교현장의 요구는 단순히 효과적인 복음전파의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교회는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없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20세기 들어 본격화된 일치운동은 분열된 교회의 자기방어에 근거한 교회론에 따른 선교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자각에서 시작되었다. 교회가 세상에 주어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분열된 교회가 먼저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교회 안팎에서 분출되었던 것이다. 교회일치운동은 세계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교회의 갱신과 일치 자체를 선교로 이해하는 동방정교회의 절대다수는 세계교회협의회 회원교회로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망명러시아교회(Russian Church in Exile)와 그리스구교회력교회(Greek Old-Calendarists)는 처음부터 세계교회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그루지야정교회(1997)와 불가리아정교회(1998)는 탈퇴하였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전후로 로마가톨릭교회 역시 일치를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제1차 바티칸공의회(1869-1870)에 반발해 결성된 구가톨릭교회는 1937년의 신앙과 직제 운동을 시작으로 교회일치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교회일치를 위한 대화에는 오랫동안 주류교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변방에 있었던 교회도 참여하였다. 네스토리아교회라고 불리는 앗시리아교회가 세계교회협의회의 일원이 되었다(1950). 오리엔탈정교회로 알려진 다섯 고대동방교회 중 콥트정교회, 에티오피아정교회, 말란카라정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 창립(1948) 때부터 정회원이었으며, 시라아정교회와 아르메니아정교회는 뉴델리총회(1961)와 중앙위원회(1962)에서 각각 정회원이 되었다. 에티오피아정교회에서 갈라진 에리트레아정교회는 2003년 중앙위원회에서 정회원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들 교회들은 모두 지역협의회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세계교회협의회는 2006년 2월 개최된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 오순절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하였다. 오늘날 세계교회에서 일치는 선교를 위한 대전제로 이해되고 있다.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 이후에 구성된 세계교회협의회 선교와전도위원회 위원들의 구성은 세계교회의 일치를 통한 협력선교를 향한 노력을 엿보게 한다. 총 25명의 위원은 로마가톨릭 3명, 동방정교회 4명, 개혁교회(장로교) 4명, 연합교회 2명, 자유교회 2명, 그리고 성공회, 교회협의회, 세계복음주의연맹 등 다양한 교회와 선교회 대표로 구성되었다. 국가 사이에서 국제적(international)이라는 용어처럼, 교회 사이에서 에큐메니칼(ecumenical)이라는 용어는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교회일치운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과거에 동방정교회-로마가톨릭-개신교(혹은 동방정교회-로마가톨릭-개신교-오순절)로 크게 나누어지던 교회의 구별은 이제 동방정교회-로마가톨릭-개신교A(일치운동에 참여하는 개신교)-개신교B(일치운동에 참여하지 않는 개신교)로 나누어진다. 이때 한국교회의 대부분은 개신교B에 포함된다. 단순화된 복음에 근거한 제한된 교회론을 바탕으로 한 한국교회는 쉽게 분열되었고, 교회의 역사는 약한(weak) 교회론은 교회를 분열시키고, 분열된 교회는 선교를 왜곡시켰음을 보여준다. 세계교회의 일치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교회의 일치운동이 일치(하나 됨)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선교(교회 됨)에 있음을 생각한다면, 에큐메니칼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치의 당위성은 인정하는 틀 위에서 선교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분열은 교회의 윤리적 패배라는 말에 비추어 본다면 일치운동에의 참여야말로 윤리적 선교를 향한 길이 될 수 있다. 3. 한국교회와 선교신학 (1) 지역교회와 선교신학 신학과 목회현장의 양극화는 1960년대 초반 이후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과정에서 시작되었다. 교회성장이라는 현실적인 목표 아래 ‘도구적 합리성’(instrumental rationality)이 목회자들의 의식에 작용하여 신학적 검증이라는 여과장치는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다. 특히 1980년 중반 이후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사회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신학대학에 대한 과감한 재정지원을 하게 되면서 신학대학 역시 대형교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현장에 대한 신학의 영향력은 급격히 감소되었다. 