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란 무엇인가? The Household of God 

레슬리 뉴비긴 지음 | 홍병룡 옮김 | 신국 200면 | 10,000원 

최형근 교수의 해설 중에서

레슬리 뉴비긴은 한국 교회에 그리 잘 알려진 신학자가 아니다. 더욱이 그의 신학 사상은 한국 신학계에서 심도 깊은 논의의 대상이 된 적도 없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복음의 진정성을 위협하는 모더니즘과 진리를 상대화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맹렬한 도전 가운데서 기독교 선교의 근거를 제시한 위대한 선교사요, 신학자요, 교회 연합 운동가였던 그의 삶과 사역과 신학은 20세기 기독교 전반－그의 고국인 영국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와 제3세계에도－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뉴비긴의 교회론은 가시적인 교회 일치/연합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즉, 그의 신학적 이해와 실천 전반을 볼 때 교회 연합과 선교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 말하는 교회와 선교 그리고 교회 연합은 세상과 화해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복음에 신학적 근거를 두고 있다. 그가 에큐메니컬 운동에 참여하여 평생을 교회 연합 운동에 헌신한 것은 복음 전파를 향한 열정과 교회를 향한 사랑에 기인한 것이다. 뉴비긴이 생각하는 교회는, 하나님의 순례하는 백성으로서 이 세상의 문화를 거슬러 올라가며 열방에 그리스도를 전하기 위해 한 분 하나님 아래 가시적인 연합체를 이루려고 부름받은 존재다. 이러한 의미에서 뉴비긴의 교회론은 선교적이고 에큐메니컬하며 대항문화적이다.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은 인도에서의 선교 사역을 통해 형성되었고, IMC와 WCC에서의 활동을 통해 발전되었다. 그의 교회론은 「교회의 재연합」(The Reunion of the Church)과 본서에 잘 나타나 있고, 그 이후에는 셀리 오크 칼리지에서 선교와 교회에 관해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선교 신학 개요」(The Open Secret)와 교회론에 관한 논문인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On Being the Church for the World)에서 학문적으로 더 체계화되었다. 교회 연합과 선교가 뉴비긴의 신학적 이해와 실천에서 현대 에큐메니컬 운동의 중심을 관통하는 것처럼, 이 두 요소는 긴밀하게 연관된다. 뉴비긴의 신학은 교회와 선교 그리고 연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선교 신학은 교회의 신학이자 공적 신학(a public theology)으로, 개신교 구원론의 지나치게 개인화된 접근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근거를 제시한다. 뉴비긴은 교회를 교회 되게 하는 것은 선교이며, 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것도 선교라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 복음화와 교회 연합 운동의 연계성은 복음으로 회귀하는 가장 심오한 특질이며 표지라고 주장한다. 

본서는 뉴비긴이 인도 마두라이에서 사역하던 중 가족과 안식년을 보내기 위해 에든버러에 머물던 기간(1952년 5월부터 1953년 1월까지)에 교회의 본질을 논의했던 커 강연(Kerr Lectures)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본서는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태동된 WCC를 통해 급속히 발전되던 에큐메니컬 운동의 교회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뉴비긴은 새롭게 출범한 에큐메니컬 운동이 적절한 교회론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교회론에 관한 많은 책이 소속 교파들의 전통을 옹호하는 부분적인 주장들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선교 운동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에, 선교 운동에 그 기원을 두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약점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뉴비긴은 본서에서 회심자들을 향한 사도 바울의 질문[“너희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느냐?”(행 19:2)]을 유비적으로 표현하여 교회론의 세 흐름을 표현한다. “너희는 우리가 가르치는 것을 확실히 믿느냐?”(개신교) “너희에게 얹은 그 손이 우리의 손이냐?”(가톨릭)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만족할 만하다면, 회심자들이 성령을 받았다고 확신할 것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두 형태는 교회 안에서 역사하는 성령의 중대한 역할을 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오순절파도 자체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첫째, 오순절파의 교회론은 말씀과 성례 가운데서 만나는 그리스도의 사역으로부터 성령의 사역이 분리되는 비역사적 신비주의 형태로 변질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둘째, 그 교회론에는 성령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즉, 특정한 개인적 은사에 대한 강조로 인해 겸손이 상실되고, 성령의 임재로 나타나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연합을 놓칠 수 있다. 

본서에서 뉴비긴의 교회론은 사고와 행동, 선교와 연합, 성취와 기대로 나타난다. 교회는 하나님의 순례하는 백성이기에, 교회의 본질은 결코 정적인 용어로 정의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종말론적 기대와 하나님 나라의 성취와 미리 맛봄으로 정의된다. 종말론적인 동시에 선교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고는 교회를 규정할 수 없다. 하나 되기를 그치거나 선교적이기를 그칠 때, 교회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이해하는 뉴비긴의 세 가지 접근 방법은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존재 양식에 근거한다. 교회는 그 본질인 하나님의 선교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을 통해, 연합을 파괴하고 복음의 통전성을 왜곡하는 이원론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 문화를 변혁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뉴비긴에게 기독교는 제3의 방법으로서 이론과 실천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복음이 사회와 문화 한복판에서 개인적인 가치의 차원을 넘어 공적인 진리로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 말씀과 행위 그리고 복음 선포와 사회적 관심이 통합된 통전적 교회론이다. 

57년 전에 저술된 본서가 오늘날 한국 교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복음주의적인 관점에서 본서는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해 적개심(?)을 지닌 근본주의자들에게 용납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뉴비긴이 말한 대로, 성경으로 돌아가 교회의 본질을 탐구한다면, 삼위일체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 아래 교회의 가시적 연합이 선교를 위한 기초임을 발견하게 된다. 교회 연합 운동의 배경은 선교이며, 선교는 교회의 본질이다. 사실 뉴비긴이 본서를 저술한 때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태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으며,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이 분명하게 형성되지 않은 때였다. 그 후에 뉴비긴은 IMC 총무로 선교 행정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했으며, IMC와 WCC의 통합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이유는, 그가 늘 주장하던 대로, 교회의 연합과 선교적 본질과의 연속성에서 이해될 수 있다. 교회 연합체로서 WCC에 대한 그의 염려는 ‘선교 부재’에 대한 것이었다. 1961년 WCC 뉴델리 회의에서 IMC와 WCC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WCC 진영 내의 선교적 동력은 그의 기대와 달리 활성화되지 않았다. 대신 세속화와 인간화 논쟁이 에큐메니컬 진영의 주요 신학적 의제를 형성했고, 호켄다이크(J. C. Hoekendijk)를 중심으로, 교회의 선교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1952년 IMC 윌링겐 회의에서 나온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에 대한 환원주의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그후 에큐메니컬 진영의 선교적 방향은 뉴비긴의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었다. 

뉴비긴은 “현대 교회에 수많은 문제를 제기한 예언자”(A Scandalous Prophet)라는 다소 역설적인 별칭을 얻었다. 그가 현대 교회, 특히 한국 교회에 도전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들은 교회의 본질에 대한 회복과 더불어 교회 자체가 새로운 사회-문화적 실재가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뉴비긴을 대하며, 한국 교회는 교회가 선교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가 교회의 본질적 존재 양식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은 인간이 되셔서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이루어 세상을 자신과 화해시키신 하나님의 영원한 사랑에 근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