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비행기에 탄 가젤 - 타문화권 선교와 환경운동은 무슨 상관이 있는가?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

항공선교회(Mission Aviation Fellowship MAF)는 말 그대로 비행기로 타문화권 선교를 하는 단체입니다. 도로로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선교사들의 발이 되어주고 필요한 물자를 수송하는 일을 주로 합니다. 최근 아프리카 차드에서 항공선교회가 비행기로 전 세계에서 1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다마 가젤(dama gazelles)을 멸종 위기에서 구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기사가 크리스차니티 투데이 7월호에 나왔습니다. 야생에서 죽어가는 가젤을 비행기에 실어 보호시설로 이동하여 치료하고 출산을 도와 다시 야생으로 보내는 일입니다. (https://www.christianitytoday.com)

항공선교회가 선교사는 나르지 않고 웬 야생동물을 수송하는데 엄청난 선교비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일에 오지 선교사 사역을 위해 만든 항공선교회가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확대해 보면 기독교인들이 자연환경보호에 나서는 것은 좋은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여기에도 이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굳이 선교사 이동을 위해 마련한 비행기를 운영하는 선교회가 이 일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질문입니다. 즉 타문화권 선교와 환경운동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입니다.

몇 가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환경보호에 그리스도인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환경보호와 타문화 선교를 직접 연결해서 이해하는 것에 뭔가 거리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총체적 선교라는 개념에서 환경보호에 참여하는 것도 선교라고 말할 때 선교의 정의에 대한 의견이 나뉜다는 점입니다. 셋째, 모든 것이 선교이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선교이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선교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복음의 총체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넷째, 선교는 본질적으로 영혼을 죄에서부터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유일한 길이요 진리이신 예수를 알지 못하는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므로 타 문화권 선교한다고 할 때는 영혼 구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저는 모두가 이해가 가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단어는 ‘생각의 집’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쓸 때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가를 잘 구분하고 대화를 하게 되면 의외로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혼란과 논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 논의 과정에서 하나의 통일된 의견에 이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다른 주장을 비난하기보다는 서로에 귀를 기울이되 각자의 주장에 따른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함으로 하나님 나라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의 글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했던 것 이상으로 환경파괴로 인한 인간의 고통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매일 뉴스를 통해 환경파괴로 인해 고통당하는 이들의 소식을 듣습니다. 이전에는 지진, 홍수, 해일 등에 대해 자연재해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 단어에는 원인을 알지 못하는 자연의 현상이라는 생각이 공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어나는 대부분의 재난은 환경파괴라는 원인이 있는 결과라는 점입니다. 원인 제공자도 인간이고 피해자도 인간입니다.

따라서 굳이 총체적 복음의 의미에 동의하든 하지 않던, 선교와 타 문화권 선교를 구분하든 하지 않던, 환경파괴로 인해 재난으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런 고통에 강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에 참여하는 것도 사역이 되어야 합니다. 타 문화권 영혼 구원 사역에 중점을 두는 쪽에서도 이제는 환경파괴로 인해 고통 당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과 더 이상 환경파괴가 가속화되지 않게 방지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0년 전 서구에 의해서 선교가 처음 시작될 때, 사역의 핵심은 영혼 구원을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복음 전파 대상자들이 처해 있는 곤경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래서 의료선교사를 보내고, 교사들을 보내고, 농업기술자를 보내서 그들이 처한 곤경을 극복해 가도록 도우면서 복음을 전하게 된 것이 오늘 대부분의 선교사역의 실제 내용입니다. 그리고 타 문화권 선교에서 이런 부분들이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언급한 항공선교회(MAF)도 생긴 겁니다.

이런 점에서 21세기 타 문화권 선교에 있어서 환경파괴로 인해 고통당하는 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사역과 더 이상 환경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사역이 복음을 전하는 중요한 통로가 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이제까지 계속되어 왔던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라는, 제가 보기에는 쓸데없는, 소비적 논쟁을 다시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의 입장과 상관없이 누가 어떤 입장을 취하던 저는 정당성이 있고 근거가 있다고 존중합니다. 어떤 입장에 서서 타 문화권 선교에 참여하던, 환경파괴로 인한 재난으로 고통당하는 이들을 돕고, 더 큰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파괴를 방지하는 사역 방법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아직 타 문화권 선교계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많이 나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환경선교가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점은 200년 전에 의료선교 방식이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오늘날 의료선교는 놀랍게 발전되어 있는 것과 유사합니다. 물론 지금도 의료선교를 하는 분들 가운데 의료행위 자체가 목적인가 아니면 의료행위는 복음을 전하는 수단인가의 논쟁이 있습니다. 이 논쟁이 계속되지만, 의료선교는 타 문화권 선교의 핵심 사역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환경선교도 마찬가지의 길을 가게 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의료선교가 발전했던 것처럼 환경선교도 발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선교에 대한 방향과 실천에 대한 논의가 더 활성화되고 실제적인 대안이 나와야 합니다. 오늘날 타문화권 선교에서 의료선교(의료선교사)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처럼, 환경선교(환경선교사)라는 말이 너무 당연한 것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