때때로 목회현장이 강조되지만, 신학대학의 현장성 부족과 목회현장 자체가 비신학적인 현실 앞에서 신학교육과 현실목회 사이의 간격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들어 교회의 성장이 멈추고 교인수가 오히려 감소한다는 현실은 지역교회로 하여금 신학을 더욱 외면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바람직한 선교를 위해서 건전한 선교신학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목회자는 없겠지만, 지역교회의 선교현실 역시 선교신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선교신학은 에큐메니칼 선교신학과 복음주의 선교신학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에큐메니칼 선교신학은 지역교회의 선교에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선교신학이 지역교회의 선교운동을 강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교신학자들 조차도 선교는 본질상 신학이 아니라 운동이므로 신학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선교를 운동으로 이해될 때, 선교의 의미가 교회확장과 동일시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선교신학의 지역교회에 대한 역할은 선교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선교의 틀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틀을 인정하면서 선교현장에서 발생하는 지엽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시정을 촉구하는 정도의 현상유지(status quo)의 신학으로 격하되었다. 서정운은 선교현장의 문제점으로 (1) 선교사들, 교파들, 그리고 선교회들 간의 경쟁과 갈등, (2) 선교비, (3) 선교목표와 전략의 불투명성, (4) 현지교회와의 부적절한 협력관계, (5) 선교사의 선발과 훈련, (6) 선교에 대한 비전문가의 간섭 등을 지적한다. 위의 글, 53-55. 여기에 선교신학의 역할은 언급되지 않으며, 현지교회와의 부적절한 협력관계 역시 근본적인 틀의 변화와는 연결되지 않는다. 신학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동안 복음주의를 가장한 성장과 성공위주의 상업주의는 선교현장에 그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선교현장이 선교신학에 끼치는 영향은 지극히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교회의 제한된 교회론에 근거한 선교현실은 선교의 한계로 지적되기보다는, 교회성장의 외형적 결과와 더불어 여전히 당당하게 주장된다. (2) 신학교육과 선교신학 종교개혁 이후 세워진 국가교회에게 국가교회의 바깥에서 벌어지는 선교활동은 처음부터 신학적 관심이 아니었다. 선교회 중심의 선교가 제도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회론 역시 교회의 선교적 과제와 무관하게 형성되었다. 이후 신학교육의 틀로 정착된 사중구조에서도 선교신학은 설 자리를 찾지 못했다. 따라서 선교신학은 선교활동에 필요한 자신의 신학을 스스로 개발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선교학은 신학교육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분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학문성보다는 실천적인 기술로 인식되었다. 특히 미국에서 선교신학은 신학이 본래 선교적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선교회의 압력에 의해 신학교육의 한 분야를 차지하게 되었다. 선교신학의 정립은 교회론의 회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선교의 중심이 교회로 옮겨진 1930년대의 움직임은 현대선교신학의 기틀을 제공하였다. ‘생활과 실천’(Life and Work) 옥스퍼드대회(1937)는 교회가 역동적인 선교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본격적인 움직임은 1950년대에 나타났는데, 교회의 내적 관심에서보다는 오히려 교회 바깥으로부터의 충격이 주된 원인이었다. 교회의 사회(세상)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면서, 선교신학은 교회자체를 목적으로 한 전통적인 범주를 넘어서게 되었다. 특히 하나님의 선교 안에서, 교회가 있기 때문에 선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선교가 있기 때문에 교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교회는 보내는 기관이 아니라, 보냄을 받는 기관으로 이해되었다. 1960년대 들어 선교신학은 전통적인 교회론에 규정받지 않으면서 발전하였다. 오늘날 교회에 대한 신학적 개념을 갱신하는 가장 강력한 충격은 선교신학에서 온다는 말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1980년대에 들어, 선교신학은 기독론중심의 종말론적 구도를 뛰어넘어, 묵시문학을 재해석하고, “묵시사상은 기독교 신학의 어머니”라고 말했던 케제만은 1980년 멜본에서 열린 “선교와 전도 세계대회”의 주제 강연을 맡았다 현대선교신학은 세계교회의 실제적인 경험이 신학 전반에 반영되어, 신학교육이 선교적(missional)으로 전환되기를 요청한다. 그렇지만 한국적 상황에서 신학교육의 현실은 이러한 기대에 거의 부응하지 못한다. 신학교육에서 선교신학에 대한 무관심은 선교신학을 신학교육의 이질적인 분야로, 이론신학에 대한 하나의 응용신학으로, 또 신학교육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필요한 학문으로 이해하는 오랜 관습에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2004년 12월 14일 신학대학 총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신학교육개선공동연구협의회는 한국교회의 위기가 신학교육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신학교육방안백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실천적 목회자' 중심이 아닌 '이론적 신학자' 중심의 신학교육을 반성하고, 이론과 실천이 조화된 신학교육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백서 발표는 한국교회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며, 신학이 본래 가지고 있는 선교적 특성과 전망을 상실한 현실 극복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오랜 이론중심의 교과과정과 대형교회와 얽힌 실질적 관계를 모두 극복할 구체적인 실천은 찾아보기 힘들다. (3) 선교신학의 위치와 역할 세계교회의 흐름과는 달리 여전히 사중구조의 틀을 고수하는 신학교육은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첫째, 신학교육이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더구나 너무 이론중심으로 치우쳐 각 분야의 신학이 충분한 유대관계를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교회의 실천적 활동과도 거리가 멀다. 둘째, 사중구조에 대한 강조는 사중구조 바깥에 있는 다른 신학적 훈련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사중구조를 전체적인 신학교육의 틀 안으로 묶어줄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각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상황에 맞는 틀을 적당히 구성하도록 방치하고 있다. 셋째, 실천신학이 너무 목회적자들의 교회 내 활동을 위한 교과과정으로 짜여있다. 그 결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이를 위한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단편적인 신학교육을 큰 틀로 연결시키고 신학교육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선교신학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를 위해 선교신학의 위치와 역할은 다음과 같이 재고될 필요가 있다. 선교신학의 역사에서 선교신학은 처음에는 실천신학의 한 분야로 취급되었으나, 19세기 후반 이후로 점차 독립적인 학문으로 인정되었다. 선교신학이 실천신학으로 이해된 것은 주로 목회를 위한 실천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독립적인 학문으로서의 선교신학은 신학의 다른 분야에 선교적인 영향을 주는 역할을 가진다. 신학의 사중구조가 고착된 신학교육의 현실 속에서 선교신학은 실천신학의 한 부분으로 다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선교신학의 대상과 방법론이 실천신학과 거의 동일하며, 현실적으로 독립된 선교신학으로는 기존의 사중구조에 선교적 전망을 제공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선교신학은 단편적으로 나누어진 실천신학의 각 영역을 하나로 묶는 역할뿐 아니라(ancilla theologiae), 실천신학 전반이 교회의 목회적 차원을 넘어 세상을 향한 선교적 차원으로 확대되도록 도울 수 있으며(ancilla Dei mundi), 나아가서는 이론신학에 실천적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된다. 이론신학에 대한 선교신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된다. 선교가 모든 신학의 주제가 될 수 있도록, 또 선교신학이 신학교육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변화시킬 수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첫째, 선교신학이 신학교육의 변두리에 머물면서 세계선교에만 관심을 가지는 학문성이 떨어지는 과목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실제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세계선교의 실상은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고착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으로 선교신학을 전개할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지속적으로 세계교회의 선교적 상황을 신학교육 전반에 전달하여 세계교회의 흐름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교회의 세계선교는 일치운동의 관점에서 본다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서는 선교단체의 선교이해를 묵인 내지 옹호해 왔던 종전의 태도를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셋째, 현장을 신학적으로 이론화하여 이론신학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배양해야 한다. 이는 제한된 교회론이 낳은 왜곡된 선교현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선교현실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을 그 출발점으로 한다. 선교신학의 자존심 회복은 신학교육 전반의 자존심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가는 말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와 선교신학의 관계 정립은 제한된 교회론의 극복에 달려있다고 판단된다. 역사적으로 교회가 처한 선교적 위기상황은 교회로 하여금 자기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졌고, 선교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신학적 통찰력을 제공하곤 하였다. 20세기 들어 서구교회가 국가교회의 틀을 넘어서는 과정과 선교회와 교회의 갈등을 협력선교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 더 나아가 선교의 주체를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본 선교신학의 출현은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어가는 노력이 신학을 신학답게 형성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특히 1960년대 이후로 교회는 더 이상 세상과 대립된 기구가 아닌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기구로 간주되었다. 급변하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세계교회의 흐름과 요구를 외면하고 독자적인 선교를 고집할 수는 없어 보인다. 교회 바깥의 상황은 자체 유지를 위해 서로 경쟁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는 교회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이는 이미 복음전파에 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교인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제한된 교회론의 극복이라는 선교적 과제는 비단 선교신학에만 주어진 것은 아니나, 선교신학의 책임이 신학교육의 다른 분야보다 막중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힘들어 보인다. 본문에서 밝힌 것처럼 교회의식의 고양, 선교의 지평확대, 그리고 세계교회의 일치운동 등의 주제는 당장은 수용되기 힘든 제안이기 때문이다. 눈을 세계선교 쪽으로 돌려볼 때, 선교사 개인의 독립선교 대신 현지교회와의 협력선교로의 전환은 위의 세 주제를 수용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현지교회란 한 국가 안에서 세계교회와 협력하는 주류교회를 의미한다. 한국 선교사들이 사역하는 국가의 많은 현지교회들이 한국교회의 선교를 현지교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오히려 현지교회를 약하게 만드는 선교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현지교회가 한국교회와의 협력을 기대한다. 한국교회의 선교열정이 현지교회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협력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특히 역사가 짧고 재정적으로 약한 교회일수록 신학교육, 전도자 양성, 그리고 사회봉사 등의 부분에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즉 현지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한국교회의 자원을 나누는 방향으로 선교의 내용을 바꾸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함께 호흡하는 현지교회와의 협력선교에 참여하고, 선교신학이 이를 신학화하는 과정은 한국교회의 제한된 교회론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때 한국교회는 전통적인 자립(self-supporting)-자치(self-governing)-자전(self-propagating)을 넘어 스스로 신학하는 자신(self-theologizing)의 교회가 되고, 나아가서는 세계교회에 자신을 이바지할 수 있는 자헌(self-contributing)의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서적 1. 국내서적 김길성. “복음주의 선교신학의 전망.” 「선교신학」2 (1998). 김동선. 「하나님의 선교: 그 신학과 실천」. 서울: 한국장로교출판사. 김명혁. “복음주의 운동과 한국교회.” 「선교와 신학」(2000년 제5집). 김승호.「10년 후 한국교회」. 서울: 에큐메니칼연구소. 2005. 김은수.「현대선교의 흐름과 주제」.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1. 박명수. “근대복음주의와 초기 한국교회.” 「기독교사상」(1995년 1월) 박용규. 「한국교회를 일깨운 복음주의 운동」. 서울: 두란노서원. 박충구. “한국 기독교의 윤리 성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 정기철 편. 「해석학과 윤리」. 서울: 한들출판사, 1999), 125. 서정운. “한국교회의 선교.” 「세계선교와 한국교회의 역할」. 국제선교협의회보고서(미간행). 이형기. “복음주의 신학의 역사적 기원과 한국의 개혁주의적 복음주의 신학.” 「성경과 신학」. ______.「역사 속의 종말론」.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장성배. “한국복음주의 신학과 선교.” 엄필형 박사 회갑기념논문집 간행위원회 편. 「한국적 선교학의 모색」. 서울: 성서연구사. 차종순. “개혁신앙과 교회사적 반성.” 「신학이해」 (1987년, 5집). 2. 번역서적 니버, 리차드. 「교회 분열의 사회적 배경」. 노치준 역. 서울: 종로서적출판주식회사. 1983. 죤스톤, 아더. “로잔 세계복음화 선교대회.” 한국복음주의선교회 편역, 「에큐메닉스: 선교와 교회일치」. 서울: 성광문화사. 1988. 마스든, 죠지. 「근본주의와 미국문화」. 서울: 생명의 말씀사. 1987. 보쉬, 데이빗. 「선교신학: 신학적인 관점에서 본 선교」. 서울: 두란노서원. 1985. 3. 외국서적 Beker, 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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